130화 강이식 대장군의 고민과 조용 태수의 결정
강이식 대장군은 대중상이 보낸 서찰을 읽어보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으하하하! 하하하하! 역시… 역시 대중상이야!”
“좋은 소식입니까?”
“그래! 대중상이! 옛 호실말갈에 주둔하고 있던 이석 장군과 함께 흑수말갈을 초토화 시켰다고 하는구나!”
“정말 좋은 소식이군요.”
“그래. 예비 병력을 남기고 가서 완전히 점령을 하지는 못했지만 예선정기가 있던 곳을 초토화 시키는 동시에 흑수말갈 군사들 중 5만을 포로로 잡았으며 그들이 가진 재물과 곡식, 무기 등을 많이 노획했다는구나. 하하하하!”
“오……!”
“영토도 우리 고구려와 불열말갈이 나누어 갖도록 하였고 점령을 하였으니 흑수말갈이 이제 일어나려면 족히 5년은 넘게 걸릴 것이야. 그리고 5년 동안에도 다른 세력들이 공격을 할 것이니 이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도 없겠지.”
강이식 대장군에 옆에 있던 수하도 기분 좋아하면서도 궁금한 것이 생겼는지 묻는다.
“그런데 대장군. 저 불열말갈에도 영토를 나누어 주어도 되는 것입니까? 그러다 세력이 커져버리면…….”
“나도 안다. 우리를 위협할 수 있겠지. 하지만 대중상이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대중상은 누구보다도 똑똑한 녀석이야. 땅을 떼어주더라도 우리 고구려에 해가 되지 않는 곳으로 떼어줬을 것이라는 이야기이지.”
“그 말씀은… 황무지 같은 곳을 줄 것이란 이말 입니까?”
“그래. 대신 그것만으로도 불만이 있을 수 있으니 흑수말갈의 영토를 쳐서 얻은 재물과 포로들을 좀 나눠줄 것이야. 재정이 많고 인구수가 많아지는 것은 그 나라의 국력이 강해지는 것이니 그 정도 선에서 불열말갈을 달래고 회군 할 것이야.”
강이식 대장군의 명을 바로 밑에서 수행하는 수하는 그제야 말을 이해했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그 때.
“대장군! 거란과 수나라 쪽에서 보낸 세작이 왔습니다!”
“그래? 들라하라!”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한 군사가 들어와 군례를 올리며 보고한다.
“충! 대장군께 거란과 수나라의 동태를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그래. 세작의 임무를 하느라 고생이 많구나. 한 번 보고해 보거라.”
“예! 대장군! 대장군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거란의 막하불이라는 자가 있는데…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알고 있다. 그 녀석은 거란족 중 하나라 수나라에 귀부하여 대장군의 작위를 받은 녀석이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왜?”
“그 자가 현재 이 요동성에 가까운 북평에 있습니다.”
“북평에?”
“예. 대장군. 그곳에서 자신의 군사들 3만을 이동시켰다고 합니다. 그 놈들이 저희가 있는 이 요동성을 마치 칠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중상의 병력이 빠진 것을 눈치챘구만. 알았다. 그밖에 소식은?”
“혹시 속말말갈 출신의 돌지계라고 아십니까? 속말말갈의 수령이었던 자 말입니다.”
세작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자도 물론 알지. 우리 속말말갈의 다른 부족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우리에게 적대적이 아니었느냐? 그리고 수나라와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고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 자가 근래 들어 수상한 움직임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
“예. 다른 속말말갈의 부족들은 괜찮으나… 돌지계가 있는 주변의 8부이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고 합니다.”
“8부의 움직임이? 그들이 움직이게 되면 속말말갈 힘의 절반이 빠져나가는 것인데?”
“그렇습니다. 나머지 속말말갈 추장들은 동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다만?”
“그 자가 수나라에 만약 귀부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희와 꽤 인접한 거리에 있는 만큼 정보도 많이 알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강이식 대장군은 세작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바로 대답한다.
“그래. 그 말이 맞아. 우리의 정보를 수나라에게 모두 넘기겠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건 제 추측입니다만…….”
“……?”
“만약 우리와 수나라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그들이 넘어간다면 우리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귀부를 하면서 우리 고구려에게 우호적인 속말말갈 부족들을 공격하고 더불어서 주변에 우리와 우호적인 타 부족까지 공격에 나선다면… 우리 고구려의 입장에서 큰 이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으음…….”
“현재 돌지계가 이끄는 속말말갈 부족과 8부 세력들은 사실상 수나라의 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미리 대비를 하십시오.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세작의 등을 두들기며 대답한다.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려줬구나. 알았다. 내가 그에 대한 대책을 조정에 상주하고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그러니 너는 계속해서 수나라와 돌지계, 그리고 막하불의 동태를 잘 살피도록 해라.”
“예! 대장군! 맡겨주십시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
세작은 강이식 대장군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세작이 밖으로 나가자 강이식 대장군의 수하가 말한다.
“대장군. 바로 태왕 폐하께 상주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래야 할 것 같다. 아… 그리고…….”
“……?”
“동현이가 이끄는 상단이 조만간 이 요동성으로 말을 포함한 많은 가축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네. 수나라에서 엄청나게 큰 거부가 되었다는군. 그래서 그 거래를 한 재물과 가축 등이 요동성으로 들어오는 모양이야.”
“그렇군요.”
“그것들 중 일부를 우리 고구려를 위해 써달라며 세금과 함께 더 바친다고 했으니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 요동성을 위해 쓰면 될 것이다. 그러니 동현이의 상단이 오거든 아무 제재를 하지 말고 안으로 들이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장군!”
“그리고 이 서찰들을 우식이가 보낸 전령에게 주도록 해. 하나는 동현이 것. 하나는 우식이 것이다. 따로 잘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주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수하까지 서찰을 가지고 방을 나가자 강이식 대장군은 잠시 방 안의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동현이 녀석… 1년이 조금 넘어서 계획대로 수나라에서 거부가 되었다. 만약 그 녀석이 나와 뜻을 달리하여 적이었다면 끔찍했겠군. 이것을 보았을 때 내가 예전부터 본 눈은 틀리지 않았어. 분명히 신동이야. 하지만 그와 함께… 막리지께서 하신 말도 마음에 걸린다. 막리지의 보는 눈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
강이식 대장군은 연태조가 말한 내용을 떠올리며 계속 생각에 잠긴다.
‘아니야… 우리가 앞길을 잘 제시해주면 올바른 길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저번에도 이런 고민을 했는데 오늘 또 하는구나… 이게 다 그 녀석이 너무 뛰어나서 생긴 일이겠지… 일단 내가 우식이 녀석과 함께 그 녀석의 후견인처럼 앞길을 잘 제시해주어야겠다. 그 녀석이 딴 마음을 품지 않게 말이야.’
강이식 대장군은 처음 연태조의 말을 듣고 난 뒤 동현이 뛰어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이식 대장군은 이내 마음을 다 잡으며 동현을 키워주고자 했다.
더구나 자신의 자식이 동현이를 철썩 같이 믿고 따르고 있지 않은가?
훗날을 위해서는 똑똑한 동현이 자신의 자식 옆에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이식 대장군이었다.
‘그래. 그 녀석이 돌아오면 내가 본격적으로 그 녀석을 살펴야겠다. 이전처럼 그 녀석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되겠어. 으음… 그래. 우식이 녀석을 통해서 그 녀석에 대한 정보를 매일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무슨 일이라도 한다고 하면 어떤 의도인지 알아봐야겠어.’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게 동현이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를 했다.
* * *
한편, 그 시기에 동현은 이민족들에게서 온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난 후 상행의 일로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매일 사훈과 조송에게 보고를 받으며 시간을 보냈고 상행에 관련된 업무에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이제 따님의 상처가 이 정도면 제가 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상처는 다 아물었으니 이제 몸을 보신할 약을 챙겨드리면 되겠군요.”
“고맙네. 동현이…….”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일단 치료에 관련된 약은 그믐(30일)정도만 더 드시고 그 이후부터는 제가 몸을 보하는 약을 지어드릴테니 그것을 또 그믐 동안 따님이 먹게 하십시오. 그러면 회복도 빠르고 예전처럼 몸이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그리하지.”
조용 태수의 딸이 수술한 배의 상처와 몸 상태를 매일 아침 봐주던 동현은 드디어 딸이 수술한 자리의 상처가 다 아물었다고 말하자 조용 태수는 동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렇게 딸의 상처를 봐주고는 둘이 같이 집무실에서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보게. 동현이.”
“예. 태수님.”
“자네가 했던 말 말이야.”
“……?”
“자네가 고구려로 떠날 때 나도 벼슬을 내놓고 같이 가자는 말 말일세.”
“아… 예! 결심하신 겁니까?”
동현이 조용 태수의 말에 반색하며 묻자 갑자기 조용 태수가 의자에서 내려오더니 동현에게 절을 하며 말한다.
“소인 조용. 앞으로 대인어른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동현은 조용 태수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같이 맞절을 한 후 대답한다.
“이렇게 기쁠 수가… 태수님께서 꼭 저와 함께 일을 했으면 싶었습니다. 태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태수님!”
“하하하. 제가 벼슬을 내놓기 전까지 단 둘이 있을 때는 이제부터 하대를 하십시오. 이제 이것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이제 이 벼슬을 던지고 같이 고구려로 가면 본격적인 주종관계가 될 텐데 그것에 익숙해지려면 그게 맞습니다. 다만 아직 태수의 임무 중이고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좀 전에 저를 대할 때처럼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암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제가 태수님을 얻으니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내가 절을 해야 하지 싶소!”
“그토록 저를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대인어른을 받들게 된 계기는… 대인어른이 하시는 행동이 항상 한결같고 변함이 없었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하들을 대하는 태도와 백성들을 끔찍하게 위하는 마음… 그것이 제 마음을 감복시켰습니다.”
“…….”
“제 딸의 병을 고쳐 준 시점부터 꾸준히 지켜보았는데 대인어른의 제안을 받고 더 꼼꼼하게 대인어른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람이라면 제 주인으로 모셔도 되겠다고 말입니다. 앞으로… 충성을 다하여 모시겠습니다.”
동현은 조용 태수의 솔직한 말에 손을 잡고 흔들며 대답한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하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허도를 떠나기 전 태수로 있는 동안은 제가 가진 힘을 모두 총동원하여 힘껏 도와드릴 테니 염려 마십시오.”
동현은 조용 태수의 말에 다시 한 번 고마워하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가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습니까? 제안을 했다고요?”
“그렇다네. 그런데 생각을 보겠다고 말을 했지. 아마 자네처럼 나를 지켜보고 결정을 하려는 것 같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그 일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그는 저와 친분이 두터운 사람입니다. 제가 사람을 함부로 믿지 않고 신중한 성격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지요. 그러니 저에게 그 일을 맡겨주시면 제가 가동 장군을 설득해서 대인어른을 섬기도록 만들겠습니다.”
“오! 고맙네! 그럼 부탁하지.”
“인연이 이렇게 되었으니 지금 당장 부르겠습니다. 여봐라! 밖에 누구 있느냐?!”
조용 태수가 소리치자 방 안으로 한 군사가 군례를 올리며 말한다.
“예! 태수님!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가동 장군을 불러라!”
“예! 태수님!”
조용 태수의 말에 명령을 받은 군사는 가동을 부르러 어디론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