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동현, 이민족들과 본격적인 거래를 트다
동현은 이간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예전에 나도 우연히 길을 가다 말갈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을 만날 때 나도 힘들었네. 정체모를 냄새가 났거든. 그것이 그런데 오줌 냄새였을 줄이야…….”
동현의 말에 이간정은 민망한 듯 목을 가다듬으며 대답한다.
“크흐흠… 아무튼 대인어른. 그럼 저희가 물건을 확인했으니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듣자하니 이 수나라에서는 비누와 두부를 거래를 하지 못한다고 하던데요.”
“맞네.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하문하십시오.”
“자네 거란족의 땅에 우리 상단과 거래를 할 수 있는 분점을 설치할 수 있었으면 하네만…….”
“예? 분점말씀입니까?”
“그래. 우리는 본래 고구려의 요동성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상단일세. 자네가 있는 거란족과는 수로를 이용하면 꽤 거리가 가깝지. 육로로도 그렇게 멀다고 생각하지 않네. 그러니 그곳에서 우리 상단의 사람들이 비누와 두부를 생산하여 거래를 하고 자네들에게서 받은 것들을 이 허도나 요동성으로 들이면 되지 않겠나?”
“아…….”
“더구나 자네들이 수나라에게 조공 사신을 보낸다고 했고 우호적이라고 하니 수나라 사신이 자네들의 땅에 자주 올 일도 없을 것이고 말이야.”
“오! 그거 참 좋은 생각이시군요. 그런데… 본래 고구려인이십니까? 본 상단이 고구려에 있다고 하시는 거 보니 말입니다.”
“맞네. 하지만 이 수나라에서는 고구려인이라는 것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으니 말을 하지 않고 있지. 자네도 알지 않는가? 요즘 고구려와 수나라의 관계에 대해 말이야.”
동현의 말에 이간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아무튼 저희도 저희대로 빠르게 거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아주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일단 돌아가면 추장께 잘 이야기를 해서 거래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런데 또 궁금한 것이 있어. 비누를 그 일 때문에 우리와 거래를 하겠다는 건 알겠네. 헌데 두부는 왜 원하는 건가?”
“그 두부를 원하는 것은 이굴가 추장께서 소문을 듣고 너무나도 먹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수나라에서 만약 사신이라도 오는 날에는 대접할 것이 있어야 하는데 저희 거란족은 음식 솜씨가 그리 좋지 못해서 맛난 것이 별로 없죠. 맛난 거라 봐야 양고기나 소나, 말 등의 가축들입니다.”
“으음… 그런 고기가 맛이 있는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난 매일 밥을 먹을 때 고기반찬이 없으면 안 되는데 말이야.”
“그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좀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거란족은 고구려나 수나라 사람들에 비해 음식 솜씨가 좋지 못합니다. 어떨 때는 잘하고 어떨 때는 못하고… 편차가 심하죠. 그래서 먹을 만한 음식을 하나라도 늘리기를 원합니다. 특히 수나라 사신이나 다른 나라의 사신을 대접할 때 말입니다.”
동현은 이간정의 말에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으음… 오로지 수나라의 사신을 대접하기 위해 우리와 거래를 한다, 라고밖에 들리지 않는군. 좀 이상한데…….”
“충분히 그러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 거란족의 입장을 들으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이간정은 잠시 호흡을 고른 후 계속 말을 이어간다.
“저희 거란은 고구려의 요동성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이고 근처에 말갈이나 돌궐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수나라도 물론이고 말입니다. 그 중 가장 가까운 것이 수나라인데 수나라가 통일 되고 난 뒤 사신이 와서 조공을 바치고 제후국으로 의무를 다하라고 왔죠.”
“자네들의 거란족은 현재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부족들에게 모두 사신이 갔단 말인가?”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흐음…….”
“저희 입장에서는 그런 수나라에게 복속을 하고 나라를 유지하지 않으면 망하는 건 순식간이기에 당연히 그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계속 조공을 바치며 지금까지 왔죠. 다만 사신들이 가끔씩 올 때마다 무례하게 굴 때가 있습니다.”
“음.”
“그러려면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추어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저희 수중에 있는 많은 재물이나 말들을 주기도 하고… 소금을 뇌물로 주어 사신들을 돌려보내기도 하죠.”
“…….”
“그리고 사신이 묵고 가는 경우에는 숙소를 제공해주면서 음식들을 제공해주는데 수나라 사신들이 유난히 음식과 씻는 것에 대해서 정말 민감하게 반응을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이번에 사신이 돌아가고 난 뒤 많은 고민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인어른 상단에 대한 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이간정의 말에 동현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후우… 이래서 나라는 강해야 한다는 거군. 나라가 약하니 그런 수모를 겪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수나라 사신이 돌아가고 난 뒤 저희 추장께서 그 일로 며칠 간 술로 지새우신 것을 생각하면… 그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그래. 아무튼 자네 뜻은 잘 알겠어. 하지만 말이야. 이 물건들은 내가 직접 개발하고 만든 정말 가치가 높은 것이야. 그래서 말인데… 소금을 50가마에서 좀 더 얹어 줄 수 없겠나?”
“50가마에서 더 많이 말입니까? 그것도 대인 어른께 꽤 많은 양인데…….”
“물론 그렇네. 하지만 이 수나라는 소금이 귀해. 그리고 그것은 고구려도 마찬가지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부탁을 하는 것이네.”
“으음…….”
“그리고 그렇게 소금을 많이 사 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또 다른 음식을 개발해보기 위해서네.”
“예? 또 다른 음식이요?”
“그렇네. 나는 음시이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지. 그런데 그것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소금이 필수적이고 많이 필요해. 그러니 이굴가 추장에게 가서 잘 좀 말해주게. 부탁함세.”
동현의 말에 이간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습니다. 만약 좋은 음식들을 개발하게 되면 저희 거란에도 그런 음식들을 알려주신다는 약조를 해주십시오. 그렇다면 제가 말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이보게. 사훈.”
“예. 대인어른.”
“우리와 거래를 위해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갔다가 계약을 위해 다시 왔을 때 자네가 그 사람들과 함께 협의하여 계약서를 쓰도록 해. 그리고 그 계약서는 양측이 다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자네는 내가 숙소를 마련해 놓았으니 그곳에서 푹 쉬도록 하게. 밖에 한 호위무사가 자네를 숙소로 안내를 해 줄 것일세.”
“감사합니다. 대인어른. 그럼…….”
“밖에 있느냐?”
“예. 대인어른!”
“손님을 숙소까지 안내해드리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문 앞을 지키던 두 명의 호위무사들 중 한 명이 이간정을 숙소로 안내한다.
이간정이 동현의 방을 빠져나가고 동현과 사훈 둘이 방 안에 남게 되자 사훈이 말한다.
“대인어른. 정말 대인어른의 말씀대로 소금으로 흥정을 해 왔습니다.”
“그럴 것이야.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서요하 그 지역은 소금이 정말 풍부한 곳이라고 말이야. 자신의 입으로도 그렇게 말을 하였고 일단 이야기도 잘 되었으니 일단 내일 거란으로 갔다가 돌아왔을 때를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나?”
“예. 대인어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다른 사람들도 들일까요?”
“그래. 안거골 말갈과 백돌말갈, 서돌궐, 동돌궐 순으로 들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동현은 그렇게 거란의 이간정이 나간 이후 다른 이민족들과도 거래에 대한 품목에 대해 이야기를 간단하게 나누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요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 전하게 했다.
“형님께 서찰이 왔다고?”
“예. 도련님. 한 번 보십시오!”
동현의 동생 동우는 동현에게서 서찰이 왔다는 말에 서찰을 받아 급히 읽어본다.
“음? 다른 이민족들과 거래를 해서 그 품목들을 요동성 안으로 들여서 우리 집 안에 쌓아놓는다고?”
“그렇습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허도에서도 그 품목들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창고를 더 많이 지어놓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많은 가축들을 키워야 하니 목장을 크게 지어 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목장을 크게?”
“그렇습니다. 도련님. 자세한 것은 나중에 대인어른께서 서찰로 따로 알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으음… 알겠네. 그나저나 형님께서는 잘 계시는가?”
“물론입니다. 이제 중원으로 상행을 나가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수나라에서 2대 상인 안에 들어가시게 되었습니다.”
전령의 말에 동우는 깜짝 놀란다.
“뭐라? 그것이 사실인가?”
“예. 하지만 대인어른께서는 상단이 수나라에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라면서 그곳에서 자리가 잡히면 바로 고구려로 돌아오시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고구려와 수나라를 왔다갔다 거리겠다고 말씀하셨고 말입니다.”
“그랬군.”
“그리고…….”
“……?”
“대인어른께서 황무지를 개간해서 얻은 곡식의 양을 따로 알아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상행을 통해 얻는 곡식 말고 말입니다.”
“응? 우리가 황무지를 개간해서 얻은 땅에서 난 곡식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것을 따로 기록을 해두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또 하나… 수차가 잘 기능하고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게. 형님께서 떠나시기 전 위치를 잘 지정해주신 덕분에 태자하 지류에서 물이 잘 떨어지며 돌아가고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물길이 닿지 않는 곳은 형님의 말씀대로 저수지를 만들어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도 말씀드려 주게.”
동우의 말에 전령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대인어른께 그렇게 말씀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따로 할 말은 없나?”
“예. 이것이 다입니다. 그럼 소인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응? 바로 가려고? 오늘 하루 쉬었다가지 그러나?”
“아닙니다. 대인어른께서 되도록 빨리 움직이라는 명령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 알았다. 대신… 이걸 좀 챙겨가. 치즈야. 치즈는 상하지 않으니 마땅하게 묵을 곳이 없을 때 그걸 먹으며 버틸 수 있을 거다. 비박할 때 말이야.”
“감사합니다. 도련님.”
“그리고 여기 약간의 돈도 챙겨가게. 주막이 생기면 치즈 먹지 말고 배를 든든히 채우고 푹 자고 가도록 해.”
“예. 도련님. 그럼…….”
그렇게 전령은 동우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바로 말을 타고 동현이 있는 곳으로 다시 떠났다.
동우는 전령을 배웅해주며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1년이 조금 넘어서 수나라에서 2대 상인 중 하나가 되었다라… 정말 형님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내가 형님의 발치라도 미칠 수 있을까?’
동우는 좀 전에 전령이 말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방 안으로 들어간다.
한편, 요동성의 강이식 대장군은 마찬가지로 전령에 의해 우식의 서찰을 받아보고 있었다.
“역시… 동현이는 굉장한 녀석이야.”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아까부터 계속 웃으시는데 말입니다.”
“그래. 아주 좋은 일이 있다네. 하지만 지금은 비밀이니 후에 나중에 말해줌세.”
“정말 궁금하군요. 대장군께서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말입니다.”
강이식 대장군은 수하의 말에 미소를 짓는 그 때.
“대장군! 모달이 서찰을 보냈습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예!”
요동성 군부의 문이 열리자 대중상이 보낸 전령이 군례를 올리며 서찰을 건넨다.
강이식 대장군은 대중상이 보낸 서찰을 자세하게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