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불열말갈, 흑수말갈에 대승을 거두다!
예선정기는 천마석의 뒤를 계속해서 추격한다.
예선정기는 천마석을 금방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추격을 하는데 오히려 거리가 더 벌어지고 있었다.
불열말갈은 이 지형에 익숙하기에 말들이 잘 뛰는 곳을 골라서 퇴각을 하고 있었던 것.
그렇기에 간격은 점점 벌어지며 예선정기의 흑수말갈 군을 멀리 떨어뜨리고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예선정기는 그런 천마석을 보고는 씩씩 댄다.
“제길… 왜 거리가 더 벌어지는 것이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가한! 이곳은 저 불열말갈 놈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형입니다! 그만큼 잘 안다는 것이지요! 거기다 이곳은 본래 불열말갈의 영토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더 이상 들어가셔서는 안 됩니다! 가한! 좌우를 보십시오! 얼마나 울창합니까? 이곳에 불을 지르거나 매복군이 있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합니다!”
두종의 말에 예선정기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대답한다.
“그래. 두종. 네 말이 맞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들은 도망치기만 할 뿐 별다른 대응이 없지 않나? 그럼 이 근처에 매복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지금 이곳에는 매복이 없을지 몰라도 더 깊숙이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가한. 그러니 신속히 퇴각하셔야 합니다.”
예선정기는 두종의 말에 잠시 고민하고 있는 그 때.
“어이! 예선정기! 왜 날 쫓아오다가 멈췄나? 겁이 나서 멈춘 건가?”
“처… 천마석! 언제 여기에?!”
“네 놈이 너무 안 오기에 내가 다시 왔다! 받아랏!”
천마석은 손에 활을 쥐고 있었는데 그 활로 예선정기를 겨냥한다.
씨이이이잉!
퍼어억!
“커억! 이… 이 자식이!”
“가한! 가한! 퇴… 퇴각을!”
“퇴… 퇴각은 무슨? 그저 팔에 화살하나 맞은 것 뿐이다! 저 놈을 놓칠 수 없다! 계속해서 추격하라!”
“가한!”
“토 달지 말고 얼른 추격해! 저렇게 가까이에 있잖아?!”
예선정기는 천마석이 쏜 화살에 팔을 맞아버렸고 예선정기는 그 화살을 다른 팔로 뽑으며 분노에 가득 차 추격하라고 명령한다.
조금 전 두종이 해 준 조언은 머릿속에서 이미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고 분노에 가득 차 천마석을 쫓기 시작한다.
다시 예선정기가 쫓아오자 천마석은 다시 한 번 예선정기를 피해 전속력으로 달아난다.
“네 이놈! 달아나기만 할 것이냐?! 이 겁쟁이 자식!”
“하하하하! 이렇게 놀리는 게 재밌거든! 너를 말이야!”
“이놈!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
“재주 있으면 잡아 보던가?! 하하하하!”
천마석은 예선정기를 놀리며 계속 도주했다.
그런 천마석을 본 예선정기는 속에서 천불이 크게 일며 계속해서 군을 이끌고 추격한다.
뒤에서 두종이 예선정기를 말리지만 예선정기는 듣지 못한 듯 분노에 가득 차 추격했다.
히히이이이잉!
“가한! 가한! 이제 멈추셔야 합니다!”
“제기랄… 그 놈은 정말 달아나기의 귀재이구만.”
“너무 깊숙하게 들어왔습니다. 가한. 이제라도 군을 물려야 할 것 같습니다. 화살을 맞은 팔을 치료도 받으시고 말입니다.”
“후우… 알았다. 이제 물리지.”
그렇게 예선정기가 말하는 그 때 두종의 부장으로 인해 있던 장수가 어딘가를 보고 외친다.
“가한! 저기 깃발이 엄청나게 많이 꽂혀 있습니다!”
“뭐?”
분노에 가득 차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예선정기는 그제야 앞을 바라보는데 양쪽 숲에 엄청난 수이 깃발이 꽂혀 있었다.
그것을 같이 본 두종이 다급하게 외친다.
“제… 제길! 가한! 큰일입니다! 계책에 걸렸습니다! 빨리 퇴각을…….”
“계책이라고? 무슨 계책이…….”
예선정기가 그렇게 말을 하는 그 때 한 쪽 숲에서 누군가 외친다.
“으하하하! 예선정기! 기다렸다! 오늘이 네 놈의 제삿날이다!”
“처… 천마석!”
“다들 뭣들 하느냐?! 지금 당장 저들의 퇴로를 막아라! 밧줄을 끊어서 나무와 큰 돌로 퇴로를 막아!”
“예! 끊어라!”
“자… 그와 동시에 우리는 사격이다! 저 흑수말갈 놈들을 고슴도치로 만들어 주어라! 불화살을 쏴라!”
천마석이 명령이 떨어지자 한 군사가 밧줄을 끊었고 밧줄을 끊자 숲 속 나무 위에서 큰 통나무와 바위가 쏟아지며 퇴로를 막는다.
그리고 숲 양쪽에서는 마음껏 불화살을 쏴대며 흑수말갈 군사들을 죽여 나간다.
시이이익!
쉬이이익!
퍼억! 퍽!
퍽! 퍽!
“으악!”
“어어억!”
“가… 가한! 벗어나셔야 합니다!”
“크윽… 그래. 그래야겠어!”
“저를 따르십시오! 가한!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래.”
두두두두두!
두종이 앞장서서 어떻게든 퇴로를 뚫고 탈출하려 시도한다.
그 모습을 또 다른 곳에서 보고 있던 불열말갈의 군사 호운이 외친다.
“전하! 지금입니다! 저들의 돌아갈 퇴로를 막기 위해 나무와 돌로 길을 막았다고는 하나 이대로 두면 이 길을 산으로 우회하여 빠져나갈 것입니다. 그러니 빠져 나가지 못하게 준비해 둔 정예 기병들을 파병해서 퇴로를 막아야 합니다!”
“알겠다.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조심하십시오! 전하!”
“그래. 나는 저 예선정기를 어떻게든 잡아볼테니 너는 전 전선을 보고 잘 지휘 하거라.”
“맡겨 주십시오! 전하!”
“좋아. 가자! 불열말갈의 군사들이여! 흑수말갈 놈들에게 당했던 굴욕을 이번에 전부 다 되갚아 주자!”
“와! 와! 전하를 따르라!”
천석우는 기병들을 이끌고 빠르게 예선정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이 도망치려는 곳으로 기병 군사들을 이끌고 말을 타고 나는 듯이 달려가며 외친다.
“네 이놈! 예선정기! 내가 네 놈을 기다린 지 오래이니라!”
“처… 천석우!”
“하하하! 내가 예전에 너에게 조공을 한다는 뜻에서 무릎도 꿇고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어떠냐? 네가 나한테 무릎을 꿇고 충성 맹세를 한다면 살려주지!”
“개소리 집어치워라! 두종! 얼른 뚫자!”
“예! 가한!”
“미련한 놈… 모두 공격하라!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예! 전하! 모두 돌격!”
“와! 와! 와!”
천석우는 단호한 명령으로 퇴로를 뚫고 탈출하려는 예선정기와 그 군사들을 공격했다.
계속해서 썰려나가는 예선정기의 군사들.
그래도 두종과 충성스러운 몇몇 장수의 호위로 예선정기가점점 탈출할 기미가 보였다.
천석우는 상황을 보자 기병들에게 크게 외친다.
“예선정기가 달아나려 한다! 절대로 달아나지 못하게 해!”
“예! 전하! 모두 예선정기를 잡아라!”
“죽여도 좋다! 목을 베어도 좋으니 잡든지 죽이든지 해!”
“예! 전하! 죽여도 좋다고 하신다! 예선정기를 막아라!”
그렇게 불열말갈의 군대는 예선정기에게 집중적으로 달려든다.
상황이 점점 급박해지는 것을 본 두종. 두종은 무언가 결심한 듯 예선정기에게 다가가 말한다.
“가한. 제가 저들을 어떻게든 막을 테니 빠져 나가십시오.”
“뭐라? 같이 나가야지! 두종!”
“저는 죽어도 되지만 가한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얼른요!”
“두… 두종!”
“가한! 제 말 안 들으실 겁니까?”
“두종… 나… 나 때문에…….”
“뭣들 하느냐? 가한을 얼른 모시지 않고? 나와 군사들이 불열말갈 놈들을 막을 테니 너희 친위군은 가한을 꼭 흑수말갈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군사!”
“우리 기병들의 뒤를 따라서 오는 창병이나 검병, 궁병으로 이루어진 2만의 군사들이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가면 안전하니 합류하여 가한을 모시고 퇴각하도록 해라!”
“예! 군사.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예선정기의 친위대는 두종에게 군례를 올렸고 예선정기에게 더더욱 바짝 붙어서 호위를 한다.
그 모습을 본 두종이 창을 들고는 외치며 불열말갈의 기병 속으로 뛰어든다.
“이놈들아! 내가 예선정기 이니라! 으하하하! 모두 덤벼라!”
두종은 불열말갈 기병들이 자신이 외치는 소리로 인해 자신이 진짜 예선정기라고 착각하도록 이목을 끌었다.
예선정기가 있는 불열말갈 기병들의 공격이 조금은 느슨해졌고 그 길을 친위대가 뚫게 되었다.
그러자 한 친위대의 군사가 외친다.
“가한! 뚫었습니다! 이제 계속해서 달려야 합니다!”
“하… 하지만 두종이… 두종이!”
“두종 군사의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리고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한 찬위대 군사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예선정기가 탄 말의 엉덩이를 세게 친다.
히이이이잉!
예선정기가 탄 말이 앞발을 크게 흔들더니 앞으로 달려 나간다.
그러자 친위대도 뒤따르는데 예선정기는 자신의 말이 앞으로 달려나가는 걸 보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본다.
“두종!”
예선정기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군사 두종을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군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아난다.
그 모습을 보던 불열말갈의 천석우가 다급하게 외친다.
“예선정기가 저기 달아난다! 잡아라!”
“잡아라! 예선정기를 잡아라! 우아아아!”
그 모습을 불열말갈 군사들을 상대하면서 본 두종은 비로소 미소를 짓는다.
“흐허허허… 성공했구나. 빠져나가셨어. 이제 내 할 일은 다 끝났군… 여기가 내 무덤이니 여기서 싸우다가 죽는 수밖에…….”
두종은 그렇게 중얼 거리며 죽음을 각오한 듯 자신의 앞에 있는 불열말갈들의 기병들을 도륙해 나간다.
그 모습을 본 천마석이 두종의 앞에 나타나 서로 붙기 시작했다.
“네 놈의 분전은 잘 보았다. 그리고 할 만큼 했어. 그러니 항복하는 것이 어떠하냐?”
“어림없는 소리다. 나를 거두어주시고 중히 써주신 분인데 어찌 배신하겠느냐?!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구나! 좋아.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붙자!”
“좋지!”
천마석과 두종은 그렇게 불꽃을 튀기며 창을 맞대며 말 위에서 1대1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두종은 일반 군사들에 비해 무력이 높기는 했으나 장수들에 비해서는 무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기에 점점 몰려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결국…….
“이야야야얍!”
퍼어억!
“커어억!”
두종은 천마석의 창에 목이 찔렸고 천마석이 목에서 창을 뽑자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그런데 두종은 그렇게 죽는 와중에도 미소를 보이며 말에서 떨어져 죽는데, 그 모습을 보고 천마석은 안쓰럽다는 듯 그를 내려다보고는 주변의 군사들에게 말한다.
“한 나라의 충신이다. 후히 장사를 지내줄 것이니 시신을 잘 수습 하거라.”
“예! 저하!”
“전투가 이제 다 마무리 되어 가는 것 같군.”
“그렇습니다. 저하! 대승입니다! 적의 기병들은 5만의 군사 중 3천 정도만이 살아서 돌아간 듯 보이며! 그 중 2만은 저희에게 모두 포로로 잡혔습니다. 나머지 2만 7천의 군사들은 이곳에서 모두 죽었으니 정말 엄청난 전과입니다.”
“그래. 아주 잘했다. 호운 군사의 계책이 참으로 대단하구나.”
그렇게 천마석이 말하는 그 때 호운이 어딘가에서 천마석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군사의 계책 덕분에 큰 전과를 올릴 수 있었네. 참으로 대단했어!”
“저는 저하께서 더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유인을 해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하하!”
“물론 쉽지 않기는 했지. 아… 이 녀석은 두종이라는 녀석일세. 자네도 알지?”
“물론입니다. 흑수말갈에서 지장으로 불리던 자라고 하더군요. 문무를 겸비한 장수라고 하던데 이렇게 죽다니…….”
“그래. 그래서 내가 중간에 예선정기가 퇴각을 하려고 하기에 한 번 더 도발을 했었지.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분명 퇴각을 했을걸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이제 남은 군사들을 이끌고 전하의 뒤를 쫓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군. 흑수말갈에 뒤이어 오는 군사들도 있으니 그들도 다 일망타진하려면 말이야.”
“그렇습니다. 아… 그건 그렇고… 좀 전에 전령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고구려 군이 저희 영토 안으로 들어왔답니다.”
“그래?”
“예. 그래서 제가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는 전령을 보냈습니다. 이 쪽으로 와달라고 말입니다.”
천마석은 호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전부 다 개마무사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3만의 군사를 이끌고 대중상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대중상이라… 쳇! 나를 농락했던 놈이로군.”
“이제는 상국이니 그 감정을 어떻게든 감추셔야 합니다.”
“나도 알고 있다. 난 그럼 먼저 전하를 쫓아가지. 이곳에 1천 명 정도의 군사를 남기고 가겠네. 대중상이 오면 나도 추격을 하러 갔다고 말을 전하게.”
“알겠습니다. 저하. 조심하십시오.”
“알겠네. 우리는 이제 모두 예선정기를 추격할 것이다! 모두 나를 따라라!”
“와! 와! 와!”
천마석은 그렇게 자신이 이끌던 5천의 기병들 중 4천의 기병을 이끌고 아버지 천석우가 예선정기를 추격하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