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천마석, 예선정기를 끌어들이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다
대중상이 빠르게 병력을 이끌고 불열말갈로의 길을 재촉하고 있을 때… 불열말갈의 세자인 천마석은 기병 5천을 이끌고 흑수말갈의 예선정기가 영채를 세워둔 곳으로 밤낮없이 달렸다.
호운이 미리 흑수말갈이 갈 길목에 말이 지칠 때쯤 갈아탈 수 있도록 준비까지 해두니 천마석은 말을 빠르게 갈아타면서 이틀에서 사흘 만에 가야 할 거리를 하루를 조금 지나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저하.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불열말갈의 진영입니다.”
“그래? 흐음… 그렇다면 여기서 마지막으로 말을 갈아타고 일을 시작해야겠구나.”
“그렇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이 저들이 단숨에 저희가 있는 본 영토로 진군해 올 줄 알았는데 천천히 와서 예상 지점보다 훨씬 뒤에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호운 군사가 말을 해줬다. 저들 중에서도 분명 책사가 있을 것이야. 평상시에 예선정기는 오만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 말을 어느 정도 듣는다고 들었다. 분명 그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겠지. 상대가 언제든지 기습을 할 수 있으니 천천히 군을 진군시켜야 한다고 말이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저희의 이런 움직임도 위험한 것이 아닐까요……?”
“그건 아닐 것이다. 예선정기는 오만하기 때문에 자신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말이야. 아마도 우리가 이렇게 도발했을 때는… 그 이성을 잃고 주변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움직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렇군요.”
“일단 목적지에 왔으니 한 시진정도는 푹 쉬게 하라. 그리고 바로 움직인다.”
“예. 저하……!”
“이쯤 우리가 왔으면 저들도 이 근처를 정찰하는 정찰병이 있을 테니 소식도 전해졌을 것이다. 사주 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쉬도록 해……!”
천마석은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한 후 일부 군사들로는 사주 경계를 철저하게 서게 하면서 휴식을 취하게 했다.
그리고 천마석이 예상 했던 대로 자신들이 흑수말갈 진영 근처와 왔다는 사실을 흑수말갈 정찰병이 보고를 함으로써 예선정기도 알게 되었다.
“이 근처에 와 있다고……?”
“예. 가한! 이곳에서 말을 타고 한 식경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병력은 전부 다 기병들인 것 같았습니다.”
“수는 얼마나 되어 보이더냐……?”
“급히 와서 자세히는 살펴보지 못했으나… 4천에서 5천정도 되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으음… 알았다. 계속 가서 살피고 변동 사항이 있으면 빠르게 보고 하도록……!”
“예! 가한……!”
명령을 받은 정찰병이 막사에서 사라지자 예선정기는 자신의 옆에 있는 자에게 묻는다.
“이보게. 두종. 불열말갈 놈들이 왜 갑자기 이곳에 왔다고 보나……?”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가 있는 이곳은 불열말갈 영토로 들어가는 길목이라 그런 듯 싶습니다.”
“불열말갈 영토로 들어가는 길목……?”
“예. 가한!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제가 두 개의 길목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 분명 그랬지.”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렇다……?”
“예. 아마 저들은 저희들을 험한 길로 끌어들이려 하겠지요.”
“과연… 끌어들여서 우리를 치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저들에 대해 상대해 주지 말고 있다가 영채를 굳게 지킨 후 저들이 제풀에 지쳐 물러갈 때쯤 저희는 빠르게 큰길로 진군을 하면 됩니다. 후방을 경계하면서 말입니다.”
“좋아! 그럼 준비하도록 하지! 군사들에게 경계를 철저하게 하도록 해……!”
“예! 가한……!”
예선정기는 책사 두종으로 인해 불열말갈이 세운 계책을 바로 간파했다.
예선정기는 책사 두종의 말에 따라 영채를 굳게 방비를 하면서 천마석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진이 흐른 후… 천마석이 5천의 기병들을 이끌고 흑수말갈 영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네 이놈! 예선정기! 감히 우리 불열말갈의 넘보느냐?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나 천마석이 그대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해 줄 것이다!”
“하하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네놈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네 놈이 이곳에 온 이유도 잘 알지! 우리를 험한 길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냐? 하하하! 나는 속지 않는다! 어디 한 번 공격해 보거라!”
예선정기는 천마석의 말을 코웃음을 치며 받아친다.
천마석은 그런 예선정기의 말에 이번 일이 어렵게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 그 때… 옆에 있던 호천이 고한다.
“저하. 예선정기는 자신의 모에 대해 욕을 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모라고……?”
“예. 예선정기가 흑수말갈의 가한의 된 이유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는 기존의 흑수말갈 가한이었던 자를 죽이고 자신이 가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한을 죽인 이유는…….”
“그래. 나도 잘 안다. 본래 예선정기가 그 밑의 수하였는데 예선정기의 어머니를 가한이 범하는 바람이 예선정기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이용해 도발을 해보십시오. 그럼 분명 나올 겁니다. 자신의 모를 욕하는 것에 절대 참지 못한다고 했으니 한 번 해보시지요.”
호천의 말에 천마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으하하하! 예선정기야! 네 놈은 겁쟁이로구나! 우리보다 병력이 배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 많은 병력으로 우리를 치지 못하다니 말이야. 그렇지 않느냐? 애들아?!”
“그렇습니다! 하하하! 별것도 아닌 놈들이 저희를 치겠다고 왔으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저하……!”
“그렇지. 그게 다 왜 그러는지 아느냐? 저 예선정기의 모라는 사람이 지금 예선정기가 가한 자리를 찬탈하기 전 전 가한에게 몸을 대주었기 때문이다! 으하하! 그렇게 해서 방심했을 때 그 가한을 죽이고 가한이 된 것이지.”
“그랬사옵니까? 그게 소문인가 했는데 사실이였군요!”
“그래. 아녀자를 내세우고 그것도 자기 모의 몸을 팔아서 내세운 계책이지. 다시 말해 저 예선정기는 불효자라는 거다! 아… 참! 그런데 그것이 아닐 수도 있겠군.”
“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저 예선정기의 모가 전 가한의 품이 그리워서 일부러 몸을 팔았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아…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으하하하하!”
흑수말갈의 영채 앞에서 천마석이 의도적으로 큰 목소리로 예선정기의 모를 욕하며 도발하자 예선정기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래서 옆에 있던 칼을 잡고 나가려는데 책사인 두종이 다급하게 말린다.
“가한! 절대 안 됩니다! 저 자를 치러 나가는 것은 계책에 걸려드는 겁니다! 그러니 참으셔야 합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내 어머니를 저토록 욕을 하다니… 참을 수가 없어! 그러니 입구까지 만이라도 추격하게 해줘!”
“가한……!”
“얼른?! 내 명령이다! 기병들을 빠르게 준비시켜! 그리고 남은 창병이나 검병, 궁병들은 뒤따라오라고 해!”
“가한……!”
“어허! 명령이라고 했다! 얼른……!”
“하아… 알겠습니다.”
두종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영채에서 출진 준비를 시킨다.
천마석은 아직까지도 영채 앞에서 예선정기의 어머니를 모욕하며 예선정기를 계속 자극하는데 그 모습을 본 예선정기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외친다.
“네 이놈! 내가 네 놈의 목숨은 반드시 거두겠다! 기다려라……!”
“으하하하! 얼마든지 오거라! 겁쟁이와 색을 좋아하는 여자의 자식에게 질 이유가 없다……!”
“이놈이!”
예선정기는 천마석의 도발에 더더욱 이를 바득바득 갈며 두종에게 빨리 군을 준비시키라고 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가지……!”
“가한! 입구까지만입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저 험한 길 입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래. 알았다! 얼른 가자! 저 천마석 놈을 죽이러……!”
예선정기는 두종에게 그렇게 말을 하며 빠르게 자신이 말에 오른 후 영채를 박차고 나간다.
천마석은 예선정기를 도발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예선정기가 자신의 도발에 걸려들어 영채를 튀어나오자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외친다.
“이 겁쟁아! 나왔구나! 음녀의 자식……!”
“네 이놈! 널 반드시 죽여서 네 놈의 입을 찢어주마!”
“하하하하! 어디 해볼 수 있으면 해보거라!”
예선정기는 잔뜩 분노하여 자신이 앞장서서 천마석에게 제일 먼저 달려든다.
천마석도 불열말갈에서 무예가 뛰어나다고 소문이 자자했기에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며 예선정기와 창을 맞대고 싸우기 시작한다.
챙! 챙! 챙! 따악! 딱! 챙!
“이놈이 제법이로구나……!”
“너야말로 제법이군. 그저 영채 안에만 숨어 있는 겁쟁이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흥! 그건 내가 군사를 쉬게 하려고 했을 뿐 숨어 있으려던 의도가 아니었다! 자 다시 간다……!”
“오너라!”
따악! 딱! 챙! 챙! 채애앵!
“흐읍!”
“하아압!”
둘은 날카로운 창을 서로에게 찌르고 창대까지 부딪쳐 가며 승부를 보려 하지만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는다.
천마석은 그렇게 약 20여 합을 예선정기와 겨루는데 천마석의 곁으로 호천이 말을 달려와 말한다.
“저하! 군을 물려야 합니다. 적의 대군에 저희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제길…….”
“으하하하! 네 놈의 자만심 때문에 일을 그르쳤나보구나! 그러니 고구려에도 그렇게 무너졌겠지. 으하하하!”
“닥쳐라 이놈! 언젠가 다시 올 것이다! 나중에 보자! 이랴!”
“이놈! 어딜 가려고 하느냐? 올 때는 마음대로 와도 갈 때는 마음대로 못 가느니!”
천마석이 예선정기의 창을 힘껏 밀어내고는 말머리를 돌려 자신의 군사들에게 퇴각하라고 명령을 하니 불열말갈의 기병들은 빠르게 퇴각을 한다.
그런 천마석을 보며 예선정기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면서 천마석을 욕하며 뒤를 쫓는다.
천마석은 뒤를 힐끗 보며 예선정기 여전히 분노한 표정으로 자신을 추격해 오는 것을 보자 속으로 내심 미소를 지으며 옆에 같이 달리던 호천에게 말한다.
“호천! 계획대로 되고 있다. 예선정기를 제대로 끌어들이려고 일부러 전투를 오래 끌어 희생자가 좀 늘겠지만 확실하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저 녀석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있어! 이제 옆에서 다른 사람이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다.”
“동감입니다. 저하! 아주 잘 하셨습니다. 이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왔던 길을 되돌아 내빼면 됩니다.”
“그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달리고 있지를 않느냐?! 속도를 더욱 높이자……!”
“예! 저하! 모두 더 빠르게 퇴각하라! 흑수말갈 놈들에게 뒤를 잡혀서는 아니 된다!”
두두두두두두!
그렇게 천마석은 자신이 데려온 기병들을 이끌고 험한 길속으로 퇴각을 한다.
그것을 본 예선정기는 천마석을 추격하려는데 옆에 있던 두종이 말린다.
“가한! 제가 한 말을 잊으셨습니까? 이 험한 길로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바로 앞에 저 천마석이라는 놈이 있다! 저 놈은 불열말갈의 후계자야! 대어란 말이다! 대어! 바로 앞에 있으니 깊숙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잡을 수 있어!”
“아니 됩니다! 가한! 가한께서도 동의하시지 않았습니까? 저 곳은 험한 산지이면서 매복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저 험한 길은 말들이 쉽게 달릴 수 없는 환경입니다. 저 불열말갈 놈들은 이 지형에 익숙하기에 빨리 퇴각을 할 수 있는 것이며 저희가 추격을 해도 점차 격차가 벌어질 것입니다. 가한!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나는 우리 흑수말갈의 기마술을 더 믿는다. 그러니 깊숙이만 들어가지만 않으면 돼! 계속 추격한다!”
“가한……!”
“추격하지 않을 거면 자네는 여기 남아 있게!”
두종은 예선정기의 고집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하아… 아닙니다. 같이 추격하겠습니다.”
“하하하하! 그래야지! 그래야 내 심복이자 내 책사답지!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이야! 패배를 하게 되면 결코 자네에게 책임은 지우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자… 그럼 계속 추격한다! 모두 빠르게 불열말갈 놈들을 추격한다!”
“예! 가한……!”
두두두두두두!
그렇게 예선정기는 두종의 충고를 무시하고 불열말갈 천마석의 추격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