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불열말갈의 책사들! 흑수말갈을 막을 계책을 고하다
동현이 그렇게 사훈의 말을 받아들였을 때쯤… 장손성의 수하는 장손성이 있는 장안으로 가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런 방법으로 호위무사를 늘리고 있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장군.”
“역시 머리가 좋아. 그 녀석… 대단하구만.”
“가서 주의를 좀 줄까요……?”
“아니. 내가 말한 것을 어긴 것도 아니고 황제 폐하의 황명을 어긴 것도 아니니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예전에도 말씀하셨다시피 그 상단은 장군께서 경계를 해야 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래. 분명 그랬지.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 하지만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그 녀석이 이 나라의 법과 내 말, 그리고 황명을 어기지 않는 한 그 녀석을 제재 할 방법은 없다. 그저 경계만 계속 할 뿐이지. 그리고…….”
“……?”
“그 녀석으로 인해 우리가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거든.”
장손성의 말에 수하가 궁금해 하며 묻는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알아온 그 녀석의 상행 방법이 참으로 기가 막히지 않느냐? 이 수나라에서 비누와 두부의 거래는 나와 왕빈 대인 외에 안 된다고 하니까 그것들을 타국 땅에 가지고 가서 그곳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생산하거나 만들어서 거래할 생각을 하는 것이잖아.”
“자기 상단에 이문을 취하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겠죠.”
“맞아. 상단의 이문을 위해 허도의 특성을 기가 막히게 이용하고 있지. 허도에 있는 상단들을 통해 소문을 냈고 변방에 까지 자신의 상단이 이런 상단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어. 거기에 다른 품목들을 이 수나라 각지의 분점을 활용하여 큰 이문을 취하고 있고 말이야.”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저희에게 큰 이득이라는 건지…….”
“잘 생각해 봐라. 우리는 지금 비누와 두부를 거래하고 있다. 이것들에 대해 우리 가문사람들은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어. 더불어 이것에 관심을 가져서 다른 귀족들이 원하고 있지. 그래서 우리는 그 비누와 두부를 귀족들에게 비싸게 팔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득을 취했지. 너도 알지 않느냐……?”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단이 더더욱 커지고 잘 되고 있어. 그럼 우리 가문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장손성의 말에 수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대답한다.
“으음… 상단이 커짐에 따라 이문도 커질테고 상단이 커짐에 따라 저희가 계약한 두부와 비누에 대한 양도 더 많아 지겠죠. 저희도 그것을 귀족들에 팔아 더 많은 이문을 취할 수 있을 것이고 말입니다.”
“잘 아는군. 그런데 그것 외에 우리가 더 큰 이문을 취할 수 있다면?”
“예? 여기서 더 큰 거요……?”
“잘 생각해 봐. 이 녀석이 지금 두부와 비누 말고도 여러 지역에 분점을 열어서 다른 품목으로도 이문을 극대화 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잖아.”
“아… 혹시 그 품목들에 대한 계약도 맺으시려는 겁니까?”
“그래. 맞다! 단 지금은 때가 아니지. 이 녀석의 상단이 얼마나 성장하는지 보고 판단을 해야 해. 중간에 갑자기 가라앉을 수 있으니 좀 더 지켜보고 계속 규모가 커지고 성장한다면 나는 그 품목들에 대해서도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 이문들로 우리 가문을 더욱 더 성장시켜야겠지.”
“으음… 감시도 하면서 같이 이문도 취하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아. 그러니 감시만 하고 놓아두라는 거야. 단 그 녀석이 나라의 법을 어기거나 내 명령, 또는 황명을 어겼을 때는 나에게 즉각 보고를 하도록 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장군……!”
장손성의 명령을 받은 수하는 그렇게 방을 나간다.
장손성은 수하가 나가자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그래… 이대로만 더 성장해라. 그럼 나는 네가 나에게 판 것을 귀족들에게 비싸게 팔아 그 재물로 우리 가문을 더욱 크게 성장시킬 것이다. 그렇게 성장시켜서 다른 가문들이 우리를 결코 넘보지 못하게 할 것이야.’
장손성은 현재 수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장군 반열에 있었지만 그는 이것에 더 만족하지 않았다.
우복야인 양소와 같은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더 높이 올라갈 욕심이 있는 장손성.
하지만 현재 우복야 양소처럼 황제에게 총애를 받는 것은 무리였다.
양소의 경우 황제의 총애를 바탕으로 그에게 많은 재물과 땅, 노비 등을 하사 받았는데 양소는 그런 재물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문을 더욱 더 크게 키워가고 있었다.
장손성은 이 모습을 보며 역시 가문이 크려면 재물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 재물을 어떻게 벌까 고민했다.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땅이나 노비, 재물 등을 하사 받는 것은 양소보다도 훨씬 못하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그러던 중 동현이 자신의 바로 앞에 등장한 것이었다.
장손성은 동현이 만든 비누와 두부를 보고는 분명 이것은 큰 재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동현과 계약을 맺은 후 그 비누와 두부를 귀족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 큰 이문을 남겼다.
그렇게 생긴 막대한 재물로 노비를 사들여서 가문의 사병들을 양성하기 시작을 했고 재물을 수나라 조정의 인사들에게 약간의 뇌물을 줌으로 인해서 자신의 사람으로 매수하여 수나라 황실과 조정을 빠르게 파악하려 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세력을 키워나가는 장손성.
그런데 그 때 수하가 와서 동현의 이야기를 전하자 장손성은 더 많은 재물을 벌어들여 가문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뭐… 고구려인이긴 해도 사고만 안치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놈이니 굳이 죽일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이 녀석이 내 수중에서 없어진다고 해도 이제는 땅도 많고 노비들도 많기에 내가 충분히 자급자족해서 장사를 통해 재물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그렇게 내 수중에 있는 것을 없애가며 그럴 필요는 없으니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철저히 이용을 해주어야겠군. 그와 동시에 그 녀석을 감시하는 수도 배로 늘려야겠어.’
장손성은 눈빛을 빛내며 자신의 가문을 어떻게 하면 더욱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
* * *
한편, 그 시기 고구려에서는 흑수말갈이 불열말갈을 치기 위해 7만의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가고 있었다.
불열말갈의 왕이자 고구려의 번국이 된 천석우는 그런 움직임을 보고 고구려에 원군을 청했고 영양 태왕의 승인이 떨어지자 강이식 대장군은 대중상에게 군사 3만을 떼어주면서 빠르게 불열말갈로 향하라고 명령했다.
“마석아. 지금 흑수말갈의 움직임이 어떠냐……?”
“예. 전하. 현재 저희가 있는 본거지에서 약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영채를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흐음… 그렇다면 오늘은 쳐들어오지 않고 푹 쉰 후 내일 다시 행군하여 우리를 칠 모양이로군.”
“소자도 그렇게 보입니다. 전하.”
“그래도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흑수말갈 놈들은 우리보다도 더한 기습의 달인들이니까 말이야. 내가 말한 요충지를 절대로 벗어나지 않고 굳게 지키도록 해라. 그러면 고구려의 원군이 올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오히려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예. 전하. 이미 그렇게 명령을 내려놓았습니다.”
“잘했다. 아 참… 옛 호실말갈의 영토였던 곳에도 흑수말갈 놈들이 쳐들어갔다며……?”
“그렇습니다. 전하.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옛 호실말갈의 영토를 쳐 자신들의 영토로 만들려는 것보다 그 곳에 있는 이석 장군의 발을 묶어두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으음… 우리와 가까운 곳이니 지원을 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겠지. 그곳에는 군사가 얼마나 갔나……?”
“예. 소자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3만이라 합니다.”
천석우는 천마석에게 말을 듣고는 매우 놀란다.
“허어… 합해서 그럼 10만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냐? 흑수말갈의 국력이 이 정도였던가……?”
“수나라와 가장 밀접했던 흑수말갈입니다. 그러니 그만한 병력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흐음… 하긴 그것도 그렇구나. 아무튼 그곳의 발을 묶어두고 우리 본거지를 쳐서 점령 하겠다는 건데…….”
“그렇습니다. 저희는 요충지를 지키면서 고구려 요동성에서 구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고… 그들은 고구려의 원군이 오기 전에 저희 본토를 점령하기를 원할 겁니다. 아마 적어도 이틀 후에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리라 예상됩니다.”
“그래. 내 생각도 그렇다. 아… 참!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 군사였던 호천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전하께서는 호천이가 어디 갔는지 아십니까……?”
천석우는 천마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호천은 내 군사인 호운과 함께 이번 흑수말갈의 침입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막을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작전을 짜고 있다.”
“그랬군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바삐 움직였던 것이었습니다. 한 동안 호천이가 저를 보러오지 않기에 의아했었습니다.”
“내가 미리 알려줄 걸 그랬구나. 둘이 같이 머리를 맞댄 지 꽤 되었다.”
“음… 좋은 계책이 나올까요……?”
“둘은 우리 불열말갈의 책사들이다. 분명 좋은 수가 나올 것이야.”
천석우와 천마석은 호운과 호천이 좋은 계책을 내주기만을 기다리는 그 때.
“전하! 군사와 부군사께서 오셨습니다……!”
“오! 그래! 들어오게 하라!”
“예!”
천석우와 천마석이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 때 호운과 호천이 왔다는 소리가 들리자 천석우는 둘을 급히 막사 안으로 들인다.
“그래. 무슨 좋은 계책이라도 생각해냈는가?”
“예. 전하. 계책을 하나 생각해 냈사온데…….”
“오! 그래? 얼른 말해보거라!”
“다만 이 계책을 시행하려면 담력이 큰 장수가 군을 이끌어야 합니다.”
“그래? 일단 어떤 계책인지 한 번 들려줘 보거라. 내가 일단 계책을 들어보고 판단하마.”
“예. 전하. 이 계책은…….”
호운은 동생 호천과 세운 계책을 천석우와 천마석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일단 흑수말갈이 저희 불열말갈의 영토로 완전히 들어오기 위해서는 두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나도 아네. 한 곳은 매우 험한 길이고… 한곳은 매우 평탄하고 넓은 길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것과 더불어서 험한 길은 저희 본토로 들어오기에 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는 길인 반면 넓은 길은 저희 본토로 들어오는데 험한 길보다 하루에서 이틀이 더 소요되는 길이죠.”
“그렇지. 그래서 험한 길로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빠르면 이틀 정도 뒤에 우리 영토로 들어올 테니 그것에 맞추어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전하. 하지만 전하. 흑수말갈 놈들은 험한 길이 아닌 평탄한 길로 올 가능성도 배제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현재 흑수말갈이 거느리고 온 군사 7만중 5만이 기병이며 1만은 궁병, 1만은 창병이나 검병이라 합니다.”
“…….”
“기병이 5만이나 되니 기병으로 하여금 평탄한 길로 신속하게 기동하여 우리 본토로 들어올 수도 있지요. 그것 말고도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면…….”
“음?”
“5만은 평탄한 길로 보내고 2만은 험한 길로 보내는 것입니다. 두 갈래 길을 나누는 것이죠.”
“그럼 우리도 현재 정예군 5만을 둘로 나누어야 된다는 소리인가……?”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헌데 그렇게 하면 둘 중 하나가 뚫릴 경우 우리 불열말갈로서는 저들의 병력을 막기가 힘들어집니다.”
호운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하다가 저들의 병력을 험한 길로 유도를 하자는데 제 동생인 호천과 뜻을 모았습니다.”
“모든 병력이 험한 길로 오도록 한다……?”
“그렇습니다. 전하. 하지만 그것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담력이 큰 장수가 나서야 합니다.”
호운의 말에 천마석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