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동현, 본격적인 산적 토벌에 나서다
장손성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동현이 보낸 전령을 방으로 불러 만난다.
그리고는 조회 때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준다.
“으음… 알겠습니다. 제 주인어른께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지금 빨리 말을 몰아서 가는 것이 좋을 것이야. 칙사가 곧 출발할 테니 말이야.”
“예. 장군.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도 꼭 전하게.”
“……?”
“포로들은 어디까지나 허도의 군사들을 포함해서 2만 명까지 늘리는 선에서 허용을 해준 것이야. 이 말은… 포로들을 상단의 사람들로 받아들여 호위무사들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지.”
“…….”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였느냐?”
“예. 장군. 사사로이 사병의 힘을 크게 키우지 말라는 뜻이 아니십니까?”
“눈치가 빨라서 좋군. 그만하면 됐다. 이 말을 확실하게 전하도록 해.”
“예. 장군. 그럼 바로 가보겠습니다!”
동현의 전령은 장손성 장군에게 군례를 올려 인사를 한 후 바로 말을 몰아 허도로 향했다.
전령이 나가자 장손성은 자신의 심복 수하를 부른다.
“부르셨습니까? 장군.”
“그래. 네가 해야 할 일이 좀 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지금 허도에 가서 동현 상단을 찾아 감시하고 나에게 보고를 하도록 해라.”
“저번에 말씀하셨던 그 사람 말입니까?”
“그래. 너도 한 번 보았을 것이다. 네가 보기에도 정말 총명해 보인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장군.”
“그 아이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피되 상단 전체를 한 번 잘 살펴봐. 특히 그 아이가 포로들을 받아서 호위무사로 키우는지를 잘 보도록 해. 알겠나?”
“예. 장군.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냥 포로들을 받아들여서 짐이나 나르는 잡부로 부린다면 나에게 따로 보고를 할 건 없다. 하지만 호위무사로 키우는 기미가 보인다면 나에게 바로 보고를 하도록!”
“예! 장군!”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해.”
장손성의 말에 명령을 받은 수하는 군례를 올리고는 방을 나간다. 장손성은 수하가 방을 나가자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내가 과민 반응하는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 아이는 범상치 않은데다가 고구려의 사람이니 말이야. 후에 전쟁을 하게 되면 고구려인이라는 신분하나만으로 우리 수나라 사람에게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녀석이 큰 죄를 짓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그 사이 무슨 허튼 짓을 하지 않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손성은 동현을 잘 대해주면서도 경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가 수나라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의 수하로 받아들이거나 감시하는 것도 필요 없이 그를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고구려 사람.
현재 황제가 고구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기에 더욱 더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없는 장손성이었다.
거기다 자신은 고구려 사람과 거래를 하고 있는 만큼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경우 자신에게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장손성은 앞으로 동현을 더더욱 주시를 해야만 했다.
장손성이 그렇게 동현에 대한 감시를 결정하였을 무렵… 동현은 허도의 관청 안으로 들어가 조용 태수의 딸의 상태를 보고 있었다.
딸이 동현의 수술과 함께 빠르게 회복이 되기 시작하자 조용 태수는 동현의 손까지 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고맙네. 자네는 정말 신의야.”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 저 덩어리가 더 컸다면 더 이상 제가 손을 쓰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렇다하더라도 저 병을 고친 사람은 자네가 유일하지 않은가? 그것만 봐도 자네는 신의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자네가 이렇게 내 딸을 치료해주었으니 나도 보답을 해주어야지! 그래. 원하는 것이 있는가?”
조용 태수의 말에 동현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고 결심한 듯 조용 태수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태수님. 제가 본디 하고 있는 일은 상인입니다. 의술은 과거 제 아버님께 배웠던 것이고 말입니다.”
“오! 그랬는가? 자네가 상인이라면… 이 허도에서 상권을 자네가 독점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것인가?”
“그건 아닙니다. 사실 그 일보다 더 급한 일이 있습니다.”
“급한 일?”
“예. 일단 태수님. 제 말을 듣고 절대로 화를 내지 말아주십시오.”
“으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네가 그렇게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네가 내 딸에 해준 것이 있으니 나에게 조금은 불리한 것이 생겨도 절대로 화를 내지 않겠네. 그러니 얼른 말해보게. 답답하구만.”
동현은 조용 태수의 말에 잠시 한숨을 크게 쉬고는 자신이 산적을 토벌했고.
그 포로들을 호위무사나 군사들로 받아들여서 본격적인 산적들의 소탕에 나섰으며.
산적들을 청소한 뒤 이 허도를 마음 놓고 상인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허도가 수나라 제국에서 천대를 받고 있으니 상권을 활성화하여 다시 한 번 허도를 과거처럼 상인들이 드나드는 활기찬 곳으로 만들고자 허도의 상인들과도 다 같이 손을 잡고 다른 지역의 상인들이 허도에 들를 수 있도록 소문까지 냈으며 이 일을 조정에 고했다고까지 말을 했다.
그 말을 듣자 조용 태수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조정에 상주까지 했다고?”
“예. 조정에 고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포로들을 조정의 허락 없이 받아들인다면 분명 수도에서는 우리 허도 사람들이 과거 조조처럼 반역을 일으키려는 행동으로 인식을 하고 공격을 할 우려가 있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상주를 했습니다.”
동현이 말에 조용 태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후우… 그래. 내가 한 동안 딸 때문에 이 허도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어.”
“그 이야기도 그래서 넣어서 상주를 했습니다. 그러니 선처를 해주실 겁니다.”
“고맙네.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니… 그럼 곧 칙사가 올 가능성이 크겠군.”
“예. 그 전에 제가 보낸 전령이 먼저 도착하고 난 뒤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고 바로 준비를 하면 될 듯 합니다.”
“으음… 알았네.”
“그리고 태수님. 이제 따님의 병세는 잡히기 시작했으니 이제 이 허도에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태수님께서 수수방관 하신 관계로 이 허도에서 관리들이 백성들을 착취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그런 관리들을 모조리 척결하고 제대로 다스리셔야 합니다.”
“자네의 조언을 깊이 새겨듣겠네. 그리고 고마우이.”
“따님은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치료만 잘 받고 약을 잘 먹으면 예전의 몸으로 돌아올테니 말입니다. 제가 매일 아침에 약도 확인하고 따님을 위해 침을 놓을 것이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허도의 백성들을 살피십시오.”
동현의 말에 조용 태수는 다시 한 번 동현의 손을 잡고 흔들며 고마워한다.
그렇게 동현은 조용 태수와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주막으로 돌아오는데 그 때 조송이 동현에게 다가와 말한다.
“대인어른. 이 허도에 드디어 집을 구했습니다.”
“그래? 잘 되었군. 어딘가?”
“예. 이 주막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맞은 편 족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지금 바로 이동 준비를 하도록 하지.”
“예. 대인어른.”
동현은 그렇게 허도에 구한 집으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원들이 워낙 많고 집을 구했다는 소식을 전한 시간이 늦은 오후라 다음 날 아침 일찍 모두 짐을 옮기고 이사를 하기로 하고 주막에서 잠을 청하기로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동현의 수하들은 짐을 허도에서 구해놓은 집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동현은 아침에 조용 태수의 딸을 진료하기 위해 관청으로 향하려는데 장안으로 보냈던 전령이 당도한다.
“주인어른!”
“오! 그래? 잘 다녀왔는가?”
“예. 대인어른.”
“그래. 어떻게 되었는가?
”그게…“
전령은 장안에서 장손성이 말하던 것을 그대로 동현에게 전한다.
동현은 전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다. 수고했어. 우리가 지금 집을 구해서 이사 중이야. 이사가 끝나면 푹 쉬도록 해.”
“예. 주인어른. 그럼…….”
전령이 물러나자 동현은 근처에 있던 근혁을 부른다.
“근혁아.”
“예. 형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내가 지금 관청에 다녀와야 해서 말이야. 이사를 너에게 맡겨야겠다.”
“염려 마십시오. 형님.”
“그리고 내가 도착할 때쯤 되면 모든 장수들을 불러 모으도록 해. 내가 급히 할 말이 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동현은 그렇게 근혁에게 부탁을 하고는 관청으로 향했다.
동현은 관청에 들어가서 딸에 대한 진료를 보고는 태수를 만났다.
그리고 전령이 와서 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래? 현재 있는 1만의 군사에 1만을 더 징집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
“예. 이번에 산적들을 포로로 잡고 쓸만한 자들은 군사로 받아들여 훈련을 시키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그 군사들로 남은 산적들도 모조리 청소를 하라고 했답니다.”
“흐음… 그렇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군. 훈련을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상단들이 힘을 합친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태수님께서 기존에 정예병 5천의 군사를 얹어주시면 재가 상단 호위무사들과 함께 허도의 산적들을 모조리 소탕하고 다니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예. 다만 5천의 군사는 정규군이니 만큼 군을 이끄는 장수가 군을 이끌게 하여 저희와 함께 토벌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저희는 일개 상인이 정규군을 이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니 말입니다.”
“그야 물론이지. 마침 내 수하 중에 한 명 믿을만한 장수가 있네. 그간 나 때문에 혼자 치안을 맡아왔었지. 자네가 내 딸을 치료하고 주변을 살폈는데 그 사람만이 제 본분을 다하고 있더군. 그 사람한테 자네와 함께 산적 토벌을 하라고 맡기면 될 거야. 지금 바로 부르지.”
조용 태수는 바로 자신의 방문 앞을 지키는 군사를 부른다.
“밖에 있느냐?!”
“예! 태수님!”
“지금 당장 가동 장군을 불러라.”
“예! 태수님!”
조용 태수의 명령에 한 군사가 빠르게 가동이라는 사람을 부르러 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태수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최근에 우리 허도 주변에 산적들이 많아서 상단들이 힘을 모아서 산적들을 토벌하고 있는 실정이네. 모두 내가 딸 때문에 이 허도를 보살피지 않은 탓이야. 하아… 내 실책일세.”
“아닙니다. 하나 뿐인 따님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아무튼… 내가 할 말은 여기 이 사람이 허도에서 제일 큰 상단을 거느리는 사람인데 이 사람을 중심으로 산적 토벌에 나서고 있다고 하니 자네가 좀 도와주었으면 해서 말이야.”
“물론입니다. 도와주겠습니다. 백성들을 위한 일인데요.”
“그래. 고맙네. 그럼 수고해주게.”
“예. 태수님. 그런데…….”
“……?”
“그 5천의 군사들에 대한 기강을 다시 한 번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가동의 말에 조용이 궁금해 하며 묻는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다름이 아니라 근래 제 직속 수하들만 제외하고 정예군들이 활동을 오랫동안 안 하다 보니 기강이 헤이해졌습니다. 근무 시간에 늦는 것은 물론이고 술을 마시고 근무를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 기강을 이번 산적 토벌을 가기 전에 바로 잡아놓으려고 합니다. 하루에서 이틀만 주시면 바로 잡아놓고 출전을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하게. 동현이 자네도 그 정도 시간은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태수님.”
“좋아. 자네 뜻대로 하게.”
“예! 태수님! 그럼 내일이나 이틀 뒤에 제가 다시 찾아와서 보고를 드리고 출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여기 있는 김동현이라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누게. 상인이면서 의원일세. 내 딸의 병을 고쳐주었지. 이제 둘이 같이 산적을 토벌해야 하니 한 동안 같이 다녀야 할 것이야.”
“예. 태수님. 만나서 반갑네. 가동이라고 하고 현재 비장군의 직책에 있지.”
“태수님께서 장군님을 칭찬하셨습니다. 그런 분을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별 말을… 아무튼 잘 해 보세. 산적은 반드시 소탕해야 해. 나도 예전의 허도 모습이 그리워서 말이야.”
그렇게 동현은 조용 태수의 명에 의해 가동 장군과 함께 허도 주변의 산적 토벌에 나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