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동현, 허도 태수 조용을 만나다
사훈은 동현이 있는 방을 나와 어디론가로 향한다.
잠시 후.
“대행수님 오셨습니까?”
“그래. 모든 준비는 되었는가?”
“예. 대행수.”
“좋아. 이제 이 허도에 소문만 퍼뜨리면 된다. 우리 상단의 이름과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누와 두부에 대한 소문을 크게 퍼뜨리는 것 말이다.”
“알겠습니다. 대행수님. 맡겨 주십시오. 저희가 그런 것은 전문입니다.”
“그래. 부탁한다. 이 일에 대한 대인어른의 기대가 크다. 일이 잘 풀리면 너희들에게 포상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마.”
“감사합니다! 대행수님! 자! 모두 가자!”
“예!”
사훈은 동현에게 허락을 받아 허도를 중심으로 하여 상단을 발전시키고 큰 이문을 남길 계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자… 그럼 나도 이 도성 안으로 한 번 돌아다녀 볼까? 허도에 인재가 있는지 살펴보아야겠어. 대인어른께서 인재에 목말라 하시니 말이야.’
사훈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 한 후 주막을 나와 저잣거리로 향했다.
그 무렵 동현은 또 다른 수하에게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래. 사훈이 지시를 한 대로 받아온 것이라고?”
“예. 대인어른. 여기 사훈 대행수가 가져다 준 서찰입니다.”
동현은 한 호위무사에게서 사훈의 서찰을 받아 읽어본다.
“흐음… 태수는 자신에게 해가 없으면 어떤 세력이 들어오더라도 건드리지 않는다?”
“예. 자신 본인과 함께 백성들에게 해가 없으면 어떤 것을 해도 다 허용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렇군. 헌데… 딸이 아프다고?”
“예. 이 허도에 있는 용한 의원들이 병을 다 고치려 했으나… 전부 실패를 하였다고 합니다.”
“증상은?”
“죄송합니다. 거기까지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흐음… 그래. 알았다. 그밖에 더 이야기 할 것은?”
“현재 태수는 딸이 아픔으로 인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으며 딸의 병을 고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행수가 말하기를 딸의 병을 고쳐주기만 하면 일이 쉽게 풀릴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아주 좋은 정보다. 수고했다. 이만 나가 보거라. 나가면서 근혁이 좀 불러다주고!”
“예! 대인어른!”
보고를 받은 수하는 동현에게 군례를 올린 후 방을 나간다. 잠시 후…….
“형님 찾으셨습니까?”
“그래. 거기 앉아서 이걸 읽어 보거라.”
근혁은 동현이 내민 서찰을 받아 읽어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딸의 병만 고쳐주면 우리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형님.”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오늘 태수가 있는 관청에 직접 가보려 한다.”
“으음… 형님. 돌석비를 꼭 데리고 가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돌석비는 내 일을 도와주는 시종처럼 보이도록 하면서 나를 보좌토록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형님. 매사에 항상 조심하십시오. 이곳은 수나라 땅입니다.”
“하하하. 그래. 내가 하던 말을 이제 내가 하는구나. 내가 잠시 없을 동안 상단을 부탁한다.”
“예. 형님.”
동현은 그렇게 근혁에게 말을 전하고는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도구들을 챙겼다.
그리고는 돌석비와 함께 말을 타고 태수가 있는 관청으로 향한다.
관청 입구에 이르자 입구를 지키는 군사가 동현을 세운다.
“누구시오? 무슨 일로 오시었소?”
“조용 태수님의 따님께서 아프시다는 소식을 듣고 치료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가씨를 치료하러?”
“그렇습니다.”
“아가씨께서 아프신 이후로 태수님이 용한 의원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시지 않으셨는가? 그 소문을 듣고 온 모양이야. 안에 고하는 것이 좋겠어.”
“흐음… 알겠네. 잠시만 기다리시오. 허락을 받고 들이겠소.”
“예. 이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한 군사가 잠시 태수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관청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허락을 맡았으니 들어가시오.”
“감사합니다. 여기 옆은 제 시종이니 데리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리하시오.”
동현은 그렇게 돌석비와 함께 관청 안으로 들어간다.
관청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개의 방문이 보이는데 그 방 앞에 또 군사들이 있었다.
동현이 들어오자 군사가 다가와 말한다.
“태수님께서는 안에 계신다. 말씀 드릴 테니 들어가 보거라.”
“예.”
“태수님! 의원이 왔습니다!”
“오! 그래! 들이거라!”
동현은 그렇게 태수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동현이 방 안으로 들어가니 딸로 보이는 한 여자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누워있었다.
“소인 허도에서 떠돌다가 태수님의 따님께서 아프시다는 소식을 듣고 치료 차 왔습니다.”
“잘 왔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예.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김동현이라… 그래. 이름은 들었으니 되었다. 그나저나 내 딸의 병을 고치겠다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 허도에 있는 의원과 외곽에 사는 의원들까지 백방으로 수소문 했으나 전부 다 내 딸의 병을 고치지 못했다. 만약 네가 고쳐낸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마.”
“감사합니다. 태수님. 그럼 먼저 진맥을 해보아도 되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고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게.”
태수가 잠시 옆으로 비켜주자 동현이 여자의 손목을 잡고 손가락으로 맥을 짚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특기인 의술을 활용해 여자의 몸 상태를 살피는데…….
‘이런… 이건 위암이다. 크기가 꽤 큰 것 같아. 현대 의학으로 보았을 때 크기는 3기 정도 되어 보이는데… 이 시대의 말로 반위라고 하던가?’
“어떤가? 의원. 치료할 수 있겠는가?”
“흐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치료는 할 수 있으나…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치… 치료를 할 수 있다?”
“예. 의원들이 혹시 말하지 않습니까? 이 병이 반위라고 말입니다.”
“그… 그래. 분명 그리 말했지. 그런데 너무 늦었다고 했어.”
“늦긴 늦었습니다만 아직 치료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장담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5할은 나을 수 있고… 5할은 나을 수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시도는…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든 치료라도 해주게! 이렇게 부탁하네!”
조용 태수가 동현의 손을 잡고 간절히 부탁하자 동현은 그 모습에 마음 아파한다.
‘현대였다면 이것은 수술을 간단히 하며 끝냈겠지. 잠깐? 수술? 그래. 위를 열어서 수술하는 방법이 있잖아? 명의 화타도 그런 방법을 썼었는데… 그래. 그 기록들을 참고 해서 수술을 해야겠어. 지금 내 특기 의술로 인해 모든 의학적 지식이 다 들어와 있다. 충분히 가능해.’
동현은 그렇개 생각을 정리한 후 말한다.
“태수님.”
“그래. 치료해 줄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치료를 해보겠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치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말만 하게! 내가 어떻게든 구해다 주겠네.”
“저…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뭔가? 말해보게!”
“사실… 따님을 빠르게 치료할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뭐라?! 그… 그것이 무엇인가?”
“하지만 태수님께서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대체 어떤 치료 방법이길래?”
“따님의 몸에 칼을 대는 방법입니다.”
“……!”
“저는 예전에 저 중원의 화타처럼 외과술도 같이 습득을 한 사람입니다. 외과술이라면… 충분히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수술이라고 하지요.”
“…….”
동현의 말에 조용 태수는 한 동안 말이 없다.
그런 태수를 대답할 때까지 동현이 기다려주는데 한 동안 말이 없던 태수가 어렵게 말을 꺼낸다.
“두 가지 방법 중… 가장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두 번째 방법인가?”
“그렇습니다.”
“치료가 될 수 있는 것이 확실한 건가?”
“확실합니다. 제가 진맥을 해보니 따님의 위쪽만 큰 반위가 있을 뿐 다른 곳에는 덩어리가 번진 것이 확인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반위라는 암은 다른 곳에 전이될 수도 있는 것인데 진맥을 해볼 때 확인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위의 덩어리만 칼을 대어 자르고 위를 씻은 후 다시 꿰매면 반드시 살 수 있습니다.”
“…….”
“암이란 것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커지기 때문에 빨리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딸의 몸에 칼을 대는 일이라 망설여지네…….”
“태수님. 따님의 목숨이 먼저 아니십니까? 따님을 살리셔야지요.”
“그건 그렇네만… 그렇게 되면 치료를 하더라도 몸에 큰 흉이 남게 될 것이 아닌가? 남자라면 모르나 여자가 그렇게 치료를 받는다니… 나중에 회복이 되더라도 그 아이가 그 수술 흉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두려워져서 그러네.”
동현은 태수의 말에 단호하게 대답한다.
“제가 수술을 마치고 깨어나면 지속적으로 따님의 몸 상태를 살피겠습니다. 저도 한 동안 이 허도에 머물 것이니 말입니다. 나중에 흉터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제가 잘 타이르도록 하겠습니다.”
“…….”
“태수님!”
“미안하네. 하루만… 단 하루만 시간을 주게! 내일 아침에 사람을 보내지. 허도의 제일 큰 주막에서 머무르지?”
“그렇습니다. 태수님.”
“내일 아침이 되면 내가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네. 사람을 보낼 테니 그 때 같이 이 관청으로 들어오도록 하게.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고.”
“예. 태수님. 좋은 결정을 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동현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관청을 나온다.
관청을 나오고 주막으로 향하는데 돌석비가 옆에서 묻는다.
“대인어른.”
“응?”
“정말… 그런 의술을 익히셨습니까?”
“그래. 내가 직접 한 것이 아니지만 그런 의술을 펼쳤던 분을 보고 배우기는 했다. 물론 그 의술에 대한 연습은 동물로 대신했지만 말이야.”
“그랬군요.”
동현은 돌석비에게 적당히 둘러대며 설명을 했고 같이 주막으로 돌아갔다.
주막으로 돌아오자 근혁이 동현에게 소식을 물었고 동현은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형님.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아냐. 확실히 배웠기에 할 수 있다. 돼지로 연습을 한 적이 있었는데 돼지의 위와 사람의 위는 비슷하기에 어렵지 않은 수술이야. 물론 자세한 건 배를 갈라 열어봐야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전 걱정되는군요. 그래도 짐승과 사람이 몸은 다른 법인데…….”
“물론 그렇지. 하지만 과거 아버지의 지인 분을 통해 같이 자주 해보았으니 그걸 믿고 할 뿐이다. 그리고 이제 태수에게 말을 해놓았으니 발을 뺄 수도 없어.”
“…….”
“그 걱정은 하지 마라. 태수가 허락만 하면 잘 치료해 줄 수 있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형님. 그런데 형님.”
“응?”
“대체 그런 의술은 언제 배우셨습니까? 과거 대인어른께서 살아계실 때 저는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동현은 근혁을 보며 또 다시 빠르게 둘러댄다.
“너 예전에 내가 아버지와 나만 둘이서 어디론가 자주 나가서 늦게 들어온 날이 많았던 거… 기억하지?”
“그걸 어찌 잊겠습니까?”
“내가 당시 밖으로 돌아다니고 아버지와 친한 분들 집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버지께서 만난 의원 중 명의가 한 분이 계셨다.”
“예.”
“지금은 고인이 되셨는데 그 분의 의술은 정말 대단했지. 우연히 그분께서 실제 환자 분의 배를 열어서 치료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내가 다른 어린 아이들과 달리 거부감 없이 신기해하며 쳐다보자 웃으면서 나에게 사람 몸속에 어떤 장기가 있는지 설명을 해주셨지.”
“…….”
“아버지께서는 그런 나를 말리려고 했지만 내가 워낙 호기심이 많으니 쉽게 말리지 못하셨다. 그 때 난 의술에 관심을 가졌고 그 분께 틈틈이 의술을 배웠던 거야.”
“그랬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마님께 와서는 밖에서 놀다 들어왔다고 둘러댄 것입니까?”
“맞아. 실제로 아버지와 함께 사냥도 하고 했으니 거짓말은 아니니까… 다만 너무 늦어서 어머니께 같이 혼이 났었지.”
동현의 말에 근혁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겠지. 아버지와 난 당시 안에만 있는 건 답답해했으니 말이야. 아무튼 이제 그 걱정은 하지 말거라. 근혁아. 난 오늘 좀 푹 쉬어두어야겠다. 내일 만약 수술을 하라고 하면 꽤 오랜 시간 수술을 해야 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형님. 쉬십시오.”
근혁은 그렇게 동현의 방을 나간다.
동현은 근혁이 방을 나가자 내일을 위해 수술 도구들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