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동현, 중원에서의 본격적인 상행을 시작하다
천석한은 한숨을 크게 쉬며 천설유가 있는 집으로 향한다.
천설유가 있는 집에 도착하니 마당에 천설유와 혼자 무예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 숙부 오셨습니까?”
“그래. 오늘도 무예 수련을 하느냐?”
“예. 숙부.”
“잠시 할 이야기가 있는데… 무예 수련이 끝나면 안에서 이야기 좀 하자꾸나.”
“지금 다 끝났습니다. 꽤 오래 전에 시작을 했으니까요. 금방 몸만 씻고 들어갈 테니 먼저 방에 들어가 계십시오.”
“그래. 알겠다.”
천설유는 무예 수련으로 인한 땀을 씻기 위해 급히 목욕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숙부님.”
“아니야.”
“헌데… 갑자기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오늘 오전에 내가 한 말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불열말갈에게 흑수말갈이 쳐들어 올 것 같다는 말 말이다.”
“그렇습니다. 숙부님께서 제가 서찰까지 보여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래서 이 일에 대해 태왕 폐하께 고하고 오는 길에 들렀다.”
“그랬군요. 그런데… 또 하실 말씀이…….”
“그래. 이건 아주 중요한 말이다.”
“……?”
“너… 앞으로 행동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나라의 대모달인 을지문덕이 네 행동 하나하나를 눈 여겨 보고 있어. 최근에 네가 행한 행동들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천석한의 말에 천설유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을 본 천석한이 말을 계속 이어간다.
“그러길래 내가 뭐라고 했느냐?! 행동과 말을 하는데 있어서 매사에 조심하라고 했잖느냐?! 왜 그런 행동들을 해서 눈에 띄어?”
“하지만 숙부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속이 답답해 미칠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합니까?”
“이것아! 이 고구려는 우리에게 상국이다! 네가 싫든 좋든 간에 그건 인정해야 해!”
“그렇다고 언제까지 계속 이런 볼모 생활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울분을 풀기 위해 시전에 나가 고구려 사람들을 때리고! 술을 먹고 싸우는 것이 잘한 행동이야?!”
“…….”
“그건 우리 부족에 있었어도 크게 경을 치는 행동이야! 그리고 네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숙부님. 저는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습니다! 여길 벗어나야… 이 답답함과 동시에 제 속에 있는 울분을 쏟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무지 못 견디겠습니다!”
“하아… 잘 들어라. 설유야. 을지문덕 대모달의 말씀이 심상치 않았다. 너 계속 이러면… 네 목이 달아날 수 있어.”
천설유는 천석한이 말에 콧방귀를 뀐다.
“흥! 제 목을 베면 우리 불열말갈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줄 알고요!”
“이 멍청한…! 아직도 모르겠느냐?! 이 고구려와 우리 고구려의 국력 차이는 어마어마해졌다! 고구려는 지금 엄청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야! 여기서 네 목을 벤다고 해도 고구려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손해도 없단 말이다!”
“…….”
“그리고 네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되면 고구려는 분명 네 목을 베고 우리 불열말갈을 완전히 정복하고 그 영토를 병합하려 할 수도 있어!”
“……!”
“이제 좀 이해가 되느냐?!”
천석한의 말에 천설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그런 천설유를 보며 천석한이 말한다.
“네가 그 때 그렇게 행동하지만 않았어도… 오늘날 이와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아무튼 내가 할 말은 다 했다. 그러니 당분간 자중해. 알았느냐?!”
“예…….”
천석한의 말에 천설유는 힘없이 대답을 한다.
그런 천설유를 보며 천석한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채 한숨을 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불열말갈의 왕인 천석우에게 서찰을 썼다.
한편, 그 시기 동현은…….
“대인어른.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무슨 소리요? 김 대인이 이 업성을 떠난다는데 마땅히 나와야지.”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주 먼 길이 되겠소이다. 김 대인. 과거 이 중원의 옛 수도인 낙양과 현재 우리 수나라의 수도인 장안을 거쳐 익주의 성도와 형주의 양양, 강동의 건업까지 간다하니 말이오.”
“그렇습니다. 일단 그 큰 성들에 장손성 장군께서 모든 부탁을 들어주셨으니 우선적으로 그곳을 제가 직접 살펴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 업성에 돌아왔다가 고구려로 돌아가야지요.”
“조심하시오. 김 대인. 현재 황제 폐하의 치세라고는 하지만 이 좋은 시대에도 도적이 나옵니다. 몸을 잘 보중하기를 바라오.”
“예. 대인어른!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시오! 이 업성에 남은 김 대인의 상단은 내가 잘 챙기겠소.”
“그리 말씀해주시니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럼…….”
동현은 업성에 있는 자신의 집을 완전히 비우지 않았다.
업성의 집에는 단석한과 해론을 머물게 했고 호위무사 100명을 남겨두고는 자신은 나머지 인원들을 데리고 상행을 떠났다.
업성 집에 인원들을 남겨놓은 이유는 업성에서도 비누와 두부 말고도 다른 품목 가지고 장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동현이 첫 발을 들인 곳인 만큼 이곳을 중심으로 하여 여러 중원 전역에 자신의 분점을 퍼뜨릴 계획이었는데 이 일에 대한 시행을 해론에게 맡겼다.
‘해론. 내가 이곳을 떠나고 나면 일단 이 업성을 중심으로 하북 지역에 있는 다른 성들에 분점을 만들도록 해봐. 그 일을 너에게 맡긴다. 단석한은 해론을 잘 도와주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동현은 업성을 나오면서 해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그 모습을 옆에서 본 사훈이 묻는다.
“혹시… 업성에 있는 해론과 단석한에 대해 생각하십니까? 말씀하셨던 것 말입니다.”
“역시 사훈은 내 마음을 잘 아는군. 맞아. 그 둘이서 하북 지역의 다른 성들에 분점을 잘 만들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돼서 말이야.”
동현의 말에 사훈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해론 총관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소인이 대인어른의 밑에 들어오고 난 후 해론 총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알고 있는 것도 꽤 많고 준수했습니다.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을 하니 안심이 되는구만. 그래. 믿어야겠지. 그나저나 우리가 지금 가는 첫 번째 목적지가 허도라고 했던가?”
“예. 대인어른. 과거 위나라의 조조가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 헌제를 그곳에서 옹립했다는 곳입니다. 본래 허현이었는데 허도라고 고쳤다고 하죠.”
“그래. 나도 알고 있네. 헌데 내가 알기로 그 시대 이후로는 발전이 다른 곳에 비해 더디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조조가 후대에 들어와 크게 평가를 받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지금도 조조를 역적이라고 표현을 하면서 허도를 조조의 본거지라고 하며 홀대를 하고 있죠. 하지만 수 문제가 통일을 하고 난 이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는 합니다. 아무래도 허도가 입지조건에 매우 좋은 곳이며 물자가 발전한 것에 비해서 매우 풍부하니 말입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보기에 허도는 상행을 하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시 된다고 보네. 사방으로 뚫려 있어서 동서남북 어디로든 갈 수 있지.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대인어른.”
“그곳은 업성에 비해 어떨지 궁금하구만. 얼른 가지. 좀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발을 재촉하도록 하게.”
“예! 대인어른! 모두 속도를 높여라! 빠르게 이동한다!”
동현은 그렇게 상단을 이끌고 빠르게 허도로 이동했다.
그렇게 며칠 간 시간이 흐른 후.
“형님! 이제 하루만 더 가면 허도에 도착이라고 합니다.”
“그래? 잘 됐군. 아… 참! 호위무사들과 상단 사람들의 상태는?”
“예. 조금 피곤해 하는 것 같습니다. 형님께서 평소보다 빠르게 이동을 명령 하셨으니까요.”
“그래. 분명 그랬지. 그래서 오늘 평소보다 일찍 막사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면서 일찍 자게 하려는 것이다.”
동현과 근혁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 때.
“으윽…….”
“응? 방금 무슨 소리냐?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느냐?”
“소리요?”
“그래. 분명 사람의 신음 소리였는데?”
“저… 저기…….”
“응? 저도 들었습니다. 분명 사람 소리였는데… 제가 한 번 주변을 둘러보겠습니다. 혹시 위험할지 모르니 형님께서는 막사 안으로 들어가 계십시오.”
“그래. 알았다.”
동현과 근혁이 잠시 막사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 때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렸고 근혁은 그 소리를 듣고 주변 수색에 나섰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형님!”
“그래. 어떻게 되었느냐?”
“한 번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근혁의 말에 동현은 근혁을 따라 이동했다.
“아니… 사람이 아니냐?”
“예. 형님. 제가 보니 여기 다리에 활이 박혀있고 팔에는 칼에 맞은 상처입니다. 틀림없습니다. 형님.”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으음… 이 자를 치료해주자.”
“형님.”
“응?”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형님.”
“그게 무슨 말이냐?”
“이 자를 도와주다가 우리가 이 일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이 자가 이렇게 된 것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이 일에 관여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행여나 누군가 이 자에 대해 찾는다면…….”
동현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물론 그것이 전시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도 아니고 이 사람이 우리가 있는 근처까지 이렇게 기어온 것을 볼 때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그것을 외면하면 그게 어찌 사람이겠느냐?”
“하지만 형님. 신중하셔야 합니다. 행여 이 사람을 잡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만약… 이 수나라에서 큰 권력자라면 큰 낭패입니다.”
“그것이라면 걱정할 것 없다. 나도 생각이 있으니… 이 자를 막사 안으로 들여서 치료를 해주도록 해라.”
“으음… 알겠습니다. 형님. 돌석비가 입이 무거우니 돌석비와 그 수하들에게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
근혁은 그렇게 동현의 명령을 듣고는 빠르게 돌석비에게 가 소식을 전했다.
돌석비는 그 소식을 듣고는 매우 놀라 자신의 수하 두 명과 달려왔다.
“이 자입니까?”
“그래. 치료를 해주도록 해라. 아… 참. 그 전에…….”
“……?”
“돌석비 네 수하들은 입이 무거운가?”
동현이 말에 돌석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인어른. 이 두 명은 저와 어렸을 때부터 생사를 같이해 온 사이입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음… 좋아. 그럼 부탁한다. 의원을 불러서 이 자를 치료해 주도록 해라.”
“예. 대인어른! 뭐해? 이 자를 얼른 의원에게 데려가 치료를 받도록 해.”
“예!”
돌석비의 명령에 두 수하들은 칼에 맞은 사람을 부축하여 의원이 있는 막사로 향했다.
동현은 그 모습을 보고 시야에서 사라지자 돌석비에게 말한다.
“내일 아침에 저 자의 의식이 돌아왔거든 나를 부르거라. 알겠느냐?”
“예! 대인어른!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오늘 둘 다 고생했으니 다들 좀 쉬도록 해.”
“예. 대인어른. 쉬십시오.”
“형님. 저도 그럼 막사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근혁과 돌석비는 동현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들의 막사로 돌아간다.
동현은 그 둘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자신도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