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흑수말갈의 불온한 움직임
근혁이 중원에서 상행을 하며 자리를 잡고 있을 시기. 고구려의 평양성에서는…….
“허어… 이런 일이…….”
“무슨 일입니까? 태왕 폐하.”
“한 번 보시오.”
영양 태왕은 소희(청명공주)가 보낸 서찰을 받아 읽어보고는 황후에게 서찰을 넘겼다. 황후는 서찰을 읽어보고는 놀란다.
“이런 일이… 너무 괘씸합니다. 동현이라는 그 아이 말입니다.”
“괘씸하다니?! 나는 오히려 좋은데?”
“태왕 폐하? 그게 무슨 말씀…….”
“잘 생각해보시오. 황후. 우리 청명이가 이 궁궐에 살 때는 우리 둘과 위에 오라비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신분이오. 그래서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게 거침이 없었지. 특히 행동에 있어서는 제멋대로이지 않았소?”
“그건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말씀은… 그런 행동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고 있다고 보시는 것입니까?”
“그렇소. 황후. 우리 궁궐 안에 있을 때는 스승이 있더라도 예법 때문에 훈육을 하는데 있어서도 제한적이오. 하지만 밖으로 나가면 다르지. 그 동현이라는 녀석의 제자로 들어갈 때 본래 신분에 대해서는 청명 자신이 공주라는 신분을 벗어던지고 제자로 들어가겠다고 했소. 무예를 확실히 배우기 위해서 말이오.”
“…….”
“그러면서 동현이를 확실하게 스승으로 모셨지. 그렇게 되니 동현이 그 아이가 우리 청명이를 부담 없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이오. 무예를 가르치면서 그가 행동하는데 있어서 무엇을 중히 여겨야 되는지도 확실히 가르치고 있구만. 상단의 일을 하면서 말이오.”
“…….”
“나는 오히려 기쁘오. 이런 언행들을 그 녀석에게 제대로 배운다면 언젠가는 우리 고구려의 큰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될 것이오.”
영양 태왕의 말에 황후는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제 딸이니 만큼 고생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안 해도 될 고생을 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황후. 사람의 성향은 저마다 다르오. 내가 볼 때는 우리 청명이 같은 경우는 이 황실에 대한 법도 같은 것들은 제대로 배웠소.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을 했지. 하지만 지금 밖에 나가서는 어떻소? 잘못된 행동과 말을 동현이에 의해 하나둘씩 바로 잡히고 있소이다. 이 아이에게는 그 교육법이 맞는 것이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맙시다.”
“…….”
“그리고 고생 좀 하면 어떻소? 황후도 알다시피 나도 태자가 되기 전에 왕자 시절에는 많은 고생을 했소. 나는 현재 하고 있는 기존의 교육보다 선제 태왕 폐하께 고된 교육을 받았었는데… 황후도 들어서 알지 않소?”
“물론입니다…….”
“지금 그 아이는 동현이와 함께 잘 해나가고 있소. 그러니 종종 이렇게 서찰을 주고받으며 소식을 전하는 걸로 위안을 삼읍시다.”
“알겠습니다. 태왕 폐하…….”
“하하하! 그나저나 참으로 대단하구나! 우리 청명이의 기가 꽤 쎈데 그토록 쉽게 잡다니! 크하하하하!”
영양 태왕은 서찰을 보고 오히려 크게 웃었다.
그리고 이런 소식을 막리지인 연태조와 대모달 을지문덕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하하하! 그렇소. 내 딸 청명이가 동현이에게 정말 혼이 났다고 하오! 하하하!”
“훈육 방식에 있어서 이번에 엄하게 행동을 했습니다. 동현이라는 그 아이가 말입니다.”
“그렇소. 여태까지 그런 방식은 처음 겪었겠지… 무예를 수련하는데 있어서도 혹독하게 수련을 하기는 하지만 행동과 언행이 대해서는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늦잠을 잔 일로 이번에 크게 혼이 났으니 그 아이도 느끼는 것이 많았을 것이오.”
“예.”
“서찰에도 자신의 잘못된 행동과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지 않소. 하하하!”
“공주님께서 이 일을 계기로 더욱 크게 성장하실 듯 합니다.”
“암! 그렇고말고! 그러라고 동현이 밑에서 배우라고 중원까지 보낸 것이 아닌가? 아… 참! 그나저나. 막리지.”
“예. 태왕 폐하.”
“현정두법은 잘 시행되고 있는가? 계획대로 말이야.”
영양 태왕의 말에 막리지 연태조가 웃으며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태왕 폐하. 현재 각 지역마다 순차적으로 현정두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백성들이 두창을 예방하기 위해 현정두법을 시행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예. 지금 같은 속도로는 4~5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너무 속도가 더딘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백성들의 동원은 물론이고 행정적인 공백이 생겨버립니다. 그 점을 태왕 폐하께서 이해해 주십시오.”
“음… 어쩔 수 없군. 알겠네. 그런데 동현이가 어린 아이에 대한 것도 연구를 한다고 했었는데? 지금 것은 성인이 된 사람들에 한하여 두창을 예방하는 방법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중원에서도 강이식 대장군에게 서찰을 보내면서 소식을 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소식을 들으니 어린 아이들에 대한 두창 예방법에 관한 연구도 다 끝날 것 같다고 서찰이 왔다고 합니다.”
“오! 그런가?”
“예. 태왕 폐하. 이것만 제대로 되면 이제 우리 고구려는 4~5년 후에 두창은 절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암! 그래야지! 암! 하하하하! 그 동현이란 아이가 우리 고구려에 큰 복이야! 하하하!”
영양 태왕이 이렇게 호탕하게 웃는 그 때…….
“태왕 폐하. 불열 말갈의 왕 천석우의 동생인 천석한이 태왕 폐하를 알현하기를 원합니다.”
“음? 천석한이?”
“예. 태왕 폐하.”
“들라하라.”
“예.”
영양 태왕의 말에 방문이 열리고 천석한이 안으로 들어온다.
천석한은 본래 천설유와 함께 요동성에 있었으나 후에 영양 태왕의 명령에 의해 평양성으로 둘을 데려오라고 하여 평양성의 궁궐 안 구석진 곳에서 볼모로 지내고 있었다.
천석한은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영양 태왕에게 절을 하며 인사를 한다.
“태왕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으음… 일어나 거기 앉거라.”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의 말에 천석한이 무릎을 꿇고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천석한이 자리를 잡고 앉자 영양 태왕이 묻는다.
“그래. 무슨 일인가? 보통 아침 문안 인사와 자기 전 문안 인사로 매일 그대와 천석우의 딸인 천설유를 보는데… 지금 같은 시간에 그대가 들어온 걸 보니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말해보거라.”
“그게…….”
“……?”
“제 형님인 전하께서 급보라면서 저에게 서찰을 보내 왔습니다.”
“으음? 천석우가?”
“예. 태왕 폐하. 여기…….”
천석한이 품에서 서찰을 영양 태왕에게 내밀자 옆에 있던 연태조가 대신 받아 영양 태왕에게 전달한다.
영양 태왕은 서찰을 펼쳐서 읽어보는데…….
“고얀?! 이놈들!”
“태왕 폐하! 왜 그러십니까?”
“흑수 말갈 놈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군! 불열 말갈이 우리의 번국이 된 이후 천석우가 불안하여 흑수 말갈에 세작을 자주 보내 살핀 모양이야. 그런데 요 몇 달간 군을 급격하게 키우고 증가를 시키면서 불열 말갈과 가까운 국경 위치에 병력을 배치시켰다는군.”
“그런…….”
“죽일 놈들… 또 이놈들이 말썽이군!”
“태왕 폐하! 강이식 대장군으로 하여금 불열 말갈로 가 그들을 돕게 하소서! 그리고 기회가 되면 아예 정벌을 해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태왕 폐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 천석우가 아주 다급하게 서찰을 써서 보냈구나. 현재 불열말갈의 정예 군사는 단 5만. 그 외에 5만의 군사가 더 있긴 하지만 아직 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는 군사라고 하는군.”
“…….”
“아… 그런데 참! 우리가 병합한 호실말갈 지역은 누가 관리하고 있는가? 내가 예전에 강이식 대장군에게 식읍으로 주었는데… 그 이후 강이식 대장군은 요동성과 거리가 멀고 관리하기 어렵다며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것으로 안다. 누군지 아느냐?”
영양 태왕의 말에 대모달 을지문덕이 대답한다.
“예. 위두대형(국가기밀과 법률 개정에 관한 일, 그리고 병력 징발과 관작 수여 등의 일을 하는 벼슬이다.)이 그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두대형이라면… 위장군 말인가?”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허어… 일전에 내가 크게 칭찬했던 자이군.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태왕 폐하.”
“그래. 잠시 잊고 있었어. 그런데 그가 군을 다루는데 능한지도 의문이군. 저번에 맡은 바 일은 정말 성실하게 해내서 그 점을 높게 평가하여 높은 위장군 벼슬까지 주었네만…….”
영양 태왕의 말에 을지문덕이 씩 웃으며 대답한다.
“태왕 폐하. 그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이석 그 자가 강이식 대장군이 있던 요동성에서부터 지금까지 그에 대한 이야기가 제게 종종 보고가 되고 있사온데 참으로 일을 하는데 있어서 중심을 잘 잡는데다가, 군대의 훈련도 정말 정석적으로 시켜서 호실 말갈이 있던 그 지역의 군사들이 더더욱 강군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합니다.”
“오! 그런가?”
“예. 태왕 폐하. 거기다가 태왕 폐하께서 보셨던 저번처럼 모든 일에 대해 법에 따라 공명정대하고 엄하게 처리를 하니 군의 기강도 바로 잡혔으며, 호실 말갈의 요충지마다 군사를 배치해서 흑수말갈 놈들이 쳐들어 올 것에 철저히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석을 강이식 대장군이 평가하기를… 수성의 달인이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수성의 달인이라! 지키는 데에 매우 능한가 보구만.”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 방면은 걱정할 것이 못 됩니다. 다만 불열 말갈의 경우에는 매우 위험하니 군사를 보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 됩니다.”
을지문덕의 말에 영양 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을지문덕 대모달은 지금 당장 강이식 대장군에게 파발을 띄우시오. 그리고 내 명령을 지금 들은 그대로 전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태왕 페하!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영양 태왕이 이렇게 황명을 내리자 천석한은 거듭 절을 하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런 천석한에게 영양 태왕이 웃으며 말한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우리의 번국인 불열 말갈이 다른 외세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절대 보고 있지 않을 것이며! 그대들에게 쳐들어오는 흑수말갈 놈들을 칠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안심하고 불열 말갈의 왕인 천석우에게 서찰을 쓰거라. 곧 지원군이 갈 것이라고 말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서찰을 써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만 나가봐. 대모달. 자네도 이 일을 급히 처리를 해줘야 할 것 같네. 나머지 이야기는 이 일을 처리한 후 다시 하도록 하지.”
“예. 태왕 폐하! 그리 하겠습니다. 그럼 소장은 이만…….”
을지문덕과 천석한은 그렇게 영양 태왕의 편전을 나온다.
편전을 같이 나오자마자 을지문덕이 천석한에게 말한다.
“지금 너는 당장 집으로 가서 천석우에게 좀 전에 태왕 폐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당장 서찰로 써서 전하라. 알겠느냐?”
“예! 대모달!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
“내가 듣자하니 천설유의 행동이 무례하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네. 각별히 주의를 주도록 하게. 이 이상 한계를 넘게 되면… 나도 그대들을 도와줄 수 없어. 알겠는가?”
“아… 예. 대모달. 반드시 설유에 대한 행동문제를 고칠 수 있도록 제가 따끔하게 타이르겠습니다.”
“그래. 그럼 수고하게.”
그렇게 대모달 을지문덕이 천석한의 등을 두들겨 주고는 군부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
그 모습에 천석한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자신의 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