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동현, 소희와 의정을 꾸짖다
동현은 왕빈과 헤어진 뒤 자신이 기존에 왕빈과 술을 마셨던 연회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동현이 연회장 앞에 도착하는데 마침 근혁이 연회장에서 나오고 있었다.
“형님!”
“그래. 지금 모든 연회가 끝난 것이냐?”
“예. 형님. 형님도 왕 대인과 이야기가 지금 끝난 것입니까?”
“그래. 왕 대인도 보고 왕 대인이 소개를 시켜준 사람을 보고 왔다.”
“그렇군요.”
“술을 많이 마셨느냐?”
“아닙니다. 그저 장단만 맞추어 줄 정도로만 마셨습니다.”
“잘 되었구나. 그럼 잠시 이야기 할 것이 있으니 잠시 내 방으로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형님.”
동현의 말에 근혁은 순순히 동의하자 동현은 근혁을 데리고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방 안에 들어온 둘은 서로 자리를 나누어 앉는데…….
“다급하게 무언가 할 말이 있으신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 중요한 말이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장손성을 만났던 일과 자신에 대해 의심하던 일까지 모두 다 털어놓았다.
그러자 매우 놀라는 근혁.
“그렇다면 큰 일이 아닙니까? 이제부터 형님을 계속 의심할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자는 한 번 의심한 자는 계속 의심하는 성격이라고 하니 말이지.”
“흐음… 앞으로 해론에게 이 이야기를 해줘서 경계를 더더욱 철저하게 하라고 해야겠습니다.”
“내 주변에 대한 경계는 괜찮다. 단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경계를 더욱 강화하도록 해. 만약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알아버린다면… 후에 크게 낭패를 보게 된다.”
“알겠습니다. 형님. 내일 아침 일찍 해론에게 말을 전해놓겠습니다. 단석한과 돌석비한테도 말입니다.”
“그래. 부탁한다. 아… 그리고… 장손성과 할 계약서는 네가 쓰도록 해.”
“알겠습니다. 형님.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형님을 의심하는 자와 거래를 하는 것인데…….”
“물론 그렇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물만으로는 우리가 앞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에 대해 많이 부족해. 너도 알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니 일단 그 전까지 만이라도 이 자의 뒷배경을 이용해서 많은 재물을 최대한 축적시켜 놔야 한다.”
동현의 말에 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형님.”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다. 일단 이 장손성이라는 자를 배경으로 이 중원의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두어 우리는 많은 재물과 그 지역의 특산품을 벌어들이면 될 것이야. 특산품들이 우리 고구려에서는 큰 이문을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형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일단 이 업에서 왕빈 상단과 계약을 했으니 우리가 고구려로 돌아가는 대로 이 계약이 적용될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에 이 업에 분점을 열게 될 것이야. 그 분점에 잠시 우리가 머물면서 우리가 중원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살필 것이야.”
“예.”
“업의 분점 일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장손성과의 계약도 빠르게 매듭을 지은 후… 우리가 장손성에게 말한 분점을 둘러보러 갈 것이다. 모든 준비를 차질 없도록 해.”
“예. 형님.”
“이 중원에는 우리 고구려의 특산품들을 팔면 꽤 잘 팔릴 거다. 생태피나 골계피, 초피를 많이 팔도록 해. 그와 더불어서 이 중원에 없는 악기가 우리 고구려에 있다고 들었다. 그 악기들도 같이 팔도록 해.”
“예.”
“두부와 비누의 경우는 왕빈 상단과 장손성 그 사람 둘이 나누어서 독점하여 우리가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는 만큼 고구려 특산품까지 다른 상단과 계약을 맺어 거래를 하게 되면 우리의 부는 더욱 더 빨리 쌓이게 될 것이니 말이야.”
동현의 말에 근혁은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동현은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마쳤는지 이야기를 끝내려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근혁이 방을 나갈 때쯤 급히 묻는다.
“아… 참! 소희와 의정이는 어떻게 됐어? 같이 술을 마셨는가?”
“그게… 술을 생각보다 많이 마셔서 소희가 많이 취했습니다. 그래서 의정이에게 소희를 방에 데리고 가 쉬게 했는데 그 뒤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아… 그럴 줄 알았다. 남자들과 같이 어울리다보니 술을 계속 마신 것 같은데…. 아무튼 알았다. 너도 얼른 건너가서 쉬어라.”
“예. 형님.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그래.”
동현은 소희와 의정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제자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소희의 경우 본래 신분은 공주였고 의정은 그 공주를 모시는 호위무사가 아닌가?
동현은 그래서 근혁에게 같이 자리에 있던 소희와 의정이 연회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었는지 물었던 것이다.
‘이 녀석들… 안 되겠군.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단단히 혼을 내주어야겠어.’
동현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동현은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분점 일에 대해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분주하게 일을 살피며 상단 일을 살피는데 시간이 훌쩍 가 어느덧 미시(오후 13시 ~ 15시)가 되었다.
그런데 그 때.
“대인어른! 소희 낭자와 의정 낭자가 왔습니다.”
“들이거라.”
“예!”
동현이 일을 보고 있는 집무실에서 앞을 지키고 있던 해론이 고하자 동현은 그 말을 듣고 굳은 표정을 지으며 소희와 의정을 방 안으로 들인다.
소희와 의정은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자신들이 잘못한 것을 아는 듯 목을 잔뜩 움츠린 채 있었다.
그런 소희와 의정을 보며 동현은 호통을 친다.
“네 이년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아느냐?!”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느…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용서해주십시오. 스승님.”
“용서?!”
동현은 소희의 말에 탁상을 쾅하고 내리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런 동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는 둘. 더욱 더 목을 움츠리는데 동현은 그런 둘에게 다가가 말한다.
“너희가 오늘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느냐?!”
“…….”
“오늘 늦잠을 자서! 너희가 하는 임무를 게을리 한 것이 첫 번째요! 너희가 임무를 게을리 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그 임무를 대신하게 되었으니 일을 하는데 차질을 빚게 하였다는 것이 두 번째 죄다!”
“……!”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무릇 윗사람의 행동을 보고 아랫사람이 배운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이런 헤이해진 행동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 집단의 기강이 뿌리 채 흔들릴 것이야! 더 이상 할 말 있느냐?!”
“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소희와 의정은 술로 인해 늦잠을 잔 것을 깨달은 후 동현에게 어떻게 변명을 할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동현의 성격이 어떤지 알기 때문. 동현은 변명을 하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소희와 의정은 술로 인해 늦잠을 잔 것을 동현에게 바르게 고하고 그 처벌을 받을 생각을 했다.
그 처벌이라면 아마 지옥의 무예 훈련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그런데 동현이 자신들을 보자마자 격하게 화를 내며 죄까지 이야기를 하니 덜컥 겁이 났다.
“너희들과는 오늘로 끝이다.”
“예?”
“너희들은 더 이상 내 제자가 아니다. 파문이다! 평양으로 돌아가라!”
“……!”
“뭐하는가? 안 나가?!”
“스… 스승님! 자… 잘못했습니다!”
“하…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한 번만… 스승님!”
“저희가… 저희가 다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동현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묻는다.
“잘못했다고? 좋아. 무엇을 잘못했지?”
“좀… 좀 전에 말씀하셨다시피 그 세 가지 말씀하신 것에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스승님. 그러니 제발…….”
“내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
“나는 너희가 잘못한 죄에 대해 말했지 잘못한 것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잘못했다고?! 당장 나가거라!”
“스… 스승님!”
“뭣들 하느냐?! 해론! 이 년들을 다 끌어내! 저 년들이 내가 말한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고 말을 하기 전에는 이 상단 안으로 들이지 마!”
동현의 명령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해론과 호위 무사 한 명이 소희와 의정을 방에서 끌어낸다.
소희와 의정은 끌려 나가면서도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외친다.
그 모습을 근혁이 동현이 있는 방으로 오면서 보게 되었고 깜짝 놀라 동현이 있는 방에 들어가 말한다.
“형님. 어쩌시려고요? 본래 신분은 공주님과 그 호위무사입니다.”
“안다. 그래서 더 그러는 것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특히 소희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이야. 그래서 세 자기 죄를 지었다는 말까지 하며 소희를 압박했지.”
“그렇게까지…….”
“소희는 궁 안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오냐오냐하면서 컸고 훈계를 할 사람이 없었다. 태왕 폐하께서 하시더라도 분명 자신의 부모이기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거나 그 약속들을 가벼이 넘겼겠지.”
“…….”
“너도 알다시피 사람들끼리 시간의 약속은 매우 중요하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소희와 의정은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만큼 나는 그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스스로 말이야.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야. 파문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말이야.”
“그렇군요…….”
“저 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따라 용서해줄지 말지 결정을 할 것이야. 그러니 네가 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람을 붙이든지 해서 잘 살펴 보거라.”
동현의 말에 근혁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민다.
“장손성과 계약을 할 계약서군.”
“그렇습니다. 형님. 한 번 살펴보십시오.”
동현은 근혁이 작성한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리고 잠시 후.
“잘 썼군. 수고했다. 왕 대인이 방에 있을 테니 가자. 왕 대인을 통해서 장손성과 계약을 맺는 것이 좋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형님.”
동현은 그렇게 근혁과 방을 나온다.
그리고 왕빈의 방으로 향하려는데 방문 앞마당 앞에 소희와 의정이 무릎을 꿇은 채 있었다.
동현은 둘을 슬쩍 보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둘 앞을 지나쳐 왕빈의 방으로 향했다.
소희와 의정은 그런 동현을 보며 울먹거리더니 결국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단석한과 돌석비가 둘을 위로하려 다가가려 했으나 그것을 사훈이 막는다.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네.”
“예? 대인어른의 조치가 너무 가혹한 듯 하여 위로해주려는 것인데…….”
“나도 아네. 그래서 가지 말라는 것이야.”
“어째서 그렇습니까?”
“지금 대인어른께서는 저 두 분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일세. 그래서 일부러 무시를 하고 가신 것이야.”
“그래도 너무 가혹한 듯 하여… 여자가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 하지만 그에 앞서서 제자가 아닌가? 본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그 밑에 들어갔다면 그 사람이 말한 것을 잘 지킬 줄 알아야 하는 법일세. 실제 그것을 잘 지키지 않다가 파문을 당하는 제자들도 많지.”
“…….”
“안타깝지만 대인어른께서 하신 조치이니 만큼 그냥 지켜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대행수님.”
“마침 대인어른께서 나에게 명한 것이 있어서 자네들이 도와줄 것이 있는데 나를 좀 도와주게. 자네들 도움이 필요해.”
“알겠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사훈의 말에 단석한과 돌석비는 소희와 의정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사훈의 말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