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동현, 업으로 가기 전 진양으로 먼저 향하다
동현은 내호아가 하는 말에 뒷모습을 지켜보며 주먹을 힘껏 움켜쥐며 생각한다.
‘두고봐라… 그 오만함… 내가 반드시 짓밟아 줄 것이다!’
동현이 그렇게 내호아가 사라진 곳을 보며 있는데 근혁에 다가와 말한다.
“형님. 저도 들었습니다. 그 말 때문에 그러신 것이죠?”
“맞다. 그토록 우리 고구려를 얕보고 있었다니…….”
“그래서 그 모든 것을 형님께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후우… 그래. 그 때까지는 이런 굴욕을 참아야겠지. 얼른 들어가서 자자!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면 지금 자야 해!”
“예! 형님!”
그렇게 동현은 내호아와의 첫 만남을 뒤로하고 잠을 청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럼 태수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이만 가보게! 아… 참! 자네에게 이 서찰도 주지.”
“이것이 무슨 서찰인지…….”
“자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서찰일 것이야. 그 서찰로 다른 지역의 성에 들어갔을 때 통행증과 함께 보여주면 검문, 검색 없이 쉽게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걸세. 단 그 성에서 나올 때는 검문, 검색을 받으니 그 점은 알고 있게.”
“오! 감사합니다!”
“그래. 조심히들 가게.”
동현은 그렇게 상단을 이끌고 북평성을 나왔다.
그렇게 며칠간 동현과 상단은 업으로 빠른 속도로 향하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무렵… 동현이 근혁에게 말한다.
“두 갈래 길이군. 이제 이 쪽 길로 가자.”
“예? 형님. 그곳은 업으로 가는 길이 아니잖습니까? 왜 갑자기…….”
“업으로 가기 전에 병주의 진양으로 잠시 가자.”
“예? 진양이요?”
“그래.”
“그곳에는 왜 갑자기…….”
“우리가 가진 물건은 분명 이 중원에서도 불티나게 팔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많은 수레가 필요할 것이야. 그러면 무엇이 가장 필요하겠느냐?”
“으음… 소나 말이 필요하겠죠. 아… 설마?!”
“눈치를 챈 모양이구나. 맞다. 소나 말을 구입하기 위해 진양으로 가는 것이다. 너도 알겠지만 우리가 향하는 병주의 진양은 과거 흉노족의 침입이 많아서 만들어진 곳이지. 그래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무예는 하나 같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많다.”
“…….”
“지금도 그렇고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곳에 내가 가려는 이유는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소나 말을 구입하려 가는 것이다. 그곳에는 기병들을 많이 키우니 말이다. 훨씬 쌀 것이 아니겠느냐?”
동현의 말에 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형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녀석… 그래. 너는 속이지 못 하겠구나.”
“형님이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내 동생이다. 자… 너무 지체되었어! 얼른 가자!”
“예! 형님!”
동현은 그렇게 업으로 향하던 행보를 잠시 달리하여 병주의 진양으로 향했다.
중간에 작은 현이나 성 안에 들어가 주막에 묵기도 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진양으로 이동하는 동현.
그렇게 빠르게 이동을 한 덕분인지 예상한 날짜보다 빠르게 진양에 도착을 했다.
“이곳이 진양이군.”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곳에 북쪽에 있는 이민족과 중원의 오랑캐들 간에 분계지라고 하더군요. 이것은 과거 조조나, 유비, 손권이 있을 때와 같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아무튼 잘 왔어. 이곳에 오면 말은 정말 싸게 살 수 있을 거야. 자… 말이나 소를 마시장이나 우시장에서 봐야겠다. 상태가 괜찮으면 구입도 하고 말이야. 아… 참! 그 전에… 우리가 묵을 주막도 구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형님.”
근혁은 동현의 명령을 받자마자 수하를 시켜 주막에서 묵을 곳을 찾게 한다.
잠시 후… 한 호위무사가 묵을 주막을 구하자 동현과 상단은 그 주막으로 갔고 주막에 도착하자마자 각자의 방에 짐을 푼다.
짐을 전부 다 풀자 동현이 단석한과 돌석비를 불러 말한다.
“너희 둘은 호위무사들과 쉬면서 애들 관리를 하고 있어라. 나는 근혁이와 해론, 그리고 소희, 의정이와 마시장과 우시장에 좀 다녀오겠다.”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사훈.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소인도 같이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같이 가도록 하지. 단석한과 돌석비. 잘 부탁한다.”
“예. 대인어른. 염려마시고 다녀오십시오.”
그렇게 동현은 마시장과 우시장에 갈 사람을 추린 후 시장으로 향했다.
동현은 마시장과 우시장으로 향하며 소희(청명 공주)와 의정에게 말한다.
“너희가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데려가는 것이나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여기는 우리 고구려도 아닌 수나라다. 사고 치면 답이 없어. 알겠느냐?”
“예. 스승님.”
소희와 의정. 둘은 동현을 스승으로 받들며 무예를 꾸준히 배웠다.
그리고 동현의 아내인 정희가 아이를 낳고 난 뒤… 영양 태왕이 말한 1년이 다 되어서 둘을 다시 궁으로 불러들이려고 동현의 상단으로 사람을 보냈으나 소희가 아직 못 배운 것이 많다며 거절을 했고 동현이 중원으로 갈 때 같이 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영양 태왕은 그 말을 전해 듣고 많은 걱정을 하며 서찰까지 보내 설득을 했지만 소희는 완강했다.
그런 소희의 뜻에 영양 태왕은 중원으로 다녀오고 난 뒤에는 반드시 돌아올 것을 명령했으며 돌아오고 난 뒤에는 무조건 자신의 말을 따르라고 그냥 말이 아닌 황명으로 명령을 내려버리니 소희는 그것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동의를 했다.
그렇게 동현을 따라온 중원으로의 상행.
동현은 소희가 자신의 제자이긴 하지만 본래 공주의 신분이기 때문이 많이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마시장이나 우시장에는 데리고 가지 않으려 했는데 소희가 자신도 같이 데리고 가달라며 고집을 부렸기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가게 되었던 것.
그래서 동현은 소희에게 신신당부를 한 것이었다.
소희의 성격이 워낙 불의를 잘 못 참는 성격인지라 계속해서 당부를 하는 동현.
그런 동현의 당부를 들은 소희는 뒤에서 입을 삐죽이며 자신을 호위하는 의정에게 말한다.
“칫! 내가 무슨 사고뭉치인 줄 아나…….”
“아가씨 행동으로 보면 스승님이 왜 저렇게 반응하시는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뭐? 너 죽어?”
“호호호. 농담입니다. 크흠! 그럼 얼른 따라가죠? 뒤처지면 안 되니까요.”
그렇게 소희와 의정은 동현과 다른 장수들을 뒤따라 마시장과 우시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으윽… 냄새.”
“장난 아닌데요. 아가씨.”
소희와 의정은 마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말의 소변과 변 냄새에 코를 막았다.
하지만 동현과 다른 장수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시장에 들어가 말들을 살펴보는데…….
“어서 오십시오!”
“이곳에 말이 얼마나 있습니까?”
“예. 약 1천 필 정도 있습니다.”
“허어… 엄청 많이 있네요.”
“이곳에 처음 오신 모양이군요. 이곳에서 말은 워낙 많이 파는 편이라 1천 필이면 오히려 적은 편인데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허어… 정말 대단하군요.”
“평균 2천에서 3천 필을 수나라의 각지 군사들에게 공급을 하거나 합니다. 많게는 5천 필 정도는 되고 말입니다.”
“아니, 매 달마다 말입니까?”
“매 달은 아니고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됩니다. 말을 그렇게 팔고 나면 말을 키우거나 다른 곳에서 싸게 구입해서 파는데 이번 달부터는 제대로 된 말을 1천 필밖에 구하지 못해서 말입니다.”
“그렇군요. 저희는 저기 옆에 고구려라는 나라에서 건너 온 상단인데 말과 소가 많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말을 파는 상인의 얼굴이 확 밝아지며 대답한다.
“오! 고구려라면 잘 알죠. 그곳의 말도 최상품이 많습니다. 그리고 간혹 가다가 그 쪽 말이 저희 쪽으로 넘어와 팔리는 경우도 있고 말입니다.”
“그렇군요.”
“제가 알기로 고구려도 말을 잘 키우고 많이 키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에서 사신다니 의외이군요.”
“아무리 말을 많이 키워도 이 중원보다는 훨씬 적게 키우니까요. 규모에서 차이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나저나… 말은 구입하실 겁니까?”
“물론이죠. 그래서 지금 좋은 말들을 살펴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말의 등급은 물론 최상품의 말들이시겠죠?”
“물론입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최상품의 말들은 이쪽에 있습니다.”
마시장의 주인은 동현과 일행들을 최상품의 말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여기 있는 말들이 최상품의 말들입니다.”
“딱 보기에도 좋아 보이는군요.”
“그러실 겁니다. 최상품 말들만 모아놓은 것이니까요.”
“말이 총 몇 필이나 됩니까?”
“300필 됩니다.”
“흐음… 이 300필을 사려면 얼마나 드나요?”
동현의 말에 주인이 놀라 묻는다.
“예? 이 300필을 전부요?”
“그렇습니다. 얼마나 됩니까?”
“설마… 전부 다 사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예상한 금액과 맞다면요.”
동현의 말에 주인은 바로 말들의 값을 부른다.
“역시 꽤나 비싸군요.”
“그러실 겁니다. 아무리 이 진양에 말이 많아 싸다고 해도 최상품의 말이니 말입니다. 이 말들을 전부 다 사려면 우리 수나라의 왕빈 정도의 상단은 돼야 합니다.”
“왕빈 대인이라면 저도 압니다. 사실 저희가 왕빈 대인을 보러 가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 도중에 이 진양에 들른 것이고 말입니다.”
“오! 그렇습니까?”
“예. 그래서 말인데… 이 300필의 말. 전부 다 구입하겠습니다. 값을 치르죠.”
동현의 말에 주인이 매우 놀란다.
“진심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아까 얼마라고 했죠?”
“그게…….”
마시장 주인이 동현이 전부 300필을 산다고 말을 하자 순간 말을 더듬으며 다시 300필 값을 말한다. 그러자 동현은 옆에 있는 근혁에게 말한다.
“근혁아. 드리거라.”
“예. 형님. 여기 받으세요. 주인장.”
“아… 예. 가… 감사합니다.”
“그럼 이 300필의 말, 전부 다 저희 상단에서 가져가도 되는 거죠?”
“물론입니다! 당연하죠!”
“그럼 일단 맡아두었다가 저희가 내일 업으로 떠나니 그 때 말을 가지고 가죠. 그때까지만 말을 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이 많은 말들을 사주셨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한 후 근혁과 일행들에게 말하여 우시장으로 향한다.
동현은 우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도 최상품으로 300마리의 소를 샀다.
그리고 우시장의 주인에게도 내일 가지고 간다고 말을 한 뒤 주막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 날… 동현은 마시장과 우시장에서 산 말과 소 300마리씩을 이끌고 진양을 나서려는 그 때…….
“멈추시오!”
“음… 검문, 검색을 위해 멈추라고 한 것입니까?”
“그렇소. 이곳에 들어올 때는 북평 태수님의 서찰을 보고 통과시켜줬지만! 나갈 때는 확인을 꼭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렇게 많은 말과 소를 끌고 가는데 더더욱 말입니다.”
동현은 진양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소. 그럼 확인하시오.”
“협조해줘서 고맙소. 애들아! 다들 확인해 봐!”
“알았어!”
한 군사의 말에 순찰을 돌던 군사들도 합류하여 동현의 수레를 확인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음… 확인을 해보니 장사를 하는 물건들 외에 이곳에서 더 산 것이라고는 말과 소밖에 없군. 이곳에 온 이유가 말과 소를 사기 위해서 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이곳이 말과 소를 싼 값에 살 수 있다고 해서요.”
“그렇게 말과 소를 많이 산 목적은 무엇인가? 지금 수레 정도면 기존의 말과 소들만으로 충분히 문제가 없는데 말이야.”
동현은 문지기 군사의 말에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저희는 업에 왕빈 상단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수나라에서 제일가는 거상이죠. 아십니까?”
“왕빈?”
문지기 군사가 잘 모르는 것 같자 옆에 있던 문지기 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내가 들은 적이 있네. 저 사람 말이 맞아. 왕빈 상단은 우리 수나라에서 제일가는 상단이고 거부이지.”
“그래? 흐음… 그런데 그렇게 많은 말과 소를 가지고 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군사의 말에 동현이 여전히 정중하게 대답한다.
“그곳에서 큰 거래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꽤 큰 거래의 규모라 수레를 끌 말과 소가 꼭 필요해서요.”
“흐음… 그래?”
“내가 아까 북평 태수님의 서찰을 봤네. 거기에도 업으로 향한다고 쓰여 있었어. 그러니 문제는 없을 것이야. 통과 시켜줘도 될 것 같군.”
문지기 군사 둘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끝에 동현과 그 상단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