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화 동현, 근혁에게 상행 계획을 밝히다
정희는 화연과 동우, 지현이 있는 앞에서 서찰을 내민다.
그러자 그 서찰을 동우가 펼쳐서 읽어보는데…….
“이건… 형님께서 저희에게 임무를 주시고 가신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도련님. 서방님께서는 태왕 폐하께서는 우리 가문에서 이 주변의 황무지를 조금씩 개간하고 그것으로 농작물을 수확해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태왕 폐하께서는 개간하지 않은 이 주변 황무지도 다 저희에게 하사를 하신 것이지요. 이번에 서방님께서 두창을 막는 것에 대해 큰 공을 세우셨으니 말입니다.”
“음…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형님께 듣기로 나머지 황무지를 하사하셔서 그 황무지도 개간해 저희가 상행을 하는데 보탬이 되는 동시에 어렵게 사는 백성들에게 소작을 주어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셨다고요.”
“맞습니다. 그래서 거기에는 자기가 돌아오기 전까지 주변의 황무지를 더 개간해 논과 밭으로 만들어놓으라고 서방님께서 말씀을 하신 것이지요.”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바로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제가 챙기겠습니다. 형수님.”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련님. 그리고 이거… 한 번 읽어보십시오. 이것은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안 됩니다.”
정희가 또 다른 무언가를 내밀자 동우는 그것을 펼쳐 읽어보았다.
“이… 이건?!”
“그렇습니다. 새롭게 개간하는 곳의 황무지 농작물들은 그곳으로 운반해서 놓으시면 됩니다.”
“허어… 이건 대장군께도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까?”
“그렇습니다. 서방님께서는 자신이 말하기 전까지 새로 개간한 곳의 농작물들은 그곳에다가 전부 옮겨놓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황무지를 개간하면서… 호위무사 25명에서 30명 정도를 활용하여 창고도 미리 지어놓으라고 하셨고 말입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호위무사들은 주변에 도적들이 있는지 요동성 군사들의 순찰을 돕는다면서 요동성 외곽으로 나가면 될 겁니다. 제가 이 일도 처리를 하도록 하죠.”
“도련님만 믿겠습니다.”
동우는 그렇게 정희에게서 동현의 명을 전해 듣고는 동생 지현과 함께 방으로 돌아온다.
방으로 돌아온 후 지현이 동우에게 말한다.
“오라버니. 기분이 정말 좋아 보이시네요?”
“그럼. 성인이 되고 나서 이런 임무를 처음 받아보는 것이지 않느냐? 당연한 것이지.”
“작년에 오라버니가 큰 오라버니한테 자신도 일을 달라고 그렇게 졸랐었는데… 이제야 소원 성취를 하게 되셨네요.”
“맞아. 당시에 형님께서 내가 성인만 되면 내가 일을 하기 싫어도 맡길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지. 그러니 아직 좀 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놀라고 말씀하셨고 말이야.”
“예.”
“하지만 오늘 형님께서 말씀하시길 이제 나도 성인이 되었으니 자신이 없으면 내가 이 가문을 대신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를 믿는다고 말씀하셨고 형수님을 통해 이 일을 맡기셨어. 형님께서 나를 이렇게 믿어주시는데 나도 그에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어?”
동우의 말에 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오라버니. 혹여… 저도 무언가를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게요.”
“그래. 음… 내가 알기로 너는 계산이 빠르니 일단 우리 상단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해. 그 일은 형수님들께서 직접 관리를 하시기는 하지만 일부분의 일만 하게 되면 괜찮을 것이야. 내가 형수님들께 말해서 약간의 일을 떼어주라고 할게.”
“와! 정말요? 오라버니?!”
“그래. 단 아주 조금의 일이다. 넌 내년에 성인이 돼. 그러니 많은 일에 관여는 할 수 없다. 아주 극히 일부분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관여를 하는 것뿐이야. 알겠느냐?”
“예! 오라버니! 그것만이라도 좋아요!”
“하하하! 그래. 네가 일단 하기 쉬운 작은 일을 맡길 터이니 그리 알고 있도록 해라.”
“예! 오라버니!”
그렇게 동우와 지현은 동현의 서찰에 한껏 들뜬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 * *
한편, 그 시기 동현은 상단을 이끌고 나와 국경을 넘어 수나라 본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쯤인가?”
“예. 형님. 이 근처에 임유관이 있습니다.”
“임유관이라…….”
“예.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북평입니다.”
“이곳이 유주였지?”
“맞습니다. 형님. 이 유주와 병주, 기주, 청주가 있는데 이 네 지역을 합해서 하북 지방이라고 부릅니다. 과거 이곳을 원소라는 자가 기반으로 삼던 곳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나도 잘 안다. 당시 조조와 붙기 전까지만 해도 가장 부유했고 강한 군대를 가졌었지.”
“맞습니다. 형님. 하지만 그 원소라는 인물 자체가 결정적일 때 우유부단 했고 의심이 지나치게 많았으며 큰 대의와 소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죠.”
“그래. 나도 안다. 하지만 의심이 많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는구나.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원소를 이긴 조조도 비슷했다. 단지 조조가 원소보다 나았던 것은 그런 의심을 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인물들을 움직이고 썼다는 것이야. 그리고 그 의심 속에 들어 있던 인물들은… 그 가치가 끝난 후에 쳐냈지.”
동현의 말에 근혁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형님. 조조가 이 중원에서 한나라를 겁박한 사람이고 역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군주다운 면모가 있었죠. 실제 그 사람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기까지 위나라는 정말 강했다고 들었습니다.”
“맞다. 자신의 적이었던 사람들도 스스럼없이 기용했던 사람 또한 조조였으니 말이야. 수하들을 믿지 않고 그 능력을 믿는 것이었지. 그런 조조의 면모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조조에게 몰렸다. 나도 책으로 이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어떤 것을 말입니까?”
“현재 우리 가문이 더더욱 커 나가려면 신분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신분이 낮아도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면 무조건 그 사람을 등용해야 한다고 말이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나저나 형님.”
“응?”
“저희가 본격적으로 이 중원의 땅에 들어와 첫 번째로 장사를 하며 자리를 잡을 곳이 업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랬지.”
“그곳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동현은 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다. 일단 첫째로는 이 업이라는 곳이 하북에서 가장 번창하고 큰 곳이라는데 있다. 그것은 너도 잘 알 것이야.”
“물론입니다. 형님.”
“그렇기에 일단 이곳에서 우리 상단이 중원으로 진출하는데 첫 시작으로 잡을 생각을 했다. 하북에서 가장 번창하는 곳이니 만큼 이곳에 많은 상단이 몰린다. 특히 이 중원에서 이름 있는 큰 상단도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왕빈 상단이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는구나.”
“왕빈이라면… 수나라에서 제일가는 거상이 아닙니까? 사훈 대행수가 말했던 상단 말입니다.”
“그래. 맞다. 우리가 파는 물건을 보고 중원으로 아예 들어와서 분점을 만들고 장사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다. 그렇게 한다면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말도 있었고 말이다.”
“흐음… 희한하군요. 본래 상단이라 하면 그 주도권이나 점유율을 빼앗길까봐 경쟁 상단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데…….”
동현은 근혁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왕빈 상단에 대해 알아보니 정말 좋은 상단이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왕빈 그 사람은 상단들끼리 화합해서 상단의 발전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것일세. 자기만 독점하는 것이 아닌… 그 이익을 다른 상단과 나누는 것이지.”
“희한하군요.”
“그런 식으로 몸집을 불려가자 많은 작은 상단들이 왕빈 상단 밑으로 들어갔고 그 왕빈 상단은 그 작은 상단의 입장을 배려해가며 거래를 하면서 그 작은 상단이 거래를 할 때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었다네.”
“…….”
“그러자 그 작은 상단에서는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왕빈 상단에게 보답을 해야 한다며 거래를 하는 것과 별개로 보호세까지 자발적으로 내고 있다고 하더군.”
“그런 방법으로도 거상이 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물론 독점을 하는 품목도 있긴 있더군. 하지만 그런 품목이 있어야 기반이 쌓이고 그 기반을 쌓은 힘을 토대로 다른 상단을 보호해주고 그렇지 않겠나?”
동현의 말에 근혁은 동의한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아예 독점하고 있는 품목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작은 상단들을 보호해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그래.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런 것을 기반으로 삼아 다른 품목을 거래하며 자신의 상단 몸집을 불려갔을 때 결코 다른 상단에게 불이익이 되는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어.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거래를 한다고 하는군.”
“하지만 형님. 그것은 상단의 입장이라면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서로 이득이 되어야 상단이 커지니 말입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왕빈 상단의 규모를 생각해봐. 그리고 다른 큰 상단을 한 번 보고 말이야. 작은 상단이나 중견 상단을 상대로 그렇게 공평하게 거래를 할 것이라 생각하나?”
“음…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 상단들에게 큰 상단들이 많은 재물로 밀어붙이면…….”
“그래. 그래서 내가 그 왕빈이라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기에 그 사람의 요구를 받아들여 업으로 향하는 것이야.”
“알겠습니다. 아무튼 왕빈 그 사람 때문에 저희가 업에 자리를 잡기가 쉬워지겠군요. 그럼 다른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동현은 근혁의 말에 두 손가락을 펼치며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업성 근처에 여양이라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여양이요?”
“그래. 여양의 앞에 강이 흐르고 있지 않느냐? 이 업은 육로로 많은 상단이 들어와 장사가 이루어지지만 수로로도 많은 장사가 이루어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여양이고 말이야. 여양항이라고 따로 항구도 있는 만큼 장사를 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입지이지.”
“아…….”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이 강의 수로를 통해 수나라에서 가장 번성한다는 낙양에도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하북에서 입지가 어느 정도 잡히면 이 낙양에서도 크게 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리고 낙양에 자리를 잡으면 수나라의 수도 장안에도 금방 손을 뻗칠 수 있겠지. 아… 요즘에 수나라의 수도 장안을 대흥성이라 하던가?”
동현의 말에 근혁은 감탄한다.
“ 맞습니다. 형님. 역시 형님은 대단하십니다. 벌써 이런 계획을 다 세워놓으시다니…….”
“계획은 어디까지 계획일 뿐이지 않은가? 다만 내가 생각한 것이 의도대로 풀려야지. 자…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었어. 오늘 밤에 북평 근처까지는 가야 할 것이 아닌가?”
“예! 형님! 좀 더 재촉하겠습니다! 모두 좀 더 빨리 북평으로 향한다! 속보!”
동현은 그렇게 상단을 이끌고 북평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날 밤 늦은 시각… 동현과 상단은 북평에 도착을 했다.
워낙 밤늦게 도착을 한 터라 동현은 북평성 근처에 이르러 근혁에게 말한다.
“지금 북평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알아보거라.”
“예. 형님!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동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근혁은 바로 말을 달려 북평성의 성문 앞으로 향했다.
성문 앞에 근혁이 이르자 문 앞을 지키던 문지기 군사들이 소리친다.
“웬 놈이냐?!”
“저는 고구려에서 한 상단 밑에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밤늦게 상단이 도착을 하였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겠습니까?”
“뭐라? 지금 이 야심한 밤에 말이냐?”
“그렇습니다.”
“어이가 없군. 지금 시간에 당연히 사람을 들일 수 없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않느냐? 말도 안 된다. 근처에서 비박을 하던지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오거라.”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장사를 위해 밤낮없이 달려서 온 상단의 사람을 생각하자니 마음이 아파서 말입니다. 저희 상단의 주인께서도 그것 때문에 이렇게 여쭙는 것입니다.”
근혁의 말에 군사 둘은 잠시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