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화 영양 태왕과 연태조, 두창 예방법 시행에 대해 논하다
영양 태왕은 연태조의 말을 들은 뒤 상선을 불러 명령한다.
“상선은 지금 당장 겸백(글을 쓸 수 있는 비단.)과 필묵을 가져오도록 하라.”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은 강이식 대장군은 물론이고 동현까지 같이 포상을 할 요량으로 칙서를 작성한다.
겸백과 필묵이 오자마자 영양 태왕은 빠르게 글을 써 내려 간 후 옥새의 도장을 찍은 뒤 대중상에게 주며 말한다.
“그 내용 안에는 강이식 대장군 부자에 대한 포상과 시험에 참여해 준 귀족과 장수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술과 고기, 그리고 약간의 재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동현이에 대한 포상 내용을 적어놓았다. 그러니 요동성에 돌아가면 내 명을 잘 전하도록 하게.”
“예. 태왕 폐하. 헌데 저…….”
“……?”
“이 두창 예방법을 언제부터 시행하실 예정입니까?”
“으음… 그래.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빠른 시일 안에 시행해야 좋아.”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다만 빠르게 시행하되 계획성 있게 시행을 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음? 어떻게 말이오?”
“갑자기 전 지역의 모든 백성들에게 동현이가 말한 방법으로 시행을 하게 되면 적어도 90일 정도의 사람들을 격리하게 되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고구려는 그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군. 그걸 깜빡 잊고 있었어. 참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군. 이 책에는 분명 격리 기간이 확실히 필요하다고 여기 명시되어 있으니 그 기간 동안은 사람들을 전부 격리해야겠지. 그러면 그 기간 동안 그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그 격리를 하는 장소에서만 머물러야 한다.”
“예.”
“확실하게 그 면역이 생겼는지 안 생겼는지 격리를 하고 일정 시일이 지난 뒤 확인할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지역별로 번갈아 가면서 사람들에게 이 방법을 시행시키는 것입니다.”
“지역별로?”
“예. 일단 태왕 폐하께서 계신 이 도성과 우리 고구려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성들부터 가장 우선적인 지역으로 설정을 해서 이 예방법을 시행하는 겁니다.”
연태조의 말에 영양 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흐음… 좋은 생각이야. 그렇다면 자네가 생각했을 때 어느 지역의 성들부터 이 예방법이 시행되어야 하는지 말해보게.”
“그렇다면… 일단 지도를 먼저 보여주시겠습니까? 지도를 보면서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태왕 폐하.”
“그리하도록 하지. 이보게 상선! 지도를 가져오도록 하라!”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의 말에 상선은 급히 지도를 가지고 온다.
영양 태왕은 지도를 받자마자 자신의 탁상 위에 지도를 펼친다.
그러자 연태조는 지도를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를 한 뒤 계속 말을 이어간다.
“일단… 강이식 대장군이 있는 요동성은 가장 이 예방법 시행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근처에 있는 건안성과 안시성, 백암성과 개모성은 물론 옆에 있는 신성을 우선 지역으로 설정했으면 합니다.”
“으음… 수나라가 우리 고구려에 쳐들어왔을 경우… 1차 방어선이 있는 성들이구만.”
“그렇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이런 전염병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매우 큽니다. 그러니 우선적으로 제일 최전선에 있는 성들에 먼저 이 예방법을 시행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 아주 일리 있는 말이야. 자네가 말한 성들로 하나씩 하지 말고 방어선대로 이 예방법을 시행하도록 하면 되겠어.”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 다음 2차 방어선에 있는 성들을 순서대로 시행을 하게하고 그 다음은 3차 방어선이 있는 곳의 성들을 예방법을 시행하게 하면 좋을 듯하군.”
“예. 우선적으로 지역을 설정을 한 다음 성마다 돌아가면서 시행을 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지역을 설정한 뒤 예방법 시행의 순서를 성에 매겨서 시행한다… 아주 좋은 생각이오. 좋소. 그럼 그리하도록 합시다.”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은 막리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마친 뒤 대중상을 보며 말한다.
“좀 전에 한 말을 다 들었겠지? 그 말들을 그대로 전하도록 해라.”
“예. 태왕 폐하. 그럼 소장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하하하! 아주 좋은 소식을 들려줘서 너무나도 기쁘구만! 하하하!”
영양 태왕이 그렇게 크게 웃는 그 때… 갑자기 연태조가 말을 꺼낸다.
“태왕 폐하. 소신… 이 두창 예방법에 대해 잠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음? 말해보게.”
“이 두창이라는 것을 정복했다는 것은 이 나라의 큰 대사건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일이라는 것이지요. 제가 알기로 이 두창을 정복하기 위해 저 중원의 오랑캐들은 물론이고 나아가 북방의 이민족들은 물론 백제와 신라에서도 엄청난 노력을 했으나 전부 다 실패를 했지요.”
“그래. 그건 나도 아네. 이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소신의 생각으로는… 이 두창 예방법의 이름은 너무나도 평범합니다.”
“…? 갑자기 두창 예방법 이름이 평범하다는 말이 나오다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연태조는 영양 태왕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태왕 폐하. 이 예방법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그야… 동현이라는 그 아이가 만들었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그 동현이라는 아이를 이번 기회에 더욱 띄워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띄워준다?”
“예. 이왕 칙서에 쓰신 내용에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겁니다. 이것을 동현이의 이름을 따서 두창 예방법의 이름을 새로 짓는 것이죠. 새로 짓게 되면 이것은 신동이 발견해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더욱 놀라며 주목을 하게 될 것이고… 두창 예방법에 대해 더욱 주목하며 이것을 몸에 맞으러 사람이 오지 않겠습니까?”
영양 태왕은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음… 자네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군. 자네는 사람들이 두창 예방법이라는 것에 대해 신뢰를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말도 안 된다면서 말이야.”
“맞습니다. 하지만 동현이를 활용하면 그 모든 것이 단번에 해결이 되죠. 동현이의 명성과 함께 일부 시험을 위해 맞은 사람들이 두창에 전혀 걸리지 않았다는 소문을 여러 성에 퍼뜨린다면… 분명 사람들은 그 소문을 믿고 두창 예방법을 맞으러 관청에 오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막리지. 이것은 애초에 우리 고구려 전 백성들에게 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은 의무로 내려지는 명령이야. 맞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게 할 생각도 하고 있었네. 그런데 자네의 말은 이상해. 마치 그것을 백성들의 자유 의지에 맡기자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태왕 폐하.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태왕 폐하께서 황명을 내리시면 백성들은 그 황명을 따라야겠지요.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태왕 페하께서 내린 황명과 함께 동현이에 대한 소문과 시험을 받은 사람들의 소문을 같이 내서 백성들이 듣는다면… 백성들의 반응이 어떻겠습니까?”
“음… 내 황명에 납득하며 따른다는 건가?”
“바로 그겁니다. 본래 백성들에 황명을 내려 행동을 강제하는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전쟁에서 획득한 영토에서 사는 사람의 수가 적을 때… 그곳의 땅을 주고 백성들을 강제 이주 시키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바로 갑작스러운 전염병이나 폭설, 홍수, 가뭄 등으로 뜻하지 않은 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었을 때이지요.”
“음.”
“여기서 굳이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전쟁에 패해서 다른 곳으로 수도를 이전할 때 그 도성의 백성들을 함께 이전하는 것을 들 수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저희는 그럴 일은 없으니 이건 빼고 말을 했습니다.”
연태조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어간다.
“백성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태왕 폐하의 황명보다도 두창에 대한 두려움을 더더욱 클 것입니다. 태왕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백성들의 두창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네.”
“하지만 여기서 동현이에 대한 소문과 두창 예방법에 대한 소문을 고구려 전역에 퍼뜨리고 태왕 폐하께서 황명을 내려 무조건 그 예방법을 따르라고 한다면 많은 백성들이 납득할 것이고 백성들은 오히려 태왕 폐하께 더더욱 충성을 다하고 나라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
“자신들을 이토록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것이 백성들이 체감하게 되는 것인데 그렇지 않겠습니까?”
“흐음… 소문을 내지 않는다면?”
“그건 좀 전에도 제가 말했다시피 납득을 하지 못하고 분명 불평과 불만이 터져 나오겠지요. 그리고 좀 전에도 제가 말했듯이 두창에 대한 예방법에 대해 믿지를 못하니 그런 예방법을 따르라고 태왕 폐하께서 강제로 황명을 내리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
“소문 한 번으로 백성들의 두려움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으며 태왕 폐하께서는 백성들에게 민심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영양 태왕은 막리지의 말에 바로 대답한다.
“그래. 내가 자네의 말을 들으니 이것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큰 문제가 하나 생기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발견해 낸 두창 예방법이 저 중원에 들어가서는 안 되지 않는가? 백성들의 입소문은 무서운 법이야. 그 입소문을 타고 중원까지 타고 들어간다면… 우리는 저 중원에 좋은 일만 해주는 것이지 않는가?”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태왕 폐하. 저희는 소문을 낼 때 여기 써 있는 그대로 소문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응? 그것이 무슨 말인가?”
“그저 저희가 소문을 흘릴 때 요동성에 있는 한 고구려의 신동이 두창을 막는 예방법을 알아냈고 그것을 태왕 폐하께 기록하여 고해 바쳤다는 소문 하나면 됩니다.”
“음… 여기 우두와 사람의 두창에 관련된 고름과 딱지에 대한 내용은 빼고 말인가?”
“그렇습니다. 만약 그것까지 알렸다가는 백성들은 분명 기겁을 하며 오히려 두려움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 내용을 빼야 합니다. 그리고 고구려 전국의 백성들이 모두 다 그 예방법에 따른 황명을 이행했을 때… 그 때 책으로 내어 이 사실을 밝히면 됩니다.”
“묘책이구만. 아주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제 의견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음… 좋아. 그렇다면 이 두창 예방법의 이름을 그 녀석의 이름을 따 짓는 것이 좋을 것 같긴 한데… 뭐라고 짓는다?”
“태왕 폐하. 꼭 이름으로만 지으라는 법이 있습니까?”
“응?”
“동현이라는 그 아이 이름과 태왕 폐하께서 하사한 이름으로 두창 예방법의 이름을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연태조의 말에 영양 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흐음… 듣고 보니 그렇군. 그럼 동현이의 이름 중에… 현이라는 이름이 어질 현인가?”
“제가 알기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흐음… 그럼 이렇게 하지. 어질 현과 칠정, 역질 두자를 써서 현정두법이라고 짓도록 하지.”
“현정두법이라… 어질고 현명한 사람이 두창을 정복했다라는 뜻이군요.”
“그렇다네. 동현이 그 녀석의 이름에 어질 현자와 합쳐서 방금 생각해낸 뜻이지. 어떤가?”
“아주 뜻이 좋으십니다.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좋아. 그럼 두창 예방법은 이제부터 현정두법이라고 부를 것이다. 다시 칙서의 내용을 수정해야겠군. 이보게 상선! 겸백을 다시 한 번 가져오도록 하라!”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은 그렇게 다시 한 번 새로운 겸백에 자신의 황명을 추가하여 내용을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