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4화 동현, 두창 예방 방법 검증 계획을 세우다
강이식 대장군이 잠시 생각에 잠긴 그 때… 옆에 있던 우식이 말한다.
“아버님. 제가 거기에 직접 참여하겠습니다.”
“뭐라? 그건 아니 된다.”
“동현이과 근혁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검증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느냐?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큰일 날 수 있어.”
“저는 제 친구를 믿습니다. 아버님. 그리고 어차피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
“그리고 고위직에 있는 사람의 아들이 자진해서 한다고 해야 밑에 사람들도 참여를 하기 시작할 겁니다. 아버님께서 항상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윗사람이 항상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식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무언가 단단히 결심을 한 듯 말한다.
“그럼… 그 시험을 나도 함께 하도록 하겠다.”
“아… 아버님! 그것은 검증이 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희의 모든 시험이 끝난 뒤 하도록 하십시오!”
우식의 말에 동현도 말을 거든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모든 것이 검증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내 아들이 스스로 나섰어. 만약 이 일이 잘못 되면 내 아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 아닌가? 내 아들이 나서는데 아비가 된 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죽을 때 같이 죽고 살 때 같이 사는 것… 그것이 가족이 아니겠나?”
“아버님…….”
“난 이미 결심했다. 그러니 더 이상 말리지 마라.”
강이식 대장군의 단호한 말에 우식은 입을 다문다.
그 모습을 보던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에게 말한다.
“그렇다면 스승님. 만약 스승님이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참여를 하게 되면… 적어도 60일이 넘는 시간을 격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동안 임무를 대리할 사람이 필요한데… 누구에게 대리 업무를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으음… 그건 그렇군. 빨리 사람을 찾아봐야겠어.”
“이 책에 쓰여진 대로… 예전에 두창을 앓았던 적이 있었던 사람을 대리 업무를 맡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 알았다. 그렇게 하마.”
“그리고 또 하나… 스승님과 우식이가 참여한다고 해도 두창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시험에 대해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좀 더 큰 보상이 필요합니다.”
“더 큰 보상이라…….”
“예. 그래서 제가 생각을 해낸 것이 하나 있습니다만…….”
“궁금하구만. 어떤 방법인지 말이야. 한 번 말해보거라.”
동현은 손가락 두 개를 내밀며 말한다.
“일단 첫 번째 방법으로는 이 시험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먹을 식량을 주는 것입니다.”
“식량이라…….”
“예. 현재 요동성의 국고에 이상이 없을 정도로 잘 계산해서 어느 정도 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얼마 전 요동성에 가뭄이 심했으니 불가능하단 생각 뿐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두 번째는?”
“두 번째로는 요역(국가가 백성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징발하는 수취제도)을 면제해 주는 것입니다.”
“요역이라…….”
“예. 저희 고구려는 스승님께서 아시다시피 요역이라는 것은 물자의 생산 및 수송이나 토목공사 등을 위해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 요역이라는 것을 정기적으로 부과하는 경우가 있고 긴급 상황일 때 수시로 부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둘 중… 정기적으로 부과하는 요역을 면제시켜 주는 겁니다. 2년이나 3년 정도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흐음… 요역을 면제한다라…….”
“예. 이 조건을 달면 분명 많은 백성들이 지원을 할 것입니다.”
“네 생각은 좋으나 그렇게 되면 문제가 있다.”
“……?”
“요역을 부과하는 것으로 인해 이 나라의 살림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네 말대로 해서 많은 지원자가 몰려 면제를 받게 되면 그 2~3년의 시간 동안은 이 요동성 안의 살림을 어떻게 운영하겠느냐?”
“음…….”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군사들에게 군역의 의무뿐만 아니라 요역의 의무까지 지우게 되는 경우가 온다. 그래서 불가하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정도는 저도 예상했습니다. 그것도 타개책이 있습니다.”
“그래?”
“예. 지원자를 선착순으로 받으면 됩니다.”
“선착순이라?”
“예. 시험을 받는 인원 수에 제한을 두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5천명만 받겠다고 공표를 하고 그 숫자만큼 빨리 신청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지원자를 받는 겁니다.”
“흐음… 과연… 그 방법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요동성에서 요역을 면제를 해주고도 요동성 안 살림을 운영하는데 지장이 없는 선에서 인원을 정한 후 선착순으로 받으면 충분히 제가 말하는 시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
“그렇게 해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다면 저로써도 방법이 없습니다. 이 일은 아무래도 두창이다 보니 사람들의 인식이…….”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나도 안다. 으음… 그 방법은 내가 조금은 해결할 수 있겠구만.”
“예?”
“나와 내 아들이 네가 말하는 그 시험을 같이 받겠다고 여기 요동성 안의 귀족과 장수들은 무론이고… 백성들에게 공식적으로 공표를 하는 것이다.”
“……!”
“그러면 다들 나를 믿고 많은 지원자가 몰리겠지. 그렇지 않느냐?”
“스승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직 저희 둘만 해보아서 완벽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너는 지금까지 모든 일에 확신이 없으면 행하지 않지 않느냐? 나는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지.”
“스승님…….”
“한 번 내가 기회를 만들어줄 테니… 네가 생각한 것을 원 없이 해봐!”
동현은 자신을 믿어주는 강이식 대장군에게 정말로 감동하여 의자에서 내려와 절까지 하며 밀한다.
“소인… 반드시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여! 이 두창에 대한 시험을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암…….”
“그리고 우식아. 너한테도 정말 고맙다.”
“뭘… 난 네가 항상 모든 걸 잘하니까 믿는 것뿐이야. 넌 허언을 하는 친구가 아니니 말이야. 안 그래?”
“고맙다… 정말 고마워…….”
동현은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에게 두창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밝히고 시험에 대한 약속까지 받아내었다.
그리고는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두창에 대해 시험을 할지 계획을 짠 것을 미리 보여주었다.
그 계획을 본 강이식 대장군은 역시나 동현을 절대적으로 믿어준다.
“이 일에 대한 책임자는 너다. 네 계획대로 해보거라.”
“예! 스승님! 맡겨주십시오! 그럼… 이레(7일)뒤에 뵙겠습니다.”
“그래. 이 요동성의 귀족들과 장수들, 그리고 백성들을 움직이는 것은 나에게 맡기거라. 안심하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있어.”
“예! 스승님!”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이 말에 강한 어조로 대답을 하고는 군부를 나와 근혁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동현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근혁과 같이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도 옆에서 보았겠지만… 드디어 이 두창을 정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그러니 반드시 이 계획을 성공시켜야 해!”
“물론입니다. 형님. 제가 힘껏 돕겠습니다. 형님. 명령만 하십시오.”
“고맙구나. 그리고 이제 이 계획을… 우리 장수들에게도 모두 밝혀야겠다.”
“그것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형님은 이레 뒤부터 있을 시험 준비에 대해 바쁘실 테니 그것에만 전념하십시오.”
“고맙다. 근혁아. 부탁한다.”
“예! 형님!”
그렇게 동현은 사람들에게 두창을 시험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우두에 걸린 소를 찾아내어 외진 곳에 소를 묶어 두었고 사람들을 시험하기 위한 임시 막사를 점검했다.
그 사이 강이식 대장군은 귀족들과 장수들을 군부로 불러 모아서 이 사실을 공표했다.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역시나 다들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본인과 아들까지 시험에 참여한다고 하니 장수들은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귀족들 중에서도 강이식 대장군에게 밉보이면 후에 큰 불이익을 받을까봐 같이 시험에 참여하기로 했다.
강이식 대장군은 이 일이 해결이 되자 이제 백성들에게도 소식을 알리기 위해 방문을 붙였다.
동현이 말한 대로 선착순이라는 말과 500명이라는 인원 수에 제한을 두어 시험을 받는 사람을 구한다는 방문을 붙였고 요역을 2년간 면제 해주겠다는 내용까지 붙여놓자 백성들에게서도 지원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사흘 뒤… 강이식 대장군은 우식에게 보고를 받았다.
“아버님. 방금 백성들의 500명 인원 수가 다 찼다고 합니다.”
“그래?”
“예. 좀 전에 대중상 모달께 보고를 받았습니다.”
“다행이구나. 우리가 나선 덕분에 다행히 지원자가 몰렸어.”
“그나저나… 아버님.”
“응?”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만 받아도 되는 것인데…….”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우리 부자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면 같이 산다고 말이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저는 아버님이 걱정이 돼서 말입니다. 아버님 연세가…….”
“이놈! 나이 이야기는 하지 말거라! 나는 아직도 정정하다 이놈아!”
“죄… 죄송합니다.”
“네 놈이 걱정할 만큼 아비는 약하지 않다. 그러니 그런 걱정 말고 네 몸이나 잘 챙기거라. 알겠느냐?”
“예. 아버님.”
“할 이야기 다 끝났으면 이만 나가보거라.”
우식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인사를 하고는 군부를 나간다. 우식이 군부를 나가자 강이식 대장군은 중얼거린다.
‘내가 어찌 네 걱정을 모르겠느냐? 나도 안다. 하지만… 고위직에 앉은 장수라는 사람이 뒤로 빠질 수만은 없어. 솔선수범해야 하는 법… 그리고 여기서 내가 빠진다면 지원자는 다시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고 시험에 차질이 생길 것이야. 그러니 나도 반드시 해야 한다…….’
강이식 대장군은 비장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눈을 감으며 명상을 하는데…….
강이식 대장군과 우식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동현의 집에는 누군가 찾아와 있었다.
동현은 자신을 누군가 찾아왔다는 말에 누군가하고 대문을 나가보니 얼마 전 근혁과 함께 두창에 걸린 사람들이 마을에 갔을 때 의원이었다.
의원은 동현을 보자마자 묻는다.
“정말… 그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입니까?”
“자… 이렇게 선 채로 이야기 하시지 마시고 일단 들어오시지요.”
“크흠… 알겠습니다.”
동현의 말에 그 의원은 동현을 따라 같이 방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눈다.
“대인어른.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방문을 보니 이 시험을 하는 것은 거의 확신을 가지고 시험을 하는 것이라 하던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두창을 막는 방법인데 제 몸과 여기 제 의형제은 근혁의 몸에 직접 시험을 해본 것이지요. 거의 확신을 가졌으나 저희 둘만으로는 이것을 검증할 수 없기에… 여러 사람에게 해보려고 대장군님께 부탁하여 이런 시험을 마련한 것입니다.”
“혹시… 그것들을 기록한 책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한 번 보시지요.”
동현이 책을 건네자 그 의원은 잽싸게 동현의 책을 낚아채듯 받아 꼼꼼히 기록들을 읽어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허어… 상처에 우두와 두창의 고름과 딱지를 직접 발라서 시험까지 하시다니… 대단하시군요. 그래서 예전에 저와 마주쳤을 때 그 방에서 나오신 것이었습니까?”
“이제 눈치를 채셨군요. 그렇습니다.”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자 갑자기 의원은 의자에서 내려오더니 동현에게 넙죽 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