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화 동현, 근혁과 함께 두창을 연구 할 준비를 하다
동현은 생각을 정리한 후 근혁에게 말한다.
“우리도 일단 대비를 해야 되겠다. 혹시 모를 환자 발생을 위해 임시 막사를 세워 거처를 마련해놓도록 해라. 환자가 생기면 그곳에 격리를 하도록 말이다.”
“알겠습니다! 형님!”
“요동성 외곽에 우리가 황무지를 개간한 땅이 있으니 그곳에 마련하도록 해.”
“예! 형님!”
“그리고…….”
“……?”
“우두에 걸린 소 한 마리를 구해서 따로 격리를 시켜놓도록 해라.”
“예?! 우두에 걸린 소를요?! 그건 갑자기 왜?”
“우두를 연구하여 두창을 잡으려 한다.”
“형님! 그러다가 큰일 납니다! 혹시 두창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리고 소로 두창을 잡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그렇겠지. 나도 아버지께서 생전에 말로만 해주신 거라 확신할 수는 없다.”
“행여 그것이 잘 되더라도 가축을 죽이게 되는 것이니… 나라에서 큰 벌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형님!”
근혁의 강한 어조의 대답에 동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나도 안다. 우리 가문 전체가 박살날 수 있는 일이지. 소와 말을 함부로 죽이는 것은 큰 죄이니 말이야. 하지만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이 일이 잘만 되면 우리 고구려는 더 이상 이 두창이라는 역병이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야.”
동현이 워낙 확신에 찬 듯 말을 하자 근혁은 잠시 할 말을 잃는다.
그런 근혁을 보며 동현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우리 아버지께서 허언을 하실 분은 아니시다. 너도 알지 않느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모든 것은 내가 책임을 질 것이야. 그러니 우두에 걸린 소를 우리 상단으로 끌고 오는 동시에 그 소를 외곽에 격리를 시켜놓도록 해라. 임시 막사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말이야.”
“후우… 알겠습니다. 형님께서 그렇게 완강하시니…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근혁은 그런 동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단을 나간다.
그리고 우두에 걸린 소를 찾으러 요동성 안과 외곽을 뒤지기 시작한다.
요동성 안에는 역시나 그런 소가 보이지 않아 외곽으로 나가게 된 근혁.
외곽에 나와서 우두에 걸린 소를 찾는데 마침 우두에 걸린 소 한 마리를 죽이려는 것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본 근혁이 말한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응?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지금 그 소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오?”
“그렇습니다만…….”
“그 소를 나한테 파시오.”
근혁의 말에 소를 죽이려던 사람이 깜짝 놀라며 묻는다.
“아니… 우두에 걸린 소라 죽이려는데… 이 소를 팔라고요?”
“그렇소.”
“아니… 이 우두가 있음으로 다른 소에게 전염도 되고 먹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이 정도 감염된 소는 다 죽여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소를 팝니까? 지금 저랑 장난치시는 겁니까?”
근혁은 소 주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 소에 대한 전염병을 없애기 위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소. 그래서 그 소를 가져가려는 것이오.”
“소 전염병을 없앤다고요?”
“그렇소. 그 분은 이 우두에 걸린 소가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을 하고 이 병을 연구해서 없애려는 분이오. 그러니 이렇게 부탁드리오.”
“흐음… 이 우두를 연구한다라…….”
“그렇소. 꼭 좀 부탁드리오.”
“음… 좋습니다. 대신 우두에 걸린 소라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다만 우두에 걸린 소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고 다른 정상적인 소에도 큰 영향을 끼치니 따로 격리를 시켜 연구하셨으면 합니다.”
“그건 걱정 마시오. 이미 그러고 있소.”
“좋습니다. 이 소를 드릴 테니 가져가십시오.”
“고맙소이다!”
근혁은 그렇게 우두에 걸린 소 한 마리를 요동성 외곽의 한 작은 마을에서 얻어가지고 왔다.
그 소를 동현이 말한 요동성 외곽에 임시 막사를 설치하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소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줄을 큰 나무에 메어 묶어 놓았다.
그리고 동현에게 가서 보고를 하는 근혁.
동현은 그 보고를 듣자마자 근혁과 함께 소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흐음… 제법 심하게 우두에 걸린 소로군.”
“그렇습니다. 형님.”
“으음… 이 소 근처에 내 임시 막사를 설치해 놓도록 해라.”
“예? 그건 왜? 서… 설마… 형님!”
“지금 이 방법밖에 없다. 내 몸에 직접 내가 시험을 해볼 것이야.”
동현의 말에 근혁이 무릎까지 꿇으며 소리친다.
“형님! 그것은 아니 됩니다! 만약 일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우리 가문은 통째로 무너지는 것이옵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 훗날을 위해서 말이다.”
“형님! 형님께서는 본래 의원이 아니시고 상인이십니다! 굳이 이런 일을 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생각해 보거라. 만약 우리 중에 누군가 두창에 걸렸다고 생각해 봐. 그리고 그 자를 격리했음에도 두창이 퍼져나간다고 생각을 해보거라! 그렇게 되면 우리 식구들도 죽어나갈 것이다. 그럼 그 때는 어떻게 대처를 할 테냐?!”
“하지만 형님!”
“난 좀 전에도 말했지만 훗날을 위해 하는 것이다. 만약 나에게 운수가 남아 있다면… 나는 이 시험에서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니 걱정 말라.”
동현이 그렇게 단호하게 말을 하자 근혁도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렇다면 형님. 저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뭐?”
“저와 형님은 의형제입니다. 이전에 서로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형님께서 가시는 길을 제가 항상 같이 가기로 말입니다.”
“…….”
“그러니 형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는 근혁을 보며 굳은 얼굴로 묻는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아느냐?”
“왜 모르겠습니까? 그래서 좀 전에 의형제를 맺을 때의 맹세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
“허락해 주십시오. 형님!”
“흐음… 좋다. 단… 이 소식을 부인들에게는 미리 말을 해놔야 한다.”
“형수님들은 당연히 말리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그래서 우리 둘이 요동성 외곽에 은밀히 식량 창고를 만들 곳을 알아보러 간다고 할 것이다. 좋은 장소를 알아보느라 그믐(30일)에서 길면 두 달 정도가 걸린다고 말을 할 것이야.”
“형수님들께서 속겠습니까?”
“일단 해 봐야지. 그 일은 나한테 맡기거라.”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우선… 이곳에 사람을 시켜 임시 막사를 만들어놓으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쪽에 소가 지낼 수 있도록 작은 외양간도 만들어 놓도록 하고 말입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 저기 임시 막사를 만드는 호위무사들에게 부탁을 하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 만들어지기 전까지 소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겠습니다.”
동현은 근혁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리고는 동현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근혁은 동현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서 좀 전에 동현이 말한 대로 호위무사들에게 명령하여 한 쪽에 임시 막사와 작은 외양간을 만들게 했다.
그렇게 명령을 내린 후 집으로 돌아가는 동현과 근혁.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동현은 방 안으로 들어가 두 부인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는 두 부인에게 근혁에게 말한 것을 그대로 말했다.
“예? 그렇게 오랫동안 집을 비우신다고요?”
“그렇소. 부인. 그래서 내가 없는 동안 집안일을 두 부인께 잠시 부탁하려 하오.”
“식량 창고를 짓는데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짓는 이유가 있나요?”
“그것은 지금 말해줄 수가 없소. 미안하오. 다만… 꼭 필요하오. 그래서 나와 근혁이가 그런 곳을 찾으러 요동성 전역의 외곽 쪽을 샅샅이 뒤져보려 하오.”
“그건 밑에 사람들에게 명령해도 되는 일일 텐데…….”
“이번 식량은 매우 중요해서 그러하오. 그러니 내 말을 좀 들어주시오.”
동현의 간곡한 말에 두 부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서방님께서 그렇게까지 부탁을 하며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다만 무슨 일이 있으시면 바로 연락을 주십시오.”
“알겠소. 그러겠소이다.”
정희와 화연은 동현의 말에 조금은 꺼림칙했지만 동현이 워낙 간곡하게 말을 하는 터라 수락을 했다.
그렇게 두 부인의 부탁을 받아낸 동현은 근혁을 부르며 귓속말로 속삭인다.
“만일에 대비해야 하니 우리의 일을 알아야 할 한 사람이 더 있었으면 좋겠구나.”
“입이 무거운 사람이어야 되겠죠? 형님?”
“당연하지. 그래야 자기만 알고 외부로 우리가 하는 일을 발설하지 않지.”
“그러시다면 해론이 적격입니다.”
“해론이라…….”
“예. 저희 상단에 그만큼 입이 무거운 자는 없습니다. 이번에 저와 잠시 동행을 할 때는 제가 같이 동행을 했기에 따라다니지 않았지만… 제가 없을 때는 항상 해론이 형님의 곁을 따라다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은밀히 진행 되는 일은 해론이 다 알고도 그것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았고 말입니다.”
동현은 근혁의 말에 수긍을 하고는 근처에 있던 해론을 부른다.
“부르셨습니까? 대인어른.”
“그래. 너는 잠시 나 좀 따라와라. 근혁이와 내가 할 말이 잠시 있다.”
“예. 알겠습니다.”
해론은 동현이 가끔가다가 자신을 따로 불러 말을 했으므로 이 날도 대수롭지 않게 동현을 따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구석진 장소에 도착하게 되자 동현은 모든 내용을 해론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해론은 기겁을 하며 대답한다.
“대인어른! 어찌 그런 무모한 일을…….”
“내가 말하지 않았나? 훗날 우리 가문은 물론이고 백성들을 위해서다.”
“하지만…….”
말리려는 해론의 말에 이번에는 근혁이 대답한다.
“나도 형님을 말렸었다네. 하지만 형님께서 이리도 완강하시니 어쩌겠는가? 같은 의형제인 나도 같이 함으로써 형님과 같은 길을 가야지.”
“집사어른…….”
“아무튼 이렇게 부탁하네.”
근혁의 말에 해론은 어쩔 수 없이 수락한다.
그런 해론을 보며 이번엔 동현이 말한다.
“우리가 연구하는 것은 길면 그믐이나 두 달의 시간이 좀 더 될 것 같다. 만약 그 전에 모든 연구가 끝나면 우리 스스로 집으로 향할 것이야.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으면… 자네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와 막사를 살펴주게. 막사를 살펴서 우리가 죽었다면… 양지바른 곳에 묻어줘. 부탁해.”
“대인어른. 어찌 죽음을 입에 올리십니까? 그것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만일이라는 것이야. 아무튼 그 때쯤 우리가 있는 임시 막사로 와 우리 둘의 상태를 살펴보고 우리가 죽었으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우리가 의식이 있다면 그냥 그 길로 다시 돌아가도록 하게. 우리가 아프든 말든 말이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근혁이는 내일 우리가 머물 곳을 여기 해론에게만 알려주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동현은 모든 준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두창 연구를 시작하려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부인. 다녀오겠소이다.”
“조심하십시오. 서방님.”
“걱정 하지 마시오. 부인. 무사히 돌아오리다.”
“형수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예. 도련님만 믿겠습니다. 형님을 잘 보필해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동현과 근혁은 그렇게 자신의 부인들과 상단의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는 근혁과 함께 상단을 나와 요동성 외곽에 있는 임시 막사로 향한다.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임시 막사와 근처에 작은 외양간이 있는 곳. 그리고 그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의 두창을 대비하여 또 다른 임시 막사를 많이 지어놓았다.
다만 동현과 근혁이 있는 곳은 사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숲이 매우 울창하고 깊은 곳에 임시 막사와 작은 외양간을 지어놓았기에, 임시 막사의 사람들이 작정하고 찾지 않으면 동현과 근혁이 있는 곳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곳에 동현과 근혁은 묵으면서 본격적인 두창 연구를 시작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