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화 동현, 거상이 되기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다
연태중은 세작에게서 들은 내용을 연태조에게 빠짐없이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수나라 황제 양견이 중원을 통일하는데 독고가라의 말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군요.”
“얼마나 영향을 끼쳤길래 말이 나오는 것이냐?”
“좀 전에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수나라 황제 양견 외에 또 다른 황제가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이니 말입니다.”
“허어… 그렇다면 나랏일에 대한 논의를 할 때마다 독고가라라는 여인이 의견을 낸다는 말이냐?”
“예. 그렇다 합니다. 양견이 나랏일에 대한 논의를 할 때 항상 그 옆에 같이 앉아 있는데 그 내용을 들은 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의견을 반드시 내었고 양견은 그 의견의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합니다.”
“그런 일이… 그렇다면 양견은 꼭두각시 황제라는 말이 아니냐?”
“그건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
“현재 수나라가 중원을 통일하고 내부를 정비한다는 말은 좀 전에 제가 말을 해서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양견은 중원을 통일하는 전쟁에 나설 때에도 백성들의 생각을 먼저 했다 합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백성들의 형편을 먼저 고려했다 합니다.”
연태조는 동생 연태중에게 이런 말을 듣자 재차 묻는다.
“그 말은 자신의 의지로 백성들을 살폈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황후인 독고가라의 경우도 백성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서로 뜻이 맞는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황후가 백성들을 더 챙기려는 모습도 있다고 합니다. 세작들을 통해 들으니 백성들의 민심이 그 둘을 동시에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꼭두각시 황제가 아닌, 둘이 협의 하에 국가를 운영하는 듯합니다.”
연태조는 연태중의 말을 듣고는 혀를 차며 대답한다.
“쯧쯧… 그렇다하더라도 나랏일까지 여자가 다 관여를 할 정도면 입김이 보통이 아닐 텐데… 그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나라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렇습니다. 형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일부 수나라 내부 신하들 중 독고가라의 권한과 입김이 워낙 강하니 황권이 황후로 인해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하는 자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권한이 너무나도 강해 자신들이 다칠까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합니다.”
“흐음… 그렇군. 헌데 수나라 내부는 매우 평화롭고 둘을 칭송한다… 참 희한한 상황이군.”
“그렇습니다. 형님.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수나라의 아들끼리의 승계싸움이 치열하다 합니다.”
“승계싸움이?”
“예. 그것이…….”
연태중은 수나라 아들들의 다음 황제 승계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잠시 후.
“쯧쯧… 그럼 현재 태자 양용이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고 있다는 것이군?”
“맞습니다. 둘째인 양광과 그의 측근들에게 계속 당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거기다 태자가 방탕하니 양견과 독고가려의 미움을 사고 있는 것도 한몫했지요.”
“그런 자가 수나라 황제가 되어야 우리 고구려가 편할 텐데 말이야.”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튼 자네 덕에 새로운 소식을 많이 듣게 되는군. 수고했어. 계속 소식을 들려주도록 하게.”
“예. 형님. 당연히 그래야죠. 그나저나…….”
“……?”
“아까 형님께서 말씀하신 그 사람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연태중의 말에 연태조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글쎄다. 일단 그 사람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 일단 도와줄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면서 말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일단 태왕 폐하도 알고 계시는 만큼 그냥 두어야 하지 않겠나?”
“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
“만약 점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사람이 형님의 뜻과 반대된다면, 진즉에 죽여서 싹을 자르십시오.”
“…….”
“그래야 후환이 없을 것 아니겠습니까?”
연태조는 연태중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모든 것은 태왕 폐하의 재가를 받고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러다가 시기를 놓치면…….”
“내 말을 태왕 폐하께서 아니 들어주시는 경우가 있었느냐? 걱정 말거라.”
“음,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대비는 해 놓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형님.”
“그건 이미 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거라.”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나저나 너무 늦었군요.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거라.”
연태중은 그렇게 연태조의 방을 나갔다.
연태조는 연태중이 방을 나간 뒤에도 한동안 잠에 들지 못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한편, 그 시기 동현은 구휼미를 나누어주고 난 뒤 자신의 수하들과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쌀은 아직 많이 남아 있지?”
“그렇습니다. 회장님.”
“백제에 특히 쌀이 싸니 그 쪽에 나가 있는 사비성 행수에게 전해서 쌀을 최대한 많이 구입을 하라고 해라. 그리고 그것들 중 절반은 이 요동성으로 보내라고 해.”
“예! 회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행수 사훈!”
“예! 회장님!”
“자네의 자리는 참으로 막중한 자리야. 자네에게는 자잘한 거래가 아닌 큰 거래를 할 곳을 찾아서 큰 이문을 남기라는 뜻이지. 자네의 머리가 명석하니 믿고 맡긴 것이야.”
“예. 회장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접촉 중인 곳이 있나?”
동현의 말에 사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바로 어제 한 곳을 찾았습니다.”
“오! 그래? 어디 있는 곳인가?”
“예. 수나라에서 온 상단인데 우리 고구려는 물론이고 백제와 신라를 왔다갔다 거리는 상단입니다.”
“그래? 수나라의 상단?”
“예.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왕빈이라고…….”
“지금 뭐라 했느냐? 왕빈?”
“예. 아십니까?”
동현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다마다! 현재 수나라의 환관으로 있으면서 수나라에서 제일가는 거상으로 꼽히는 상단이 아니냐?”
“잘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그곳과 연이 되어서 상거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물건을 보더니 참으로 큰 관심을 가지더군요.”
“오! 그래?”
“예. 일단 닷새 뒤에 이 요동성으로 사람이 오기로 했습니다. 왕빈이라는 대인의 집사라고 하더군요.”
“오! 최측근을 보내는군?”
“그렇습니다. 저희가 보여준 물건이 중원에서도 크게 먹힐 것이라면서 최대한 많이 구매를 하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좋아. 닷새 뒤에 그 일에 대한 전권을 모두 자네에게 맡기지. 그 일을 잘 마무리 짓도록 해주게.”
“예! 맡겨주십시오!”
동현은 왕빈이라는 말에 매우 흥분했다.
왕빈은 그저 드라마 속에서 각색하여 등장시킨 가상의 인물일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로 수나라에 그런 거상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이름이 완전히 똑같이 말이다.
‘흐음… 그래도 방심은 하지 말자. 드라마랑 현실은 달라. 성격은 완전히 딴판일 수 있지.’
동현이 그렇게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장수들에게 뒤이어 말한다.
“그리고… 호위무사 총관이자 사기인 해론!”
“예! 회장님.”
“내가 수나라의 사정을 소상히 알아보라고 했는데… 어떻게 됐나?”
“예. 회장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저희 호위무사들 중 가장 날랜 자들을 뽑아서 수나라의 수도인 장안으로 잠임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잠입에 성공을 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잘했다.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나에게 바로 소식을 전하도록 해라. 그리고 되도록 수나라의 소식이 잘 끊기지 않도록 해. 알겠나?”
“예. 회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쪽 사정을 알아보면서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각별히 유의하라고 하게. 우리 고구려와는 적국인 관계야. 아무리 상단의 사람이라고 해도 사정을 봐주지 않을걸세.”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
“수나라의 장안으로 호위무사들을 몇 명이나 잠입시켰나?”
동현의 말에 해론이 바로 대답한다.
“예. 일단 다섯 명을 잠입시켰습니다. 둘씩 일단 짝을 지은 후 한 명은 그 네 명에게 명령을 움직이는 체계로 말입니다.”
“다섯 명이라… 흐음… 좋아. 장안은 그 정도로 충분해. 하지만 그 도시에만 잠입시켜서는 안 되네. 해론.”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수나라는 우리보다 땅도 훨씬 크고 국력도 몇 배나 큰 나라다. 땅이 비옥한 곳이 엄청나게 많지. 자네도 알지 않는가?”
“그야… 물론입니다.”
“내가 얼마 전 자네들에게 말을 했을 거야. 내가 이렇게 수나라의 사정을 자세하게 알려는 이유를 말이야.”
“그렇습니다.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니 이야기가 빠르겠군. 나는 분명 수나라에서도 이 고구려와 백제, 신라를 다 합쳐서 상단을 꽤 큰 규모로 성장시킨 것과 같이 거상이 되겠다고 했어. 그러려면 수나라의 사정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말을 했지. 그래서 해론 자네가 장안으로 호위무사들을 잠입시켰고 말이야.”
동현은 말을 하다가 잠시 목이 탄 듯 자신의 앞에 있는 차 한 잔을 마시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해론 자네가 호위무사들을 장안으로 보낸 것은 수나라의 황제 양견이 그곳에 있으며 수나라의 중심인 수도이기 때문이 아닌가?”
“맞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게 아주 정상적인 생각이지. 하지만 우리는 그것보다 더더욱 발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해.”
“……?”
“우리의 목표는 가문을 일으키면서 거상이 되는 거다. 그러면 수나라의 수도에만 세작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야.”
“아…….”
“낙양이나 허도, 업과 같은 큰 성들에 일단 우선적으로 호위무사들을 잠입시켜서 그곳의 상황을 보고하게. 백성들의 민심이나 상태는 물론이고, 장사는 주로 어떤 장사를 하며 그곳의 태수가 누구인지 등등… 자세히 알아낸 후 나에게 보고를 하게.”
포부와 자신감이 가득 찬 목소리로 동현은 이어 말한다.
“나는 그 정보를 토대로 수나라 곳곳에 거점을 세우면서 우리가 만든 것들을 수나라 백성들에게 팔 것이다. 수나라 인구는 고구려와 삼한에 비해서 비교도 안될 만큼 많기 때문에 큰 성에 일단 거점을 다 세우고 우리가 장사 전략만 잘 세운다면… 우리는 수나라에서 금방 거상이 될 수 있을 거다.”
동현의 말에 해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회장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곳 말고도 강동에 있는 건업이나 형주에 있는 양양, 그리고 익주에 있는 성도에도 호위무사들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후후… 예전에 위, 촉, 오의 수도였던 곳으로 다 보내려는 것이군. 그리고 유포가 있던 양양까지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곳들이 큰 성들이 아닙니까?”
“그래. 맞다. 그렇게 하도록 해. 아 참! 좀 전에 말한 그 큰 성 말고… 몇 군데 성을 더 추가해야 할 곳이 있네. 아주 큰 성들은 아니지만 이곳에도 호위무사들을 잠입시켜 꼭 그 성의 정보들을 알려주었으면 해.”
“그곳이 어디입니까?”
“시상과 강하!”
“시상과 강하라…….”
“그래. 내가 왜 이 두 성들이 있는 곳의 정보를 알아오라는지 너는 알 것이다.”
동현의 말에 해론은 씩 웃으며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그곳에 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 강을 통해서 여러 곳과 무역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곳이니 말입니다.”
“역시 해론이로구나. 좋아. 그럼 부탁한다.”
“예! 회장님! 맡겨주십시오!”
“좋아. 이제 내가 할 말은 대부분 다했다. 이제 마지막 한 마디를 하고 끝내겠다.”
동현은 장수들을 쭉 돌아본 후 천천히 입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