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화 동현, 구휼미를 베풀기로 하다
동현이 그렇게 미치코와 두 번째 혼인을 하고 며칠 뒤, 그의 장인인 시미즈 히로무가 요동성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스무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장인어른.”
“알겠스무니다. 종종 배편으로 수하를 통해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스무니다.”
“예. 언제든지 연락하십시오. 아… 그나저나… 근거지를 옮긴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스므니다. 현재 있는 에치젠에 있자니 사도 섬과 이와미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관리하기 힘들어서 말이므니다. 그래서 일단 근거지는 이와미 은광이 있는 쪽으로 옮기고 사도 섬에 대한 관리는 동생에게 맡기기로 했으므니다.”
“그렇군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현재 있는 곳에서 양쪽을 관리하기에는 지리적으로 어려우니 말입니다. 옳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리 말해줘서 고맙스므니다. 일단 에치젠으로 가서 그곳 정리를 하고 바로 근거지를 옮기면 소식을 전하겠스므니다. 그럼 사위… 이만 가보겠스므니다.”
“예. 장인어른. 조심히 가십시오.”
시미즈 히로무는 동현에게 인사를 받더니 옆에 있던 미치코를 보며 말한다.
“미치코. 이제 넌 우리 가문의 사람이 아닌 내 사위 가문의 사람이다. 그러니 잘 받들어 모시고 가문을 위해서 내조를 잘 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아버님.”
시미즈 히로무는 그렇게 당부를 하고는 요동성을 떠나 자신의 본래 근거지인 에치젠(현재는 후쿠이현이라는 지명으로 불림)으로 돌아갔다.
동현은 요동성 앞까지 시미즈 히로무를 전송했고 시야에서 상단 일행이 사라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자 동현이 미치코에게 말한다.
“둘째 부인.”
“예. 서방님.”
“음… 이건 강요가 아닙니다만… 이제 우리 가문의 사람이 된 만큼 이름을 우리 고구려 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부인의 생각은 어떠시오?”
“서방님의 말씀이라면 따르겠습니다.”
“내 말을 들어주어서 고맙소. 일단 부인이 태어난 날짜와 시간을 적어주면 내가 이름을 잘 짓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좋은 이름으로 부인의 이름을 받도록 해보리다.”
“감사합니다. 서방님.”
동현은 회귀 전 현대에서 살 때 일본과의 역사적 문제 갈등으로 인해 일본을 싫어했다.
그래서 동현은 미치코의 이름도 일본식이 아닌 한국식 이름으로 바꾸자고 먼저 제안한 것.
미치코가 거부감이 있을까 걱정 했지만 다행히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서 동현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하인을 시켜 미치코의 이름을 용한 점집에서 짓도록 했다.
그렇게 이름을 짓는 것을 맡기고 며칠 뒤.
미치코 이름을 짓는 곳에서 온 하인이 왔다고 하여 상단 안으로 들이는데 하인은 상단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동현을 보고는 무언가 건넨다.
동현이 그것을 받아보니 미치코에 대한 새 이름이었다.
“흐음… 화연이라…….”
“예.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두 번째 부인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지어주셨습니다.”
“그래. 좋은 뜻이구나. 고맙다. 여기, 이거는 이름을 지어준 값이다.”
“아니… 이건 너무 많습니다!”
“나중에 내 자식이 생기면 또 부탁할 것이다. 그것으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거라.”
동현은 그렇게 하인에게 두둑하게 사례를 하고는 미치코의 새 이름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바로 두 부인을 부른다.
“부르셨습니까?”
“그렇소. 부인. 부인의 새 이름이 왔소. 한 번 보시오.”
“화연이라…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라는 뜻이군요.”
“그렇소이다. 부인. 이제 부인의 이름은 미치코가 아닌 화연이오.”
“정말 좋은 이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서방님.”
“동생. 정말 축하하네. 새 이름을 얻게 됨으로써 이제 완전히 우리 가문과 고구려의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야.”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그렇게 동현은 두 부인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는 그때.
“형님! 저 근혁입니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오거라!”
“예. 형님!”
동현의 허락에 근혁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근혁은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정희와 화연에게 인사한다.
“형수님들도 계셨습니까?”
“예. 도련님. 그럼, 저희는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이야기들 나누십시오.”
두 부인들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방을 나가자 동현은 근혁에게 자리를 권하고 앉게 하며 묻는다.
“그래. 무슨 할 말이 있는데 들어왔느냐?”
“예. 그게…….”
“……?”
“제가 거리에 나가보니 백성들이 한숨을 쉬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지 알아보니, 근래에 비가 내리지 않아서 가뭄이라고 하더군요.”
“가뭄이라…….”
“예. 가뭄으로 인해 농사를 망치는 곳이 많아서 백성들이 어떻게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요동성 외곽이나 다른 성으로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초근목피까지로 연명하는 백성들까지도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저런… 강이식 대장군께서 백성들에게 구휼미를 내리시지 않으셨냐?”
“물론 내리셨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이 워낙 많다보니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그건 좀 이상하군. 강이식 대장군이라면 매사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분이야. 그런데 구휼미가 모자라다니?”
“그게… 가뭄이 나기 오래 전에 이 요동성에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크게 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강이식 대장군이 구휼미를 백성들에게 내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홍수가 지나가고 난 뒤에 또 이런 가뭄이 생긴 것입니다.”
동현은 그 말을 들으며 안타까워한다.
“연달아서 이런 일이 터지는 바람에 구휼미가 모자라는 것이로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형님.”
“그래. 네 말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 집 안에 있는 식량들을 대장군에게 말하여 구휼미로 베풀자는 것이 아니냐?”
“알고 계셨습니까?”
“백성들을 유난히도 생각하는 너다. 당연히 그 말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 그런데…….”
“……?”
“그 말은 누구에게 들은 것이냐?”
“예. 좀 전에 거리에 백성들의 모습을 보고나서 상단으로 돌아오던 도중 우식 공자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기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말을 해주더군요.”
“그랬군…….”
“형님. 백성들에게 구휼미를 베푸실 것이면 언제 푸실 예정이십니까?”
“그 전에… 구휼미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도 들었느냐?”
“예. 적어도 3만석에서 5만석 정도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동현은 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지금 당장 강이식 대장군께 가서 우리가 그 구휼미의 5만석을 내겠다고 말을 해라.”
“알겠습니다. 형님.”
“나가면서 백성들에게 구휼미를 줄 것들을 미리 준비시켜놓게 하고…….”
“예! 형님! 그럼, 지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근혁은 동현에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을 나갔다.
그 소식을 들은 강이식 대장군은…….
“뭐라? 동현이가 구휼미 5만석을 낸다고 말을 했다고?”
“예! 대장군! 우식 공자가 동현이의 의형제인 근혁이에게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그랬군. 아무튼 5만석이면 적지 않은 양인데 그것을 구휼미로 베풀다니… 그것도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말이야.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본래 동현이는 자신의 가문도 생각하지만 나라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녀석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래. 아무튼 지금 당장 동현이가 있는 상단으로 가봐야겠다. 대중상! 지금 당장 동현이의 상단으로 갈 준비를 하게! 자네도 같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예. 대장군!”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은 급히 대중상과 함께 말을 타고 동현의 집이 있는 상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빨리빨리 수레에 실어라! 더 빨리 움직여!”
“예! 집사 어른!”
“아니?! 대장군!”
근혁은 호위무사들에게 백성들에게 줄 구휼미를 빨리 수레에 실으라며 명령을 하며 수레를 확인하고 있는데 그 사이 강이식 대장군과 대중상이 오자 다급하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고생이 많구만.”
“아닙니다. 형님께서 명하신 것이니 당연히 해야지요.”
“동현이는 지금 어디 있나?”
“아마도 지금 방에서 상단의 일을 보고 있을 겁니다.”
“그래?”
“예. 제가 대장군이 오셨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근혁은 급히 동현이 있는 방 앞으로 가 외친다.
“형님! 형님!”
“왜 그러느냐? 들어와서 이야기 하거라.”
“대장군께서 오셨습니다.”
“뭐라? 스승님께서?”
“예! 대장군뿐만 아니라 모달께서도 함께 오셨습니다!”
근혁의 말에 방문이 벌컥 열리며 동현이 모습을 보인다.
동현은 문을 열자마자 빠르게 신을 신고는 강이식 대장군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어찌 이 누추한 곳까지 오셨습니까?”
“이 녀석… 급히 오다가 넘어질라.”
“스승님이 오셨는데 그게 대수입니까?”
“허허허. 그래. 그나저나, 구휼미 5만석을 네가 내겠다고 했다면서?”
“예. 백성들이 가뭄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데 제가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는 상행을 하는 사람이다. 상행을 하게 되면 손해가 나면 안 되지. 내가 보았을 때 이것은 손해다. 그러면서도 이 일을 자청한 이유가 무엇이냐?”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보면 손해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저희에게 이득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득이다?”
“예. 저희 상단이 구휼미를 베풀게 되면 저희 상단 이름이 이 요동성에 다 알려질 것이고 저희 상단은 백성들에게 좋은 상단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계속해서 이어 말했다.
“그리고 그 백성들의 소문은 무서운 것이어서 다른 곳으로도 퍼져 나갈 것이고 그 소문을 따라 저희 상단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겠지요.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손해이나 장기적으로는 큰 이득이니 당연히 제가 하겠다고 한 겁니다.”
“…….”
“하지만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 좀 전에 말한 것들보다 가장 우선시가 되었습니다. 이 요동성에서 백성들이 살아갈 곳을 잃게 되면 저도 장사할 곳을 잃게 되는 것인데… 제가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니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그제야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기는구만. 녀석… 좋아. 네가 구휼미를 베푸는 것을 허락하마. 부탁한다. 동현아.”
“예. 스승님. 맡겨주십시오.”
“대중상. 자네는 우리 요동성의 백성들 명부를 건네주게. 그것을 보고 구휼미를 받지 못한 사람들을 확인하고 나누어주어야 하니 말이야.”
“예. 대장군.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군부에서도 사람을 보내게. 상단의 사람들만으로 백성들을 통제하기가 힘들 수 있으니 힘을 보태주는 것이 좋아.”
“예. 대장군!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동현아. 부탁한다.”
“예. 스승님.”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게 동현에게 부탁을 하고는 동현이 있는 상단을 떠난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군례를 올렸고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그런 동현을 보던 대중상이 말한다.
“여기, 내가 가지고 다니는 백성들에 대한 명부네. 여기부터 백성들이 구휼미를 받지 못한 백성들이니 여기부터 구휼미를 나누어주면 될 것이다.”
“예. 모달. 감사합니다.”
“구휼미는 상단 앞에서 나누어 줄 것이냐?”
“예. 그러려고 합니다.”
“흐음… 그렇다면 그 구휼미를 실은 식량을 상단 앞으로 빼는 것이 좋겠군. 빼낸 후 백성들을 줄을 서게 한 뒤 한 명씩 나누어주면 되겠어.”
“예.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으음… 군부에서 군사가 오기 전에 자네의 호위무사들을 사방으로 퍼뜨려 자네의 상단 앞에서 구휼미를 줄 것이라고 백성들에게 알리게. 그리고 나서 군부 군사들이 오면 군사들로 하여금 백성들을 줄을 서게 하고 통제를 하게 한 후 배식을 하면 될 것이다.”
동현은 대중상의 말을 듣자 동의를 했고 대중상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호위무사들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많은 백성들이 동현이 있는 상단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