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화 동현, 두 번째 혼인을 하다
청명 공주와 의정이 정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다음 날.
청명 공주와 의정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일어나 기본기 수련을 했다.
그리고 오전 수련을 마친 후 정희가 있는 방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은 정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날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로 정희를 위로한다.
“그나저나 사모님, 스승님께서 혼인을 올린지도 얼마 안 되셨는데 두 번째 혼인이라니… 마음이 좋지 않으시겠습니다.”
“별 수 있겠는가? 가문을 위한 일이니 내가 견뎌야지…….”
“이러는 걸 볼 때마다 왜 여자로 태어났는지 한탄스럽습니다. 사모님…….”
“어쩌겠는가? 그게 하늘의 뜻이거늘…….”
“저는 나중에 꼭 제가 원하는 사람과 혼인 할 겁니다.”
“그리되면 나도 좋겠구나. 내가 응원해주마.”
“감사합니다. 사모님.”
그렇게 청명공주와 의정은 정희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때.
“응? 너희가 방에 있었구나?”
“예. 스승님.”
“오후에도 훈련이 있는데 쉬지 않고?”
“사모님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저희에게는 좋은 휴식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되니 지금 바로 비켜드리겠습니다.”
“아니다. 내 부인인 정희가 좋아하니 같이 이야기를 나누려무나.”
“그래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나는 잠시 부인의 얼굴을 보러 들어온 거였거든. 봤으니 됐다. 다시 일하러 나가야지.”
“서방님도 참…….”
동현의 말에 정희가 부끄러워하는데 갑자기 동현이 성큼성큼 정희의 앞에 다가가 가볍게 입술 위에 입맞춤을 해주고는 밖으로 나간다.
그런 동현의 돌발 행동에 정희는 물론이고 청명 공주와 의정은 순간 몸이 굳는다.
동현이 밖으로 나가가 기척이 사라지자 그제야 정희는 부끄러움이 확 밀려오며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는데 청명 공주와 의정이 그런 정희를 보며 말한다.
“스승님이 저런 면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맨날 저러십니까?”
“응? 으응… 나랑 둘이 있을 때만 하는 행동이었는데… 설마 너희 둘이 있는 앞에서도 그럴 줄 몰랐네.”
“어머, 어머!”
청명 공주와 의정은 정희의 대답에 호들갑을 떤다.
“와…! 전 저런 스승님의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저 박력!”
“진짜 놀랍습니다! 스승님께서는 평소 저희에게 진지한 모습만 보여주시는데 말입니다.”
“나도 처음에 혼인하고 난 뒤 엄청 놀랐단다. 둘이 있을 때 하도 애정표현을 해서 말이야.”
정희는 좀 전에 동현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그동안 동현이 자신에게 어떻게 애정 표현을 했는지 청명 공주와 의정에게 모두 털어놓는다.
그 말을 모두 들은 청명 공주와 의정.
“저는 반드시… 나중에 스승님과 같은 사람과 혼인할 겁니다.”
“저도요. 저만을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남자… 얼마나 멋집니까?”
“호호호. 하지만 너희가 좋아하는 스승님은 얼마 후에 두 번째 혼인을 올리는데?”
“크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혼인을 하더라도 분명 사모님을 더 많이 사랑해주실 겁니다. 오늘 하는 행동을 보면 확신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그렇게 정희의 청명 공주, 의정은 한동안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그리고 며칠 뒤.
“뭣들 하느냐?!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오시는데! 소와 돼지를 더 잡도록 해!”
“예! 집사 어른!”
“해론!”
“예! 집사 어른!”
“지금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몰리고 있다! 그러니 너는 손님들이 들어오실 때마다 빈자리로 안내하도록 해! 단석한이나 돌석비와 같이 안내해!”
“알겠습니다!”
드디어 동현의 혼인식이 열렸다.
동현의 집은 혼인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강이식 대장군은 물론 대중상과 평양에서 소식을 들은 연태조와 을지문덕이 따로 사람을 보냈을 정도였다.
거기다 그 소식은 영양 태왕에게도 전해졌고 소식을 들은 영양태왕은 동현에게 따로 재물까지 내려줬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현의 집에 모여 혼인식을 기다리는 그때, 혼인을 주관하는 사람이 나와 외친다.
“이제부터 혼인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이제 곧 신랑 신부가 입장을 할 테니 모두들 축하해 주십시오!”
그렇게 혼인을 주관하는 사람의 말과 함께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는데 다들 탄성을 터뜨린다.
“와… 예쁘다.”
“왜에서 온 여자라고 해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예쁘잖아?”
“다들 꾸미면 예쁘지.”
“본판이 예뻐야 꾸며서 더 예쁜 법이야.”
“그럼 나는?”
“넌 생긴 게 오징어인데?”
“이게?!”
“아… 아야! 그, 그만해! 이제 곧 혼인식 시작한다고!”
한 남자와 여자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신랑과 신부를 쳐다본다.
그리고 시작된 혼인식.
혼인식을 진행하며 강이식 대장군이 동현과 미치코를 보며 덕담을 남긴다.
“자식을 많이 낳아서 가문을 크게 번창시키거라! 가문을 크게 일으킨 후 임관하여 고구려를 위해 일하는 날을 기대하겠다!”
“예. 대장군! 감사합니다!”
동현은 그렇게 미치코와 함께 강이식 대장군에게 절을 하고 시미즈 히로무에게 절을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혼인식에 온 하객들에게 인사를 한 후 정희가 있는 앞으로 다가간다.
정희의 앞에 동현과 미치코가 다다르자 미치코가 정희에게 절을 하며 말한다.
“앞으로 형님을 친자매처럼 생각하며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미치코의 말에 정희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고맙네. 앞으로 이 평양 김 씨 가문과 서방님을 위해 힘껏 내조를 해드리세.”
“예. 형님.”
그렇게 절을 마친 미치코는 동현의 옆으로 다시 다가갔고 남은 혼인식 절차를 진행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합근례(전통혼례에서 신랑과 신부가 술잔을 주고받으며 혼인 서약을 하는 절차)를 통하여 여기 있는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음을 하늘에 고하였습니다! 이 부부를 모두 축복해 주시오!”
혼인식을 주관하던 사람이 크게 외치자 많은 하객들이 박수를 치며 동현과 미치코를 축하해준다.
그때 어떤 사람이 짓궂게 소리친다.
“아니! 신랑은 무엇을 하시는 것이오?! 얼른 신부와 함께 신방으로 가지 않고?!”
“우하하하하!”
그 사람의 말에 동현은 물론이고 미치코의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그런 둘을 보며 강이식 대장군과 시미즈 히로무 또한 크게 웃으며 기뻐하는데 동현은 이대로 더 있다가는 미치코가 더욱 민망해 할까봐 빨리 신방에 들어가자고 말한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미치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하자 동현은 미치코와 함께 신방으로 향하는데 아직 짓궂은 말이 다 끝나지 않은 듯 사람들이 또 큰 소리로 외친다.
“얼른 신방에 들어가셔서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만드십시오! 으하하하!”
“하하하하! 평양성 김 씨 가문의 주인께서 워낙 신체도 건장하시니! 분명히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이 들릴 겁니다!”
“하하하하하하!”
신방으로 향하다가 이런 말을 들은 동현과 미치코는 더더욱 부끄러워하며 빠르게 신방으로 들어가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동현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일어나 무예 수련을 마치고 목욕까지 마쳤다.
미치코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자고 있다가 동현이 목욕을 마치고 방에 들어올 때 쯤 일어났다.
미치코는 자신이 늦잠을 잤다는 사실을 동현에게 말하며 매우 미안해한다.
“죄송합니다. 서방님. 일찍 일어나신 줄도 모르고…….”
“아니오. 부인.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본의 아니게 부인의 단잠을 방해했구려.”
“아닙니다. 서방님. 그럼 저도… 얼른 씻고 오겠습니다.”
“그리하시오.”
그렇게 미치코는 허둥대며 방에서 나가 목욕을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서방님.”
“왔소?”
“예. 저, 그런데…….”
“……?”
“형님께서 저보다 위이시니 인사를 올리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허어… 안 그래도 될 텐데…….”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형님은 저보다 윗 서열이신 만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부인의 마음이 편하다면 그리하시구려.”
“예. 서방님.”
“아… 아니다. 나와 함께 갑시다. 나도 아침에 부인을 항상 봤었으니 말이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동현과 미치코는 정희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정희는 동현과 미치코가 왔다는 말에 급히 옷매무새를 정리 하고 방으로 들였다.
미치코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정희에게 인사를 하며 아침 문안 인사를 올렸다.
“형님께 아침 문안 인사를 올립니다.”
“그래. 참으로 예의가 바르구나. 이렇게 아침 문안 인사를 와줘서 고맙다.”
“하루에 한 번씩 매일 아침 윗분에게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당연한 것이니 고맙다고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희는 미치코의 대답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본 동현이 정희와 미치코를 보며 말한다.
“앞으로 두 부인이 나를 많이 도와주시구려. 내가 외부의 일로 인해 안의 일을 전부 다 신경 쓸 수 없을 테니 집안의 일을 둘이서 잘 책임져 주기를 바라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서방님. 저희 둘이서 서방님과 가문을 위해 있는 힘껏 내조를 해드리겠습니다.”
“고맙소. 부인들…….”
동현은 그렇게 정희와 미치코에게 고마워한다.
그때 정희가 미치코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보게 동생.”
“예. 형님.”
“이제 자네가 우리 가문의 사람이 된 만큼 내가 자네에게 꼭 당부해 줄 말이 몇 가지 있네.”
“예. 형님. 경청하겠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미치코의 대답에 정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어간다.
“일단 첫째! 우리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은 서방님의 명령 없이 절대 외부로 발설하지 말 것. 그리고 둘째! 서방님의 부인이 되었다고 하여 밑에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 것. 셋째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오직 진실 된 내용만을 말할 것.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
“훗날 우리 외에 누군가 또 부인으로 들어와도 투기하지 말 것. 이 네 가지를 꼭 지켜주기를 바라네. 동생, 지킬 수 있겠는가?”
정희의 말에 동현은 당황한다.
정희의 마지막 네 번째 말을 듣고 매우 당황한 것.
동현은 순간 당황하고 놀라며 정희에게 묻는다.
“이보시오. 부인. 내가 무슨 여기서 또 여자를 얻는다고 하시오?”
“서방님. 제가 서방님 사주를 보니 서방님의 사주에는 여자가 많이 몰린다고 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는 당연한 조치 아니겠습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사주일 뿐이오. 내가 거절하면 되니 그 걱정은 하지 마시오.”
“서방님께서 지금 그리 말씀하시지만 훗날 가문을 위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는 마땅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
“다만 후에 서방님께서 혼인 할 여자들은 저와 여기 있는 동생에게 전부 다 합격점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번 일과 같은 일로 제가 마음이 상하지 않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정희의 말에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이거 정말 못 말리겠군… 하아…….”
“두고 보십시오. 훗날 서방님이 잘 되고 높게 올라가게 되면 다른 가문에서 서방님과 혼인을 위해 그 가문의 여식들을 너도나도 내놓을 것입니다. 저희가 이제부터는 그것을 판별해 드리겠습니다. 그 여식들이 서방님과 혼인하기에 마땅한 여자인지 말입니다.”
동현은 정희의 말에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런 동현을 보며 정희는 빙그레 웃더니 앞에 있는 미치코에게 묻는다.
“어떠냐? 내가 말한 것들을 모두 지킬 수 있겠느냐?”
정희의 말에 미치코는 고개를 숙이며 바로 대답한다.
“예. 형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반드시 말씀하신 것들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정희는 자신의 말을 받아들인 미치코를 보며 손을 잡고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