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화 강이식 대장군을 스승으로 받들고, 새 집으로 들어가다
강이식 대장군은 동현과 상단을 이끌고 같이 요동성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요동성 안의 연회장에 모두 모인 상단 사람들과 강이식 대장군의 군부 사람들.
강이식 대장군은 정 가운데에 앉아 연회를 주관하며 동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아주 장한 일을 해냈더구나.”
“운이 좋았습니다.”
“넌 언제나 겸손해. 그래서 내가 더 좋아한다.”
“감사합니다. 대장군. 헌데…….”
“……?”
“제가 서찰에 써 놓은 장소는 미리 마련이 된 것입니까?”
“물론이지! 네 서찰을 받자마자 내가 믿을만한 수하를 시켜 물색을 해 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직접 다녀오기도 했고 말이야.”
“그렇군요. 오늘 연회가 끝나는대로 그곳으로 그것을 다 옮겨야겠습니다.”
“그래. 그곳에 창고도 미리 만들어놓으라고 했으니 그곳에 모두 옮기면 될 것이야. 그나저나… 국내성에서 요동성으로 오기까지 안에 내용물에 대한 검문은 하지 않았나보지?”
“하던 곳도 있고 안 하던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문, 검색을 하더라도 황금 통행패를 보여줘서 그런지 그냥 대충하고 통과시키더군요.”
“그랬군…….”
“그나저나… 제가 부탁한 창고를 벌써 창고를 다 만드신 겁니까?”
“아직 다 만들진 못했고 절반 정도는 만들어 놨다. 그리고 급하게 창고를 지은 것이라 그렇게 튼튼하지는 않을 것이야. 그냥 물건을 보관할 수 있을 정도의 창고만 만들었으니 말이야.”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창고도 계속 짓고 있다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 아무튼 네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어! 그나저나… 염초 밭 만드는 방법은 언제 가르쳐 줄 것인가?”
“예. 일단 대장군께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을 골라주시면 제가 그 사람에게 가르쳐 주겠습니다.”
“믿을만한 사람이라…….”
“예. 이 염초 밭 만드는 방법은 어느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됩니다. 국가적 기밀로 간주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니 입이 무거운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 네 말이 옳다. 흐음… 내 수하 중에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강이식 대장군은 잠시 고민을 하고는 말한다.
“그 일은 내가 사람을 먼저 물색해보고 말을 해주겠다. 그러니 염초 밭 만드는 법에 대한 전수는 그 후로 해주었으면 하는구나.”
“알겠습니다. 대장군.”
“그나저나… 내 아들 놈은 잘 하더냐?”
강이식 대장군이 우식을 힐끗 바라보고는 묻자 동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장군께서 걱정하시는 것과 달리 너무나도 훌륭하게 맡은 바 일을 잘 해냈습니다.”
“그래?”
“예. 대장군이 아는 우식이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흐음…….”
“이제 대장군께서 생각하시는 일을 우식이에게 맡겨도 될 겁니다.”
“그래. 네 눈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제가 지금 우식이에 대해 하는 말은 모두 진심입니다. 우식이는 생각보다 대장군이 생각하신 것보다 능력이 뛰어납니다.”
“…….”
“우식이에게는 제게도 없는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상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잘 배치한다는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능력이 될 수 없다.”
“아닙니다. 대장군. 큰 능력입니다. 아랫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능력에 따라서 일의 능률도 올라가니까요.”
“…….”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을 잘 집어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예를 들자면… 수하들끼리 분쟁거리가 일어나거나 상대와 협상 때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을 미리 이야기 해줌으로써 그것을 저희가 다 대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
“우식이는 제가 보기에 무예뿐만이 아닌 상대 심리를 이용하는 정치적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경험만 더 쌓게 되면… 엄청나게 큰 인물이 될 겁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내 아들이라고 좋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니냐?”
“전혀 아닙니다. 저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음… 좋아. 그렇다면 우식이의 단점은 무엇이냐?”
“단점이라면… 가끔씩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것이겠죠.”
“지나치게 신중하다라…….”
“예. 우식이는 모든 일에 있어서 완벽하게 행하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특히 대장군의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 크게 반응하더군요.”
“나에게 말이냐?”
“예. 우식이는 대장군을 존경하면서도 자신이 실수하여 대장군께 크게 누가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
“아마 그것이 대장군께서 평소 우식이가 행하는 것에 대해 지적을 자주 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동현의 솔직한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네 말이 일리가 있다. 나는 내 자식 만큼은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 지금도 그렇고 말이야. 그래서 우식이한테 많이 지적을 하기는 했지.”
“이제는 우식이에게 지적을 하는 것뿐만이 아닌 칭찬도 같이 해주십시오. 그러면 본인의 선택에 자신감을 가지고 되고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조금씩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구나. 역시 너에게 우식이를 맡기기를 잘했어. 그건 그렇고…….”
“……?”
“이 요동성에서 얼마나 있을 생각이냐? 중원으로 나갈 것이 아니더냐?”
“맞습니다. 다만 이번에 요동성에 머물 시간이 꽤 걸릴 듯합니다.”
“그래?”
“예. 이제 백제와 신라를 돌면서 거점을 세우고 재물을 막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재물이 모두 모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음… 예전에는 요동성에 좀 짧게 머무르고 바로 떠나려 했던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
강이식 대장군의 대답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대장군. 하지만 직접 상행을 하고 장사를 해보니 제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역시 직접 부딪쳐 보는 것과 그저 계획만 하고 말만 하는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그래. 맞아. 분명 그렇지. 거기다 처음으로 하는 일이니 더 그랬을 것이야.”
“맞습니다. 대장군. 그래서 일단 1년 정도는 이 요동성에 머물면서 재물을 모으다가 1년 뒤 재물이 많이 쌓였다고 생각이 되면 바로 상행을 나갈 생각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한동안 얼굴을 자주 보겠구만.”
“그럴 것 같습니다. 대장군.”
“잘 됐어. 그러면 조만간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해 염초 밭 만드는 법을 전수해주면서 이 요동성을 위해 종종 네 의견을 물을 것이니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주기를 바란다.”
“소인은 아직 정식 관리도 아닙니다. 대장군.”
“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증명 되었지. 그래서 앞으로 네가 자주 의견을 묻는 것이야.”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네가 말했던 대로 너는 정식으로 임관한 관리가 아닌 만큼 네 의견이 전부 다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네 의견을 나에게 말을 해주는 것뿐이지.”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바로 대답한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대장군. 제가 정식 관리도 아닌데 제가 일에 관여를 하겠습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대장군께서 물어보시는 것에 대해서 답만 하겠습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자…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우리 좀 더 즐기자꾸나!”
“예! 대장군!”
동현이 그렇게 연회를 즐기는 그때, 강이식 대장군이 누군가를 본 듯 깜짝 놀란다.
“아니? 저 분은 공주님이 아니냐? 왜 여기에?”
“예. 그게…….”
강이식 대장군은 청명 공주가 호위무사 의정과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데 그 모습을 본 동현이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허… 그래서 제자로 받았다고?”
“예. 소인이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기본기부터 시작해서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랬군…….”
“공주님이 공주의 신분이라는 것은 저희 가문 사람들만 압니다. 그것을 공주님께서 원하셨고 말입니다.”
“그래. 그게 맞겠지. 신분이 노출이 되면 위험할 수 있다. 아주 잘했다. 다만…….”
“……?”
“공주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다칠 수 있다. 그건 알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대장군.”
“후우… 그래. 알면 된다. 공주님께 약조한 시간까지 그 무예를 잘 가르쳐 주도록 해라.”
“대장군께서 가르침을 더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공주님은 황궁에서 곱게 자라시고 자기 혼자 무예를 익히셨기에 기본기가 없겠지. 하지만 너는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를 잘 쌓아왔고 급성장하고 있다. 우식이와 대련을 봐서 내가 아주 잘 알지.”
“과찬이십니다.”
“그런 네가 공주님을 가르치는 것이 맞다. 내가 가르치게 되면 공주님은 크게 곤혹을 치를 것이야. 난 정말 혹독하게 가르치니 말이야.”
“…….”
“내가 가르치는 것은 기본기가 다 잡히고 실력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가르치는 것이다. 너 정도면 딱 좋겠구나.”
“……!”
“우식이와 같이 가르치고 싶은데… 나에게 배워보겠느냐?”
강이식 대장군이 제안에 동현은 바로 받아들인다.
“대장군을 앞으로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오늘하고 내일은 푹 쉬고… 이틀 뒤부터 나와 함께 수련을 하자! 내가 사람을 보내겠다.”
“예! 대장군!”
그렇게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그러다가 동현이 데리고 온 시미즈 가문을 보자 이에 대해 동현에게 물었고 동현은 이 이야기도 빠짐없이 설명을 해주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한다.
“하하하! 본디 영웅은 호색이라는 말이 있다. 좋겠구나?”
“아… 아닙니다. 제 부인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혼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그건 그렇겠군. 하지만 부인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일 뿐이지 네가 첫째 부인을 좀 더 신경 쓰면 될 일이 아니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여자가 많은 건 자손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니 결코 흉이 아니다. 그러니 좋게 생각하거라. 알겠느냐?”
“예. 대장군.”
“아… 그리고 이 요동성에서 두 번째 혼인을 할 것이니 날이 잡히면 나한테도 알려주고!”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동현과 강이식 대장군은 물론이고 상단의 사람들은 모두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술과 음식을 마시거나 먹으며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동현은 상단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니? 이곳이 우리 집인가?”
“여기가 맞습니다. 형님.”
“허어… 해론이 새로 지은 것인가?”
“그런 듯합니다. 형님. 일단 사람을 불러보시죠.”
“그래야겠다.”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누구십… 어? 주인어른! 대장! 주인어른 오셨습니다!”
하인이 문을 열자마자 동현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면서 집 안에 있는 해론을 불렀다.
해론은 하인의 외침이 동현을 보고 뛰어나오더니 군례를 올리며 말한다.
“상행 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하셨습니까? 주인어른! 잘 돌아오셨습니다!”
“하하하! 그래! 잘 있었느냐?”
“예! 주인어른!”
“그래. 헌데 집이 엄청나게 커졌구나?”
“예. 주인어른께서 서찰을 통해 지시하신대로 장사를 하다보니 많은 재물이 쌓였습니다. 그렇다보니 창고도 부족해진데다가 저희 가문으로 일을 하기 위해 들어오거나 호위무사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아져서 부득이하게 집을 크게 늘리게 되었습니다.”
“그랬군.”
“허락을 받지 않고 해서 죄송합니다. 주인어른.”
“아니야. 내가 자네를 믿고 이곳을 맡긴 것이 아닌가? 오히려 잘했네. 아… 참! 그건 그렇고… 우리 집에 묵을 곳은 많나?”
“예. 방은 많습니다.”
“잘 되었군. 여기는 왜에서 거래를 하는 상단인 시미즈 상단이라고 한다. 이분들이 묵을 방을 마련해주도록 해라.”
“예. 주인어른. 그리하겠습니다.”
“자… 그럼 들어가자!”
동현은 드디어 요동성으로 돌아와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