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화 동현, 요동성에 도착하고 강이식 대장군과 재회하다
동현이 그렇게 요동성으로 출발했을 때 쯤, 한 전령이 요동성의 강이식 대장군을 보고 있었다.
“그래. 동현이에게서 온 서찰이라고?”
“그렇습니다! 대장군!”
한 전령이 온 서찰을 강이식 대장군이 받아 읽어본다.
그리고 잠시 후.
“오!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군! 그리고… 지금쯤이면 이 요동성으로 상단이 출발했겠구만?”
“그럴 겁니다. 대장군!”
“알았다. 동현이한테 전해라. 여기 서찰에 쓰인 내용대로 이 요동성에 올 때 모든 것을 내가 처리를 해주겠다고 말이다. 그렇게만 전하면 동현이도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예! 대장군!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거라.”
동현이 보낸 전령으로부터 서찰을 받고 읽어본 강이식 대장군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염초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한 동현이 그 연구에 성공하였다니…….
그것도 거의 반 년 만에 말이다.
이것은 고구려가 훗날 수나라와 싸울 때 큰 도움이 될 것임을 강이식 대장군이 확신했다.
그리고 그 염초를 더 빠른 시간 안에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를 위해 은밀히 요동성 안으로 들이게 해달라는 서찰을 받자 강이식 대장군은 흔쾌히 승낙을 한 것이었다.
‘역시 대단해. 훗날 동현이 녀석은 우리 고구려를 이끌어 갈 큰 기둥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이 녀석을 내가 잘 클 수 있도록 키워줘야 해. 아 참! 그 전에… 이런 좋은 소식을 받았으니 막리지와 대모달께 이 소식을 전해야겠군!’
“여봐라! 지필묵을 가져와라!”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한 하인이 방 안으로 들어와 지필묵을 가져오더니 바로 먹을 간다.
그리고 잠시 후, 강이식 대장군은 붓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 누구 있느냐?!”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강이식 대장군이 있는 관청 문 앞을 지키던 군사가 뛰어 들어온다.
강이식 대장군은 군사가 들어오자 바로 명령한다.
“여기 이 두 서찰을 평양성으로 가서 막리지와 대모달께 전하도록 해라. 여기 이 서찰은 막리지에게… 이 서철은 대모달한테 드리면 된다.”
“알겠습니다! 대장군!”
“지금 바로 가라!”
“예!”
명령을 받은 군사는 바로 말을 타고는 평양성으로 밤낮 없이 말을 몰아간다.
한편 그 시기 요동성에 있던 해론은 가끔가다가 오는 동현의 서찰을 받으며 지시대로 동현의 집을 지키며 상단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현이 요동성으로 온다는 소식에 수하들에게 명령한다.
“이제 며칠 뒤면 주인어른께서 돌아오신다고 한다! 그러니 다들 맡은 바 임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해론은 그렇게 동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때.
쿵! 쿵!
“계십니까?”
“뉘시오?”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좀 묵을까 해서요.”
“주막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늦은 밤이라 그런지 다들 잠이 든 상황이오. 그리고 주막이 다 찼다고 하는 곳도 있고 말이오. 그래서 염치없지만 이곳에 묵으려 하는데… 아니 되겠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해론이 잠을 청하려는 그때 누군가 동현의 집 대문을 두들겼다.
해론도 그 소리에 방에서 나오는데 문 앞을 지키던 한 하인이 해론에게 말한다.
“대장. 나그네가 잠시 묵게 해달라고 하는 게 어떻게 할까요?”
“주막이 다 찼다고 하더냐?”
“예. 대장.”
“으음… 일단 문을 열어보거라. 내가 먼저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다.”
“예.”
해론은 하인을 따라 대문 앞으로 간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자 행색이 초라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눈빛만큼 매우 맑다.
그런 남자를 보며 해론이 묻는다.
“댁은 어디 사는 누구신데 이 야심한 시각이 이리 돌아다니시오?”
“예. 소인은 졸본에서 온 사람입니다. 그저 정처 없이 고구려의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조그마한 장사치죠.”
“으음… 어떤 것으로 장사를 하시오?”
“예. 그저 입에 풀칠할 정도의 나물 같은 것을 돌아다니며 팝니다. 운이 좋으면 돈이 생겨서 주막에 묵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그냥 맨 바닥에 누워 비박을 하죠.”
“그럼 재물을 모아 살아갈 궁리를 해야지 왜 이리 떠도는 거요?”
해론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제 가족들은 저 중원에 있는 수나라 오랑캐 놈들에게 모두 죽었습니다. 제 가족은 본래 저 중원과 졸본을 왔다갔다 거리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중원으로 장사를 하러 들어갔다가 제 딸과 아내가 수나라 군사들에게 붙들리면서 모두 죽음을 당했지요…….”
“아니… 왜 갑자기 수나라 군사들이 당신의 가족들을 죽인 것이오?”
“우리가 고구려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였습니다. 현재 수나라가 우리 고구려에 적대적인 것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이오.”
“그 이유 때문입니다. 고구려 사람들은 국경에 들어오는 즉시 모두 즉참하라고 상관이 명령을 내렸다고 말을 하면서 저희 가족들을 죽이지 뭡니까? 저는 다행이 그곳을 벗어나 살았지만… 제 아내와 딸의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고 이 고구려로 돌아왔습니다.”
해론은 남자의 말에 안타까워한다.
“정말 안타깝구려. 그런 일이 있었다니…….”
“그래서 저는 언젠가 이 고구려와 수나라가 전쟁이 벌어지면 꼭 참전해서 제 가족들을 위한 복수를 꿈꾸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렇게 떠도는 것은 우리 고구려 전역을 돌며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도?”
해론은 깜짝 놀랐다.
이 당시 지도라는 것은 태왕이 허락을 해준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다른 나라 사람에게 흘러들어가 적국으로 들어가게 되면 전쟁 시 크게 불리하기 때문.
그런데 그런 엄청난 말을 이 남자가 하고 있었다.
“지금 그 말이 엄청난 말이란 것은 아시오?”
해론의 말에 남자가 무릎을 꿇으며 말한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인 이 집에 온 것은 이 상단의 주인께서 큰일을 하실 분이라기에 왔습니다.”
“…….”
“이 요동성에 들르니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많은 백성들이 신동이라고 말을 하고… 유리걸식한 백성들에게 먹을 것도 나누어주니 많은 민심을 얻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 백성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훗날 이 상단의 주인께서는 분명 이 고구려를 위해 큰일을 하실 분이라고 하더군요.”
“……?”
“그 소문이 얼마나 자자한지 제가 이 요동성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백성들로부터 돌고 있습니다. 그 소문을 듣고 저는 믿기지가 않더군요.”
“…….”
“그래서 제가 오늘 그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 차 온 것입니다. 헌데… 제 앞에 있는 분은 제가 원하는 그 분이 아니신 것 같군요.”
남자의 말에 해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소. 지금 주인어른께선 상행을 떠나 계시오. 이제 며칠 뒤에 돌아오신다고 하셨소.”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그 분을 꼭 뵙고 싶은데… 그동안만 이곳에서 묵어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자 해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소. 그대 말은, 우리 주인어른이 주인으로 모실 분인지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 아니오?”
“맞습니다.”
“그런 것이라면 좋소. 방을 하나 내어줄테니 그곳에 묵으시오.”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해론이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오?”
“예. 제 이름은 사훈이라고 합니다.”
“사훈이라… 알겠소. 기억해두고 주인어른께서 오시면 말씀드리리다.”
“감사합니다.”
“저 방이 묵을 방이오. 여기 하인의 안내를 받고 묵도록 하시오.”
해론의 말에 사훈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해론은 범상치 않은 인물이 자신의 주인을 보고 판단한 뒤 주인으로 받들기 위해 왔다고 하자 일단 집 안에 묵게 한 뒤 동현이 오면 만나보라고 권할 생각이었다.
동현은 인재를 많이 모으는 것을 좋아하니 사훈이 동현을 주인으로 선택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
‘범상치 않은 사람이야. 저런 사람이 우리 주인어른을 모시기만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틀림없어!’
해론은 그렇게 확신을 하고는 동현이 빨리 요동성으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며칠 뒤, 동현과 상단은 어느 새 요동성 근처까지 와 있었다.
멀리서 요동성이 보이는데 근혁이 옆에서 외친다.
“응? 형님! 저기 저 분… 강이식 대장군 아니십니까?”
“어디? 어? 그렇군. 네 말이 맞다. 아니… 여기까지 마중을 나오신 건가?”
“그런 듯 보입니다. 그리고…….”
“……?”
“아무래도 염초 때문이 아닐 듯합니다. 대장군이 보증하는 사람이면 검문, 검색 없이 그냥 통과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건 불가능하다. 너도 알겠지만 모든 물건이 성 안으로 드나들 때는 검문, 검색을 하게 되어 있어. 우리 고구려 군의 군율은 매우 강해서 형식적인 절차는 반드시 거칠 거다.”
“음… 그렇다면 위에만 대충 보고 확인을 하겠네요. 대장군께서 나오셨으니 말입니다.”
“그래. 그럴 가능성이 크다. 아마 대장군께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장사한 물건들을 검문, 검색을 하겠지. 자… 대장군을 기다리게 할 수 없지 않겠느냐? 얼른 가자!”
“예! 형님! 강이식 대장군께서 우리를 위해 요동성 앞에 나와 계신다! 조금만 행군을 빨리하라! 속도를 높여라!”
동현의 지시에 근혁이 큰 목소리로 명령을 했고 명령을 내리자 행군 속도가 빨라진다.
그렇게 얼마가지 않아 동현과 상단은 강이식 대장군 앞에 도착을 했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 앞에 이르자 말에서 내려 인사를 한다.
“대장군! 어찌 이렇게까지 마중을 나오셨습니까?”
“하하하! 자네가 우리 고구려를 위해 큰일을 성공시켰으니 이렇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아… 참! 그건 그렇고… 뒤에 있는 것들이 장사를 한 물건들인가?”
“예! 대장군!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여기서 검문, 검색을 하도록 하지. 너희들은 물건 품목이 적힌 것들은 넘겨받고 그 물건들이 맞는지 전부 확인해 보거라!”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이 명령하자 뒤에 있던 군사들이 앞으로 나온다.
그러자 근혁이 가지고 있던 물건 품목이 적힌 종이를 건넸고 그 종이를 받은 군사들은 수레에 실린 것들을 확인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장군! 모든 품목의 다 일치합니다! 수상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 알았다. 수고했다! 자… 그럼 들어가도록 하자.”
“예! 대장군!”
“아… 참! 그리고 옆은 동현이의 부인이구만?!”
“그렇습니다. 대장군. 부인. 강이식 대장군님이시오. 인사드리시오.”
“예. 서방님. 혼인을 하고 난 후 처음 뵙습니다. 대장군. 정희라고 합니다.”
“하하하! 그래! 둘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헌데…….”
“……?”
“저 뒤에는 생김새가 왜놈들 같은데?”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동현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표정을 정리하고는 대답한다.
“예. 소인이 신라로 갔을 때 만난 상단입니다. 서로 무역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자세한 것은 안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러자꾸나.”
그렇게 동현과 강이식 대장군은 같이 요동성 안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