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화 동현, 전법을 먼저 선택하고 요동성으로 향하다
동수가 말이 없자 오히려 동현이 동수를 찾는다.
‘이봐. 동수? 왜 갑자기 말이 없어?’
[아… 아닙니다. 주인님. 주인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저도 갑자기 고민이 되서 말입니다.]
‘그랬군.’
[일단 주인님. 특기는 제쳐두고 전법부터 먼저 선택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전법? 그래. 그게 좋겠다. 특기는 고민을 좀 해봐야겠어.’
[예.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럼 전법 화면부터 먼저 띄워드리겠습니다.]
‘그래.’
동현의 말이 끝나자 동수는 동현의 눈앞에 전법 화면을 띄운다.
띠링!
[전법 선택 화면.
1. 사기 회복 : 자신이 거느린 부대의 사기가 떨어졌을 때 50 회복 시켜준다.
2. 궁병 공격 약화 : 상대의 궁병에 의한 공격력을 50 약화 시킨다.
3. 궁병 방어 약화 : 상대의 궁병 방어력을 50 약화 시킨다.
4. 기병 기동 약화 : 상대의 기병에 의한 기동력을 50 약화 시킨다.
5. 기병 공격 약화 : 상대의 기병의 의한 공격력을 50 약화 시킨다.
6. 기병 방어 약화 : 상대의 기병 방어력을 50 약화 시킨다.
7. 창병 공격 약화 : 상대의 창병의 의한 공격력을 50 약화 시킨다.
8. 창병 방어 약화 : 상대의 창병 방어력을 50 약화 시킨다.
9. 도발 : 상대 부대나 부대를 이끄는 사람에게 흥분될 말을 하여 자신의 부대를 공격하게 만든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만든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전법. 하지만 어설프게 전법을 짠다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 있고 상대가 맹장이라면 조심해야 할 것이다.
10. 기사 : 기병이 적에게 화살로 공격을 하는 것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공격력이 100 높아진다. 상대가 자신이 부대를 추격해 올 때 도망치면서 쏠 수 있는 유용한 전법이기에 전법으로 익혀 놓는다면 매우 유용하다.]
‘어디 보자… 이 중에서 기사와 기병 기동 약화를 내가 선택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군사들의 공격력 강화와 함께 상대 기병에 대한 기병 기동을 약화 시키는 것이었지.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현은 생각에 잠겼다.
‘환생 전 보았던 역사책에서 누군가 그랬지. 전투에 있어서는 군사의 사기와 군량, 그리고 장수의 역량인 3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줘야 한다고 말이야. 그 3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그것은 패배의 지름길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일단 장수의 역량은 내가 지금 잘 하고 있으니 됐고… 군량도 이제 많은 재물과 함께 모았으니 현재로써는 만족해.’
동현은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다.
‘물론 후에 있을 수나라와 전쟁을 생각하면 더 모아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썬 이 정도면 충분하니 패스다. 그렇다면 이제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군사들의 사기! 그래. 사기 회복이다! 이걸로 해야겠어!’
동현이 결정을 내리자 동수가 바로 말한다.
[사기 회복으로 결정하신 모양이군요?]
‘역시 잘 아는구나. 부탁할게. 사기 회복으로 전법을 선택해줘.’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동현의 말에 동수가 잠시 뜸을 들인다.
그리고 잠시 후.
띠링!
[전법으로 사기 회복을 선택하셨습니다. 기존의 전법에 추가 됩니다.]
‘좋아. 그럼 아이템도…….’
[주인님. 아이템은 특기를 먼저 선택하셔야 무작위로 아이템을 뽑을 수 있습니다.]
‘헉! 그럼 지금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
[급한 일이 아니라면… 특기는 나중에 선택하고 아이템도 그때 뽑으시는 게…….]
‘후우… 지금으로썬 어쩔 수 없는 건가? 알았어. 그게 좋겠다. 너무 늦었군. 이제 방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어. 이제 동수 너도 들어가.’
[예. 주인님.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렇게 동현은 동수와 대화를 마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니. 부인? 아직도 안 주무시고 계셨소?”
“그렇습니다. 서방님.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하여 그냥 기다렸습니다.”
“이런… 그러지 말라니까… 아무튼 얼른 잡시다. 부인.”
“예. 서방님.”
동현이 방 안에 들어가자 정희는 아직 잠을 자지 않고 동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정희를 보며 동현은 정희에게 한 마디를 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뭐라? 염초를?”
“예. 일단 대장군께 전령을 띄웠습니다.”
“흐음… 하기야 요동성은 강이식 대장군의 관할이니 자네의 뜻을 알면 충분히 통과시켜주겠지. 연구를 하겠다는 목적과 함께 염초 밭을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말이야. 그나저나 대단하군. 자네가 말한 염초 밭을 거의 반 년 만에 완성을 시켰으니 말이야.”
“이번에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 의형제인 근혁이가 잘 해준 것도 있고 말입니다.”
“그게 다 자네 머리에서 나왔으니 가능한 것이지. 아무튼 고맙네. 자네가 이 고구려를 위해 큰일을 했어.”
“과찬이십니다.”
“태왕 폐하께서 분명 아주 기뻐하실 것일세. 그리고 태왕 폐하께서는 이것으로… 더욱 더 자신의 황권을 강화하시겠지. 나도 그렇고 우리 고구려에게 있어서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야. 지금 저 중원의 수나라가 심상치 않으니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비를 충분히 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은 이미 검은 속내를 내보였으니까요.”
동현은 아침 일찍 고연후에게 가 염초 밭을 만들었다는 성공 소식을 알리는 동시에 기존에 염초를 연구를 위해 요동성으로 은밀히 가져가겠다고 말을 했다.
동현의 계획을 모두 들은 고연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을 해주는 대신 다른 귀족들에게 염초를 요동성으로 옮기는 것을 들키지 않게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승낙은 하였네만… 저번에 이 국내성에 염초를 은밀히 들일 때처럼 무언가 핑계 거리가 있어야 하네. 저번에 무기 밑에 많은 염초를 숨겨서 온 것처럼 말이야. 요동성으로 가기까지 중간에 다른 성들도 거쳐 가니 각별히 조심해야 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이 성들은 황금 통행패를 보고는 대부분 검사도 하지 않고 놀라며 그냥 통과시켜줍니다.”
“그래? 그건 다행이군. 하기야… 그럴만도 하지. 그 황금 통행패야 말로 태왕 폐하의 상징적은 황명 중 하나이니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심하게! 그 염초는 다른 귀족들에게 들켜서는 안 돼! 알겠나?”
“예. 욕살 어른. 아 그리고…….”
“……?”
“제 장인 어른이신 정호 대인께서 상행을 나가셔서 이번에 보지 못했는데… 언제쯤 돌아오시는지 아십니까?”
동현의 말에 고연후가 바로 대답한다.
“아… 정호 대인 말인가? 그것이라면 알고 있네. 내가 알기로 상행을 나간 지 얼마 아니 되었어. 그래서 한 보름은 더 있어야 할 걸세.”
“그렇군요. 국내성에 온 김에 인사를 드리고 요동성에 가려 했는데 말입니다. 제 아내도 장인어른을 볼 수 없다는 말에 매우 실망한 눈치였습니다.”
“왜 안 그렇겠나?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네.”
“아무래도 장인어른을 보지 못하고 요동성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저희 장인어른께서 돌아오시면 저희가 왔다갔다고 말씀 좀 전해주십시오.”
“그래. 그리하지. 언제 요동성으로 돌아갈 텐가?”
“예. 이틀 정도 뒤에 돌아가려 합니다.”
“이틀이라… 알겠네.”
“소인은 그럼 이만…….”
동현은 그렇게 고연후와 이야기를 끝내고는 방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국내성에서 분점을 담당하는 행수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대인어른.”
“그래. 다름이 아니라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불렀다.”
“하문하십시오.”
“우리 대인어른의 상단과 같이 이 국내성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대인어른.”
“이 국내성에는 우리 장인어른의 상단과 우리 상단 말고도 다른 소규모의 상단도 꽤 많다. 우리는 현재 장인어른의 상단과 함께 이 국내성에서 가장 큰 상단. 우리 두 상단이 국내성의 상권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느냐?”
“맞습니다. 대인어른.”
“그렇게 되면 소규모의 상단은 숨 쉴 틈이 없어질 것이야. 같이 상생해야 해.”
동현의 말에 행수가 의아해하며 묻는다.
“예? 저희가 상권을 독점한 것이니 훨씬 저희에게 이득입니다. 그런데 소규모 상단을 위해 도와주시겠다고요?”
“그래.”
“왜 그런 생각을…….”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지금의 모습이 훨씬 좋지.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과 상생하는 것이 훨씬 좋다. 왜냐? 일단 우리는 이 상단을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경험이 적어.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지.”
“…….”
“젊은 사람들이 상단 일을 하며 일을 익히고 경험을 쌓으면서 커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많은 세월이 걸리고 경험이 적다보니 실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이 일 쪽으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젊은 사람들을 이끌어준다면 젊은 사람들은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상단의 일은 더욱 더 순조롭게 이끌고 나갈 수 있지.”
“아…….”
행수는 동현에게 한 수 배웠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동현의 말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또 하나! 이렇게 우리가 소규모 상단을 같이 도와주면서 상생을 하게 되면 그들로부터 듣지 못한 세부적인 정보도 더욱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된다. 우리 상단이 아무리 커진다고 하더라도 그런 정보들은 타 상단과의 교류를 통해 가능한 일이지.”
“…….”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이쪽으로는 우리보다도 경험이 훨씬 많기 때문에 세부적인 정보는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알 수도 있다. 너도 알다시피 상단을 이끄는 상단에 있어서 정보는 생명과 같다. 누가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고 일을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상단은 많은 이문을 남길 수 있는지가 갈리지.”
동현이 이어 말한다.
“그러니 이 점을 특히 명심하고 이 국내성에 있는 분점을 이끌도록 해라. 내가 이 말을 하기 위해 너를 불렀다.”
동현의 말에 행수가 넙죽 절을 하며 대답한다.
“대인어른의 큰 뜻을 받들겠습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대인어른. 다른 상단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이런 생각을 하지 못 했을 것입니다.”
“별 말을… 아, 참! 그나저나… 자네 얼마 전에 고뿔에 들었다고 하던데… 고뿔은 다 나았는가?”
“아… 예. 이제 좋아졌습니다.”
“조심하게. 건강이 재산이야. 재물이 많으면 뭐해?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이야. 하고 싶은 일도 못 하고 말이야. 그러니 몸을 잘 챙겨!”
“예. 대인어른. 소인을 이토록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인사는 됐고… 자! 이것 받게!”
“이게… 무엇입니까?”
“산삼일세. 고려삼이지.”
“고… 고려삼 말입니까?”
산삼.
당시 산삼은 삼국시대에 고려삼, 백제삼, 신라삼으로 구분을 했다고 하는데 이 명성이 중원에까지 널리 알려질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 삼이 약재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이 중원에까지 알려질 정도라면 그 약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동현은 지금 그것을 행수에게 준 것이었다.
“이… 이런 귀한 것을…….”
“자네가 일에 치여 기가 너무 허한 것 같아서 주는 거야. 고뿔에 든 건 기가 허한 것이니 말이야. 그거 먹고 몸을 좀 보신하도록 하게.”
국내성의 행수는 동현이 자신을 세심하게 챙겨주자 속으로 울컥하며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 느낌을 애써 참고는 동현에게 다시 한 번 크게 절을 하며 말한다.
“소인…! 대인 어른께 앞으로도 충성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 자… 이만 나가보게!”
“예. 대인 어른.”
그렇게 국내성의 행수는 받은 산삼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동현은 행수가 자신에게 더더욱 충성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함을 느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수하들을 살펴보며 세심하게 챙겨줬는데 그것은 동현 자신에게 더욱 더 충성을 하게 만들기 위한 동현의 수단이었다.
특히 국내성 같은 경우는 자신이 상단을 일으킨 이후 최초의 분점을 낸 곳이었고 가장 많은 이문을 내는 곳이었기에 이곳의 행수에 대해 더욱 더 신경을 써줬던 것.
그렇게 동현이 신경을 쓰니 행수는 울먹이기까지 하며 더더욱 충성을 맹세한다.
그렇게 동현은 밑에 수하들을 챙기고 상단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이틀 뒤.
“욕살 어른.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 감췄는가?”
“예. 욕살 어른. 이번에 저희가 거래 품목이 워낙 많아서 잘 감춰졌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문을 남겼으니 말입니다.”
“다행이군. 그래. 조심히 가도록 하게.”
“예. 욕살 어른. 그럼…….”
동현은 그렇게 상단을 이끌고 국내성을 나와 요동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