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화 의술이냐 수군이냐… 고민된다
동현이 근혁의 방으로 향한 뒤 문을 두드리자 근혁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방문을 연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내가 온 이유는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형님. 염초 때문에 오신 것 아닙니까?”
동현은 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다.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보러 왔다.”
“형님의 말씀대로 그대로 실행을 해봤습니다.”
“그래?”
“예. 그리고 조금만 따로 빼서 불까지 붙여봤는데… 정말 잘 타더군요. 대성공입니다.”
“다행이군. 내 예상대로 되었다니 말이야.”
동현은 염초 밭이 제대로 되었다는 말에 매우 기뻐했다.
‘과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님이 남긴 난중일기에 그 수하인 군관 훈련 주부 이봉수라는 분이 염초를 3개월 만에 1,000근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었지. 이 내용을 장계로도 올렸었다고 했다. 나는 그때 이걸 보고 관심을 가져서 당시 염초에 대한 기록을 진짜 미친 듯이 뒤졌었지. 그것이 오늘 정말 도움이 되는군…….’
동현은 앞서 말했듯이 역사 덕후였는데 중간에 궁금한 것이 생기면 못 넘어가는 성격이었다.
환생 전, 화포를 역사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부터 시작해서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원리, 그리고 거중기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등을 환생 전에 다 찾아보았고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것이 지금 환생을 하고 난 뒤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걸 만든 지 얼마나 되었지?”
“예. 형님이 이 국내성을 떠나셨을 때가… 반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음… 그렇군. 지금 그럼 양은 얼마나 쌓인 거야?”
“예. 현재 2,000근 가까이 쌓였습니다.”
“허어… 염초만 2,000근이라…….”
“실로 엄청난 냥입니다. 후에 나중에 이것이 밝혀졌을 때 태왕 폐하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놀랄 것입니다. 형님께서 이런 염초 밭을 만드시는 것을 성공하셨으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염초 밭 만드는 방법은 우리 고구려 조정에 알려주더라도… 우리가 최종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절대로 새어나가서는 안 되지.”
“저도 압니다. 형님. 그래서 저번에 유황과 목탄을 따로 모으신 것 아닙니까?”
“그래. 맞아. 지금 이것을 내가 시험해 본 것은 우리 고구려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 내가 만들 것에 대한 실패 할 위험을 줄여보기 위해서였다.”
“과연…….”
동현은 근혁의 감탄하는 표정을 보며 잠시 생각을 하고는 대답한다.
“이제 이 염초 밭은 북부욕살 고연후 어른께 말씀드려서 고해야겠군.”
“사실대로 말씀하실 겁니까?”
“그래야지. 이 염초를 대량으로 가져가 연구한다는 것을 욕살 어른과 막리지 어른, 그리고 대모달께서 알고 계신다. 거기다 태왕 폐하까지 말이지. 이것을 다른 귀족들이 모르게 아주 극비에 진행했던 일이야.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물론입니다. 형님.”
“아까 연회자리에서도 나에게 은밀히 묻더군. 이 일이 얼마나 진척 되었는지 말이야. 염초를 대량으로 줬는데 태왕 폐하께서 은밀히 윤허하신 만큼 이 일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허투루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이야.”
“그런 일이…….”
“그래. 그러니 내일 욕살 어른께 모든 것을 고하고 염초 밭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일러 줄 생각이다.”
동현의 말에 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야 형님의 공도 인정받고 모든 것이 저희에게 수월해질 테니 말입니다.”
“그래. 그리고 한 가지 더!”
“……?”
“우리가 처음에 연구 차 은밀하게 받았던 염초 말이다. 그것은 지금 아직도 많이 있느냐?”
“물론입니다. 형님. 거의 대부분이 아직 창고 안에 쌓여 있습니다.”
“잘 됐군. 그 염초들을 가지고 요동성으로 가지고 갈 계획이다.”
동현의 말에 근혁은 깜짝 놀란다.
“예? 형님! 염초를 이 국내성에 들이는 것만 해도 무기를 들인다는 명목 아래 은밀하게 들였습니다. 그런데 그걸 다시 요동성에 가지고 가신다고요?”
“그래.”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국내성에서 나가는 것은 욕살 어른이 있을지 몰라도 요동성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동현은 근혁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근혁아. 잘 생각해봐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들어갈 방법이 있으니 하는 말이 아니겠느냐? 검문을 받지 않고 말이야.”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당연하지. 너도 알겠지만… 요동성을 지키는 분이 누구냐?”
“강이식 대장군이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장군은 원칙을 매우 중요시 하는 분이십니다. 저는 그것이 걱정 됩니다.”
“그래. 나도 그래서 처음에는 고민했다. 하지만 저번에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시기도 하셨지. 그만큼 융통성도 있는 분이시라는 거다. 그러니 괜찮을 것이다.”
“으음…….”
“그리고 본래 이 염초를 은밀하게 받았던 만큼 기존에 염초들은 대부분 쓰지 않았다고 하니 그것들을 가지고 요동성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마땅한 곳을 찾아 염초 밭을 만들어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무기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그렇습니다. 요동성이 본래 우리의 본거지이기도 하고 가장 안전할 테니 말입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군요. 운반하는 과정이 말입니다.”
“일단 이 국내성에서 빠져나가는 건 별 문제가 안 된다. 북부욕살 어른의 양해를 받고 나가면 되니 말이야. 문제는 이곳에서 요동성으로 가기까지 중간의 성들이지. 이 염초를 들키지 않고 그곳에 무사히 운반해야 해.”
동현은 근혁에게 이렇게 말을 한 후 앞에 놓은 물 한 잔을 마시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나는 하루라도 빨리 중원으로 갈 시간을 앞당기고 싶다.”
“…….”
“그래서 이 염초를 요동성으로 어떻게 하면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가지고 들어갈 수 있을까 이전부터 고민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도 말이야. 그런데…….”
“……?”
“의외로 쉬울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현의 말에 근혁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대답한다.
“쉬울 것 같다고요?”
“그래. 강이식 대장군은 원칙을 중요시 하는 분이시나… 앞서 말했듯이 나라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원칙을 뒤로 제쳐두는 분이시기도 하다. 그래서 난 요동성에 돌아가기 전… 욕살 어른께 서찰 하나를 부탁하려 한다.”
“서찰 말입니까?”
“그래. 나는 욕살 어른께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염초 밭을 만들어 대량 생산하는데는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는데 그 기간을 더 단축시킬 방법이 없는지 요동성에 가서도 계속 연구를 해보겠다고 말을 할 것이다. 그래서 염초를 어느 정도 가져갔으면 하는데 윤허해 달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어주겠습니까? 형님. 아무리 북부욕살 어른께서 형님께 우호적이라고 해도 국내성에 들이는 것만 으로도 다른 귀족들의 눈에 뜨일까봐 마음 졸여가며 겨우 안으로 들였는데… 그런 위험을 욕살 어른께서 감수하려고 할까요?”
동현은 근혁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잘 생각해 봐라. 근혁아. 이 일을 태왕 페하도 알고 있으시다. 그리고 우리가 그 염초를 더 연구해 본다고 하고 있어. 그런데 욕살 어른께서 우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
“아……!”
“우리는 욕살 어른을 이용해서 서찰을 통해 대장군께 우리의 뜻을 전하고 태왕 폐하의 밀명이라고까지 쓴 서찰을 본다면… 분명히 허락해 주실 것이야. 거기다 대장군은 우리 염초에 관련된 일을 도와주신 분이기도 하지 않느냐? 그러니 두 말 없이 승낙하실 것이다.”
“음…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대장군께서도 저희를 믿어주시고 염초를 얻게 한 것에 대해 말입니다.”
“그만큼 강이식 대장군은 좀 전에도 말했듯이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신 분이다. 특히 현재의 태왕 폐하께서는 대장군을 높은 위치에 끌어올리고 발탁해주신 분이시지. 그러면 충성심이 어떨 것 같나?”
“그렇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후후후… 그래. 아무튼 이 일은 나에게 맡기거라. 내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욕살 어른을 찾아가서 말하겠다.”
동현의 말에 근혁은 알겠다고 대답을 했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눈 후에 방을 나왔다.
그런데 그때.
[주인님.]
‘응? 동수?’
[예. 주인님. 지금 레벨 10이 되었습니다.]
‘그래?’
[예.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그래. 스탯 창 좀 띄워줘.’
[알겠습니다.]
띠링!
[레벨 : 10
이름 : 김동현
성장 타입 : 신동
나이 : 20살
무력 : 78(+3)
지력 : 71
정치 : 66
통솔 : 78
매력 : 79
특기 : 인덕, 1대1 대결
전법 : 기사, 기병 기동 약화
아이템 : 조의검]
[레벨이 10이 된 관계로 특기와 전법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으며 아이템도 뽑을 수 있게 됩니다.]
‘오! 좋아! 아이템은 무작위라고 했지? 그래서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했고 말이야.’
[맞습니다. 주인님.]
‘좋아. 그럼 특기와 전법을 먼저 골라야지. 일단 특기 화면부터 띄워줘.’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동현의 말에 동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동현의 눈앞에 특기 화면을 띄운다.
‘어디 보자… 특기로 뭘 고를까? 현재 나한테 있는 게 인덕이랑 1대1 대결 이 두 개인데… 어떤 것이 좋으려나?’
동현은 잠시 고민하는 그때 한 특기를 보고 동수에게 묻는다.
‘음… 동수야.’
[예. 주인님.]
‘내가 특기로 수군을 선택하게 되면… 나중에 먼 바다를 왔다갔다 거릴 때 멀미 같은 것도 안 하게 되냐?’
[그렇습니다. 이 수군 특기를 가지고 있으면 배를 탈 경우 자동으로 활성화가 되며 신체 또한 자동으로 최적화가 되어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오! 그래?’
[백제와 신라로 갔을 때 고생이 심하셨나 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보니 말입니다.]
‘음… 솔직히 말해서 힘들었어. 내가 뱃사람은 아니잖아. 그래서 이걸 보니 혹하네…….’
[저는 그 수군 특기를 적극 추천 드립니다.]
‘응? 그래?’
[예. 주인님이 곧 중원으로 가시면 다양한 환경을 접하게 될 겁니다. 중원은 매우 넓은 만큼 그 환경도 변화무쌍하지 않습니까?]
동현은 동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아. 그렇지…….’
[거기다 현재 꽤 많은 호위무사들도 거느리면서 장사를 하려면 육로 뿐 아니라 배를 타야 하는 상황도 자주 올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때를 대비해서 수군 특기를 익혀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음… 하긴. 그건 그래… 중원의 전역을 다 돌려면 분명 필요하긴 하겠지… 그리고 그 넓은 땅에 숱하게 많은 강들도 있고 말이야. 음… 하지만 한 가지 고민 되는 것이 있네.’
[그게 무엇입니까?]
‘솔직히 난… 의술도 고민하고 있거든.’
[의술 말입니까?]
‘그래. 너도 알겠지만 이 시대 의술은 내가 예전에 회귀 전에 살던 그 시대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너도 알잖아?’
[물론입니다.]
‘너도 알겠지만 이 시대에 많은 돌림병이 돌아. 나는 그것을 대비해 그에 맞는 것을 현재 생각하고 있어.’
동현의 말에 동수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한다.
[혹시… 두창에 대한 것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맞아. 우리 때 종두법이라는 것이 있었잖아? 나는 그 내용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어. 우리나라에는 지석영이라는 분이 그걸 전파했었지. 알지?’
[당연히 알죠. 음… 그래서 그걸 제대로 행하려면 의술이라는 특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아. 아무리 전쟁을 잘해서 영토를 넓히면 뭐해? 전염병 하나로 훅 갈 수 있는데… 하지만 내 본연의 임무는 여기서 내 가문을 일으키고 고구려를 위해 일하는 거잖아. 그러는 와중에 네가 수군 특기에 대해 이야기하니 지금 갈등이 되는 거지.’
동현의 말에 동수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