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화 동현, 평양성으로 돌아가고 황훈에게 신분을 밝히다
시미즈 히로무는 동현의 말에 의아해하며 묻는다.
“대체 고추라는 것이 무엇이므니까?”
“그게…….”
동현은 고추가 어떤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런 것이었구문요. 음… 저도 처음 듣는 걸 봐서 분명 서역 쪽에서 온 것 같스무니다.”
“서역 말입니까?”
“예. 혹시 후추라고 아시무니까?”
동현은 후추라는 말에 귀가 또 다시 번쩍 뜨인다.
“그렇습니다. 들은 적이 있습니다. 향신료라고 들었습니다만…….”
“맞스무니다. 서역에서는 그것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값을 많이 쳐 주무니다. 특히 이 후추는 서역에서 귀족들만이 주로 사먹을 정도로 높은 값을 매기어 팔고 있으무니다. 저희 왜에 한 5년 전쯤에 제가 있는 곳에 서역의 상인이 와서 후추를 조금 줘서 음식에 뿌려서 먹어봤는데 맛이 정말 기가 막혔스무니다.”
“으음… 그곳이 어딘지 궁금하군요.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까?”
“정확히는 모르나 자신들이 어디쯤에서 왔다고 말만했으니 추측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스무니다.”
동현은 그 말에 품에서 지도를 꺼내 펼치고 다시 묻는다.
“이 지도를 보면 어디쯤에서 온 것 같습니까?”
“음… 중원의 서남쪽이라고 말을 했스무니다. 그러니 이쯤이 아닐까 싶스무니다.”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가 가리킨 곳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회귀 전 보았던 역사 자료에서도 후추는 인도 남부의 말라바 해안이 원산지이며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널리 생산되고 있다고 들었었는데 시미즈 히로무가 그 근처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현이 그렇게 강한 흥미를 보이자 시미즈 히로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
“당시 저희 땅에 들렀을 때는 신항로를 한 번 개척해보고자 왔었는데 자신들의 예상보다 항로가 어긋나게 되었다고 말을 했스무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희 땅에 들른 것이라고 하면서 그래도 상단으로 이문을 남겨야 하니 왜에서 잠시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었스무니다.”
“그렇다면 그 상단이 다시 왜에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겠군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무니다.”
동현은 그 말을 듣고 아쉬워한다.
그런 동현을 보며 시미즈 히로무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대인께서 많은 부를 쌓으신 후 도전해보시면 되지 않스무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곳까지 가려면 그곳을 잘 아는 현지 사람도 필요할 것이고 준비할 것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이무니다. 그러니 그 전까지 부지런히 상단을 키우셔야 하무니다.”
“맞습니다. 그나저나… 이 고추 종자가 꽤 많군요.”
“그렇스무니다. 대인의 말씀대로라면 이걸로 꽤 큰 이문을 남길 수 있겠스무니다.”
“그렇습니다. 다만…….”
“……?”
“저희 고구려 땅이 이 종자를 키울만한 기후나 토지인지 큰 의문이 생기는군요. 제가 알기로 이 고추라는 것은 열대지방이나 온대지방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고구려와 같이 사계절이 다 있는 곳인데다가 여름이라 할지라도 북방이라 날씨가 추운 편이니…….”
“…….”
“그것이 참 걱정이 됩니다. 제가 알기로 이 고추라는 것이 꽤 키우기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어서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시미즈 히로무도 잠시 고민을 하고는 대답한다.
“그럼 일단 여기 있는 것들을 모두 다 심지 말고 조금씩 심어서 그 추이를 지켜본 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어떻겠스무니까?”
“음… 그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지금으로써는 말입니다. 그 방법 밖에 없겠군요. 그래서 잘 되면 조금씩 늘리고… 잘 되지 않으면 또 연구를 해서 다른 방법으로 심어보기도 해야겠어요.”
동현의 말에 시미즈 히로무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동현은 그렇게 고추 종자 상자를 보고 난 뒤 다른 상자들도 하나씩 다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으음… 이제 다 본 것 같습니다.”
“이 녀석들… 이렇게나 약탈을 많이 하다니… 금과 은은 기본이고 다른 진귀한 재물들도 이렇게나 많으니 말이무니다. 뭐… 저희들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지만 말이무니다. 이것으로 저희 상단을 더 발전시키면 되니무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는 동시에 제가 돌아갈 상단 주변의 백성들을 도와주려 합니다.”
“유리걸식하는 백성들을 그 재물로 돕겠다는 것이무니까?”
“맞습니다.”
“역시 대인이시무니다.”
“후우… 아무튼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많이 지체 되었어요. 속도를 높여서 고구려로 돌아가도록 해요.”
“예. 안 그래도 지금 사공이 수부들을 재촉해서 다시 고구려의 평양성으로 향하는 중이무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제 저희도 쉬도록 하죠. 그리고…….”
“……?”
“이제 제 장인이 되실 분인데 서로 대인이라고 존대를 하는 것이 예법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게 하대를 하고 편하게 대하십시오.”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며 시미즈 히로무에게 고개를 숙이자 시미즈 히로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하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스무니다! 사위! 헌데 내가 반말을 하는 방법을 몰라서 계속 이렇게 말을 해야 되무니다. 내 딸에게 반말하는 것도 꾸준히 배울 테니 그때까지만 참아주시면 고맙겠스무니다.”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장인어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주면 내가 감사하무니다. 참! 그나저나…….”
“……?”
“댁의 본 부인께 이 말을 먼저 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이무니다. 그쪽에서 아직 내 딸과 혼인하지 않았는데 벌써 장인어른이라고 부른다고 말을 하면 안 되니 말이무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이미 허락을 받았습니다.”
동현의 말에 시미즈 히로무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참으로 아량이 넓은 부인이시무니다. 내 딸에게 말하여 본 부인을 앞으로 깍듯이 모시라고 한 번 더 신신당부 하겠스무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그렇게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와 한동안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며 고구려의 평양성으로 향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인어른! 이제 평양성 앞의 패수(오늘날의 대동강)포구가 보입니다!”
“그렇구나. 다들 이제 하선을 준비하라! 그리고 짐을 다들 내릴 준비를 하고!”
“예! 대인어른!”
왜적들을 소탕하고 뱃멀미와 싸우면서 겨우 도착한 평양성 앞의 대동강 포구.
동현도 그곳이 보이자 이제 더는 수로로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
그만큼 뱃멀미로 인해 동현도 꽤 힘들었던 것.
그리고 그런 생각만은 동현만 한 것이 아닌 듯 호위무사들도 다들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시미즈 히로무가 거느리고 있는 수하들은 배를 자주타서 그런지 멀쩡한 모습이었다.
잠시 후, 포구에 배가 도착하자 동현은 사공에게 값을 좀 더 치른다.
“저희 때문에 배가 손상 됐을 수도 있으니 값을 더 치르겠습니다. 받으십시오.”
“아이쿠… 이렇게나 많이?”
“목숨을 잃을 뻔 하셨는데 이 정도는 드려야죠.”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겁은 났지만… 대인께서 적극적으로 소탕해야 한다고 하셔서 용기가 나 배를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이 배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배 이용시간을 알려주세요.”
“아, 예! 제 배의 이용시간은…….”
동현은 그렇게 사공에게 배 이용시간에 대해 말을 듣고 값을 치르고는 배에서 하선했다.
그리고 호위무사들이 분주하게 물건을 내리고 난 후 수레에 물건을 다 싣자 동현은 상단을 이끌고 평양성 안으로 향했다.
평양성 앞에서 황금 통행패를 보여주자 역시나 바로 통과가 되었고 성문을 통과하자마자 돌석비가 바로 주막을 구해 그곳에 2박 3일 동안 묵기로 한다.
일단 배를 타고 온 첫 날이라 동현은 모든 사람들이 다 지쳐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는 모든 인원을 휴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음 날, 동현은 백제와 신라에서 장사를 했던 것을 고구려 평양성에서 팔아 많은 이문을 남겼다.
그렇게 하루를 장사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그때, 그 소식이 또 한 번 영양태왕의 귀에 들어갔다.
“그래? 돌아왔다고?”
“예. 듣자하니 백제와 신라에 모두 다녀온 모양입니다. 그쪽에서 산 물건들을 저희 고구려에서 팔고 있다니 말입니다.”
“흐음… 그렇구만. 그밖에 다른 소식은?”
“자세하게 알아보지를 않아서…….”
“음…….”
“내일 아침 일찍 이곳을 떠나 국내성을 거쳐서 자신이 있던 요동성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요동성으로 돌아간다? 그 말은 이미 우리 고구려는 물론이고 백제와 신라에서도 많은 이문을 남길 환경을 다 만들어 놨다는 것이 아닌가?”
“소신의 눈에도 그렇게 보입니다.”
상선의 말에 영양 태왕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흐음… 대단하군. 그저 패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리지의 말이 맞는 듯합니다. 신동 말입니다.”
“그래. 이제 인정해야겠어. 사실 신동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고난 뒤에는 실망 그 자체였지. 그저 글만 잘 읽을 줄 아는 어린 아이들에 불과했어. 헌데… 막리지가 본 이 아이는 다른 것 같군. 본인이 호기롭게 나서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야.”
“맞습니다. 여태 신동이라고 말한 이들도… 그렇게 실천적으로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달랐죠.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만 번지르르 할 뿐 그것을 실행에 옮길 만한 추진력이 없었습니다.”
“맞아. 그 신동들을 시험해보려고 말단의 벼슬을 주면 다들 실망 그 자체였지. 음…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군. 이보게, 상선.”
“예. 태왕 폐하.”
“분명 그 아이가 당분간은 우리 고구려에 머물 거다. 중원으로 떠나기 전까지 말이야.”
“분명 그럴 것입니다.”
“앞으로 그 아이의 행동을 일거수일투족을 나에게 보고를 하도록 하게.”
영양 태왕의 말에 상선은 90도 몸을 숙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태왕 폐하.”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궁금해지는구만. 허허허…….”
영양 태왕은 동현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며 상선에게 명령하여 동현의 모든 것을 살펴보게 한다.
동현은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양성에서 장사를 끝내고 주막에 들어와 정희와 함께 잠을 청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대인 어른!”
“응? 누구냐?”
“저 황훈입니다.”
“훈이?”
동현은 위사좌평의 아들 황훈이 자신을 찾으러 문 앞에 왔다는 말에 문을 열고 나간다.
동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황훈이 고개를 숙인다.
그런 황훈을 보며 동현이 묻는다.
“무슨 일이냐? 이제 다들 잠을 잘 시간인데…….”
“예. 고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말해 보거라.”
“저… 저는 언제 백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까?”
“…….”
“그것이 궁금하여 이리 찾아왔습니다.”
동현은 황훈의 말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대답한다.
“훈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백제와 신라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너도 이 상단에서 일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
“너도 네 아버지 앞에서 들었을 것이다. 네가 사람 구실을 할 만할 때 너를 돌려보내겠다고 말이다. 네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네가 사람 구실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네가 백제로 돌아가기에는 요원하구나.”
“……!”
“내가 분명히 말했다. 너에게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네 적성을 찾아준다고! 그리고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데 만들어 준다고 했다. 잊었느냐?!”
“아, 아닙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왜? 말단에서 짐부터 나르고 하니 힘드냐?!”
“…….”
“왜 말이 없는 것이냐?! 말해 보거라!”
동현의 말에 황훈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 그렇습니다.”
“허허허… 네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내가 왜 이런 일부터 시키는지 저번에 그토록 설명을 해 주었건만…….”
“하지만 저는 본디 귀족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런 일은… 서툽니다.”
“그럼 나는 본디 귀족이 아니었을까?”
“예?”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본래 고구려 사람이다!”
“……!”
동현의 말에 황훈은 소스라치게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