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화 정희, 눈물을 보이며 각서의 내용을 받아들이다
우식의 말에 동현은 깜짝 놀라며 생각한다.
‘이 녀석… 내가 인덕이라는 특기가 있다는 걸 금세 알아챘어. 뭐, 내가 이런 특수한 능력을 가졌다는 건 알 길이 없긴 하겠지만… 내 모습을 살펴보고 그런 것을 너무나도 쉽게 파악하다니 보는 눈이 제법인데?’
동현이 우식의 말을 듣고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아무 말이 없자 우식이 재차 말한다.
“아마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난 확신해. 그러니 그런 말을 하지, 안 그러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어.”
우식의 말에 동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한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나 자신을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말한 그런 힘이 있는지 말이야.”
“너의 주변 사람인 내가 이런 말을 했으니 맞아.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야. 네 수하로 있는 단석한과 돌석비도 공통된 이야기를 언젠가 한 적이 있었다.”
“그랬군…….”
“아무튼! 그 이야기는 돌석비가 네 부인에게 해준다고 했으니 기다려봐.”
“그래.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지금 이야기를 꺼내는 건…….”
“네가 그토록 확신할 정도의 일이라면 그때 이야기하나 지금 이야기하나 뭐가 달라져?”
“…….”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어. 동현아. 그냥 돌석비가 하는 일 막지 말고 그냥 놔둬.”
우식의 말에 동현은 한숨을 크게 쉬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 새 주막에 도착을 했고 주막에 도착을 하자마자 돌석비가 동현에게 말한다.
“제가 기회를 보아 마님께 오늘 일에 대해 고하겠습니다.”
“하아… 그래. 단, 나는 상단의 일을 좀 보고 들어가겠다. 그동안 네가 내 부인에게 이야기를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동현은 정희가 있는 방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돌석비에게 말을 하자 돌석비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고 정희가 있는 방 앞에 자신이 왔다고 고한다.
그리고 잠시 후.
“그래. 부인에게 말을 하였느냐?”
“예. 대인어른.”
“부인의 반응이 어떻더냐?”
“그게… 처음에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셨고 그 일에 대해 자세히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가문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그래서?”
“저와 대인어른께서 겪은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마님께 고하였나이다.”
“…….”
“모든 말을 들은 마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훗날 이럴 것을 예상했지만… 그것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말을 하시더군요.”
“뭐라? 이럴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고?”
“예. 마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대인어른의 성품과 하는 말을 보면 누구든 그렇게 보일 것이니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했던 내용에 대해 허락을 한다고 하더냐?”
동현의 말에 돌석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 이야기에 대해서는 대인어른께서 상단의 일을 보고 돌아오시면 직접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후우… 그래. 알았다. 수고했다. 이제 네 일을 보거라.”
“예. 대인어른.”
돌석비는 그렇게 동현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시야에서 사라진다.
동현은 그렇게 돌석비의 말을 들은 후 다시 한 번 큰 한숨을 쉰 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자 어디선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부인?”
“예? 예… 서방님. 훌쩍… 훌쩍!”
“우셨소?”
“아… 아닙니다… 서방님.”
동현은 좀 전의 말을 듣고 정희가 분명 우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
동현은 눈물을 보이는 정희를 꼭 안아주며 말한다.
“부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일은 내가 발을 빼겠소.”
“…….”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허락하지 않아도 되오. 다른 곳을 찾으면 되니 말이오.”
동현의 말에 정희는 눈물을 훔치며 대답한다.
“아닙니다. 그냥 진행하십시오.”
“괜찮겠소?”
“서방님이 그 일에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셨다면서요?”
“그랬소. 부인.”
“그럼 그 상태에서 발을 빼면 그 왜 쪽에 있는 상단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입니다. 본래 상단이라는 것 자체가 이문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우리가 거기서 발을 뺀다면 우리 상단은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게 되는 겁니다.”
“…….”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거… 그냥 진행하십시오.”
정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울먹거린다.
동현은 그런 정희를 보며 안타까웠다.
이제 동현의 안주인이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 거래를 성사시켜 두 번째 부인을 받아들이라니… 분명 본인에게 받아들이기 힘이 들었을 것이리라.
그런데 오직 동현의 가문을 위해 그것을 감수하고 일을 진행하라고 하니 동현은 더더욱 정희를 보며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동현은 그런 정희를 꼭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일이 성사되어 두 번째 부인이 들어오더라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부인은 바로 현재 내 앞에 있는 사람이오. 앞으로 더욱 더 사랑해주겠소. 부인.”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며 정희를 안아주자 정희도 그런 동현의 품을 꼭 안고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날 밤은 동현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한편, 시미즈 상단의 주인 시미즈 히로무와 시미즈 미치코는 동현과 헤어지자마자 밑에 사람을 시켜 왜에 있는 자신의 상단에 명령하여 동현이 말한 곳에 광산들이 있는지 살펴보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두 사실이라고?”
“예!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두 곳 다 전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큰 광산이 있었습니다!”
“허어…….”
시미즈 히로무는 수하에게 말을 전해 듣고는 딸인 미치코에게 말한다.
“들었느냐? 미치코?”
“예. 아버님.”
“그래. 이제 우리가 그 은혜를 갚고 약속을 지켜야 할 때인 것 같다.”
“…….”
“마음의 준비는 되었느냐? 그 사람의 부인이 될 준비 말이다.”
미치코는 히로무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저번에 아버님의 말을 들은 후 저도 결심을 했습니다. 그분의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이제 우리는 그쪽과 한 집안이 된 동시에 그분에게 평생 은혜를 갚을 거다. 우리 가문을 일으키면서 그분을 도울 생각만 이제 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아버님.”
“첫째는 우리 가문과 상단이 크게 일어나며 서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그분에게 은혜를 갚는 것! 여기 미치코 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문과 상단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내 말을 확실히 기억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대인!”
“자… 그럼 우리 쪽에서 그 쪽에 사람을 보내도록 하지.”
“형님. 제가 가겠습니다. 우리 가문을 크게 도와준 사람인데 제가 가서 그 성의를 보이겠습니다.”
“네가?”
“예. 제가 형님의 동생이니 만큼 제가 가서 청하는 것만으로도 그분은 물론이고 그쪽 상단 사람들에게 큰 성의를 표현하는 걸로 보일 것입니다.”
시미즈 히로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주 좋은 생각이구나. 히로키. 좋아. 네가 가서 그 분을 저번에 봤던 주막에서 뵙잔다고 청해라.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일전에 말했던 그 각서에 미치코에 대한 내용을 추가시키고 도장까지 찍자고 말이야.”
“예! 형님!”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는 동생인 히로키를 동현이 있는 주막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받은 동현은 돌석비, 우식과 함께 이전에 만났던 주막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대인의 말씀이 모두 사실이었으므니다. 이제 저희가 그 약속을 지키겠스므니다. 그러니 제 딸을 대인의 두 번째 부인이 되는 조항까지 추가해서 각서를 쓰도록 하겠스므니다.”
시미즈 히로무가 이어 말한다.
“아, 그리고 어차피 이 광산의 경우에는 대인께서 먼저 발견하시고 저희에게 알려주신 것이니 대인의 소유가 마땅하무니다. 저희가 이것을 제가 죽을 때까지 영구 임대를 하는 식으로 해서 각서 내용을 썼으면 하무니다.”
“허어… 우리 상단은 그 쪽 섬과 매우 거리가 머오. 그 쪽에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득이 될 텐데 우리 상단에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왜 입니까?”
“어차피 제 딸과 혼인을 하게 되면 저희 가문과 대인의 가문은 한 가족이 되무니다. 그리고 저희 왜보다 신라가 힘 있는 나라이니 힘 있는 쪽이 가지는 것이 낫지 않겠스무니까?”
“음…….”
“만약 저희가 그 쪽 광산을 보유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왜에 있던 상단 사람들이 이리떼처럼 달려들 것이무니다. 하지만 이 한반도의 상단이라고 하면 그렇게 달려드는 상단은 거의 없을 것이무니다. 그러니 이것이 마땅한 조치라고 생각되무니다.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동현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죠.”
“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므니다! 그럼…….”
시미즈 히로무는 동현이 써 놓은 종이 위해 좀 전에 말한 것들에 대한 내용을 추가시켜 넣고 도장을 찍는다.
그렇게 각자 가문과 상단을 의미하는 도장을 찍은 후 히로무가 웃으며 말한다.
“이제 혼인 날짜도 잡아야 되지 않겠스므니까?”
동현은 히로무의 말에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미안하지만 혼인 날짜를 조금 뒤로 미룰 수 있겠소이까?”
“예? 그것이 무슨 말이시무니까?”
“사실… 저는 신라 사람이 아닌 고구려 사람입니다.”
동현의 말에 시미즈 히로무가 깜짝 놀란다.
“허어… 복색을 보아서 신라 사람은 아닌 줄 짐작했스므니다. 다만 백제 사람일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생각을 잘못했스므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이곳 거래가 완전히 끝나고 일이 끝나면 일단 고구려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혼인도 거기서 올렸으면 좋겠군요.”
“흐음… 일단 제 딸의 의사를 물어보겠스므니다. 미치코. 네 생각은 어떠냐?”
미치코는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제가 어찌 토를 달겠습니까?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럼 대인의 말씀대로 하겠스므니다.”
“고맙습니다. 대인.”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하므니다. 우리는 주로 이 신라와 왜를 왔다갔다 거리면서 왜에 있는 본토 일도 봐야 하니 말이므니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이제 신라에서의 일은 거의 막바지이니 늦어도 보름 안에는 배를 타고 고구려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렇스므니까? 그럼 문제 없으므니다. 돌아갈 때가 확정이 되면 이야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스므니다. 그때 혼인을 위해 저희 가문도 잠시 고구려로 들어갈 것이니 말이므니다.”
“알겠습니다. 대인.”
“하하하! 이제 한 집인 될 사람들인데… 여기서 한 잔씩 하고 가는 것이 어떻겠스므니까?”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다.
그러자 시미즈 히로무가 주모를 불러 먹을 것과 술, 안주 등을 고루고루 시킨 뒤 동현과 우식, 돌석비와 함께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늘 즐거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예! 대인께서도 조심히 가시기 바라무니다.”
“예. 그럼…….”
그렇게 동현은 시미즈 가문이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긴 뒤 자신의 상단이 있는 주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시미즈 가문도 마찬가지였는데 시미즈 히로무는 자신이 머무는 곳에 돌아오고 난 뒤 딸 미치코와 동생 히로키를 따로 불러 말한다.
“나는 그 사람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구나. 너는 어떻더냐?”
“소녀는 처음에 조금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닐까 의심이 갔었으나 그 일이 모두 사실로 밝혀진데다가 오늘 모습을 보니 믿음이 갔습니다.”
“그래. 잘 봤구나. 사내라는 것은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자신이 한 말은 지킬 줄 아는 사람 말이야. 그리고 오늘 보니… 그 사람은 참으로 애국자였어.”
“…….”
“자신의 가문을 일으켜 거상으로 만든 뒤… 그 재력을 나라를 위해 쓸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참으로 큰 뜻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렇습니다. 형님. 제 가슴이 다 뜨거워지더군요.”
“그래. 으음… 훗날… 내 사위가 되는 그 사람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가 되는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님.”
“좀 전에 우리가 본 그 분 말이다. 곧 내 사위가 될 사람 말이야. 허허허… 내 생각엔 분명 훗날 고구려를 크게 뒤흔들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미치코와 히로키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