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9화 동현, 신라에서 왜와의 무역을 준비하다
수연이 그렇게 천명 공주에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계속 말하고 있을 시기.
동현은 서라벌에서 장사로 정신이 없었다.
비누와 두부를 백성들에게 팜으로써 입소문이 났고 입소문이 나자 신라의 귀족들은 동현의 비누를 쓰고 두부를 먹어보기를 원했다.
이런 귀족들에게 동현은 귀족들만의 위한 비누와 두부를 따로 만들어놨다고 말하며 비싸게 값을 매겨 팔았는데 그렇게 비싸게 책정한 값에도 신라의 귀족들은 너도나도 비누와 두부를 사갔다.
“허어… 이 정도로 장사가 잘 될지 몰랐습니다.”
“그렇군. 동현이 말에 나도 솔직히 무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 했었는데… 이렇게 잘 팔릴 줄은 몰랐어.”
“주인어른께서 조사를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귀족들의 심리에 대해 정확히 꿰뚫어보고 또 따로 만들어 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맞아. 내 친구지만 정말 그 수완이 대단해. 아… 참! 그나저나 동현이가 나한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했잖아?”
“예. 우식 공자님. 좀 전에 주인어른께서 말씀하시길 왜놈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라… 저 남쪽에 섬놈들 말이냐?”
“그렇습니다. 공자님.”
“음… 왜 갑자기 왜놈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우식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단석한이 대답한다.
“주인어른의 뜻은 저희가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말했다가 비누와 두부를 만드신 것이 아닙니까?”
“맞아. 동현이 녀석의 생각은 항상 우리보다 한 발 앞서 갔지. 으음… 자! 일단 동현이가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하니 한 번 알아보러 저잣거리에 나가자. 같이 가겠느냐?”
“저는 주인어른이 지시한 일을 해야 해서 여기 있어야 합니다. 옆에 있는 돌석비와 같이 다녀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돌석비. 가자.”
“예. 공자님.”
그렇게 우식은 동현이 맡긴 일을 하기 위해 돌석비와 함께 주막을 나온다.
그러면서 왜놈 말을 하는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하는데…….
“후우. 알아보기가 쉽지 않군.”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 신라와 왜는 거리가 가까워서 배를 타고 제법 거래를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 동현이한테 들은 적이 있다. 나라끼리 큰 규모로 거래하는 것을 무역이라고 말을 하더구나. 아무튼, 왜놈 말을 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이렇게 쉽지 않다니… 이거 참 낭패구나.”
우식과 돌석비가 사람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다른 주막에 들어가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때, 희한한 복장을 한 사람이 주막으로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여기 술 한 병과 국밥 한 그릇 부탁하므니다.”
“예!”
그 사람들의 말에 돌석비가 우식에게 말한다.
“저 사람들… 복색이 희한하지 않습니까?”
“그렇네. 우리 삼국 사람들에게서 전혀 보지 못한 복색이군.”
그렇게 말을 하는 그때, 주모가 우식과 돌석비 근처를 지나가기에 돌석비가 주모를 급히 붙잡고 물어본다.
“이보시오. 주모.”
“예!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그게 아니라… 뭐 물어볼 것이 있어서 말이오.”
“예! 아는 것이라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저기, 저 희한한 복장인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오? 복색이 희한한데…….”
“아! 저 사람들은 왜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확실하오? 왜에서 온 사람이?”
“그렇습니다. 오늘 외에도 가끔씩 우리 주막에 온 사람이니 확실합니다.”
“으음… 제법 우리나라 말이 유창하던데… 어눌하긴 하지만 말이야.”
“예! 저 사람들은 우리 신라 사람들과 자주 거래를 하고 있어서 이곳에 자주 옵니다! 거래를 끝내고 식사를 하러 말입니다.”
“그렇군. 고맙소. 주모.”
“아닙니다. 그럼…….”
주모가 물러가자 돌석비가 우식에게 말한다.
“들으셨습니까? 공자님?”
“그렇네. 음… 이거 실마리가 조금 보이는군. 저 사람들을 이용해서 한 번 알아보면 좋겠어.”
“제가 한 번 가서 말을 걸어보겠습니다.”
“그래. 정중하게 다가가서 말을 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돌석비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왜 사람이 식사를 하는 곳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공자님. 일단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
“우리 삼국의 사람 중 왜놈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들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을 하는군요. 다만…….”
“다만?”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수하 왜 사람들 중 우리나라 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
“예. 자신들이 있는 상단의 재정이 많이 넉넉해지면 그 사람을 한 주막에 살게 하도록 상주시킨 후 이 쪽 일을 담당하게 할 것이라는 말도 하더군요.”
“음… 그것은 이 신라 땅에 정착하겠다는 의미군. 그 사람은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런 것은 따로 신라 조정에 대한 허락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건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그건 내가 가서 물어보도록 하지.”
우식은 그렇게 말을 하며 왜 사람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좀 전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리가 이곳에 집을 따로 구하고 상주하고 사는 것이라면 신라 조정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주막에 장기적으로 머물면서 이곳 주인에게 돈을 주고 머물며 거래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스므니다.”
“그렇구려. 흐음…….”
“그런데 왜 우리 말을 잘하는 사람을 구하려 하므니까?”
왜 사람들의 말에 이번엔 돌석비가 나서서 말한다.
“제가 모시는 주인께서 왜의 말을 잘 하는 사람을 구해오라고 명령하셔서 따르는 것일 뿐… 왜 그걸 원하시는지는 여쭤보지 못했소이다. 그저 주인의 명령에 복종할 뿐이죠.”
돌석비의 말에 왜 사람들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옆에 있던 우식이 왜 사람들에게 말한다.
“옆에 있는 이 자의 주인은 내 친구이니 내가 직접 가서 의사를 물어보겠소. 그러니 그동안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겠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므니다. 우리 오늘 이 주막에 묵스무니다.”
“잘 되었군. 알겠소. 그럼 금방 다녀오도록 하지.”
그렇게 우식은 왜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는 돌석비와 함께 주막으로 돌아가 동현을 찾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래? 우리나라 사람 중 왜 말을 잘하는 사람은 못 구했는데… 왜 사람이 우리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있다고?”
“응. 어떻게 할래?”
“으음…….”
“왜 말을 잘하는 사람이고 우리나라 말도 잘하는 사람이면 우리 양쪽 말을 다 잘하는 것이니까 큰 문제가 없지 않아? 그냥 말만 잘 통하면 되는 거 아냐?”
동현은 우식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한다.
“내가 왜 사람들을 내 밑에 사람으로 들이지 않으려는 이유는… 그쪽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기 때문이야.”
“뭐? 왜 사람들이?”
“응. 그들은 겉으로는 헤헤거리고 기분을 좋아하며 맞추어 주어도 뒤로 돌아서서는 뒤통수를 때리는 놈들이지.”
“그래? 그걸 어떻게 알아?”
“응? 으응… 과거 생전에 아버지께서 비슷한 일을 당하셨는데, 당시 아버지께서 이야기를 해주시기를 자신만 당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뒤통수를 크게 맞았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야.”
“그랬군. 처음 듣는 이야기야.”
“그렇겠지.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왜놈들이 뒤통수를 때린 것을 처절하게 복수를 해주었다고 들었어. 그 이후… 아버지는 왜놈들을 믿지 않았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내게 해주셨어. 왜놈들을 쓸 때는 정말 신중하게 선택을 하고 골라서 쓰라고 말이야.”
동현의 말에 우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생전에 아버지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셨다면 그런 것이겠지. 그럼 거절할 거야?”
“으음… 일단 내가 직접 가서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직접 말이야?”
“응. 만나보고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곳 주막에 장기간 묵을 사람도 누군지 보고 말이야.”
“하긴 우리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지를 못했으니까…….”
우식은 동현의 결정에 수긍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동현에게 다시 묻는다.
“그럼 지금 바로 주막으로 가볼래?”
“음… 좋아. 지금 바로 가자.”
“알았어. 갈 때 돌석비랑 같이 갔으니까 같이 가자! 우리 신변에 대한 호위도 할 겸해서 말이야.”
“그래. 알았어.”
그렇게 동현은 우식, 돌석비와 함께 왜 사람들이 있는 주막으로 향한다.
거리를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왜 사람들이 묵고 있는 주막에 도착하고 우식은 왜 사람들을 찾으려는데 아직도 그 자리에서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우식은 그 사람들을 동현에게 알려주었고 동현은 우식에게 말을 듣자마자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는 이야기를 나눈다.
“저희 왜와 상단 대 상단으로써 거래를 트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므니까?”
“그렇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저희 말을 잘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시무니다. 저희가 데리고 있는 아이는 총명한 녀석이므로 무엇이든지 잘 해낼 것이므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모든 거래를 우리 두 상단만 알고 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하니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도 없스므니다.”
“으음… 그렇게 칭찬을 하니 궁금하군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입니다.”
“원하시니 바로 불러올리도록 하겠스므니다.”
왜 사람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의 수하에게 왜의 말로 뭐라고 한다.
그러자 명령을 받은 사람은 하잇! 이라는 대답과 함께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인어른. 모셔왔습니다.”
“오! 그래! 내 딸 미치코 왔느냐?”
“예. 아버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네가 이 신라에 오랫동안 머물 것이 아니더냐? 마침 우리와 거래를 원하는 이곳의 상단이 있어서 거래를 하려하는데 이쪽 일을 담당하는 네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해서 너를 이렇게 불렀다.”
“잘 하셨습니다. 앞에 있는 분입니까?”
“그래.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거라.”
자신의 아버지가 상단의 주인인지 미치코라고 불린 여자는 인사를 하고는 동현에게 시선을 돌려 유창한 우리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앞으로 이 신라에서 상주하게 될 시미즈 가문 상단의 주인 시미즈 히로무의 딸 시미즈 미치코라고 합니다.”
미치코라고 불린 여자는 그렇게 말을 하며 90도로 고개를 숙여가며 인사까지 한다.
동현은 이 신라에서 머물게 될 사람이 여자인 줄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상황.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고 그 인사를 받아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 동현 상단의 주인 김동현이라고 합니다. 참 놀랍군요. 여자 분께서 장사를 하신다니…….”
“장사를 하는데 있어서 성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장사가 힘든 일인 만큼 낭자가 참으로 대단해 보여서 한 말이었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동현은 그렇게 미치코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덕담을 주고받다가 본격적인 상단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저희는 면이나 명주, 수은과 함께 주로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쪽에서는 어떤 것을 줄 수 있으십니까?”
“저희 신라와 오셨다면 아실 것입니다만… 비누와 두부를 아십니까?”
“아! 둘 다 사서 써보고 먹어 봤습니다. 그럼 혹시…….”
“그렇습니다. 그 두 가지 다 제가 직접 만든 것이지요.”
“오……!”
동현의 말에 미치코는 물론이고 같이 왔던 일행들이 매우 놀란다.
그리고 동현이 말한 것들을 왜에서 팔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