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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여 수나라 정벌하자!-68화 (68/400)

068화 덕만 공주, 변화를 다짐하다

덕만은 연희의 말에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당분간이라니… 언제까지 이렇게 궁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거지?”

“공주님. 소녀가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제부터 공주님도 꾸준히 학문을 익히셔야 합니다.”

“그것은 이미 하고 있잖아.”

“그 시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공주님의 언니이신 천명 공주님을 보십시오.”

연희의 말에 덕만이 벌컥 화를 낸다.

“아… 정말! 언니 이야기는 하지 말라니까?!”

“그래도 들으셔야 합니다!”

“듣기 싫어!”

“들으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주님! 제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시면! 목숨이 위태롭거나! 이 나라에서 살아가지 못 하실 수 있습니다!”

연희가 다른 날과 달리 강한 어조로 단호하게 말을 하자 그제야 덕만이 화를 내던 것을 멈추고는 묻는다.

“지금 상황이 그 정도라고?”

“그렇습니다. 공주님. 현실을 직시하셔야 합니다.”

“…….”

“좀 전에도 제가 말했다시피… 우리 신라는 귀족들의 힘이 유난히 강합니다. 거기다 골품제로 인해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귀족들이기에 더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같은 황실 식구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귀족 세력이 그렇게 크다고?”

“그렇습니다. 아니, 황족이 아닌 귀족들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성골이나 진골 중에서도 그런 세력이 뒤를 봐주고 있을 수도 있지요.”

“그것은 너무 지나친 생각이 아니냐?”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공주님. 현재 보위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공주님께서 체감하시지 못 하는 것뿐입니다.”

“…….”

“물론 지금의 공주님은 그런 것을 잘 파악하지 못 하시겠지요.”

연희의 말에 덕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다. 난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구나…….”

“그렇기에 제가 지금 공주님께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학문을 익히라고 하는 것입니다. 천명 공주님처럼 말입니다.”

“…….”

“본래 저들의 첫 공격 대상은 첫째 천명 공주님이었을 겁니다.”

“뭐? 왜?”

“현재 폐하 밑에는 아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 그 자리를 누가 잇겠습니까?”

“하지만… 본래 왕의 자리는 남자들만 차지할 수 있는 거잖아?”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 신라는 공주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혈통을 매우 중시합니다. 그렇다면 성별은 무의미해 집니다.”

“흐음… 하지만 현재 아버님께서 저리 건강하신데 아들은 그 사이에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공주님의 말씀에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황후 마마께서는 천명 공주님과 공주님, 그리고 동생 분이신 선화 공주님을 낳으신 후 더 이상 소식이 없으셨습니다. 아주 오래됐죠. 그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연희의 말에 덕만이 놀라며 묻는다.

“그렇다는 건, 더 이상 황후마마께서 회임을 하지 못한다는 소리인 것이냐?”

“소녀가 얼핏 듣기에…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

“그러니 공주님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저 귀족들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연희의 계속된 말에 덕만은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후우… 내가 정말 꾸준히 학문을 익힐 수 있을까? 난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말이야…….”

“소녀가 있지 않사옵니까? 소녀가 공주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그럼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학문 익히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기존에 하던 것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그래. 알았다. 그런데…….”

“……?”

“아까 내가 물어봤던 말인데 다시 묻고 싶구나. 내 언니가 귀족들에게 첫 목표가 될 수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연희는 덕만의 말에 미소를 보이며 대답한다.

“현재 귀족들이나 우리가 보위를 잇는 것에 반대하는 성골이나 진골 세력들은 어떻게든 폐하가 가지고 있는 황권을 깎아내려서 약화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폐하께서는 이렇다 할 틈을 보여주지 않고 계시죠. 그러니 그들은 방법을 선회한 겁니다. 그 자식들에게로 눈을 돌려서 그들을 이용해 황권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이고요.”

“…….”

“그런데 그 첫 번째 목표인 천명 공주님이 너무나도 성실하고 눈에 튀지 않는 행동을 하며 행실이 바르니 무언가 트집을 잡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겁니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먼지를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음… 이제 좀 알겠어. 그래서 나로 시선을 돌린 거구나? 내가 밖으로 자꾸 돌아다니고 소문도 좋지 않게 들려오고 하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공주님. 그래서 이번에 공주님이 그 목표가 된 것이고 그것을 빌미로 현재 폐하를 귀족들이 못 살게 구는 것입니다.”

“그렇구나… 이제 좀 알겠어.”

“하지만 그런 천명 공주님도 학문은 그리 열심히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저 평소 여자가 하는 일을 주로 하시는 편이시죠.”

덕만이 의아해 하며 연희에게 되묻는다.

“여자가 하는 일?”

“예. 옷을 짓는다든지, 폐하나 황후 마마에게로 향하는 음식을 관리한다든지 말입니다. 그런 일에 주로 집중하고 계시다는 것이죠.”

“그렇구나…….”

“이럴 때 공주님이 내일부터 학문을 꾸준히 익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폐하께서 기뻐하심은 물론이고 후일 차기 보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크게 생각하시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건 벌써 생각할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해. 연희야. 아직 폐하께선 저렇게 건강하신데 계속 그렇게 말하는 건 불충이라고 생각해.”

“소녀의 말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공주님. 저는 오직 공주님만을 위해 충성을 다하기로 한 사람입니다. 저는 공주님을 차기 황위를 잇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천명 공주님을 제치고 말입니다.”

“……!”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공주님. 제가 공주님을 차기 황위를 이을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연희의 당돌한 말에 덕만은 놀란다.

자기가 아는 연희는 평소 똑똑하긴 했지만 많이 배운 것이 없어서 그저 자신을 잘 따라주는 것에 고마워하고 있었는데 그런 연희가 자신이 황위를 이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했던 것.

“연희야. 방금 네가 한 말은 엄청난 말이다. 알고 있느냐?”

“그렇습니다. 공주님.”

“그 말에 조금도 후회가 없으렷다?!”

“물론입니다. 공주님.”

“후우… 그래. 그토록 내게 충성을 다한다니 정말 고맙다. 그리고 오늘 너한테 여러 번 놀라는구나. 내가 알기로 넌 아주 어렸을 때 황실이 노비 시장에서 사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네가 똑똑하고 총명해도 쌓아놓은 지식이 머릿속에 없어서 그런 쪽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너의 말을 들으니 그것이 아니었구나.”

덕만의 말에 연희가 웃으며 대답한다.

“공주님 말씀대로 전 쌓아놓은 지식은 없습니다. 다만 눈치가 빠르고 상황 판단이 빠르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능력을 얻게 된 것에는 예전 이 황실로 제가 구입이 되기 전… 그곳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살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의 오래 전 신분이 한 몫 했을 겁니다.”

“오래 전 신분? 그 말은 처음 듣는구나?”

“…사실 전 이 신라에서 4두품에 해당하는 지방의 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버지께서 역모 죄로 누명을 쓰고 집안이 전부 다 노비가 되고 말았죠. 아버지께서는 참수당하셨고 말입니다.”

“그런 일이… 내가 폐하께 말씀드려 당장 복권시켜주겠다!”

덕만의 말에 연희가 다급하게 말리며 대답한다.

“소용없습니다. 공주님이 그렇게 요청을 해도 귀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럼… 넌 이대로 그냥 있을 것이냐? 네 아버지가 누명을 썼다며? 그 억울함을 벗겨드려야 할 것이 아니냐?”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주님. 현재 공주님의 상황을 반전시키고 공주님이 보위를 잇는 것이 확정되면 그 이후에 복권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연희야…….”

“소녀는 괜찮습니다. 저는 오로지 공주님을 위해 충성을 다할 뿐입니다.”

연희는 그렇게 말을 하며 덕만 앞에 넙죽 절을 하며 엎드리는데 덕만은 그런 연희의 상처를 처음 듣고 난 뒤라 그런지 마음아파하며 대답한다.

“그래… 앞으로는 네 말을 듣고 자중하도록 하마. 네가 말하는 대로 따를 것이야! 내가 보위를 이을 때까지 말이야.”

“공주님…….”

“우리 보위를 위협하는 놈들이 있다는데 내가 어찌 가만있겠느냐? 그래. 네 말대로 따르겠다. 그러니 나를 많이 도와다오!”

덕만의 말에 연희가 덕만을 올려다보며 대답한다.

“소녀가… 충심을 다해 공주님을 보필 하겠나이다!”

“그래… 우리 같이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도록 하자!”

그렇게 덕만은 연희에 의해 변화를 시작했고 진평왕의 보위를 잇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그 시기에 천명 공주는…….

“이제 돌아가자.”

“예. 공주님.”

천명 공주는 연희가 덕만에게 말한 대로 황실의 음식이 잘 만들어지는지 과정을 보며 수라간에 들어가 확인을 하며 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 날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관리를 하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공주님. 이제 학문을 익힐 시간이십니다.”

“후우… 어차피 쓰일 일도 없는데 학문은 뭐하러?”

“하지만 기본적인 소양정도는 알아두셔야 합니다. 폐하께서도 학문을 익히는 것을 매우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난 그러고 싶지가 않아. 학문이야 그저 글만 읽을 줄 알고 어느 정도 이해만 할 줄 알면 되는 거지… 왜냐하면 여자들은 남자에게 시집가면 학문이 별로 쓰일 일도 없으니 말이야. 안 그래?”

“공주님…….”

“왜? 사실이잖아. 난 이런 학문을 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 그냥 여자답게 살다가 가면 족할 것 같아. 옷을 짓든지, 음식을 따로 관리하며 조금씩 만들어본다든지 말이야.”

“옷을 처소 안에서 짓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직접 음식을 만드는 일은 천한 밑에 것들이나 하는 일입니다. 공주님.”

“그래? 그렇다면 내 신분에 맞게 지금처럼 관리만 하면 되겠구나.”

“공주님…….”

천명 공주를 따르는 시녀 수연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천명 공주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나는 누구에게 밉보일 생각도, 그리고 잘 보일 생각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이 궁에 정해진 법도에 벗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

“그리고 저 더러운 귀족 놈들처럼 권력을 탐낼 생각도 없고 말이지.”

천명 공주는 귀족들을 정말 싫어했다.

자신의 아버지 진평왕에게 곤혹스러운 상소를 늘 올려서 난처하게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던 천명 공주.

그 모습을 보고난 후 귀족들을 싫어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점점 성장할수록 그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한다는 것을 보고난 후 더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권력의 속성을 그때부터 알게 된 천명 공주.

하지만 천명 공주는 자신이 전면에 나서 귀족들의 반대편에 서고 그들을 쳐내겠다는 배짱이 없었다.

일단 그들의 칼날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게 된 천명 공주는 그들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전형적인 황실 식구, 즉 공주의 신분에 맞게 행동을 하며 귀족들의 공격대상에서 벗어났다.

그런 노력 덕분이었는지 천명 공주는 그 화살을 비켜갔고 그 화살은 덕만에게로 향했다.

자신에게 올 화살이 덕만에게 향하는 것을 안 천명 공주는 덕만을 도와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나지 않았다.

덕만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귀족들에게 밉보여 공격을 받을까 두려웠던 것.

그것을 시녀 수연이 알기에 천명 공주의 마음을 돌리려 애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덕만 공주님께 화살이 향했으나… 그쪽 일이 끝나면 분명 또 다시 우리 황실 식구들을 공격할 거리를 찾을 것이 분명합니다. 공주님.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수연은 거의 매일 천명 공주에게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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