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화 동현과 상단, 신라 수도 서라벌에 도착하다
동현은 황훈의 말을 듣고 황우 아내의 행동에 의문을 품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좌평 어른이 너무 원리 원칙을 지키기에 네 어머니께서 그렇게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본 좌평 어른은 원칙주의자이시면서 자신에게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한 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이다.”
“…….”
“그 수단과 방법이 통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 더 무서운 분이시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십시오.”
황훈의 말에 동현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이 백제에는 법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좌평 어른께서 현재 있는 위치를 지키려면 그 법에 대한 범위를 벗어나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거지. 그만큼 권력을 위해서라면 이리 떼 같은 자들이 많이 달라 붙을 테니 말이다.”
“…….”
“그런데 좌평 어른께서는 그런 이리 떼와 같은 무리들 속에서도 법을 지키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그런 이리 떼와 같은 자들을 쳐내고 현재 자리를 지켜내 왔던 것이라는 거다. 그래서 내가 좌평 어른은 정말 무서운 분이면서 대단한 분이라고 하는 거다.”
“…….”
“아마 어머니께서는 그것을 아마 우려하셨을 것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다른 사람을 법의 테두리 안에 가두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쳐서 잔인하게 죽이는 것. 그런 것을 네가 배울까봐 그랬던 것일 수도 있어.”
동현의 말에 황훈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동현의 말에 충격을 받은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동현의 말을 계속 듣는 황훈이었다.
“내 예상에는 그것이 맞는 것 같다. 네가 물어봤음에도 어머니께서 대답을 제대로 안 해주고 그저 자신의 말만 꼭 들으라고 한 것은 그래도 혼인한 남편이고 높은 직책의 분이시기에 함부로 입에 올리면 안 되니 그랬을 것이고.”
“…….”
“너를 잠시 다른 곳의 집에 가둔 것은 아버지를 이제부터 따르지 말고 자신의 말만 따르며 아버지의 그런 성격과 방식을 닮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것일 것이다.”
“…….”
“그것으로 인해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하게 되니 마음이 삐뚤어지기 시작한 것이겠지. 맞나?”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 그랬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니 너무 답답했죠.”
동현의 황훈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이해는 충분히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돼. 넌 이제 변화해야 한다. 나를 따라 나온 이상 밑에서부터 시작해서 일을 배워. 나는 너를 다양하게 일을 배우게 한 후 맞는 곳이 생기면 그곳의 일을 너에게 맡길 거다.”
“…예.”
“그렇게 해서 네가 우리 상단을 위해 큰일을 해내거나 한다면 그 공에 따라 위치를 올릴 거야. 그렇게 되면 너도 이제 입지가 넓어지게 될테니 네가 하고 싶은 일 또한 할 수 있게 되겠지.”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황훈이 믿기지 않는 말투로 동현에게 말을 하자 동현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나는 모든 인간이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재능이 없는 사람은 절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글을 못 읽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친화력이 좋아 스파이로서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
“무예에는 전혀 재능이 없지만 아는 것이 매우 많아 한 도시의 내정을 안정시키는 데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고…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태어나는 재능이 다르지. 아… 물론 자신이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생기는 재능도 있다. 그 사람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말이다.”
“…….”
“나는 지금부터 네가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 밑에서부터 일을 시작해 다양하게 일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그 재능을 찾아 키워주려는 거다.”
“…….”
“네 맘대로 해볼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어디 있나? 설레지 않나? 내가 판을 깔아주고 밀어줄 테니… 네 재능을 찾아서 그 재능으로 우리 상단에 큰 공을 세워 봐.”
동현의 말에 황훈은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온다.
동현의 말에 황훈은 눈물이 나려는 것을 애써 참는데 그런 황훈을 향해 동현이 계속 말한다.
“신라의 서라벌에 내리고 며칠 간 휴식을 취한 후… 단석한과 돌석비에게 네가 할 만한 일을 맡겨보라고 할 거다. 그러니 열심히 해. 아… 그리고! 내 제자 두 명이 있는데 소희와 의정이라고… 그 녀석들은 무예를 배우고 싶어서 나에게 제자를 자청하고 들어온 녀석들이야.”
“예.”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그러니 너도 신라 서라벌에 내리고 며칠 간 휴식을 취한 뒤부터 무예도 익히도록 해. 아무리 못해도 기본적인 무예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몸 정도는 보호할 수 있어야 하지. 알겠나?”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황훈이 동현을 부르는 호칭이 어느 샌가 대인어른으로 변한 것을 듣자 동현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황훈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정희와 함께 배 안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호위무사들도 갑판 쪽에서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가 파도가 중간에 심해지자 다들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급격하게 배가 울렁거리자 호위무사들이 본격적인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저번에 한 번 타봐서 그런지 이번에 신라로 향하는 배를 탔을 때는 괜찮았었는데 파도가 심해지니 호위무사들도 도리가 없었다.
다들 파도가 조금이나마 가라 앉아 배의 울렁거림이 적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태.
그렇게 호위무사들과 동현과 일행들은 멀미를 참으며 신라 서라벌로 향했다.
그렇게 며칠 후.
“이제 서라벌 입구인 형산강 포구에 다 왔습니다! 이곳에 도착하고 포구를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서라벌 안으로 들어가는 성문이 보일 겁니다!”
“오오… 드디어!”
멀미에 시달리던 동현과 일행, 그리고 호위무사들이 드디어 서라벌에 다 왔다고 뱃사공이 말하자 매우 기뻐한다.
저번 백제에 도착했을 때와 같은 반응.
그렇게 동현과 일행들은 잠시 뒤 형산강 포구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짐을 내린다.
그리고 포구에서 한 군사에게 통행증을 발급받고 서라벌의 성 안으로 들어갔다.
“대인어른! 일단 제가 먼저 가서 우리가 묵을 곳을 먼저 잡아놓겠습니다!”
“그래. 돌석비. 부탁한다.”
동현의 말에 돌석비는 군례를 올리고는 말을 달리며 주변을 살펴본다.
그리고 제일 큰 주막을 발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이곳의 주모이십니까?”
“그렇소만? 누구십니까?”
“우리는 백제에서 온 상단이라오. 이곳이 매우 큰 주막인 것 같아서 묵으려고 하는데… 방이 많이 있소?”
돌석비의 말에 주모가 대답한다.
“인원 수를 말씀해 주시면 그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인원 수는…….”
돌석비의 말에 주모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그 정도 인원이면 딱 맞게 가득 찰 것 같군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좋소! 그럼 일단 여기… 한 보름에서 그믐쯤 머물 수 있을 것 같으니 돈을 먼저 치르겠소. 여기…….”
“아니? 이렇게나 많이요?”
“상황이 불가피하게 변하면 이곳에 더 머물 수도 있어서 말이오.”
“아이쿠! 그래도 많은데…….”
“우리 상단의 주인이신 어른께서 주시는 것이니 받으시오. 대신… 아침과 점심, 저녁 끼니를 좋은 식사로 거르지 않도록 하여 주시고 방에서 묵을 때 불편함이 없도록 해주시오.”
“아이쿠! 그거야 당연합죠! 저희가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믿겠습니다! 주모! 그럼 난 우리 상단의 주인어른께 말씀을 전하고 모셔오겠소!”
그렇게 돌석비는 큰 주막의 집으로 상단이 장기간 머물 곳을 구했다. 그런데 그 때.
“네 이놈! 감히 5두품인 주제에! 우리 6두품의 여식을 넘봐?!”
“아이고! 죄… 죄송합니다!”
“너 같은 놈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 여봐라! 이놈을 당장 멍석말이를 해라!”
“예!”
“아… 아버님! 저희는 그저 사랑한 죄 밖에 없습니다. 흐흐흑… 그… 그 남자를… 제발…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제가 앞으로 절대 안 만나겠습니다. 흐흐흑…….”
“그것이 마음대로 되겠느냐?! 저 녀석이 너를 꼬셔서 서로 이렇게 되었는데 말이다! 저 녀석이 어디 하나라도 불구가 되어야 저 녀석을 네가 단념할 것이야!”
“아… 아버님! 제… 제발!”
“뭣들 하느냐?! 이 녀석을 끌고 가서 멍석말이를 하지 않고?!”
“예!”
돌석비는 동현에게 돌아가는 길에 한 부녀와 젊은 남자 간에 큰 고성이 오고가는 모습을 보았다.
부녀 중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젊은 남자를 하인을 시켜서 끌고 가 멍석말이를 하는 광경까지 본 돌석비.
마음 같아서는 그 남자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동현이 다른 나라 땅에 간만큼 경거망동 하지 말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 명령을 어길 수 없었던 돌석비는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애써 시선을 돌리고는 말을 몰아 동현에게 달려간다.
“대인어른! 주막을 구했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동현은 그렇게 돌석비의 안내를 받아 주막으로 향한다.
그러는 도중 돌석비를 보는데 표정이 내내 어둡다.
동현은 돌석비의 모습을 보고는 궁금하여 묻는다.
“이봐. 돌석비.”
“예. 대인어른.”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그… 그렇습니까?”
“그래. 너와 단석한은 기분이 좋지 않으면 잘 숨기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 바로 알아볼 수 있지.”
“아…….”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나한테 말해 보거라.”
동현의 말에 돌석비는 잠시 망설이다가 주막에 도착하고 나서 방 안에 들어가 따로 말을 하겠다고 대답을 한다.
동현은 그런 돌석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청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어두운 표정을 한 돌석비의 안내를 받아 잠시 뒤 주막에 도착한 동현과 일행들.
동현은 호위무사들에게 짐을 다 옮긴 후 내일까지 푹 쉬라고 명령을 했다.
동현의 말에 호위무사들은 빨리 짐을 옮기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배에서 내려서 수레에 실은 짐들을 한 쪽에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동현은 주모로부터 자신의 방을 안내 받았고 동현과 정희는 그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그 때…….
“대인어른! 저 돌석비입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동현의 말에 돌석비가 방 안에 들어오며 군례를 올린다.
“거기 앉거라.”
“예.”
정희가 옆으로 비켜주자 돌석비가 동현의 맞은편에 앉는다.
그렇게 자리에 앉자마자 동현이 묻는다.
“그래. 아까 표정이 왜 그리 어두웠던 것이냐? 궁금하구나.”
동현의 말에 돌석비가 진지한 표정으로 아까 자신이 주막으로 갔을 때 봤던 일을 고한다.
“흐음… 그래. 그런 일이 있었더란 말이지?”
“예. 마음 같아서는 바로 도와주고 싶었으나… 대인어른께서 경거망동 하지 말라는 말이 떠올라서 참았습니다.”
“아주 잘했다. 이제 너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생각하는구나. 너의 선택은 현명했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동현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