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화 동현, 상단을 이끌고 신라로 향하다
동현이 황우와 만나고 며칠 후… 드디어 신라로 떠나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신라로 떠나는 날이 확정되자 동현은 황우에게 사람을 보내 소식을 알렸고 황우는 출발하는 날 아침 일찍 황훈을 보내겠다고 말을 하며 답을 보내왔다.
“이제 내일 아침 일찍 우리는 배로 신라 서라벌로 향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다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푹 자 두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주인어른!”
동현이 그렇게 수하들에게 명령하는데 우식이 묻는다.
“동현아.”
“응?”
“너 활 잘 쏴?”
“활?”
“응. 난 검이나 창은 그래도 수련을 해서 괜찮은데 활은 많이 연습을 안 해봤거든. 너 활 잘 쏘면 나한테도 좀 알려달라고 하려 했지.”
동현은 우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나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지나가는 사냥감은 그래도 잘 맞추는 편이야.”
“그래? 그럼 잘 됐다. 나 활 쏘는 것 좀 제대로 알려줘.”
“그래. 어려울 것 없지. 마침 오늘 준비가 다 끝나고 시간이 많이 남는데 잘 됐어! 저기… 사람이 없는 숲으로 가자.”
“고맙다! 동현아!”
그렇게 동현과 우식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숲 뒤쪽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는 한 큰 나무를 보고는 멈춰 선다.//
“일단 멈춰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일단 거리를… 이 정도로 벌려놓고 말이야. 한 번 쏴봐! 이상한 거 있으면 내가 자세를 교정해줄게.”
“그래. 알았어.”
동현의 말에 우식은 시위를 힘껏 잡아당겨 활을 쏜다.
씨이이이잉!
“에잇! 빗나갔네.”
“많이 안 쏴봤다는데 제법 잘 쏘네. 그래도… 활시위를 안 당겨본 사람은 제대로 당겨보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그거야 우리 아버지한테 당기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수련을 받았었으니까… 하지만 그 정확도는 아직인가봐. 아버지께서 알려주셔도 그 감을 못 잡겠어.”
“그럴 수 있지. 그런 수련을 해도 활을 쏘는 훈련을 많이 하지 않으면 감을 못 잡는 건 당연한 거야.”
동현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자신의 활시위를 힘껏 당긴다.
그리고 나무를 겨냥해 쏘는데 화살은 보기 좋게 나무의 정 중앙에 박힌다.
“와… 잘 쏜다 너…….”
“나도 이렇게 쏘게 된지는 얼마 안 됐어. 그리고 내 비법을 받으면 너도 금방 쏠 수 있게 될 거야. 네가 좀 전에 쏘는 걸 보고 왜 나무를 빗나가는지 알게 됐거든.”
“그래? 그럼 알려줘! 내가 뭘 고치면 제대로 내가 맞히고자 하는 것에 화살을 제대로 쏠 수 있어?”
“이건 내 비법인데 난 화살을 쏠 때 숨을 멈추고 쏴.”
“숨을 멈추고 쏜다고?”
“응. 너희 아버지인 대장군 같은 분들은 워낙 숙달이 되고 고수라서 숨을 쉬고도 조준을 쉽게 하시고 잘 쏘시면서 잘 맞추기도 하시잖아.”
“그렇지.”
“하지만 난 아직 그런 경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난 일단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보자 하는 마음에 숨을 멈추고 쏘는 방법을 선택해 봤어. 그랬더니 훨씬 나아지더라고.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말이야.”
“음.”
“그래서 그게 익숙해지고 난 뒤… 대장군처럼 그렇게 움직이면서 활을 쏘는 것을 근래 들어서 수련을 하기 시작했지. 그렇게 했더니 확실히 예전에 비해 훨씬 나아지더라.”
동현의 말에 우식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구나. 그렇게 단계적으로 수련을 했구나… 너는…….”
“응.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그렇게 지금도 수련을 하고 있어. 그래서 그런지 움직여서 쏴도 목표물을 맞추는 횟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말이지. 너도 그렇게 단계별로 해봐. 아직 초보니까 숨 참고 고정된 자리에서 서서 쏴보는 거야.”
“…….”
“그리고 그걸 완벽하게 익혔다고 생각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거지. 숨을 참지 않고 쏘기로 말이야. 그 다음에 나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는 사냥감을 쏘기. 그리고 그 다음은 나도 같이 움직이면서 사냥감을 쏘기. 이런 식으로 말이야.”
“음… 그래. 한 번 네 말대로 해봐야겠다. 일단… 저 나무에다가 계속 연습을 해 봐야겠어.”
우식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화살통에서 다시 자신의 화살을 꺼내 시위에 메기고는 활을 계속해서 쏜다.
그렇게 한 동안 계속 활을 쏘며 수련을 하자 우식은 빠르게 실력이 좋아졌다.
그렇게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는 그 때… 우식이 쏜 화살이 나무를 빗나가 어디론가로 향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씨이이이잉!
꾸에에에엑!
“응? 뭐야?”
“얼른 가보자!”
동현과 우식은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활이 날아간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잠시 후.
“헐… 대박.”
“너 보고 쏜 거 아니지?”
“응? 으응… 나무 보고 쐈는데 빗나갔어. 그런데 그게 멧돼지 눈에 맞을 줄은 몰랐네.”
“크… 크큭… 아무튼 잘 됐네. 이 멧돼지를 잡았으니 오늘 저녁은 우리 모든 상단 사람들이 고기 맛을 볼 수 있게 해주자고.”
“너 덕분에 평소에도 고기 잘 먹는데 뭐…….”
“그래도 막 사냥감을 잡은 것이랑은 맛이 다르지 않겠어?! 이제 시간도 꽤 지났고 한데… 이 멧돼지 가지고 얼른 주막으로 돌아가자고!”
“그래. 그러자.”
동현과 우식은 그렇게 우연히 잡은 멧돼지를 등에 들쳐 업고 주막으로 향한다.
주막에 큰 멧돼지를 잡아오자 주막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수하들이 매우 놀란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동현이 말한다.
“오늘 우리가 이 백제를 떠나기 전에 이 주막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고기를 나누어 먹으며 잔치를 열려고 한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다들 먹고 마시고 즐긴 후 푹 자자! 그리고 내일 신라 서라벌로 떠나는 것이다! 알겠나?”
“예! 주인어른!”
“평소에 먹는 것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겁니까?”
“그렇다! 신라로 떠나기 전 든든하게 먹어 두고 몸을 튼튼히 해 두어야 하지 않겠느냐?!”
동현의 말에 동현의 수하들은 매우 기뻐한다.
그러면서 동현은 주막에 묶고 있는 짐승 도축을 하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멧돼지 도축을 맡겼다.
그리고 동현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기들도 꺼내어 수하들은 물론 주막 사람들에게 베푸니 다들 동현에게 고마워하고 칭송한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이 묵고 있는 주막이 주인이 참 좋은 주막이고 친절한 사람이니 앞으로 사비성에 올 때 종종 이용해 달라는 홍보까지 하는 동현.
그런 동현을 보며 주모가 고마워한다.
그렇게 우연히 잡은 멧돼지와 고기들을 베풀고 다 함께 먹고 마시며 즐기는 사람들… 그 날 하루는 다들 아무도 근심과 걱정이 없다는 듯 기쁜 표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신라로 떠나기로 한 아침에 동현은 일찍 눈이 떠졌다.
동현은 일어나자마자 사람들이 떠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데 주막으로 익숙한 얼굴이 들어온다.
“이제 떠나는 것이냐?”
“예. 좌평 어른.”
“그래… 여기 내 아들 훈이다. 잘 부탁한다.”
“예. 좌평 어른.”
“훈이는 뭘 하느냐? 이제부터 네가 모셔야 할 상관이다! 그러니 고개를 숙이고 명령에 복종해라! 알겠느냐?”
“예? 예. 아버지… 화… 황훈이라 합니다. 사… 상행을 할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황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거라.”
신라로 향하기 위해 동현과 상단은 사비성에서 나가 인근 포구로 나가려는데 황우의 아내가 언제 따라왔는지 옆에서 황훈을 보며 외친다.
“훈아. 몸조심 하거라!”
“예. 어… 어머니…….”
황훈은 황우 아내의 말에 애써 눈물을 참으며 사비성 밖으로 향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뒷모습.
하지만 황우는 그런 황훈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동현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호위무사들이 미리 포구에 나가 짐을 배에 다 실었는지 단석한이 달려와 동현에게 말한다.
“대인어른! 짐을 다 실었습니다!”
“그래? 알았다. 부인. 배에 탑시다. 그리고 훈이 너도!”
“예? 예!”
“저잣거리에서 그런 짓 안하면 너 안 잡아먹는다. 그러니 얼른 타.”
“예! 아… 알겠습니다!”
황훈은 마치 군인처럼 빳빳하게 군기가 들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배를 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돌석비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푸하하하! 저 녀석이 그 때 정말 크게 혼이 나긴 났나봅니다! 저런 모습을 지금도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으하하하!”
“그럴만 하지. 그렇게 당한 것은 처음이었을 테니 말이야. 자! 얼른 배에 오르자!”
“예! 대인어른!”
동현은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다 탔는지 확인을 끝내고 뱃사공에게 말을 하자 뱃사공은 출항한다는 큰 소리를 친다.
그러자 큰 배의 키를 잡는 수부들이 노를 저으며 포구를 떠나가는데 동현이 탄 배가 포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어느 샌가 황우와 그 아내가 포구 쪽으로 다가와 보고 있었다.
동현은 황우가 자식에게 매정하게 대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떠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점점 포구가 멀어지고 시야에서 보이지 않자 동현은 그제야 갑판 쪽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배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호위무사들과 수하들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황훈만이 혼자 멍하니 갑판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동현은 그런 황훈을 보고는 가까이 다가가 앞에 앉는다.
그러자 황훈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 일어나려는데…….
“괜찮아. 앉아.”
“예?”
“그냥 앉으라고…….”
“아… 알겠습니다.”
동현의 명령에 갑판에서 떼었던 엉덩이를 다시 붙이는 황훈.
그러자 동현이 묻는다.
“좌평 어른께서 너를 나에게 부탁하셨어. 교육을 제대로 시켜달라고 말이지. 들었지?”
“그렇습니다…….”
“신라에 도착하면 난 너에게 밑바닥부터 시작하라고 제일 허드렛일부터 익히게 할 거야.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나도 힘든 환경에서 지금까지 커왔으니까 너도 시키는 거다.”
“…….”
“너… 지금까지 태어나서 힘든 일 한 번도 안 해 봤지?”
동현의 말에 황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동현은 그런 황훈을 보며 피식 웃고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네가 백제에 있을 때 망나니처럼 굴었을 수도 있다. 네 아버지가 좌평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으니 말이야. 무서울 것이 없었겠지. 위사좌평 어른을 제외한 어라하와 나머지 5좌평을 제외하면 말이야. 어때? 내 말이 틀리나?”
“그… 그게…….”
“솔직히 말해도 돼. 난 그런 걸로 안 때린다.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할 때만 때리지.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할 때 때리고 말이야.”
동현의 말에 황훈은 긴장한 표정을 유지한 채 대답한다.
“사실… 저는 아버지처럼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7~8살 때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위엄 있는 모습이면서 모든 일처리에 빈틈이 없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
“그래서 아버지의 모습을 배우려 자주 따라다녔었죠. 그 때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그런데…….”
“……?”
“저희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따라다니는 것을 말렸습니다.”
“응? 그건 왜?”
“저도 당시 그 이유를 물었으나 어머니께서는 따라다니지 말고 배우지 말라는 말만 하실 뿐 아무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으셨죠. 하지만 저는 굴하지 않고 아버지를 계속 따라다니고 모든 것을 계속 배우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화를 내시더니 저를 어떤 자들과 함께 산 속에 있는 집으로 데려가 저를 가두더군요.”
동현은 그 말에 놀라 되묻는다.
“뭐? 너를 가두었다고?”
“예. 제가 그래서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 가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신의 말만 잘 들으라고 말하면서 아버지가 하는 것을 절대 따라서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죠.”
“…….”
“전 어머니께서 그런 말을 하시기에 며칠을 고집을 부리며 버텼습니다. 하지만 당시 너무 어려서 그런지…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더군요.“
“그래.”
“저는 그 날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앞으로는 아버지가 하는 것을 따라하거나 배우지 않겠다고 어머니께서 원하는 답을 했죠. 그렇게 말을 하니 그제야 방문을 열어주시고는 저를 꼭 안아서 집으로 같이 돌아갔습니다.”
동현은 황훈의 말을 듣고 황우 아내의 행동에 의문을 품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