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화 황우, 아들 황훈을 동현에게 맡기다
동현은 정희의 말에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한다.
“흐음… 알겠소. 부인의 말대로 합시다.”
“그럼 수로로 가는 것입니까?”
“그렇게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소. 다들… 힘들겠지만 신라로 금방 건너간 뒤 며칠 간 푹 쉴테니 이해해 달라.”
동현의 말에 같이 있던 단석한과 돌석비, 우식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으나 동현의 말을 반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수긍한다.
“대인어른의 뜻이 그러하다면 그렇게 해야겠지요. 호위무사들에게는 따로 말을 해놓겠습니다.”
“그래. 단석한. 부탁한다.”
“그럼 이제 수로로 가는 것은 결정이 되었으니 이곳을 뜨기 전에 위사좌평 어른과 한 약속을 지켜야겠구나.”
“아… 좌평 어른의 댁으로 가셔서 그 아들 놈인 황훈이라는 자의 얼굴을 보는 것 말입니까?”
“그래. 이제 슬슬 가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으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인어른. 조심하십시오. 이곳은 백제 땅입니다. 우리가 고구려 사람이라는 신분이 되도록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일단 내일 아침에 날이 밝는 대로 바로 다녀오도록 해야겠다.”
동현은 그렇게 정희를 비롯한 여러 장수들에게 말을 한 후 회의를 파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럼 다녀오겠소. 부인.”
“예. 서방님. 조심하십시오.”
동현은 날이 밝자마자 위사좌평 황우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금방 도착을 한 동현이 문을 두드리자 하인이 문을 열어주었고 황우도 동현을 반긴다.
“그래. 이렇게 일찍 온 것을 보니 내 아들 놈을 보러 왔나보군?”
“그렇습니다.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자네는 신의가 있는 자야. 보통 이렇게 말만 하면 잘 지키지 않는데 말이지.”
“저는 사람과 사람 간의 신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 일이면 어려운 일도 없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나저나… 아드님께 제 이야기는 미리 해두었습니까?”
“물론일세.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네를 보면 매우 놀라겠지.”
동현은 황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겠죠. 자신을 그렇게 때린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것이 당연한 반응일 겁니다.”
“그래서 일단 들어갈 때 내가 같이 들어갈 것일세. 내가 먼저 말을 하고 방을 나가면 그 때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
“마님께서 저를 보는 눈이 곱지 않으셔서 그게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동현의 말에 황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내 부인은 아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랬기에 자네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지.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예. 좌평 어른.”
“자… 그러면 같이 방에 들어가도록 하지.”
그렇게 황우는 동현을 데리고 아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들 황훈은 처음에 황우만 들어오는 줄 알고 반기다가 뒤에 동현이 뒤이어 들어오자 기겁한다.
“아… 아버지! 이… 이 자는?!”
“그래. 내가 미리 이야기 하지 않았더냐?”
“지… 진짜로 데리고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난 데려온다고 말을 했었다.”
“왜… 가… 갑자기 이런 일을…….”
“왜냐고? 네가 하도 정신을 못 차려서! 동현이 얼굴 보고 정신 좀 차리라는 의미에서 데리고 왔다. 그 때 맞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 동안의 악행을 멈추라는 뜻에서 말이야.”
“…….”
“아… 참! 그리고… 내가 이 말을 안 했는데…….”
“……?”
“넌 이제 얼마 후면 여기 동현이가 이끄는 상단 사람으로 들어가 같이 전국을 떠돌게 될 것이다.”
황우의 말에 아들 황훈은 기겁을 하며 대답한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다. 넌 이제 동현이가 이 백제를 떠나서 여러 나라를 떠돌 때 같이 상단 사람 밑으로 들어가서 같이 떠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아버지!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 그러니 제발 그것만은…….”
“아니! 나는 이미 결정했다! 넌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으니까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경험하고 와! 나가서 세상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네 몸으로 느껴라! 그래야 네가 비로소 정신을 차릴 듯 하니 말이다!”
“아… 아버지! 제… 제발!”
황훈은 황우의 말에 싹싹 비는 그 때…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황우의 아내가 뛰어 들어오며 말한다.
“서… 서방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아들을 상단 사람 밑으로 보낸다니요?!”
“부인은 가만히 계시오! 이 자식은 그래야 정신을 차릴 놈이오!”
“그… 그건 안 됩니다! 제… 제가 막을 겁니다!”
“어허! 끼어들지 마시오! 자식 교육은 내가 시키는 것이니 말이오!”
“제가 배 아파 낳은 자식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러십니까?”
“어찌 이러냐고? 어찌 이러는지는 부인이 잘 알지 않소?!”
“그… 그건! 이번에 맞은 걸로 충분히 정신을 차렸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아니! 난 저 녀석의 눈빛만 보면 알 수 있소! 분명 저 녀석은 몸이 다 회복되고 나면 보복을 하려고 했겠지! 자신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생각 안 하고 말이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럴 리가 있소! 내가 직접 들었거든!”
황우의 말에 아내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얼마 전에… 황훈이를 치료해주던 의원과 하인 울석이를 알 것이오. 부인! 그 의원과 울석이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오?!”
“……?”
“자신의 몸이 다 회복되고 나면 꼭 복수를 하겠다고 말을 했었다고 하오! 그리고! 이번 기회로 하나 남은 목숨을 겨우 건졌으니 이전보다 더욱 더 제 맘대로 살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는구려! 어차피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오!”
“…….”
“그런데 내 어찌 이런 놈을 집 안에 가만히 둘 수 있겠소! 그래서 내린 결정이니 부인은 물러나도록 하시오!”
황우는 그렇게 말을 하더니 옆에 있던 동현에게 말한다.
“동현아.”
“예. 좌평 어른.”
“이제부터 내 아들은 너의 밑에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네가 상행을 떠날 때 이 녀석을 데리고 가 마음껏 부리도록 해라.”
“으음… 알겠습니다. 좌평 어른.”
“말을 듣지 않으면 저번에 했던 것처럼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패서 교육을 시켜놔도 좋다.”
“서방님!”
“어허! 조용히 하시오!”
황우의 말에 아내가 기겁을 하며 소리를 치지만 황우는 더욱 크게 화를 내며 말을 막았다. 그리고는 다시 동현에게 말한다.
“내 아들을 사람답게 좀 만들어 다오. 나는 그거 하나면 족하다. 알겠느냐?”
“예. 최선을 다해서 아드님을 교육시키겠습니다. 다만…….”
“……?”
“저도 이제 성인이 막 된지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하하! 그것은 내가 봤으니 걱정 할 것 없다. 너의 그 성품과 총명함을 보고 결정을 한 것이니까 말이야. 아무튼… 부탁하마!”
“예. 좌평 어른.”
황우는 그렇게 말을 한 후 다시 자신의 아들인 황훈에게 말한다.
“여기 동현이가 신라로 출발하는 날을 조만간 알려줄 테니 너는 그 날짜에 맞추어서 준비를 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
“왜 대답이 없어?!”
“아… 알겠습니다. 아버지.”
“크흠… 이 말을 하기 위해 너를 볼겸 이른 시간에도 널 찾아왔다. 출발하기 전까지 몸조리를 잘 하도록 해라. 동현아. 이제 나가자.”
“예. 좌평 어른.”
“부인도 같이 나갑시다.”
“…….”
“얼른!”
“알겠습니다…….”
황우의 아내는 황우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황훈을 한 번 보더니 천천히 방문을 먼저 나간다.
그러자 황우도 동현과 함께 방을 나와 같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좀 더 이야기를 나누는데…….
“보리차 일세. 한 잔 받게.”
“예. 좌평 어른.”
동현은 차 한 잔을 황우에게 받아 마시는 그 때… 황우가 먼저 말을 꺼낸다.
“자네가 곧 떠난다니 섭섭하구만. 자네가 가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으니 말이야.”
“절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좌평 어른. 아드님은 제가 모든 상행을 다 끝냈을 때 이 백제로 안전하게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아… 참! 그리고… 이걸 받게.”
“……?”
황우는 동현에게 무언가를 건네며 말한다.
“이것은?”
“내 작은 성의일세.”
“아니… 좌평 어른! 이런 걸 주시지 않아도…….”
“내 자식을 맡기는 값일세.”
“…….”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니 꼭 받아주게. 내 자식을… 꼭 사람이 되게 만들어 줘.”
황우가 동현에게 내민 것은 상자였는데 그것을 열어보니 꽤 많은 양의 금자가 있었다.
동현은 그것을 보고 놀라며 거절하려 했지만 황우가 자신의 자식을 맡긴 값이라며 동현에게 가져가라고 권유를 하고 있었다.
“선물이 아닌 자식을 맡기는 값이니 부담 없이 가져가도록 하게.”
“그래도 이건 너무 많습니다. 좌평 어른.”
“그런가? 하지만 내 자식이 바르게만 된다면 그것 보다 훨씬 많은 금도 아깝지 않다네.”
“…….”
“부탁하네. 내가 오늘 자네를 이렇게 따로 또 부른 것은 내 자식을 정말 잘 부탁한다고 말을 하려는 것 때문이었네.”
동현은 황우의 진심어린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아드님을 사람 구실하도록 만들어서 돌려보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구만! 자… 차 한 잔 더 받게!”
“예! 좌평 어른.”
그렇게 동현은 황우와 한 동안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는 주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신라로의 상행을 준비하기 위해 수하들에게 지시를 한 후 정희와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한 동안 동수를 불러서 스탯 확인을 안 해봤어. 한 번 확인해보고 싶은데… 이거 다른 사람 눈에도 안 보이겠지?’
동현이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말을 하는데 동수가 갑자기 튀어나와 말한다.
[걱정 마십시오. 주인님. 스탯은 주인님 눈에만 보이는 겁니다.]
‘응? 그래? 그럼 다행이네. 이런 식으로 앞으로도 계속 대화할 수 있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주인님.]
‘좋아. 그럼 스탯 창 좀 보여줘.’
[알겠습니다.]
띠링!
[레벨 : 8
이름 : 김동현
성장 타입 : 신동
나이 : 20살
무력 : 77(+3)
지력 : 70
정치 : 65
통솔 : 77
매력 : 78
특기 : 인덕, 1대1 대결
전법 : 기사, 기병 기동 약화
아이템 : 조의검]
‘오! 어느 새 레벨이 8이 됐네?’
[그렇습니다. 주인님이 그 동안 정말 열심히 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장사는 물론이고 수련도 항상 게을리 하지 않은데다가 이번에 그 황우라는 위사좌평을 만난 것이 정말 컸습니다.]
‘그렇구나. 근데 참 대단하다. 나 아직 고작 20살인데 무력이 80 가까이 된다는 것이 말이야. 진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주인님이 회귀 전 게임을 할 때 신장수 설정하셨을 때 말입니다. 그 때 항상 능력치를 풀로 채우고 하셨습니다. 그 때 20살 막 성인이 된 나이 때는 무력이 대부분 70대가 아닙니까? 그것을 여기에 반영을 한 것이죠.]
‘음… 그렇구나. 아무튼 이제 레벨 2만 더 오르면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거고… 아 참! 그리고 해를 지나면 전체 능력치가 5씩 오른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잘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하하하! 이런 건 기억해야지! 아무튼 알려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당연히 주인님을 위해 하는 일인데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이제 나도 자야겠다. 피곤하군. 아… 참! 자기 전에… 한 마디만 더 하자! 내가 만약 레벨 10이 되면 꼭 알려줘! 부탁해!’동현의 말에 동수는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자 그제야 동현은 안심하고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