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화 동현, 위사좌평 황우의 초대를 받다
정희는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동현에게 묻는다.
“서방님. 그 분은 대체 누구십니까?”
“어제… 내가 어제 그 왈패는 물론이고 그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를 두들겨 팼던 것… 기억나시오? 부인?”
“그렇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은 맞아야 정신 차린다고 말을 했지 않았습니까?”
“맞소. 그런데… 그 사람의 말이 사실이었소. 그 사람의 아버지가 위사좌평이었다는 거지.”
“그… 그럼?!”
“부인께서 예상한대로요. 그 사람은 위사좌평 황우라는 사람이오.”
동현의 말에 정희가 걱정스러워한다.
“그렇다면… 저희는 이 백제를 빨리 떠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보복을 할까 두렵습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이오. 내가 어제 부인께 말한 것을 그 사람도 그대로 알고 있었으니 말이오.”
“아…….”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었소.”
동현은 좀 전에 황우와 이야기 했던 내용을 정희에게 모두 털어놓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니… 만약 제 자식이 그랬다면 저는 참을 수 없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도 그렇소이다. 그리고 조만간 자신의 집으로 초대까지 하겠다는군.”
“그렇게까지…….”
“나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소. 그래서 일단 초대가 오면 거절하지 않고 가 볼 생각이오. 그리고 그 사람을 이용해서 이 백제에 우리가 가져온 물건과 곡식 등으로 큰 이문을 남겨 볼 생각이고 말이오.”
“흠… 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클 겁니다. 잘못해서 비위를 건드리면…….”
“나도 아오. 부인. 그래서 일단 초대에 응해야 하는 것이오. 오늘 자리에서 초대에 응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초대에 응하지 않게 되면 그게 더 그 사람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이지. 그리고 내가 가서 조심할 것이니 그건 걱정 마시오.”
“알겠습니다. 서방님.”
그렇게 동현은 황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장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눈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동현은 어김없이 그 날도 수하들에게 장사를 하게 한 후 자신은 정희와 함께 저잣거리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막으로 돌아오는데 웬 사람이 다가와 묻는다.
“혹시… 김동현 대인 되십니까?”
“그렇소만… 누구시오?”
“예! 소인은 위사좌평 어른의 하인인 울석이라고 합니다요. 저희 좌평 어른께서 대인어른을 집으로 초대하셨는데 저와 함께 가셨으면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그래요? 좌평 어른께서요?”
“예! 어제 이야기를 하셨다고 말하면 아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동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희에게 말한다.
“부인. 부인은 들어가서 쉬고 계시오. 나는 위사좌평 어른 댁에 다녀오겠소.”
“알겠습니다. 서방님. 조심하십시오.”
“걱정 마시오. 자! 그럼 갑시다!”
“예! 대인어른! 절 따라 오십시오!”
그렇게 울석이라는 하인은 동현을 뒤따라오게 하며 황우의 집으로 앞서 간다.
“들어오시지요.”
“그럼… 실례 하겠소.”
동현이 오기를 기다렸는지 이미 대문이 열려 있었다.
그렇게 울석을 따라 들어간 황우의 집. 확실히 백제의 최고 권력자 중 한 명답게 집은 정말 으리으리했다.
그런데 그 때… 울석이 어디론가로 외친다.
“좌평 어른! 김동현 대인을 모시고 왔습니다!”
울석의 말에 갑자기 어딘가에 방문이 열리더니 황우가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동현을 맞이한다.
동현에게 다가와 악수까지 하며 반기는 황우.
“하하하! 오셨구려! 김 공!”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좌평 어른.”
“무슨 말씀을… 당연히 김 공 같은 분은 내가 초대를 해야 마땅한 분이오! 자자… 이럴 것이 아니라 안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들어갑시다!”
“예. 좌평 어른.”
황우는 상대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만큼 동현의 손까지 잡아가며 동현을 초대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연회장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들어가니 하루 만에 절대로 다 먹지 못할 먹을 것들이 진수성찬으로 널려 있었다.
“아니… 좌평 어른. 저 하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하하! 그만큼 내가 김 공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오.”
“그리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 하대하십시오. 어제 말씀하신 것이 있지 않습니까? 좌평 어른.”
“아… 참! 그렇군. 알겠네. 그럼 이제부터 하대를 하도록 하지.”
그제야 황우는 동현에게 하대를 하며 말을 했다.
그러면서 황우는 자신의 옆에 동현을 앉게 하고 자신의 몇몇 믿을 만한 수하 장수들에게 동현을 소개해주며 연신 동현을 칭찬해주었다.
하지만 동현은 그런 칭찬에 약해지지 않으려고 했다.
‘이렇게 갑자기 나를 계속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칭찬하는 것은 분명 숨은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래. 이는 분명 나를 완전히 벼슬에 끌어들여서 백제인으로 만들려는 거다. 이거…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구나. 그리고 나중에 따로 둘만 만났을 때 내가 고구려인이라는 것을 밝혀야겠어.’
동현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그 때… 황우가 동현에게 묻는다.
“그래. 고구려와 백제, 신라를 돌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예. 오자마자 비누와 두부를 팔고 곡식들도 조금씩 팔고 있습니다.”
“비누와 두부? 아! 그것이 자네 상단에서 준비한 물건이었나? 정말 신기하더군. 어라하께서도 그 비누와 두부를 써보고 먹으면서 정말 감탄하셨네. 그래서 그 상단을 알아보라고 지시하셨지. 그런데 알아볼 것도 없군?! 그걸 만든 상단의 주인이 여기 있으니 말이야! 하하하!”
황우는 그렇게 크게 웃더니 다시 묻는다.
“어제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조만간 다시 또 상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좌평 어른.”
“언제 쯤 떠날 생각인가?”
“예. 보름 뒤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보름이라… 꽤 짧게 있는구만.”
“예. 보름 뒤에 백제 주요성들을 돌면서 거래를 트고 신라로 넘어가려 합니다.”
“그렇군.”
“그래서 말입니다. 좌평 어른.”
“……?”
“제가 앞으로 이 비누와 두부로 여러 성들로 가 거래를 트고 장사를 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거래를 뚫자니 어려움이 꽤 많습니다.”
동현의 말에 황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자네가 할 다음 말이 무엇인지 알겠군. 그 첫 거래를 트는 것을 나보고 도와달라는 것이 아닌가?”
“맞습니다. 좌평 어른.”
“흐음… 좋아. 내가 그것을 도와주지. 단… 두 가지 조건이 있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일단… 첫 번째는 가기 전에 내 아들을 보고 갔으면 하네.”
“음… 아드님을 말입니까?”
“그렇네.”
“아드님을 보고 가라고 하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동현의 말에 황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네. 내가 어제도 말했듯이… 그 녀석이 자네에게 흠씬 맞은 이후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네.”
“음… 그것이 절 다시 본다고 바뀔까요?”
“분명 바뀔 것이네. 내 아들은 내가 잘 알아. 그 녀석은 강자에게는 한 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 없이 강해지는 녀석이지. 쉽게 말하면… 간신배들처럼 말이야.”
“아드님을 간신배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하하하! 그렇겠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식 놈이 그토록 부족한데…….”
“음… 좋습니다. 그 조건은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럼 두 번째 조건은 무엇입니까?”
동현의 첫 번째 조건 수락에 황우는 미소를 유지한 채 대답한다.
“내 아들이 맞은 상처가 어느 정도 낫게 되면… 같이 상행에 데리고 나가주게.”
“예? 아드님을 말입니까?”
“그렇네. 내 아들을 어렸을 때부터 강하게 키웠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어… 너무 오냐오냐하면서 키웠지. 그래서 저 아이가 저 꼴이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다네.”
“…….”
“다 내 탓이야.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자네를 따라 나서서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싶네. 자네와 함께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고 싶어. 내 아들을 말이야.”
“…….”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나?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
황우의 말에 동현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현이 머릿속 생각을 다 정리하였는지 천천히 대답한다.
“좌평 어른. 두 번째 조건은 제가 바로 대답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사흘 정도 뒤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으음… 알겠네. 나도 바로 결정하라고 강요하지 않겠네. 자… 이 이야기는 그만 하고! 일단 마시고 먹고 즐기도록 하세!”
“예. 좌평 어른.”
동현은 황우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따라주는 술을 받고는 연회를 즐긴다.
어느 덧 늦은 밤이 되었고 자리가 많이 무르익자 황우가 어느 정도 취했는지 동현에게 말한다.
“이보게. 동현이…….”
“예. 좌평 어른.”
“나는 어제… 자네를 처음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정말 자네를… 신동이라고 생각했네.”
“과찬이십니다. 저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사람일 뿐입니다.”
“아니야. 내 눈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지.”
“…….”
“그래서 말인데 동현이… 내가 다시 한 번 제안하겠네. 정말… 출사를 할 생각이 없는 겐가?”
동현은 다시 한 번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황우가 역시 굉장히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한 동현.
일부러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여론몰이를 해 엉겁결에라도 그 제안을 승낙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지금 술에 취했지만 저것도 다 연기겠지… 분명 미리 사전에 다른 사람들과 짰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절대 흔들리지 않아.’
동현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좌평 어른. 저는 어제와 대답이 같습니다. 송구합니다.”
동현이 그렇게 대답하자 옆에 있던 황우의 수하들이 동현에게 큰 목소리로 말한다.
“이보시오! 김 공! 좌평 어른께서 챙겨주신다고 하시는데 왜 거절 하시오?”
“그렇소! 김 공! 이는 다시없을 기회라오!”
그렇게 황우의 수하들이 부추기는데 동현은 그런 수하들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소인도 좌평 어른이 저를 끔찍하게 생각하시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굳어졌습니다. 소인이 아직 많이 부족한 만큼… 좀 더 상인으로서 여러 곳을 돌아보고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고개까지 정중하게 숙인다.
동현이 그렇게까지 정중하게 말을 하니 황우의 수하들은 할 말이 없는 상황… 그렇게 잠시간 적막이 흐르는 그 때… 동현이 다시 한 번 적막을 깨고 말한다.
“제가 보니 좌평 어른께서 많이 취하신 듯 합니다. 이미 밤도 많이 늦었고 하니 소인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으음… 그래. 조심히 가거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하인 울석이를 붙여줄 테니 같이 주막으로 돌아가거라.”
“예. 감사합니다. 좌평 어른. 그럼…….”
동현은 그렇게 황우에게 인사를 하고 장수들에게도 인사를 정중하게 한 후 상단이 있는 주막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동현이 집을 나가자 황우가 자리에 일어나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아… 한 인재를 얻기가 이토록 어렵다니…….”
“좌평 어른. 저 아이가 그토록 대단합니까?”
한 수하의 말에 황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다네. 어제 대화를 해보고 느꼈지. 자네… 내가 추천한 인물 중에 어디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봤는가?”
“아닙니다. 전혀 못 봤습니다. 좌평 어른께서 추천하신 인물은 다 제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래. 저 아이는 그 이상이라서 내가 자네들에게도 부탁을 한 거야.”
“예? 그 이상이라니요?”
“내가 보는 눈이 맞다면… 저 아이는 나라 전체를 경영할 수 있는 인재야. 과거 저 중원의 촉한의 제갈 공명처럼 말이야.”
황우의 말에 같이 있던 수하 장수들이 매우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