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화 동현, 다시 상행을 떠나다
동현이 그렇게 고연후에게 말을 하고 정호의 집으로 돌아오고 약 열흘 후… 국내성에는 요동성에서 보낸 무기와 함께 그 속에 숨겨진 염초도 같이 국내성으로 들어왔다.
고연후에게 미리 말을 해둔 덕분에 무사히 무기와 함께 통과가 되었고 숨겨진 염초는 동현의 호위무사들에 의해 근혁이 미리 봐둔 국내성에서 꽤 거리가 떨어진 궁벽한 협곡 쪽으로 옮겼다.
“용케도 이곳을 잘 찾아냈구나.”
“예. 형님. 이곳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입니다. 이 안으로 들어오려면 고개도 몇 개나 넘어야 하고 거기다 나무도 많아서 소리도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도 적습니다.”
“그래. 거기다 이곳이 워낙 험해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다닐 사람이 거의 없겠구나.”
“그렇습니다. 형님.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곳이 말씀하신 최적의 조건이죠.”
“고생했다. 여기라면 염초에 대해서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겠어…….”
“그런데 형님.”
“응?”
“제가 보기에… 염초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이곳을 구한 것도 있지만… 또 다른 것도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동현은 근혁의 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래. 넌 예전에도 그런 식으로 나에게 물어봤었지. 넌 역시 예리해.”
“하하하! 형님은 항상 무언가를 만들면서 숨기시는 것이 있을 때는 항상 더 큰 것을 말씀하십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형님을 그랬지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솔직히 궁금합니다. 이번에 그 염초 말고도 목탄과 유황까지 구하라고 말씀하셨으니 말입니다. 분명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 맞다. 그래서 그 목탄과 유황도 이곳으로 옮기라고 한 것이지.”
“음… 도무지 형님께서 어떤 걸 만드실지… 상상도 되지를 않습니다. 저에게 살짝 귀뜸을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리도 궁금하느냐?”
“그렇습니다. 형님. 형님이 만드시는 건 항상 놀라운 것이었으니까요. 비누도 그렇고 거중기도 그렇고… 두부와 치즈까지 말입니다.”
“좋아. 대신… 이것은 아무한테도 절대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염초처럼 말이다.”
“그럼요! 물론이죠! 형님! 제가 형님께서 함구하라고 말씀하신 것에 대해 말하는 거 봤습니까?”
“하긴… 그건 그렇다. 이리 가까이 와서 이걸 보거라.”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자 근혁은 동현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자 동현은 근혁에게 작은 종이 쪼가리를 근혁에게 건네는데 근혁은 그것을 살펴본다.
[신무기 대포 만드는 방법.]
“……!”
“그래. 읽어 봤느냐?”
“그… 그렇습니다. 형님. 진짜 저 3가지 것들로…. 여기 이 무기를 만들 수가 있다고요?”
“그래. 내가 연구한 것과 과거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생각해보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습니까?”
“그래. 다만 완벽한 것은 아니기에 실험은 꼭 필수적이야. 그래서 나는 이번 기회를 살려 좀 전에 네가 그것에서 본 것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럼… 이 청동들은요?”
“이 청동들은 신무기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부 사온 것이지.”
동현의 말에 근혁은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알겠습니다. 이제 저도 왜 형님께서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빠르면 열흘에서 늦으면 보름 후… 우리는 상행을 떠날 것이다. 그 안에 일단 염초를 어떻게 대량 생산할지 시도를 해볼 것이야.”
“형님. 형님께서는 일전에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적어도 9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래서 이 국내성에 사람을 남겨두고 가야 해.”
“그 말씀은…….”
“그래. 네가 이 국내성에 남아 이 염초 대량 생산에 대한 일을 해주거라.”
“…….”
“네가 나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은 것을 안다. 하지만 현재 내 밑에 가장 믿을만한 수하는 너 밖에 없어. 이렇게 부탁하마. 근혁아.”
동현의 말에 근혁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형님께서 그렇게까지 부탁하시니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형님. 중원에 갈 때는 제가 꼭 같이 가게 해주십시오.”
“그거야 당연하지! 그 때는 너 뿐 만이 아니라 우리 가문이 다 같이 갈 거야!”
“좋습니다. 그거면 됐어요. 형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정말 고맙구나! 고마워! 내가 널 믿고 상행을 다녀올 수 있겠어! 암!”
동현은 근혁의 손을 잡으며 고마워하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건넨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염초를 대량생산하는 방법이다. 내가 연구하여 적어놓은 것인데… 일단 내가 여기 있을 동안은 이대로 내가 호위무사들과 함께 하면서 어느 정도 해놓고 갈 것이야. 그러니 너는 그 다음 조치부터 네가 이어서 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거기에 쓰여져 있는 것은 절대로 새어나가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예. 형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이제 마음을 좀 놓겠구나… 이곳은 일단 호위무사들 중 무예가 뛰어난 자들을 추려서 지키게 하고 우리는 그만 돌아가자꾸나.”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동현은 근혁과 함께 염초 밭과 신무기를 만들 곳을 둘러보고는 국내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현은 여전히 상행 준비를 위해 한 동안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보름 뒤…….
“장인어른.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게. 고구려를 다 돌고 백제로 간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장인어른.”
“조심하게. 그곳은 타국이라 우리가 도움을 주기도 어려운 곳이니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그럼 갈게요. 그리고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그래. 정희야. 조심히 가거라.”
동현이 드디어 상행을 나가는 날이 되자 정희와 함께 출발할 준비를 했고 정호와는 작별을 준비했다.
그렇게 상행을 떠나려는 그 때…….
“멈추시오! 멈추시오!”
“응?”
한 군사가 말을 타고 급히 동현에게 오더니 말한다.
“김동현 대인이십니까?”
“그렇소만…….”
“북부욕살 어른께서 대인을 배웅 하시기 위해 오시고 계십니다. 저기…….”
“허어… 안 그러셔도 되는데…….”
고연후가 동현이 상행을 떠나 국내성을 나간다는 말에 고연후가 직접 배웅을 해주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이제 가는 것인가?”
“예. 욕살 어른. 백제와 신라를 다 돌아보고 국내성에 들르겠습니다.”
“그래. 아… 참! 자네가 하고 있는 것은 잘 되고 있는가?”
“물론입니다. 욕살 어른. 다만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 기다려주십시오.”
“그래. 나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은 했네.”
“적어도 90일에서 길면 반 년 정도 뒤면 그것을 대량생산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제 생각대로 되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뭐? 그렇게 짧게?”
“저는 이것도 길다고 생각해서 너무 송구한데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 그럼… 소인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그래. 알겠네. 조심히 가게.”
“예! 욕살 어른! 배웅을 나와 주셔서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동현은 말 위에서 인사를 하고는 말을 돌리며 외친다.
“자! 지금부터 우리는 남쪽으로 간다! 다들 가자!”
“예!”
그렇게 동현은 상단을 이끌고 국내성을 나선다.
그 모습을 본 정호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용이 크게 날아오르겠구나.’
정호는 그렇게 상단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같이 보던 고연후도 옆에 있는 장수에게 말한다.
‘저 아이는 분명 훗날 우리 고구려의 큰 기둥이 될 것이다.’
평소 동현의 총명함을 높게 평가했던 고연후이기에 동현이 말하는 것을 웬만하면 다 도와주려 했던 고연후였다.
거기다 그 인맥 또한 대단해서 강이식 대장군과 막리지 연태조, 대모달 을지문덕까지 동현을 도우니 이번 줄을 꼭 제대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고연후.
그런 그가 동현의 뒷모습을 보며 이런 말을 옆에 있는 자신의 수하 장수에게 남겼다.
고연후의 말을 들은 장수도 평소 동현의 모습을 자주 보아서 그런지 고개를 끄덕이며 관청으로 돌아가는 고연후를 따랐다.
그때 동현은 국내성에서 나와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옆에 있던 단석한이 말한다.
“대인어른!”
“응?”
“평양성에도 들르실 것이옵니까? 이 고구려의 수도가 아닙니까?”
“그래. 잠시 들를 것이다. 판로를 넓히려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지.”
“그곳은 우리가 들렸던 국내성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나는 국내성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알아보니 큰 것이 아니더구나. 국내성이 외적을 막는데는 적합한 성이나… 평야가 적어서 큰 규모의 성이 아니었다. 단지 성을 요동성처럼 크게 성벽을 쌓고 해서 커 보인 것뿐이었던 것이다. 헌데 평양성은 완전히 다르다고 하는구나. 일단 가보면 알 것이니 그 때 네가 가서 직접 보거라.”
“예! 대인어른!”
단석한은 평양성이 얼마나 클지 기대가 되는 듯 잔뜩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후… 평양성에 도착을 하게 된 동현은 영양태왕이 준 황금 통행패를 보여주자 바로 기겁을 하며 성문을 열어주어 통과를 시켜줬고 평양성 안에 들어가 상단 모두가 묵을 수 있는 집을 잠시 잡은 뒤 비누와 두부를 직접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 구입해 놓은 쌀도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서 이득을 보았다.
순식간에 며칠 만에 엄청난 이득을 본 동현의 상단.
이 소문은 영양 태왕이 있는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래? 그가 직접 이 평양성까지 왔다고?”
“예. 태왕 폐하. 그렇다 합니다.”
“내가 듣자하니 비누와 두부라는 것을 아주 싼값에 팔아서 백성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도록 판다고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냐?”
“예.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다 사실입니다. 태왕 폐하.”
“참으로 기특하구나.”
“그리고 제가 들으니 그 황금 통행패가 있으면 다른 관청 같은 곳에 가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인데 성을 통과할 때만 쓴다고 합니다.”
“내가 준 작은 권력임에도 그것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는 뜻이구나.”
“그렇습니다. 이 얼마나 기특한 일입니까?”
“그래. 상선 네 말이 맞다. 듣자하니 평양성 김씨 가문이고 오래 전 광개토태왕 폐하를 가까이서 모셨던 가문이라고 하던데 내가 이제야 그걸 알다니… 너무 무심했어.”
“이제부터라도 챙겨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이미 그렇게 하시고 계십니다.”
“그래도 그들이 지금까지 어렵게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서 그러네. 그래. 언제 다시 이 평양성을 떠난다고?”
“예. 이틀 뒤에 이 평양성을 나간다고 합니다.”
영양태왕은 상선의 말에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틀 뒤라… 그 아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아는가?”
“그것까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야. 됐다. 일단 그 아이가 어디로 움직이는지만 파악해 두도록 해.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 그거면 충분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영양태왕은 자신의 측근인 상선에게 명령하여 계속 동현을 살펴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