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화 동현, 우식과 대련을 하고 정희를 더욱 챙기다
청명 공주가 동현과의 대련을 끝내고 의정의 간호를 받고 있는 그 때… 드디어 청명 공주의 의식이 돌아왔다.
“으음…….”
“아가씨! 정신이 드십니까?”
“여… 여긴…….”
“대련 중에 기절하셔서 이 방에 모셨습니다. 아가씨.”
의정의 말에 청명 공주가 묻는다.
“나… 대련 중에 져서 기절한 거야?”
“…….”
“얼른! 말해줘 봐!”
“아… 아가씨. 지금 몸도 온전치 않은데 좀 진정을…….”
“아… 정말…! 말해달라니까?!”
청명 공주가 아픈 몸으로 소리를 치자 의정은 다급하게 대답한다.
“마… 맞습니다. 아가씨. 명치 쪽을 맞고 아가씨는 기절하셨어요.”
“…….”
“아… 아가씨?”
“흐흑…….”
“아가씨? 우십니까?”
“그래… 너무 분해서…….”
“네?”
“너무 분해서 그래… 내 실력이 이것 밖에 안 된다는 게…….”
“아가씨…….”
청명 공주는 동현에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처참하게 졌다는 것에 대해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런 청명 공주를 보며 의정은 급히 눈물을 닦아주는데 갑자기 청명 공주가 말한다.
“나… 진짜 여기서 제대로 배울 거야.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다.”
“예? 아가씨! 그 몸으로는…….”
“이 상처 따위 상관없어!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아가씨!”
“괜찮으니 걱정 마! 내일… 내가 직접 스승님을 뵙고 말씀드려야겠어. 아니다. 지금 가자.”“예? 아가씨! 그 몸으로는…….”
“괜찮아! 부축만 좀 해주면 움직일 수 있어.”
“아가씨!”
“어허?! 괜찮대도?! 얼른 일으켜 줘!”
의정은 청명 공주의 말에 한숨을 쉬더니 청명 공주를 부축하며 말한다.
“무슨 일이 이러다 생기기라도 하면…….”
“집안에 있는 것인데 무슨 일이 생길까봐? 으윽…….”
“괜찮으십니까?”
“그… 그래. 얼른 스승님 방 근처까지 가보자.”
“예. 아가씨.”
그렇게 청명 공주는 의정의 부탁을 받고 동현의 방 근처까지 갔다. 그런데…….
쉭! 쉭! 쉬이이익!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여기 잠깐 계십시오. 제가 슬쩍 보고 오겠습니다.”
“그… 그래.”
의정은 어디선가 들리는 정체모를 소리에 청명 공주를 잠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고 동현이 있는 방 쪽을 향했다.
그런데 그 곳에서…….
히야압! 하압! 히야아압!
“저 분은 대체 누구시지? 대련을 하고 있네. 가만… 낯이 매우 익은데?”
의정은 아무튼 사실을 알았으니 급히 청명 공주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모든 것을 털어놓는데…….
“그래? 다른 사람과 대련을 하고 있었다고?”
“예. 아가씨. 근데 낯이 정말 익었습니다.”
“낯이 익다라… 생김새가 어떻게 생겼는데?”
“예. 그게…….”
의정은 동현과 대련하던 상대의 생김새를 간단히 설명한다.
그 말에 청명공주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대답한다.
“혹시… 대장군의 아드님이 아닐까? 내가 소문을 들으니 스승님이랑 꽤 친하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이번에 같이 동행을 했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저는 그런 사실까지 몰라서…….”
“그럴수도 있지. 음… 나도 그 대련하는 근처로 가서 몰래 한 번 구경해봐야겠다. 의정아. 나를 안내해줘.”
“알겠습니다. 제가 구경하기 좋은 장소를 마침 오는 길에 보아두었으니 거기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빨리 가자. 이러다 대련 다 끝나겠어.”
“알겠습니다. 아가씨. 일단… 제가 부축을 해야 하니 절 잘 잡으십시오.”
“으응.”
그렇게 청명 공주와 의정은 동현의 대련을 몰래 볼 수 있는 장소로 잠시 이동했다.
그 때 동현은 우식이 집에 놀러왔기에 문을 열어주었다.
우식이 들어오면서 동현이 땀에 흠뻑 젖은 것을 보고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자 무예 수련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식이 자신과 한 번 대련을 해보자고 청한 것.
동현은 우식의 말에 급히 동수를 불러 우식의 무력을 확인했다.
[이름 : 강우식
나이 : 20살
무력 : 68]
‘오… 저번보다 무력이 1 올랐네? 그리고 역시 대장군의 아들이라 그런지 꽤 수준이 있구나. 내 대련 상대로 정말 그만이겠어.’
“뭐해? 내 대련… 받아줄 거야? 말 거야?”
“응? 받아줘야지. 당연히. 다만… 내 실력이 모자랄까봐 걱정이군.”
“실력이 모자라면 앞으로 수련을 더 하면 되지 뭐…….”
우식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옆에 있던 목검을 잡는다.
그 모습을 본 동현도 목검 하나를 잡고 자세를 잡는데 우식이 말한다.
“그럼… 이제 시작하자.”
“그래. 먼저 덤벼 봐.”
“좋아!”
그렇게 시작된 대련.
그 초반에 시작된 대련을 청명 공주와 의정이 보았고 둘은 대련이 잘 보이는 장소에 몰래 가서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식이 유리해 보인 듯하며 진행되는 대련.
하지만 초반이 조금 지나자 둘이 동수를 이루기 시작했고 대련이 끝날 때쯤에는 동현이 오히려 우식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아아압!”
딱! 딱! 따아악!
“헙! 이야압!”
둘의 기합소리와 함께 계속되는 대련.
우식은 초반에 자신이 우세함을 점하자 자신이 쉽게 대련에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으나 동현이 오히려 그것을 잘 막고 반격을 해오자 당황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현의 공격에 진땀을 뻘뻘 흘리는 우식.
‘이 녀석… 무예도 이렇게 뛰어나? 말도 안 돼… 그래도 무예만큼은 이 녀석보다 앞설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우식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속으로 말하며 계속 대련에 임한다.
어느 덧 40합 정도의 목검끼리 부딪침이 넘어가는 순간… 드디어 승부가 났다.
“흐아아아압!”
퍼어어억!
“커어억!”
동현의 목검에 우식이 배를 맞고 쓰러진 것.
그런 우식을 보자 동현이 목검을 던지고 우식을 살폈다.
“괜찮냐? 우식아?”
“아우… 아프다. 괜찮아… 아야야…….”
“후우… 다행이다. 너무 세게 때렸나 했네…….”
“괜찮아. 이 정도는 우리 아버지랑 대련할 때 맞은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니까.”
“그래? 대장군이 그렇게 세?”
“당연하지. 우리 고구려에서 무예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분인데 말이야.”
“하긴… 그러니 대장군이 되셨겠지.”
“그나저나 너 무예 실력이 왜 이리 뛰어나? 너 무예 연습을 얼마나 했어?”
“무예는 어렸을 때부터 익혔지. 아버지가 무예의 기본을 좀 알고 계셔서 익혔고… 그리고 그 이후는 나 혼자 독창적으로 무예를 연습하면서 실력을 키웠어.”
“와… 몰랐다. 나는 네가 병법이나 머리 쓰는 것에만 능한 줄 알았지 무예도 이렇게 뛰어난 줄 몰랐어. 순간 부끄러워지네. 나는 그 동안 뭐했냐 하고 생각이 들어.”
“임마. 괜찮아. 대련 중에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 뭘… 오늘은 내가 운이 좋았던 거야.”
“운이라니… 그건 아니다. 대련을 많이 하게 되면 알 수 있다고. 그게 실력인지 아닌지 말이야. 너는 진짜 실력이야. 내 친구지만… 존경한다.”
우식의 말에 동현이 바로 대답한다.
“아우… 그런 낯 뜨거운 말은 그만하자. 이제 좀 쉬자.”
그런데 그 때… 동현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주인님.]
‘응? 동수?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지금의 대련을 청명 공주와 의정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래? 어디서?’
[주인방 왼쪽에 숲이 좀 있지 않습니까? 그 곳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랬군. 알려줘서 고마워. 동수야.’
[아닙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다음에도 이런 일 있으면 나한테 좀 알려줘.’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렇게 동현과 동수가 속으로 대화를 나누는 그 때 우식이 말한다.
“야. 갑자기 왜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있어?”
“응? 아냐. 주변에 누가 있는 거 같아서… 그리고 확신이 섰어.”
“응? 주변에 누가 있다고? 어디?”
동현은 그런 우식의 말을 뒤로하고 건너편 숲에 소리친다.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다음에는 구경하려면 그냥 대놓고 봐. 숨어서 안 봐도 된다.”
“대체 누구한테… 어? 진짜잖아? 못 보던 분들인데… 누구야?”
“응. 얼마 전 내 제자가 된 사람이야.”
“네 제자?”
“응. 얼마 전에…….”
동현은 얼마 전 주막에 있었던 일을 설명한다.
그 말을 들은 우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한다.
“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응. 자기가 나한테 끝까지 배우고 싶다는데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기본적인 틀이라도 다 잡아줘야지. 기본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이야. 기본도 모르고 그저 화려한 기술만 쓰는 느낌이랄까?”
“그렇군. 내가 오늘 붙어본 너는 기본기가 정말 잘 잡혀있었으니까 확실히 배우면 제대로 성장은 하겠네. 그나저나… 낭자들 이름은 무엇입니까?”
“아… 예. 저희 이름은… 소희와 의정이라합니다.”
“소희랑 의정이라…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강이식 대장군의 아들인 강우식이라고 합니다. 이 동현이와는 가장 친한 벗이죠. 앞으로 종종 찾아올 테니 자주 봐요.”
“아… 예.”
“그나저나 배고프다. 나 오늘 여기서 밥 좀 먹고 가고 싶은데… 그래도 돼?”
우식의 말에 동현이 대답한다.
“당연하지! 먹고 가!”
“고맙다.”
그런데 그 때 한쪽에서 정희가 나타나더니 말한다.
“두 분을 위해 미리 목욕물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오! 그렇소? 고맙소이다. 부인. 우식아. 목욕을 하고 밥 먹는 게 좋겠다.”
“알았어. 나 먼저 목욕물이 있는 곳으로 가 몸을 담구고 있을게. 네 부인이랑 이야기하고 천천히 와!”
“그래. 알았어.”
그 때 정희가 소희와 의정을 향해서도 말한다.
“두 분의 목욕물도 따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러니 씻고 밥을 드시도록 하시지요.”
“예? 아… 예…….”
동현은 정희의 말에 소희와 의정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래. 둘도 일단 씻고 나오거라. 아… 참! 소희는 괜찮은 것이냐?”
“예! 스… 스승님…….”
“흐음… 네 몸이 회복되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가르칠 것이다. 그렇게 알아라.”
“전 괜찮습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겠습니다!”
“제대로 낫지 않고 배우면 그 고통으로 인해 내 수련을 따라오지 못한다. 그러니 확실히 낫고 와. 내가 너의 명치를 가볍게 친 것이니 3일 정도의 휴식은 필요할 거다. 그러니 그 동안 몸을 추슬러서 3일 뒤부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는 거다.”
“하지만…….”
“어허! 내 말 들어!”
동현의 단호한 말에 소희도 바짝 쫄아서 알겠다고 대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소희랑 의정도 목욕물을 받아놓은 곳으로 향한다.
둘이 그렇게 점점 멀어지자 정희가 달려와 동현의 품에 쏙 안긴다.
“이런… 내가 좀 전에 무예 수련을 한 뒤라 옷이 다 땀인데…….”
“괜찮습니다. 서방님. 땀이 뭐가 대수입니까? 그런 것은 씻어내면 되죠.”
“하하하! 그건 그렇소. 헌데 부인.”
“예. 서방님.”
“내가 우식이와 대련을 하기 전에 방에서 잠시 안 보이던데… 어디 갔다 오시었소?”
“아… 예… 서방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이 생각나서 제가 직접 저잣거리에 나가서 장을 보고 왔습니다.”
“허어… 그런 일은 하인들을 시켜도 되는 일인데…….”
“제 손으로 서방님의 음식을 한 번 만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부인이 너무 고생하는 것이 아닌가 두렵구려.”
“걱정 마십시오. 서방님. 힘들면 제가 하인들을 시키기도 하고… 서방님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매일 하나씩만 만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흐음… 알겠소이다. 그렇지만 좀 전에도 말했듯이 힘들면 하인들에게 맡기시오. 알겠소?”
“그러겠습니다. 서방님.”
정희는 그렇게 동현의 품에 한 동안 안겨서 대화를 나눈다.
동현은 그런 정희를 보니 너무나도 귀여운 나머지 미소를 지으며 한쪽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한다.
“우리 부인이 하는 행동하며 말하는 것이 이토록 예쁘니… 내가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소. 마치 내 주머니에 부인을 넣고 항상 같이 다니고 싶소이다.”
“어머?!”
동현의 달달한 말에 정희의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정호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후후후. 아주 금슬이 좋아 보이는구나. 내 결정이 정말 옳았군. 시집을 정말 잘 보냈어.”
그렇게 정호는 동현과 정희의 대화를 잠시 엿듣고는 다시 사랑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