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화 동현, 청명 공주와 대련을 하다
근혁이 동현의 앞에 세 명의 호위무사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이들이 단석한과 돌석비에게 상의하여 뽑은 호위무사들인가?”
“그렇습니다. 형님.”
“좋아… 너희들에게 묻겠다.”
“하명하십시오! 주인어른!”
“지금 내가 전하는 서찰은 아주 중요한 서찰이다! 목숨을 걸어야 할 수 있음이야!”
동현의 말에 세 호위무사는 잠시 움찔하고는 대답한다.
“저희는 주인어른께 목숨을 맡긴 사람들입니다.”
“그렇습니다! 맡겨주십시오!”
“다시 한 번 묻겠다. 이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했어. 이 서찰을 빼앗기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잡혔을 경우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전해야 할 사람에게만 정확히 전해야 한다는 것이지. 본인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가지고 있는 서찰을 찢어서 증거를 없앤 후 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그렇습니다. 주인어른!”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저희는 주인어른께 목숨을 맡겼다고 했습니다.”
“음… 이 일을 수행하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했을 경우에는… 이쪽에서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해 목을 칠 것이다. 그만큼 위험한 일이야.”
동현의 말에 한 호위무사가 대답한다.
“저희는 이미 좀 전부터 두 번이나 주인어른께 목숨을 맡긴 사람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주인어른께서 내린 명령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예. 주인어른.”
동현은 세 호위무사의 단호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책상에 준비해 놓은 서찰을 내밀며 말한다.
“자네는 그 서찰을 요동성의 강이식 대장군께 전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자네는 막리지 연태조 어른에게 이 서찰을 전하도록 하고… 자네는 을지문덕 대모달께 이 서찰을 전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다시 말하지만… 내가 한 말 잊지 말거라. 알겠느냐?!”
“예! 주인어른!”
“지금 바로 가거라! 말 3필이 다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예! 주인어른!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동현의 서찰을 받은 3명의 호위무사는 바로 방을 나가 말을 타고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그렇게 3명의 호위무사들이 집을 떠나는 모습을 본 동현은 그제야 근혁을 방 안에 들어오게 한 후 빈자리에 앉게 했고 아내인 정희도 자리에 앉게 했다.
그리고 염초에 대한 일을 설명하며 지금 현재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정희는 깜짝 놀란다.
“그런 일을…….”
“미안하오. 부인. 너무 큰 일이라 말할 수 없었소. 동생인 근혁이에게도 얼마 전에야 말을 했다오.”
“그렇군요… 하지만 서방님.”
“……?”
“나중에 이런 이야기는 동생 분 뿐만 아니라 제게도 같이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그래야 저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할 것이니 말입니다.”
“알겠소. 부인. 앞으로는 그리하리다.”
“제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을… 우리는 그럼 소식이 오기 전까지 또 하나를 개발해봅시다. 부인”
“또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그렇소. 혹시 목화라는 식물을 들어본 적이 있소? 부인?”
“목화요?”
“그렇소. 목화.”
목화.
씨앗을 맺을 때 생기는 털을 이용하여 솜과 무명천을 만드는 식물이다.
우리가 현재까지 알기로는 문익점이 처음 목화를 들여온 후 활성화가 되어 사람들이 그 옷들을 입었다고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0년 백제 위덕왕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절에서 목화로 뽑은 면직물이 발견되었던 것.
이렇게 밝혀지자 그럼 문익점이 들여온 목화는 무엇이냐는 의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도 현대에 밝혀지긴 했는데 목화는 본래 원산지가 인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는 기후가 잘 맞지 않아서 잘 자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소수의 목화만 재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삼국시대와 다르게 문익점이 들여온 목화는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게 개량된 종자를 들여와서 서민들에게 대중화를 시켰다는 것이었다.
동현은 지금 그 목화를 생각해낸 것이었던 것이다.
“음… 목화는 귀한 식물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백제에서만 파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소. 그 종자는 백제에서만 판다고 나도 들은 적이 있소이다. 무척 귀하기도 하고 말이오. 그리고 그 목화를 파는 사람들이 백제에서 잘 나가는 귀족이라고 들은 적이 있소.”
“그것을 구입하신다니… 제가 들으니 기후가 잘 맞지 않아서 조금씩만 재배가 가능하다고 하던데요.”
“그렇소. 그래서 나는 그것을 우리 기후에 맞게 어떻게든 개량을 해 볼 생각이오.”
“개량이요?”
“그렇소. 부인. 그 목화 종자를 개량해서 우리 고구려 사람들이 따뜻한 옷을 입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겠소? 부인도 알겠지만 우리 고구려는 유난히 추운 곳이오. 알지 않소?”
“물론입니다. 서방님.”
“이것에 대한 종자 개량을 반드시 성공 시켜서… 고구려에 보급해 보려 하오.”
“그렇군요…….”
동현의 말에 옆에서 듣던 근혁이 말한다.
“형님. 그렇다면 제가 백제에 귀족들이 파는 목화 종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서찰이 올 때까지는 목화 종자를 기다리면서 상행 준비를 계속 하자꾸나.”
“예. 형님.”
그렇게 동현은 또 하나의 개발을 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는데…….
한편, 그 시기 청명 공주는 의정과 함께 정호 상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동현을 찾는 청명 공주.
“대인 어른. 어제 말씀하셨던 의정이라는 여자가 일행 분과 함께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라.”
“예.”
동현의 말하자 하인은 문을 열고 둘을 맞이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동현과 의정, 거기에 청명공주까지…….
“아가씨. 저 분이 김동현이라는 분이십니다. 저번에 주막에서 그 많은 사람들을 때려 눕혔던 분이에요.”
“그렇구나.”
청명공주는 동현과 눈이 마주친다.
그 때 동현은 동수에게 미리 내려놓은 명령으로 인해 무력을 빠르게 분석하여 동현의 눈앞에 띄웠다.
[이름(가명) : 청명공주
나이 : 20살
본명 : 고소희
무력 : 41]
‘음… 41이라…….’
[저 의정이라는 여자도… 저번보다 조금 성장한 모습입니다.]
‘그래? 무력이 몇인데?’
[저번 35에서 38로 성장했습니다.]
‘흐음… 오케이 알았다. 수고했어.’
그렇게 동현은 동수에게 말한 후 둘을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부로 나에게 제자로 들어오겠다는 분이시오?”
“그렇습니다. 대인 어른.”
“아가씨와 일전에 말한 대로 이제 하대를 하겠소. 아가씨의 이름을 뭐라고 부르면 될지 말해주시오.”
“예. 제 이름은… 소희라고 불러주십시오.”
“소희라… 알았다. 그럼… 그 옆에는 너를 호위하는 사람이니 똑같이 하대를 하도록 하지. 의정이라고 했던가?”
“그… 그렇습니다.”
“좋아. 너한테도 똑같이 적용이다. 내가 하대를 하는 것에 불만이 없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무의 기본부터 배우도록 시작하지. 아… 그리고 이제부터는 스승님이라고 부르도록 해라.”
“예. 스승님.”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청명 공주에게 무의 기본부터 교육을 하려는 그 때… 갑자기 청명 공주가 말한다.
“저… 스승님.”
“응?”
“기본부터 배우기 전에 스승님의 실력을 먼저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그게 무슨 말인가? 대련이라도 해보자는 건가?”
“그렇습니다. 스승님.”
동현은 그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나는 적당히 라는 것을 모른다. 대련하다가 기절할 수도 있어. 어디 다칠 수도 있고 말이야. 아… 물론 무예를 수련하는데 있어서 그렇게 혹독하게 수련을 시킬 거지만 말이야.”
“상관없습니다! 이미 배우러 온 이상… 그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다구요!”
“그래? 좋아. 그렇다면…….”
동현의 반응에 오히려 옆에 있던 의정이 당황한다.
“저… 대… 대인 어른! 조금만 살살…….”
“나오거라. 난 분명히 말했다. 수련을 하는데 이 대련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네가 나와 말한 내용을 문서화 할 때 말한 내용일 텐데?”
“…….”
“알면 더 이상 관여하지 마라.”
동현은 그렇게 의정을 밀어낸다. 그러더니 청명공주에게 말한다.
“너는 진검을 잡아라. 나는 목검으로 상대하겠다.”
“부… 불공평합니다!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내가 진검을 잡으면 넌 죽을 수도 있어!”
“전 그냥… 스승님이 걱정 되어서…….”
“내 걱정은 필요 없다. 진심을 다해 덤벼라.”
“진심… 이십니까?”
“그래. 진심이다. 뭐해? 안 덤비고?”
동현의 말에 청명공주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동현에게 소리치며 달려든다.
“그럼… 먼저 갑니다! 히야아압!”
청명공주는 큰 소리를 지르며 동현에게 달려든다. 그 모습을 의정은 물론이고 호정 집안의 하인들. 그리고 호정과 정희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서방님… 조심하세요…….”
정희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둘의 대결을 구경한다.
청명공주는 동현에게 달려들며 위로 과감하게 칼을 휘두른다.
동현은 그런 청명공주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더니 발로 배를 찬다.
쉬이이익!
“동작이 너무 커!”
퍼어억!
“꺄아악!”
동현의 발차기에 청명공주는 배를 움켜쥐며 발라당 넘어진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보던 의정은 물론이고 정호와 정희도 놀라는데 동현만이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상대를 할 뿐이었다.
“뭐해? 고작 그 정도로 끝이냐? 고작 그 정도로 끝이라면 난 널 받아주질 않았다.”
“이익…! 아닙니다. 다시… 싸울 겁니다.”
“그래. 그래야지. 계속 덤벼.”
동현의 말에 청명 공주는 동현에게 다시 덤빈다. 하지만…….
퍽! 퍽! 퍼억!
“꺄악! 으허억! 으아악!”
다시 덤벼도 동현에게 하나도 타격을 줄 수 없었고 오히려 동현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동현은 심지어 자신의 손에 목검을 쥐고 있음에도 검은 쓰지도 않고 한 팔과 한 다리만으로 청명 공주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허억… 허억…….”
“근성하나는 좋구나. 하지만 한참 모자라다.”
“헉… 헉… 다시 할 수…….”
“아가씨! 이제 그만하세요! 이번 대련에서 아가씨가 졌습니다.”
“아냐… 이… 이길 수 있어!”
청명공주는 그렇게 말을 하며 동현에게 다시 달려든다.
그 모습에 동현도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어쩔 수 없군. 기절 시키는 수밖에…….”
동현의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의정은 그런 동현을 말리려는데 이미 청명 공주가 동현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동현은 그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다시 한 번 검을 피하더니 주먹으로 명치를 강하게 때린다.
퍼어어억!
“끄어어어억!”
풀썩!
“아… 아가씨?!”
“호들갑 떨지 마라. 급소를 맞아서 잠시 기절한 것뿐이다.”
“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잘못 되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 단… 치료는 받아야겠지. 동추야.”
“예! 대인어른!”
“소희를 방에 옮겨서 의원에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주거라.”
“예. 대인어른! 절 따라 오시지요.”
동추의 말에 의정은 급히 청명공주를 업은 채 동추가 안내하는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얼마 후… 의원이 와서 진맥을 하고 동현에게 맞은 상처를 치료해준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흐음… 겉으로 좀 멍이 들거나 할 듯하지만 속은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예? 명치에 주먹 한 방을 맞고 기절했는데요?”
“그래요? 그렇다면 대련한 분이 정말 고수인 모양이네요. 명치에 보통 주먹을 강하게 맞으면 죽음에 이르거나 최소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지금 진맥을 해보니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보아 분명 그냥 기절시키는 정도만으로 주먹을 쓴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그렇군요.”
“혹시 몰라서 약도 준비를 해놓았으니 상처에는 이 약들을 바르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깨어나고 난 뒤 맞은 곳이 아프면 이 약을 주기적으로 먹으라고 해주세요. 그러면 괜찮을 겁니다. 그럼 전 이만…….”
“감사합니다. 살펴 가십시오.”
그렇게 의원이 사라지자 의정은 한숨을 내쉬며 청명 공주를 바라보았다.
“하아… 그렇게까지 덤비시다니… 친위대의 호석님하고 붙어서도 이렇게까지 덤비지는 않았었는데…….”
의정은 그렇게 예전 일을 생각하다가 대련을 할 때 둘의 모습을 떠올리더니 전날 조건들을 내건 것들에게 대해 문서화 한 것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