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화 정호, 동현에게 혼담을 넣다
동현의 말에 정호는 연신 감탄한다.
“김공의 선경지명은 내가 따를 수가 없소이다.”
“과찬이십니다. 그저 앉아서 좀 더 생각을 해 본 정도이지요.”
“그렇다하더라도 그런 생각은 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오. 암!”
정호는 연신 동현을 칭찬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자리가 무르익었을 무렵… 동현이 말한다.
“이제 그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내일 욕살어른께 드릴 물건과 음식, 그리고 다른 품목들까지 준비하려면 지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허허… 그렇군요.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니… 그렇게 하십시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예. 김공.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날도 많이 어두워졌고 늦었는데 그냥 집에 계십시오. 그럼…….”
동현은 한사코 정호의 배웅을 거절하고는 수하들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건너간다.
그렇게 동현이 건너가자 정호는 하인들에게 명령하여 지금까지 술과 음식들을 먹은 것을 치우게 한다.
그리고 잠시 후… 방 안에는 정호와 정희만이 남게 되었다.
“정희야.”
“예. 숙부님.”
“나는 보면 볼수록 저 김공이 마음에 드는구나.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하는 거 하며 행동하는 것이 참으로 빈틈이 없다. 거기다 사람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보이니 저만한 인물이 없지.”
“저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숙부님.”
“흐음… 어떠냐? 내가 김공에게 말을 해 너와 이어주겠다. 혼인을 하겠느냐?”
정호의 말에 정희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수… 숙부님! 갑자기 또 그런…….”
“나는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내 눈을 속일 생각은 말거라. 네가 김공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가 않았어.”
“아… 아닙니다.”
“정말 아니냐?”
“…….”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 보니 역시 내 생각이 맞는가 보구나.”
“…….”
“내가 김공께 말을 하여 너와 이어주겠다. 그러니 너는 그저 가만히만 있어라. 알겠느냐?”
“예… 수… 숙부님…….”
“하하하! 예전의 너였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혼인을 안 한다고 했을 텐데! 오늘 그렇게 얌전하게 대답하는 걸 보니 김공이 확실히 마음에 들긴 드는 모양이구나! 하하하하!”
정호의 말에 정희는 얼굴까지 새빨개지더니 부끄러움에 방을 나가버린다.
그런 정희를 보며 정호는 미소를 짓는다.
‘그래… 지하에 계신 형님께서도 김공이라면 분명 좋아하셨을 것이야. 암! 저 아이는 내 아이나 다름없다. 그래. 좋은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줘야지. 그러고 보니… 둘이 나이도 동갑이구만. 아주 좋아!’
정호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예? 호… 혼인을요?”
“그렇습니다. 김공.”
“하… 하지만 정희 낭자가 원하셔야…….”
“정희도 김공과의 혼인을 원합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번에 김공께서 일을 해결해 주시면서 더더욱 확신이 섰다고 합니다.”
“그런…….”
“혹시 정희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 아닙니다. 단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말입니다.”
“그러실 것입니다. 하지만 정희가 김공과 꼭 짝이 되길 원하니 혼인을 했으면 하는군요.”
“하지만 전 앞으로 계속 상행을 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겁니다. 그리고 중원까지 나갈 것이구요. 그렇게 되면 정희 낭자가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도 이미 했습니다. 그것을 모두 감수하겠다고 했으니 걱정 하지 마십시오.”
동현은 정호의 말에 정희를 보며 묻는다.
“낭자. 정공의 말이 모두 사실입니까?”
동현의 말에 정희는 부끄러운 듯 붉어진 얼굴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정희를 보던 정호는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한다.
“보십시오. 정희도 저렇게 원합니다.”
“…….”
“혼담을 받아들여주시겠습니까?”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저도 정희 낭자가 의협심이 있는데다가 사려 깊은 모습을 보며 눈 여겨 봤습니다. 혼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
“요동성에 서찰을 하나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곳을 현재 제 의형제가 지키고 있어서 말입니다. 제가 혼인을 할 때 형제가 옆에 없으면 안 되니 제 수하 장수와 교대하여 온 후 혼인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김공께서 그러시다면 좋을 대로 하십시오. 바로 오는 대로 혼인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이 방에서 나가는 대로 바로 서찰을 보내도록 하죠.”
그렇게 동현은 정호에게서 혼담 제의를 받고 방에서 나왔다.
방에 나오자마자 동현은 수하들을 불러모아 이 이야기를 하는데…….
“참으로 감축 드립니다. 주인어른. 정희 낭자라면 분명 주인어른께 좋은 배필이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여자임에도 호걸 같은 면이 있으시면서 의협심의 누구보다도 뛰어나신 분입니다. 거기다 여자답게 남을 배려할 줄 알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주인어른.”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주인어른. 하하하! 상행을 떠나자마자 이런 경사라니… 저희가 다 기분이 좋군요.”
동현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헌데…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
“내 의형제인 근혁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한다. 그리고 근혁과 교대를 해야 해.”
“아…….”
“나는 해론! 네가 가주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똑똑하고 무예도 뛰어난데다가 군사들도 잘 다르며 상황에 따라 잘 대처하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주인어른을 따라 계속 상행을 다니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군요.”
“중원으로 갈 때는 다 데려갈 거야. 이 삼한 땅이야 우리가 나중에 언제든지 올 수 있는 땅이고 말이지. 그러니 조금만 참거라.”
“알겠습니다. 주인어른. 서찰을 써주시면 제가 그곳으로 가서 집사 어른을 이곳으로 오게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그럼 서찰을 금방 써 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한 후 자신의 방에 들어가 하인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 한다.
하인이 지필묵을 가져오자 거침없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여기 내 서찰이다. 부탁한다. 해론.”
“예. 주인어른. 염려 마십시오. 그럼… 바로 가보겠습니다.”
“그래. 집안일을 잘 부탁한다.”
동현의 말에 해론은 군례를 올리고는 말을 달려 요동성으로 떠났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뭐? 형님께서 혼인을?”
“예. 제가 봐도 정말 괜찮은 여자였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알았다… 으음… 형님의 글을 보니 이제 내가 할 일을 너에게 모두 인수인계를 해주라고 하는구나. 오늘 하루 만에 내가 모든 걸 다 인수인계를 하긴 무리이고… 내일 아침까지 인수인계를 한 후 바로 국내성으로 가도록 하겠다. 그러니 해론. 내일 아침까지 힘들더라도 앞으로 네가 해야 할 내용들을 모두 전해 듣도록 해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집사어른.”
그렇게 근혁은 해론이 오자마자 바로 동현이 있는 집안일에 대해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생각보다 일찍 끝났구나.”
“후우… 생각보다 내용이 많아서 놀라웠습니다.”
“이 모든 것이 형님께서 가문을 키워놓으셨기 때문에 일이 많아진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내가 이곳을 떠나더라도 절대 헤이해지지 말고 내가 말 한 것들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집사어른.”
“그럼 난 이만 국내성으로 출발해야겠다. 물건들은 다 실은 것이겠지?”
“물론입니다. 집사어른.”
“그래. 이 집안일을 잘 부탁하마. 아… 참! 그리고 동생들은?”
“예. 잠시 소피를 보러 가신 듯 합니다. 저기 옵니다.”
“동우야! 지현아! 빨리 와! 곧 출발한다!”
“예! 갑니다! 형님!”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동현의 친동생인 동우와 지현도 근혁과 함께 국내성으로 향하기로 한다.
그렇게 동우와 지현이 오자 근혁은 다시 한 번 해론에게 집을 부탁한다고 말을 하고는, 서찰에 동현이 부탁한 품목과 해론이 데리고 온 군사들과 함께 수레를 끌고 국내성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형님!”
“오! 근혁이 왔구나?! 동우랑 지현이도! 오는 길이 힘들지 않았느냐?”
“아닙니다. 형님! 오히려 좋았습니다!”
“저도요 오라버니!”
“하하하! 그래. 그랬다니 다행이다.”
“보고 싶었습니다. 형님!”
“하하하! 그래! 근혁이 네가 집안일을 돌보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 동안 잘 지냈느냐?”
“예! 형님! 물론이죠!”
“그래. 오느라 고생했다! 잠시 방 안에 들어가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예! 형님!”
동현의 말에 근혁은 물론이고 다른 단석한과 돌석비도 방에 들어온다.
그렇게 방에 들어오자마자 근혁은 바로 본론을 이야기한다.
“서찰을 받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혼인이라니요?”
“일이 그렇게 됐네.”
“궁금하군요. 누가 형님의 마음을 사로잡았을지 말입니다.”
그 때 옆에 있던 단석한이 호탕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새로운 주인마님이 되실 분은 남자다운 의협심을 지님과 동시에 여자답게 깊은 배려심도 있으신 분입니다. 그리고… 미색도 굉장히 뛰어나시고 말입니다.”
“그래?”
“예. 집사어른. 집사어른도 분명 보시면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건… 처음에 먼저 마음을 표현한 것은 저희 주인어른이 아니라 바로 혼인 할 새로운 주인마님이셨습니다.”
“그래? 하하하! 네 말을 들으니 정말 궁금하구나! 어떤 분인지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는 그 때 밖에 있던 한 호위무사가 고한다.
“주인어른! 정희 낭자께서 오셨습니다!”
“낭자가? 들어오시라고 해라!”
“예! 주인어른!”
동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정희가 들어오는데 그 뒤에 정호도 같이 들어온다.
그렇게 둘이 들어오는 모습에 근혁은 둘을 눈 여겨 보는데 정희를 보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다른 남자가 끌릴만한 미모.
그리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동현의 배필로써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근혁이었다.
그 때 정호는 정희와 방에 들어오자마자 근혁이 왔으니 이제 혼인 날짜를 잡자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근혁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날짜를 잡자는 정호.
거기다 자신이 정희의 혼인을 위해 점을 보아 좋은 날까지 받아왔으니 그 중 날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는 말까지 했다.
“저는 이 날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이 날을 고른 이유가 있습니까? 빨리 할 수 있는 날도 있는데요?”
“예. 제 혼인에 여러 사람을 초대하려 서찰을 보냈습니다. 여기 제 의동생인 근혁이를 부르러 갈 때 해론에게 말하여 제 혼인 소식을 전하게 했죠. 아마… 강이식 대장군에게도 소식이 전해졌을 겁니다.”
“가… 강이식 대장군?!”
“예. 물론 군무가 바쁘시면 오시지 못 하겠지만… 최소 그 밑에 측근까지 보내시리라 생각 됩니다. 그래서 그들이 오는 시간을 계산하여 이 날로 날짜를 잡았습니다.”
“허어… 알겠습니다. 혼인 날짜에 대해 또 통보를 하고 왔다갔다 거리는 시간도 필요하니… 확실히 이때가 좋긴 하겠습니다. 그럼 이 날 혼인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
그렇게 정호와 동현은 혼인 날짜를 정했다.
혼인 날짜가 정해지자 동현은 수하 호위무사를 전령으로 띄워서 다시 한 번 요동성에 전했고 그 소식을 받은 강이식 대장군이 말한다.
“얼마 전에 곧 동현이가 혼인을 한다고 했었는데… 오늘 그 날짜가 왔다.”
“직접 가 보시려 하십니까?”
“그래. 이만하면 이제 요동성도 많이 안정되었고… 과거 불열말갈 놈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입혔던 것도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으니 이제 움직여도 될 듯 싶다. 그러니 대중상!”
“예. 대장군.”
“내가 동현이가 하는 혼인에 다녀올 동안 이 요동성을 좀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게 동현의 혼인에 참여하고자 국내성으로 향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