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화 동현, 번거로운 일을 빠르게 처리하다
고연후가 동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런 고연후를 보며 동현이 한 마디를 더한다.
“욕살어른께서도 아시겠지만 이 국내성은 과거 저희 고구려의 수도였던 곳으로 사람들이 대부분 잘 살며 번성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귀족들부터 백성들까지 말이죠. 그렇게 부유한 덕분에 귀족들도 사치품을 사고 마음껏 누리면서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크흠… 뭐… 그렇지.”
“저희와 거래를 하게 되면 재물을 절약하게 되는 것이니만큼 귀족 분들께서 더욱 더 풍족하게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거기다 저희가 거래하는 것들은 기존에 거래하는 물건이나 음식 등과는 전혀 다른 것들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이우 상단에서 거래하는 것들도 저희가 더 싼 값에 해드리는 것인데 일석이조가 아닙니까?”
“일석이조라…….”
“예. 재물도 절약하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욱 윤택하게 살 수 있으니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고연후가 다시 생각을 잠시 하더니 대답한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여러 귀족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군. 이 국내성에 있는 다른 귀족들도 이우 상단과 많이 연결이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까지 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이우 상단에서 정호 상단의 본래 주인이던 사람을 살해한 것을 알고 계십니까?”
동현의 말에 고연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다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네. 그들이 쌀과 콩, 소금 등의 거래를 끊게 되면 이 국내성에 당장 문제가 생기니 말이야. 그래서 그 사건을 덮을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 당시 정호 상단에게 어떻게든 선을 대어서 거래를 하려 했으나… 물량이 모자라고 해서 무산되었고 말이야. 거기다 주인이 살해당했던 상태였으니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도 없었지.”
“그렇군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때입니다. 이제 이우 상단의 이우는 그 때의 대가를 치러야 할 때이고 말입니다. 저는 요동성에서 비누와 두부 뿐 만이 아니라 다른 품목들도 많이 가지고 왔습니다. 쌀과 콩, 소금도 말입니다.”
“음.”
“그리고 물량이 모자랄 것 같은 경우 지금 당장 서찰을 써서 요동성으로 보내면 그곳에 있는 것들을 수송하여 가지고 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국내성에도 저희 상단의 사람을 상주토록 하여 정호 상단과 힘을 합해 물량을 대고 주기적으로 거래를 하려 합니다.”
“으음…….”
“제가 말한 것들을 다른 귀족 분들께 꼭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좋아. 알겠네. 자네들이 이 자리를 뜨는 즉시 바로 주변 귀족들을 불러 모아 의사를 물어보지. 그리고 바로 통보를 해주겠네.”
“감사합니다. 욕살어른. 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동현은 다시 한 번 고연후에게 인사를 한 후 일행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그러자 고연후의 심복으로 보이는 수하가 말한다.
“참으로 당돌하군요.”
“그래. 어려서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오히려 저런 점이 마음에 드는구나. 그리고 말을 하는 것에 있어서 허점이 없어. 내가 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를 하지 않느냐?”
“음… 듣고 보니 그건 그렇습니다.”
“태왕폐하께서 저 아이를 왜 주시하는지 알겠다. 그리고 강이식 대장군이 왜 그리 아끼는지도 말이야. 흐음…….”
“일단 귀족들을 다 불러 모을까요?”
“그래. 일단 이야기는 해 봐야지. 아마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답은 정해져 있겠지만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사람들을 시켜 귀족들을 모이라 이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그렇게 고연후의 심복 장수로 보이는 수하는 고연후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방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들 모이셨소?”
“그렇습니다. 욕살어른.”
“무슨 일로 이리 급하게 국내성의 모든 귀족들을 소집하셨습니까?”
“그게… 아주 중요한 일 때문이 불렀소이다.”
“중요한 일 말입니까?”
고연후는 동현이 자리를 뜨자마자 바로 귀족들을 소집했고 귀족들이 소집되자마자 동현이 한 이야기를 바로 꺼냈다. 그러자…….
“그렇게 좋은 조건인데 바로 받아들이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사람 말대로 우리 귀족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것이 아닙니까? 아니들 그렇소이까?”
“그렇습니다! 욕살어른! 그 제안을 수락하시옵소서! 그리고 그 이우 놈을 옥에 쳐 넣고 날을 잡아서 목을 치시옵소서!”
“그렇습니다! 저희가 사실 이우 상단과 거래를 하고 난 뒤… 그 자가 정호 상단의 주인을 죽이는 바람에 저희는 거래를 끊으려고 하였으나 거래를 끊으면 큰 문제가 생겨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덮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그 이우 상단을 대체 할 새로운 상단이 생겼으니 그들을 모조리 잡아들여서 날을 잡아 목을 치십시오.”
“제가 들으니 그 이우 상단과 거래를 하는 작은 상단들도 이우 상단의 횡포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목을 쳐야함이 마땅합니다.”
“그 이야기는 처음 듣는군. 확실한 이야기오?”
“그렇습니다. 이우 상단이 작은 상단들을 상대로 물건을 본래 시세보다도 훨씬 비싸게 판다는군요. 날강도도 그런 날강도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 귀족들의 말에 고연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소, 그럼 그 이우 상단을 전부 다 잡아들이도록 합시다. 이보게. 정 부장!”
“예! 욕살어른!”
“지금 당장 군사들을 풀어서! 이우 상단 전부 모조리 잡아오너라! 한 놈들 절대로 도망치게 해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예! 욕살어른!”
고연후의 명령에 명을 받은 정 부장은 급히 회의실을 나간다.
그 모습을 본 고연후는 또 다른 군사를 부르더니 계속 명령한다.
“너는 지금 당장 정호 상단에 가서 정호와 동현이라는 사람에게 가 모든 제안을 수락할 테니 물건과 음식 등을 약속한대로 바로 공급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하거라. 지금 바로 가라!”
“예! 욕살어른!”
그렇게 연속해서 두 사람이 회의실을 나가는 것을 본 고연후는 귀족들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다들 알다시피 이번에 온 김동현이라는 사람이 이끌고 온 상단은 태왕 폐하께서 지켜보는 사림이니 다들 언행에 있어서 조심히 하도록 하시오. 아시겠소?”
“예! 욕살 어른! 그리하겠습니다!”
“좋소! 그럼 일은 해결되었으니 이만 해산합시다!”
그렇게 고연후는 일을 금방 해결해 보이는데…….
한편, 이우 상단에서는 이우가 아침 일찍 상단에 도착해 있었다.
“이것이 그 물건과 음식들이라고?”
“그렇습니다.”
“허허… 맛도 그렇게 물건도 장말…….”
“대인 어른. 지금 그렇게 감탄하실 때만이 아닙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대인 어른! 이러다가 저희 자금줄이 씨가 마르게 생겼습니다!”
수하 장수들의 말에 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대책을 세워야지…….”
이우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그 때…….
콰아아앙!
“뭐… 뭐야?!”
“저기 이우가 있군! 저 자를 포박하라!”
“예!”
“그리고 이우 저놈 뿐 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과 노비들도 모조리 잡아놓고 저항하는 자는 모조리 베어버려라!”
“알겠습니다!”
“단 이우와 그 가족들은 예외다! 그들은 무조건 전부 다 사로잡도록!”
“예!”
그렇게 군사를 이끌고 간 정 부장이 추상같이 명령을 내리자 군사들은 더욱 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이우를 묶었다.
이우는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자신이 끌려가게 되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소리를 친다.
“네… 네 이놈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냐?!”
“네 이놈!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 할 줄 알았더냐?!”
“그… 그게 무슨…….”
“네가 정호 상단 주인의 아내인 희영을 죽이지 않느냐?”
“그 일은 다 끝난 일이 아니오?!”
“천만에! 우리는 계속 조사 중이었다 ! 얼른 가자!”
그렇게 정 부장은 많은 군사들로 하여금 이우 상단의 모든 사람들을 모조리 포박했다.
그리고 감옥에 갇히게 된 이우 상단. 이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고자 했으나 이제 옥에 갇히는 바람에 그것도 못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명령을 수행한 정 부장…….
“욕살어른. 명을 이행하였나이다.”
“그래. 달아난 사람들은 한 명도 없겠지?”
“물론입니다. 기습적으로 방문을 하였기에 전부 다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잘 되었군. 그럼 본격적인 심문을 시작해야겠어. 아… 참! 좀 전에 정호 상단으로부터 이우가 희영을 죽였다는 증거와 목격자를 데리고 온다고 연통이 왔다고?”
“그렇습니다. 좀 전에 수하를 통해 증거를 입수했으며 목격자 또한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이곳에 도착해 있습니다. 아… 여기 증거물을…….”
“흐음… 이것을 보니 더욱 더 확실해졌구만. 좋아. 저들을 내가 직접 심문을 할 것이다. 죄인들을 다 모아두었겠지?”
“물론입니다. 욕살어른.”
“좋아. 가자!”
그렇게 고연후는 이우를 심문하러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우의 머리는 백성들이 방을 자주 보고 다니는 길목에 팻말과 함께 효수되었다.
“대체 뭔 죄목이래?”
“예전에 정호 상단의 주인 아내 되시는 분이 죽었었잖아? 희영 부인 말이야.”
“아… 그 분?! 그렇지. 그런데 왜?”
“이우라는 저 사람이 정석 대인의 아내인 희영 부인을 죽였다고 하는구만.”
“뭐?”
“정석 대인에게 딸 하나가 있는데 그 딸에 흑심을 품었다가 뜻대로 안 되니 희영 부인을 죽였다고 하는군.”
“그런 짓을?! 이거 완전 죽일 놈이로구만.”
“그러게 말일세. 죽어도 싸다! 이놈아! 퉤!”
백성들은 거리에 목과 함께 걸려져 있는 팻말 내용을 보며 분노에게 머리를 향해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으며 증오했다.
그 소식을 들은 정호와 동현.
정호는 이우가 죽은 것을 직접 확인까지 했고 모든 것이 사실로 확인되자 매우 기뻐하며 동현에게 다시 한 번 크게 대접을 하게 되었다.
“정말 감사하오! 김공. 김공 덕분에 우리의 원수도 갚고… 우리 상권도 더 커지게 되었소이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하하하! 이것이 은혜라고 생각하신다면 저희와 같이 이 국내성에서 얻는 수익을 항상 반씩 나누어 가지는 걸로 하시면 됩니다. 그걸로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하십시오.”
“허어… 정말 그걸로만 해도 되겠소?”
“그렇습니다. 저는 그걸로 족합니다. 그나저나… 저희도 저들이 우리를 칠까 해서 미리 준비를 다 해두었는데… 욕살어른께서 빠르게 움직이시는 바람에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그러게 말이오. 이렇게나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동현의 말에 정호는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는 그 때 옆에 있던 정희가 갑자기 동현에게 절을 하며 말한다.
“김공. 제 어머니의 원수를 갚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것은 감사한 마음에 드리는 절입니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나니 비로소 이제 제 할 일을 다한 듯 합니다.”
“나는 불의한 일에 대해 도와준 것뿐입니다. 그에 대한 예가 너무 과하시군요. 얼른 일어나십시오.”
동현은 정희를 잡고 친히 일으킨다.
그 모습을 본 정호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하하하! 우리 정희가 털털하고 사내 같은 면모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김공께서 이해를 좀 해주시구려.”
“물론입니다. 당연히 이해하지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소이다.”
“……?”
“어떻게 그 자리에서 이우를 잡아들이라는 말이 떠오른 것입니까? 그… 욕살어른을 만났을 때 말입니다.”
동현은 정호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본래는 이런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거래를 끊는 것만 부탁하려고 했었죠. 하지만 제가 고연후 욕살어른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제법 융통성이 있는 분이시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분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도 꺼낸 것이죠.”
“과연…….”
“그리고 그쪽에서 일을 처리해 줌으로써 저희에게 번거로운 일이 없어졌으니 그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번거로운 일이라면……?”
“만약 이우 상단에 대한 일을 저희가 혼자 처리하였다가 문제가 생겨보십시오. 그렇게 되면 저희는 이우 상단은 물론이고 욕살어른과도 척을 지게 되 공격을 받게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구나 욕살 어른이 있는 군대는 나라의 군대이지 않습니까? 순식간에 나라의 죄인이 되는 것이지요.”
“음.”
“하지만 저희는 이 일을 욕살어른께 말하여 넘겼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일에 대해서는 그 쪽에서 알아서 할 것이고 저희가 넘긴 일은 자연히 나라에 관한 일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는 이우 상단만 상대하면 되는 것이죠. 적을 둘에서 하나로 줄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동현의 말에 정호는 감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