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화 동현, 국내성 상권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다
한편, 정호와 동현의 상단이 하루 만에 장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된다는 소식이 이우 상단의 행수에게 들어갔다.
“뭐? 비누와 두부?”
“예. 소인도 한 번 가보고 직접 먹어보고 써 보았는데… 과연 그럴 만했습니다.”
“그래?”
“예. 거기다 가격도 시중에 내놓는 값도 싸니 귀족들에게는 물론이고 일반 백성들도 다 사가고 있었습니다. 대략 한 시진(2시간)만에 팔렸으니까요.”
“단 한 시진 만에 말이냐?”
“그렇습니다.”
“대체 물건이 어떻길래?”
“제가 그래서… 하나 사와 봤습니다.”
행수는 한 수하가 사온 두부 한 모와 비누를 건넸다.
행수는 자신의 수하가 알려준 대로 두부를 먹고 비누를 사용해 보는데…….
“허어… 이런 물건을…….”
“그렇습니다. 이거 정말 위기입니다. 행수님. 빨리 주인어른께서 오셔야 할 듯 합니다.”
“그래. 그래서 이미 전령을 보냈다. 내일 아침 일찍 도착하실 것이니 걱정 말거라.”
“알겠습니다. 행수님.”
“그리고 내일도 정호 상단 앞에 가서 물건이 얼마나 팔리는지 보고 오거라.”
“예. 행수님.”
이우 상단의 행수는 지금의 사태에 위기감을 느꼈다.
하루라도 자신의 상단 주인인 이우가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래? 오늘도 다 팔렸다고?”
“예. 어제와 비슷하게 한 시진 만에 다 팔렸다고 합니다.”
“제길… 하아… 대인어른께서 빨리 오셔야 할 텐데…….”
그렇게 이우 상단의 행수가 초조해 하고 있을 때… 국내성의 관리하고 있는 북부욕살(욕살 : 고구려는 지방으로 중앙관리를 파견하였는데 대성과 성, 소성으로 나누었다.
그 중 대성을 관리하는 사람을 욕살이라 한다. 욕살은 행정은 물론이고 군사적으로도 책임을 가지고 있는데 중국과 비교하였을 때 도독과 같은 위치라고 알면 되겠다.) 고연후는 수하 장수를 통해 동현과 정호가 장사를 하는 물건에 대해 전해 듣게 되었다.
“그래? 그런 물건이 있다고?”
“예. 저도 사서 먹어보고 사용해 보았습니다.”
“그래? 어떻더냐?”
“두부는 정말 고소하고 담백해서 맛있었으며 비누의 경우에는 수하들에게는 물론이고 제가 사냥을 다녀왔을 때 손을 비누로 씻으니 정말 때가 씻겨 내려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허어… 그런 물건을… 헌데 정호라는 사람이 이끄는 상단은 익히 들어서 안다만… 김동현이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냐?”
“예. 저도 그래서 궁금하여 알아보았사온데… 평양성 김씨 사람으로서…….”
동현에 대해 조사를 한 장수가 자세하게 동현에 대해 설명한다.
“태왕 페하께서 황금 통행패까지 내리셨다면… 이건 태왕 폐하께서 그를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보통 인물이 아닐 겁니다. 신동이라고 불리는 자이니까요.”
“올해 성인이 된 자인데 그토록 총명하고 태왕 폐하의 신임까지 받는다…….”
“예. 거기가 강이식 대장군이 그 자를 각별히 아낀답니다.”
“그래?”
“예. 제가 들으니 병법에도 능해서 얼마 전에 있었던 불열 말갈과 호실 말갈과의 전투에서 그가 낸 계책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태왕 폐하께서 말씀하신 자가 그 자였군. 내가 그냥 말만 듣고 지나가서 기억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들은 적이 있으십니까?”
“그래. 그 전투를 승리로 이끈 신동이 있다고는 들었었지. 헌데 이름은 흘려들어서 네가 말을 하기 전에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네 말을 듣고 보니 이제야 알겠구나. 흐음… 궁금하구나. 이 자를 한 번 보고 싶은데… 사람을 보내서 들어오게 해보거라.”
“알겠습니다. 욕살어른!”
그렇게 동현은 북부욕살은 고연후로부터 부름을 받게 되었다.
동현은 이 소식을 정호의 상단에서 듣게 되었는데…….
“내일 아침 일찍 관청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고요?”
“예. 북부욕살께서 사람을 보내셔서요.”
“허어… 이거 정말 김공의 말대로 되어갑니다. 불과 이틀 만에 소문이 파다하게 나는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부를 것도 다 예측하시다니 말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다 알 수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그 이우라는 자는 아직 이 국내성에 오지 않았다고 합니까?”
“오늘 오전에 왔다고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으드드득! 그 놈을 빨리 죽여야 하는데…….”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참으셔야 합니다. 그를 정당하게 죽여야죠.”
“후우… 알겠습니다. 이제 다음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저와 함께 욕살어른을 뵈러 가시죠. 제가 욕살어른께 이우와의 거래를 끊으라고 말을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분명 저 이우 상단에서 반응이 있을 겁니다. 그 때 우리는 덫을 쳐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동현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김공만 믿겠습니다. 내일 잘 부탁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그렇게 동현은 정호와 이야기를 나눈 후 자신이 머무는 처소로 돌아온다.
그리고 수하 장수들과 모두 모여 회의를 하는데…….
“동현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될까?”
“가능성은 반반이겠지. 하지만 난 북부욕살어른이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란 생각이 더 커.”
“어째서?”
“생각을 해봐. 우리는 이틀 만에 우리가 원하는 목표량을 다 달성했어. 금세 팔아버렸지. 어제보다 오늘 더 판매량을 늘렸음에도 말이지. 이 말은 뭘 뜻하는 것이겠어?”
우식이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해론이 옆에서 대신 대답한다.
“기존에 정호 상단과 이우 상단이 이 국내성의 상권을 크게 쥐고 있는 상단입니다. 양강 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그 이우 상단이 저희 상단으로 인해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아…….”
“우리와 정호 상단이 점점 더 판매 규모를 늘리고 이 국내성에 지금 물건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건까지 판매하게 한다면 이우 상단은 분명 뒤로 밀리게 될 겁니다. 거기다 북부욕살어른께서 주인어른의 청을 받아들여서 그들과 하는 거래를 끊게 되면 이우 상단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겠지요.”
“과연…….”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들이 쓰는 수는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단 하나? 그게 무엇인가?”
우식이 궁금해 하며 묻는데 동현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잘 생각해 봐. 우식아. 북부욕살이 그들과 거래를 끊고 우리와 거래를 하게 되며 우리는 국내성의 점유를 정호 상단과 점점 더 넓혀간다면 말이야. 딱 하나 나오잖아? 그들의 딱 한 수!”
“설마… 암살이나 군사를 움직일 것이란 뜻이야?”
“맞아.”
“하지만 그들의 호위무사를 움직여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금방 들통날 텐데? 너도 알다시피 이 국내성은 군사들의 경계가 엄중하고 하나 같이 강해. 그런데 그런 무모한 짓을 한다고?”
“그래서 아마 그들은 위장을 하겠지. 그렇게 위장을 해서 우리를 암살하려고 할 거다. 그 대상은 정호 상단에서는 정호 대인이 될 테고… 우리 상단에서는 당연히 내가 되겠지.”
동현의 말에 돌석비가 가슴을 치며 대답한다.
“주인어른의 목숨은 제가 목숨을 걸고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하하하! 고맙구나. 돌석비. 하지만 이미 그런 것을 예측하고 있는 만큼 대비를 하게 되면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닐 것이다. 해론!”
“예! 주인어른!”
“내일 북부욕살 어른을 만난 뒤부터 군 호위체계를 약한 것처럼 보이도록 해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물론입니다. 주인어른. 약한 것처럼 보이게 그들의 눈을 속이라는 뜻이 아닙니까?”
“역시 해론이야. 부탁한다. 해론.”
“예! 맡겨주십시오!”
“동현아. 나도 할 일이 없을까?”
“너도 딱 한 가지 할 일이 있어.”
“응? 그게 뭐야?”
“그 일이 터지면 내가 미끼가 되는 동안 너는 이우 상단을 쳐!”
“뭐? 이우 상단을?”
“응. 그들은 분명 전 군사를 다 끌고 나올 거다. 그러면 그 안에 누가 있겠어?”
우식은 그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 그 가족들을 잡아들이라는 거구만?”
“맞아. 그리고 동시에 북부욕살 어른께 소식을 전해. 물론 그 전에 전투가 벌어지면 칼 부딪히는 소리에 주변 군사들이 달려오긴 할 거야. 하지만 이우 상단 사람들은 분명 그 전에 모든 일을 끝내려고 하겠지. 그러나 우리가 대비하고 있는 데다가 우리 상단뿐만 아니라 정호 상단의 호위무사들도 있으니 전투가 금방 끝나지는 않을 거다. 너는 그 틈에 빠르게 움직여서 가족들을 잡고 북부욕살 어른께 소식을 알리는 거지.”
“좋아! 알았어! 그렇게 할게!”
“단석한과 돌석비는 상황이 벌어지면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적들을 모조리 벤다! 알겠느냐?!”
“예! 주인어른! 저희가 가장 잘하는 것이니 맡겨주십시오!”
“그리고 해론! 너는 전투를 하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상대 장수들을 골라서 죽이도록 해라. 상대가 상단 호위무사들인 만큼 그리 무예가 뛰어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 속에서 간혹 가다가 무예가 뛰어난 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들을 따로 골라서 죽이도록 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만약 너보다 무예가 뛰어나다 싶으면 다른 장수들과 합세해서 싸워라. 나는 우리 중 누구도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동현의 명령에 해론이 명을 받들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동현은 일일이 지시를 내린 후에야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 자네가 평양성 김씨 가문의 김동현이라는 자인가?”
“그렇습니다. 북부욕살어른.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옵니다.”
“하하하! 영광은 무슨! 자자… 이리 앉게!”
“예. 욕살어른.”
그렇게 동현은 북부욕살인 고연후를 만나게 되었다.
고연후는 동현을 보자마자 반갑게 동현을 맞이했는데 그 인상이 정말 부드러워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은… 태왕 폐하께서 자네를 신경 쓰시기도 하신 것도 있지만… 이번에 장사를 하는 물건과 음식에 대해 큰 관심이 있어서일세.”
“저도 부름을 받았을 때 욕살어른이 그것 때문에 부르시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서 말인데…….”
“……?”
“그 물건과 음식들을… 나와 거래를 할 순 없을까?”
“저희 물건과 음식들을 말입니까?”
“그래. 자네 물건과 음식들은 백성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야. 이제 판매를 한지 이틀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엄청난 반응이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품목들을 나에게도 팔았으면 하네. 그리고 나 뿐 아니라… 우리 측근들의 귀족들에게도 말일세.”
“으음…….”
“값은 내가 넉넉히 쳐주겠네. 일반 백성들이 주는 값보다도 더 말이야. 이런 좋은 것들을 백성들뿐만 아니라 우리 귀족들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동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습니다. 거래를 해드리지요.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 그래. 무엇인가? 궁금하구만! 말해보게!”
“현재 거래를 하고 계신 이우 상단과의 거래를 끊으십시오. 그것이 제 조건입니다.”
동현의 말에 고연후의 표정이 급격히 굳는다.
“이… 이 사람아. 그 이우 상단이 공급하는 물건들을 끊게 되면 우리 귀족들에게 크게 원성을 사게 될 걸세. 들고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야.”
“제가 알기로 그들과 거래하는 것은 쌀이나 콩, 소금 등 뿐만 아니라 귀족들을 위한 사치품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크흠… 그… 그렇네.”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죠. 비누와 두부를 제외한 다른 물건들은 귀족 분들께 더 싼 가격으로 저희가 거래를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서로서로 좋은 조건이라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고연후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