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화 요동성에 돌아와 연회를 즐기고 황명을 받다
개마무사의 고구려 군은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따라 빠르게 회군을 시작했다.
그런 빠른 회군 속도에 줄에 끌려가던 포로들은 죽을 맛이었다.
본디 포로들에게 인간다운 대우를 바라는 것은 큰 사치.
포로들은 만신창이가 되어가며 요동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장군! 요동성이 보입니다!”
“그래. 그렇구나.”
“요동성의 관리들과 백성들이 문을 열어두고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나온 듯 합니다.”
“하하하! 그래. 가자!”
강이식 대장군은 주변 장수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요동성을 향해 다가간다.
일행이 입구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요동성의 관리들과 백성들이 고구려의 승전을 축하하며 만세를 부른다.
“태왕 폐하 만세!”
“대 고구려 만세!”
강이식 대장군과 군사들은 그렇게 관리들과 백성들에 축하를 받으며 요동성 안으로 들어간다.
천설유와 천석한도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는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둘은 감탄한다.
“요동성이 이 정도로 발전된 곳이었습니까? 숙부님?”
“어느 정도 발전은 되었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구나. 이 지역은 수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백성들의 얼굴이 다 밝아 보이고 활기가 넘쳐 보입니다.”
“그래.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요동성이 이 정도인데… 그 수도인 평양성은 얼마나 대단할지 상상이 가지 않는구나. 아… 이제는 장안성이라고 한다던가?”
“장안성이요?”
“그래. 내가 들으니 지금의 태왕의 2대 전 왕이 지금 고구려의 수도인 장안성을 쌓았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본래는 이 평양성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 지역자체 이름이 본래 평양이라 평양성이라 통틀어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
“…….”
“예전의 수도는 평양 안에 있는 평지성인 안학궁성과 산성인 대성산성 두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고 해. 그런데 장안성을 쌓은 이후 그 다음 대 태왕이 천도를 했고 그 이후부터 이곳이 수도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지.”
“어찌 그렇게 자세히 아십니까?”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보가 생명이다. 그래서 백방으로 알아봤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요동성 안에 군을 사열하는 연병장으로 향한다.
그렇게 군이 모두 모이자 강이식 대장군은 소리친다.
“다들 아주 수고했다! 곧 저마다 세운 공에 따라서 포상을 한 뒤! 술과 고기를 내려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
“와! 와! 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고구려의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매우 기뻐했다.
그런 군사들 사이에서 강이식 대장군은 다시 한 번 위로 손을 들며 함성을 멈추게 한 뒤 말을 이어간다.
“태왕 폐하께 우리가 세운 공을 상주하였으니 그에 따른 포상도 따로 내려올 것이다! 그것도 오는대로 따로 포상을 해줄 것이다! 그리고 현 시간 부로! 우리 요동성은 전시 체제에서 평상시의 평시 체제로 돌아간다! 기존의 체제로 돌아갈 것인 즉 그에 따라서 행동하도록 하라!”
“예!”
“자. 오늘은 마음껏 마시고 즐기자! 요동성 안에 있는 술과 고기를 모두 내오거라!”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군사들은 매우 기쁜 나머지 모두 크게 함성을 지른다.
그 모습을 본 강이식 대장군은 밑에 있는 부장들에게 명령하여 몇몇 군사들을 대표로 데려가게 한 후 창고 안에서 수레에 술과 고기를 실어와 모든 군사들에게 나누어 주어 먹게 했다.
그렇게 명령을 내린 후 천설유와 천석한에게도 명령한다.
“그대들은 태왕 폐하의 명령이 오기 전까지 이 요동성에 머물러야 한다. 내가 따로 집을 마련해 줄 것이니 연회가 끝난 후 내가 말하는 군사를 따라 움직이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대장군.”
“자! 다들 즐기자! 우리 장수들은 관리들이 따로 연회를 마련했다고 하니 연회장으로 다들 가지!”
“예! 대장군!”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과 전투를 치른 여러 장군들은 연회장으로 향했다.
볼모로 온 천설유와 천석한도 어쩔 수 없이 뒤따라 연회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 같이 술과 고기를 먹으며 연회를 즐기는데 대중상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동현에게 다가가 말한다.
“자네 덕분에 우리가 이런 큰일을 이룰 수 있었네. 고맙네.”
“아닙니다. 대 부장님. 적진에 들어가서 계책을 이루신 대 부장님이야말로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그저 계책을 제시했을 뿐이지 그 계책을 실현시킨 것은 대 부장님이시니까요.”
“하하하!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내 술을 한 잔 받아주겠나?”
“물론입니다. 대 부장님.”
동현은 대중상이 건네주는 술을 한 잔 원샷으로 마신다.
그런 동현을 보며 대중상이 묻는다.
“대장군께 들었네. 곧 상행을 나간다고?”
“예. 일단 우리 고구려 내에 있는 전역을 돌고 상단을 좀 키운 뒤에 백제와 신라에도 돌아다니며 더욱 규모를 키우고 그 다음에 중원으로 나가 더욱 크게 되서 거상이 되어볼 생각입니다.”
“음… 쉬운 일은 아닐 테고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래서 이 고구려와 삼한에 돌아다니며 있는 기간은 최소 1~2년으로 잡았습니다. 그 기간 안에 이 삼한에서 이름 있는 상단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고 나서 기반을 어느 정도 만든 뒤에 중원으로 진출하는 것이죠.”
“중원에서 거상이 되며 이름을 알리는 기간은 대략 얼마 정도로 잡았는가?”
“2~3년 정도입니다.”
“2~3년이라… 그렇다면 도합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들으니 대장군의 아드님이신 우식 공자님도 같이 간다고 들었네만…….”
동현은 대중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대 부장님.”
“우식 공자는 대장군께서 끔찍하게 아끼는 아들이네. 그러니 우식 공자가 다치지 않도록 잘 좀 부탁하이.”
“물론입니다. 대 부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호위 무사들도 이제 제법 강한 군사가 되었으니 함부로 우리를 해치지 못 할 겁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만약 내가 나이가 자네보다 훨씬 많고 자식이 있었다면 교육을 자네한테 맡기고 싶을 정도야. 자네는 그 정도로 뛰어난 능력이 있어.”
“과찬이십니다. 대 부장님.”
“이건 진심일세. 그리고 대장군께서도 그와 같은 생각이신 것 같더군. 그리고 자네가 하루라도 빨리 상행을 다녀와 임관해주기를 바라고 계셨어.”
동현은 대중상의 말에 바로 대답한다.
“저도 그 말을 직접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제 목표가 이루어지는 대로 빠르게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했던 바와 같이 그 부를 고구려를 위해 쓸 것입니다. 그러니 그 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기다려야지! 암! 자… 한 잔 더 받게!”
“예. 대 부장님.”
그렇게 동현은 대중상에게 또 한 잔의 술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천웅도 동현에게 다가가 술을 권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사이에 우식과 동현의 의형제인 근혁도 끼어서 같이 술과 고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모습을 강이식 대장군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때…….
“대장군! 칙사가 당도했습니다!”
“뭐라? 벌써?”
“예. 태왕 폐하께서 대장군의 장계를 받아보자마자 바로 칙사를 보내셨고 빠르게 가 포상을 하라고 하셨답니다.”
“그런… 칙사로는 누가 오셨느냐?”
“예. 막리지(고구려의 최고 관직, 본래 3년을 임기로 교체하며 국사(國事)를 총괄하였던 관직이었으나 연개소문이 정권을 잡은 직후에는 국사 뿐 아니라 군사까지 장악해 모든 국정을 다 총괄하는 최고 관직이 되었다.)께서 오셨습니다.”
“뭐? 막리지께서? 얼른 모시거라!”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은 막리지 연태조가 칙사로 직접 왔다는 말에 장수들을 모두 일어나게 하여 맞이했다.
일반적인 칙사의 경우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신하들 중 최고 관직에 있는 사람이 칙사로 왔으니 더더욱 예를 갖춰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이 자리를 잡고 기다린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연회장으로 미소를 머금고 들어오더니 겸백(글을 쓸 수 있는 비단.)을 쫙 펼치며 외친다.
“요동성의 성주이자! 대장군인 강이식은 황명을 받들라!”
“예! 소신 대장군 강이식! 여기 있사옵니다! 하명하시옵소서!”
강이식 대장군이 무릎을 꿇으며 칙사의 말을 듣자 모든 장수들도 무릎을 꿇고 말을 듣는다.
천설유와 천석한은 그런 장수들을 보며 어쩔 수 없이 뒤따라 무릎을 꿇는데 그 모습을 본 연태조가 영양 태왕의 황명을 전한다.
“강이식 대장군은 듣거라! 짐이 이 도성에 앉아 그대의 승전보를 들으니 매우 기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노라. 그대에게 금 100근(약 60kg)과 은 80근(약 48kg)을 하사하고 말 10필을 하사한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공을 세운 장수들에게 공에 따라 마땅히 금과 은을 내려 포상이 돌아가게 했으니 지금 짐의 칙명을 듣는 순간 바로 포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 큰 공을 세운 대중상에게는 금과 은을 내리는 것과 더불어 벼슬도 높여줄 것이니 대사자(조세, 공물 담당 직책, 6관등에 해당하는 벼슬)로 임명하는 동시에 모달(군사 1만에서 3만 정도를 지휘하는 지휘관. 6관등인 대사자에서 5관등인 위두대형 이상이 임명될 수 있었다.)로 임명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맡은 바 임무를 다하도록 해라!”
대중상은 이런 황명을 받자 놀라며 큰 목소리로 대답한다.
“황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그리고 더불어 이번에 또 다르게 공을 세운 신동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스스로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임관을 거부하고 따로 하고자 하는 일을 실천하고자 하니 짐은 정말 안타깝도다. 하지만 어찌하랴? 자신이 때가 되면 출사를 하겠다는데 짐이 강제로 출사하라고 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라.”
“…….”
“그래서 짐은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도와주고자 우리 고구려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황명으로 된 황금 통행패를 내리는 동시에! 그에게 큰 재물을 내려 이에 보답하고자 한다! 그러니 이를 절대 사양하지 말라!”
동현은 그 말이 자신을 향하는 것임을 알고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리고 새로 점령한 점령지인 호실말갈 지역은 강이식 대장군에게 식읍으로 내리니 그곳을 다스리는 사람을 대장군의 재량에 따라 정하도록 하라!”
강이식 대장군은 호실말갈 지역을 자신에게 식읍으로 준다는 영양 태왕의 말에 다시 한 번 크게 넙죽 절을 하며 큰 목소리로 외친다.
“소장… 대장군 강이식…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의 은혜에 이 한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오직 고구려를 위해서 일하겠나이다!”
강이식 대장군은 충성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을 했고 그 말을 들은 연태조는 이 밖에 부수적인 칙명을 좀 더 전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머지 장수들의 노고도 크게 치하해 술과 고기를 더 내리니 하루 날을 잡아 마음껏 즐기도록 해라! 이상!
연태조는 말을 끝내고 칙명이 담긴 칙서를 강이식 대장군에게 건넨다.
그러자 강이식 대장군은 무릎을 꿇은 채 공손히 칙서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비로소 모든 절차가 끝난 황명을 받게 되자 연태조도 편하게 말을 한다.
“강이식 대장군. 참으로 고생하셨소이다. 태왕 폐하께서 정말 기뻐하셨소! 그대의 전공을 크게 치하하셨소이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막리지! 자… 이렇게 오셨으니 한 잔 하시고 가시지요. 마침 연회를 즐기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오늘은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 하루 동안 같이 즐기시고 내일 출발하시지요.”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소이다. 허허허.”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의 권유에 연태조도 같이 합류하여 연회를 즐긴다.
그런데 그 때…….
“그런데 대장군.”
“예. 막리지.”
“내가 들으니 이번 계획을 위해 계책을 고했던 신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막 성인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 아이가 누구입니까?”
“아… 동현이를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 아이는 바로 저기 있습니다.”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연태조의 시선이 동현이 있는 곳으로 옮겨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