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화 동현, 고구려 군과 함께 승리를 하고 연회를 즐기다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게 보고를 받고 군사를 내보내는데 또 다른 군사가 막사 안으로 들어와 보고한다.
“보고 드립니다! 불열말갈의 가한인 천석우와 그의 군사인 호운! 그리고 소가한인 천마석과 그의 군사인 호천까지 잡았습니다! 좀 전에 우식 공자님의 친구 분께서 잡은 자가 소가한의 군사인 호천이라 합니다!”
“그래? 그들은 지금 어디 있느냐?”
“예! 막사 안에 마련된 임시 감옥에 가두어두었습니다.”
“알았다. 내가 그들을 끌고 오라고 할 때까지 그곳을 철통같이 지켜라! 행여나 잔당들이 그 녀석들을 빼가려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보고를 한 군사는 다시 한 번 막사를 나가는데 강이식 대장군은 군사가 나가자마자 동현을 칭찬한다.
“하하하! 동현이가 아주 큰 공을 세웠구나. 네가 잡은 녀석이 소가한 천마석의 군사라는구나. 이름은 호천이라 하고 말이야.”
“그게 어디 저 덕분이겠습니까? 다 우식이가 도와줘서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우식이도 가한의 호위대장인 황초를 베며 큰 공을 세웠고 말입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너도 큰 공을 세운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 겸손해 하지 않아도 된다.”
강이식 대장군이 이렇게 말하자 다른 장수들도 너도나도 동현을 칭찬한다.
그런 장수들의 칭찬에 동현은 감사해하는데 천 부장이 급히 들어와 말한다.
“대장군!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하라!”
“방금 호실말갈을 쳤던 대 부장에게서 전령이 왔는데 그곳도 점령을 했고 가한인 테호천을 잡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중에 자신의 호실말갈 본거지로 돌아오던 호실말갈의 소가한인 테호종과 불열말갈의 천설유도 모두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아주 잘 되었구나. 큰 공을 세웠어!”
대중상의 보고를 전해들은 강이식 대장군과 고구려 장수들은 하나 같이 기뻐했다.
그 때 천 부장이 무언가를 강이식 대장군에게 건넨다.
“대 부장이 대장군께 쓴 서찰입니다.”
“그래? 얼른 줘 보거라.”
강이식 대장군은 서찰을 받아 읽어보기 시작한다.
[대장군. 저 대중상입니다.
이곳 호실말갈의 본거지는 제가 다 점령했고 그 가한 또한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세작을 풀었는데 소가한인 테호종과 불열말갈의 공주 천설유가 오고 있다는 소식에 돌아오는 길에 매복을 시켜 둘을 생포했으며 이 밖에 많은 군사들을 포로로 잡아두었습니다.
좀 전에 보고를 들으니 불열말갈 본거지에서도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큰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따로 서찰을 보낸 것은 지금의 상황 보고와 함께 이 호실말갈의 땅을 누군가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시로라도 누군가에게 지키게 해야 하는데 누가 새로이 병합한 이 호실말갈의 영토를 지키면 좋을지 대장군의 명을 따로 기다리겠습니다.
대중상 올림.]
대중상의 서찰에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곳에 이 부장도 같이 가 있나?”
“그렇습니다. 대장군.”
“흐음… 군사 3천을 그곳에 남겨두고… 개마무사 2천과 포로들을 이끌고 이곳에 오라고 해야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에 따른 대비책을 일단 먼저 보내주어야겠군. 그곳을 벗어나지 않고 방어만 한 채 굳게 지키라고 말이야.”
“예. 제가 전령을 통해 그렇게 하도록 전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그렇게 말한 천 부장은 군례를 올리고는 막사를 나간다.
천 부장이 막사에 나가자 강이식 대장군은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말한다.
“다들 아주 잘 싸워주었다! 덕분에 우리가 불열말갈과 호실말갈의 영토까지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사후처리를 자세히 해봐야 알겠지만… 이번 전투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다! 다들 오늘 술과 고기를 내줄 터이니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고 제대로 취해보자!”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막사 안에 모여 있던 장수들이 함성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도중 하나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듯 말을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딱 하나! 술을 마시면서도 주의해야 할 것은! 그래도 경계를 서는 군사들만큼은 철저하게 군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잡은 장수들과 가한이 있는 임시 감옥 막사를 지키는 군사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임무교대를 한 뒤에 따로 술과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도록 할 것이니 임무를 게을리 하지 말라! 알겠느냐?”
“예! 대장군!”
“좋아! 다들 오늘은 즐기자! 내가 방금 말한 인원들 빼고는 다들 술과 고기를 내와서 즐기도록 해라!”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다시 한 번 큰 함성소리를 지르며 기뻐한다.
그리고 잠시 뒤… 몇몇 군사들에 의해 진수성찬인 음식들과 술과 고기까지 푸짐하게 막사 안에 있는 상위에 올라왔고 장수들은 술과 고기를 마시거나 먹으며 즐긴다.
동현은 술을 평소에 잘 즐기지 않지만 이런 분위기에 장단은 어느 정도 맞추어야 했기에 어느 정도 술을 마시면서 고기를 계속 먹어 치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가 무르익자 자신의 의형제인 근혁과 강이식 대장군의 아들 우식과 함께 막사를 빠져나왔고 우식의 막사 안에서 셋이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근데 동현이 네가 호천이를 잡을 때 근혁이 너는 어디 있었어?”
“아… 예. 저는 행여 형님의 뒤를 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불열말갈 군사들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형님이 마음 놓고 추격할 수 있도록 몇몇 군사들과 함께 형님이 있는 곳에 가지 못하게 막았고 말입니다.”
“그랬구나. 내가 너무 앞에 있어서 너를 못 봤나보다.”
“내가 근혁이 보고 뒤를 좀 부탁했었거든. 그래서 더 못 봤을 거야.”
“그렇군. 그런데 동현아.”
“응?”
“너 이번 전투가 마무리 되면 중원으로 상행을 떠날 거라며?”
“응. 맞아. 왜?”
동현의 대답에 우식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비장하게 말한다.
“나도 거기에 같이 갈래.”
“뭐? 진심이야?”
“응. 진심이야.”
“하지만… 넌 대장군께서 허락을 받아야 하잖아?”
“아버지는 걱정하지 마. 내가 더 강해지고 너 넓은 세상을 보고 돌아와서 고구려에 힘을 보태겠다고 하면 동의하실 거야.”
“흐음… 같이 가면 나야 좋지만… 일단 대장군님의 허락부터 받고 와. 그럼 너도 같이 가도록 해줄게.”
“그 말… 진짜지?”
“그럼! 나도 너랑 같이 다녔으면 좋겠어. 근혁이 넌 어때?”
“저도 그렇습니다. 우식 공자님과 같이 다니면 저도 동의합니다.”
“둘 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내가 반드시 우리 아버지한테 허락 맡을게.”
그렇게 우식은 동현에게서 상행에 대한 허락을 맡았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동현 공자님! 동현 공자님!”
“으음… 누구냐?!”
“대장군께서 보내셔서 왔습니다.”
“대장군께서?”
“예! 한 시진 뒤에 모든 장수들을 소집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포로들을 처리하고 이번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으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 알았다. 그 시간에 늦지 않게 가겠다. 아. 참!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느냐?!”
“예! 사시쯤 되었습니다.”
“으음… 알았다. 물러가거라.”
한 군사가 막사 앞에서 동현을 불렀고 늦게 잠이 들었던 동현은 간신히 잠에서 깨며 대답을 했다.
‘으음… 어제 너무 늦게 잤나? 몸이 무겁네… 그래도 뭐 기분 좋은 승리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나저나… 한 시진 뒤면 얼마 안 남았군. 빨리 준비를 해야겠다.’
동현은 급히 막사 앞에 있던 군사에게 부탁해 세숫물을 가져오도록 했다.
그러자 한 시녀가 세숫물을 가지고 오는데 동현은 급히 세수와 함께 손과 발을 씻고 빠르게 갑옷을 입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잠에서 깨려 잠시 바깥으로 나와 바람을 쐬는데, 마침 근혁도 방금 일어났다는 듯 동현이 있는 막사로 다가오고 있었다.
“일어났구나?”
“예. 형님. 어우… 어제 너무 늦게 자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합니다.”
“그래. 나도 그렇다. 하지만 기분 좋은 승리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하긴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너도 소식 들었지? 한 시진 뒤에 모이라는 거 말이야?”
“그렇습니다. 형님.”
“우식이는 지금 일어났을까?”
“우식 공자는 방금 일어났습니다. 제가 확인해보고 오는 길입니다.”
“그렇군. 아주 잘했다. 늦게 갔다가 대장군께서 또 우식이에게 경을 칠지 모르니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는 그 때… 우식 또한 동현이 있는 곳에 와 합류하였고 셋은 바깥에서 바람을 쐬며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말 울음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동현은 그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궁금하여 근혁과 함께 움직이는데, 불열말갈 본거지로 들어오는 입구에 대중상과 그의 개마무사 군사들, 그리고 포로들이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대중상은 다른 부장들과 대화 중이었는데 그런 대중상을 보고 동현이 다가가 먼저 인사를 한다.
“대 부장님! 오셨습니까?”
“오! 그래! 동현이구나? 그리고 옆에는 우식 공자이시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대 부장님.”
“그나저나… 동현이 네가 이번에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다. 소가한 천마석의 군사인 호천을 네가 잡았다면서?”
“그렇습니다. 대 부장님.”
“하하하! 대단하구나! 그 어린 나이에 홀로 추격해서 적장을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아주 잘했다!”
“감사합니다. 대 부장님!”
“아… 그리고 우식 공자님이 벤 황초도 들어오면서 봤습니다. 진영 입구에 그 목이 걸려있더군요. 하하하!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중상은 동현과 우식을 연신 칭찬하며 말에서 내린다.
그러자 옆에 있던 군사들이 말들을 한쪽에 말들을 모아 놓은 임시 마방에 옮겨 두었다.
그렇게 말에서 모두 내리자 동현이 대중상에게 말한다.
“소식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시진 뒤에 대장군께서 모든 장수들을 소집하셨습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우리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회의를 열고 장수들의 포로 문제를 처리하기로 했으니 말이야.”
“그렇군요.”
“그럼 있다가 보세. 나는 막사로 들어가 조금 휴식을 취하고 가고 싶구만.”
“예. 대 부장님. 있다가 뵙겠습니다.”
그렇게 동현이 군례를 올리자 대중상은 미소를 지으며 동현의 어깨를 툭툭 쳐 추고는 자신을 위해 미리 마련된 임시 막사로 들어간다.
동현도 그런 대중상을 보면서 우식, 근혁과 함께 다시 자신의 막사 안으로 들어와 휴식을 취할 겸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에 맞추어 소집 장소로 가기로 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들 모였나?!”
“예! 대장군!”
“오늘 다들 왜 모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 포로들의 생사 문제를 결정짓고… 이번 전투에 관련된 일을 완전히 종결짓기 위해서다.”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장수들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부동자세를 유지한 채 강이식 대장군이 말을 경청한다.
“지금 당장 불열말갈과 호실말갈의 포로들을 불러와라!”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의 단호한 명령에 막사 안에 직급이 가장 낮은 장수가 막사 밖으로 나가 군사들에게 명령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런 명령을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불열말갈과 호실말갈의 포로들이 고구려 장수들이 있는 막사 안으로 들어와 무릎이 꿇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