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화 시작된 고구려 군의 공격과 호천의 도주
동현은 그렇게 말 위에서 빠르게 자신의 스탯을 확인하고 우식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불열말갈의 첩보 군사들 속으로 뛰어든다.
첩보 군사들은 대중상이 처음에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으라고 했기에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고구려의 개마무사들이여! 이 녀석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예! 대장군!”
두두두두두두!
쉬이이익!
“크아아악!”
촤아아악!
“죽어랏!”
푸욱!
“크어억!”
개마무사들의 창과 칼에 속절없이 쓰러지는 불열말갈의 군사들.
그 중 눈치가 빠른 이들은 자신들이 타고 온 말에 올라 본거지에 소식을 알리려 한다.
그럴 때마다 강이식 대장군이 부장들에게 소리쳐서 한 명의 군사들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활을 쏘아 죽이거나 말에 오르기 전 다 도륙해 버린다.
그러는 와중에 우식과 동현도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
특히 동현의 경우 이번 전투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베어봤다.
생전 처음해 보는 살인에 처음엔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렸지만 상대 군사들이 달려들 때 자신이 대응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기에 칼을 휘둘러 계속해서 군사들을 베어내었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베어내고 상황이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하자 동현도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시 손이 조금씩 떨리는데 동현은 내색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 잡는다.
그런 동현을 보며 우식이 감탄한다.
“동현아. 너 본격적인 전투 참여는 오늘 처음 아냐?”
“응. 맞아. 그런데 왜?”
“아니… 네가 새삼 대단해서 말이야. 보통 첫 전투라면 긴장해서 얼어붙기 마련인데… 너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거든.”
동현은 우식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 무슨 소리를… 나도 사실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어.”
“그런가?”
“그래. 그저 참는 것뿐이다.”
“그렇군.”
그렇게 우식과 동현이 이야기를 나눌 때… 한 군사가 강이식 대장군에게 다가가 보고한다.
“대장군! 모두 제압했습니다!”
“그래. 항복하여 포로가 된 자는 얼마나 있더냐?”
“예. 8백여 명의 군사 정도는 됩니다. 나머지는 다 죽였습니다.”
“흐음… 이 부장!”
“예! 대장군!”
“자네가 100명 정도의 군사들을 데리고 이 포로들을 요동성으로 데리고 가게. 그리고 옥에 가두어 둬! 그리고 다시 불열말갈의 본거지로 복귀하라. 자네가 복귀할 때쯤이면 분명 그곳은 우리 고구려의 영토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알겠느냐?!”
“예! 대장군!”
그렇게 이 부장은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을 받고 포로들을 100여 명의 개마무사들로 하여금 요동성으로 끌고 간다. 그렇게 떠나는 모습을 확인한 강이식 대장군이 외친다.
“자! 모두 전열을 재정비하고 대오를 갖춰라! 전열을 재정비하고 대오를 다시 갖춘 후! 다시 한 번 빠르게 불열말갈의 본거지로 이동할 것이다! 서둘러라!”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장수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특히 최 측근인 천 부장은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을 빨리 수행할 수 있도록 개마무사들 사이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소리를 친다.
“빨리 빨리 준비해라! 작전은 시간이 생명이다! 빨리 준비해!”
“예!”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이 개마무사들은 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대오를 갖추었다.
그렇게 대오를 어느 정도 갖추자 강이식 대장군이 또 다시 명령한다.
“자! 지금부터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쉼 없이 이동한다! 전군! 진격!”
“진격하라! 진격하라!”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과 개마무사들, 그리고 동현, 우식은 다시 한 번 말을 타고 빠르게 불열말갈의 본거지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 때 불열말갈의 본거지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전투가 전개 중이었다.
소가한 천마석이 군을 이끌고 합류를 해서 천석우가 있는 가한 쪽이 승기를 잡긴 했지만 천설유와 테호종도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계속 버티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가한 천석우는 혀를 내두른다.
“무슨 저런 독종 같은 놈들이 있단 말이냐? 이제 무너질 때가 되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제가 봐도 놀랍군요. 이제 완전히 무너질 시간인데… 아직도 버티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후우… 하지만 빨리 이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그리고 내부를 빠르게 정리해야 해. 좀 더 밀어 붙여라!”
“알겠습니다! 가한! 전군! 계속해서 밀어 붙여라! 이제 저들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밀어 붙여라!”
군사 호운의 외침에 가한의 군사들은 있는 힘을 짜내어 천설유와 테호종의 군대를 다시 한 번 크게 몰아친다.
그 모습에 테호종이 천설유에게 말한다.
“하아… 공주. 이제 끝이 났소. 더 이상 가망은 없소. 나는…. 회군해야 할 것 같소이다.”
“그 무슨 말씀입니까? 분명 저들에게서 빈틈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설사 그 빈틈이 있다하더라도 지금은 무리요. 우리 연합군이 얼마나 상했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요?”
“크… 크윽… 이렇게 거사가 끝나는 건인가…….”
“공주가 원한다면 같이 우리 호실말갈로 가십시다. 그곳에서 나와 혼인을 하고 부부가 되어… 이곳을 다시 찾으러 옵시다.”
“…….”
“지금 공주의 아버지인 천석우 가한께 공주님이 용서를 빌어도 절대 용서를 하지 않을 것이니 공주님이 목숨을 보전코자 하신다면 저와 같이 가셔야 합니다.”
그런 테호종의 말에 천설유는 고민한다. 그러는 사이 점점 연합군은 몰려서 무너지는데…….
“지금 빨리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공주! 저기 보세요! 우리 군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어요! 허어… 이런!”
테호종의 말에 천설유는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알겠습니다. 저도 뒤따라서 가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공주. 전군! 지금 빠르게 퇴각한다! 퇴각 퇴각하라!”
그렇게 테호종의 지시 하에 천설유와 테호종의 연합군을 퇴각을 하려 하는 그 때… 어디선가 큰 북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들려오는 함성소리…….
“이게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 저… 저 군사들은…….”
“크… 큰일입니다! 고… 고구려 군입니다!”
“뭐?”
“고구려 군이란 말입니다! 고구려 군이 자랑하는 철기병… 개마무사들입니다!”
“뭐라?”
테호종은 수하들에게서 고구려 군이 몰려온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은 천설유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럴 리가? 내가 사람을 보내서 분명 고구려 군이 우리에게 오는지 살피라고 했었다! 그런데 고구려 군이 왔다고? 아무 보고도 없었는데?”
“하지만 고구려 군이 확실합니다! 저… 저 깃발을 보십시오!”
“저건…….”
“제가 저 깃발을 봐서 압니다! 한 때 소가한 밑에서 싸워서 말입니다! 저 깃발은… 고구려의 대장군 강이식의 깃발입니다!”
“가… 강이식!”
“그렇습니다! 공주님! 지금 빨리 군을 물리십시오! 안 그러면 다 죽습니다! 고구려 군은 그만큼 강력합니다!”
한 군사의 말에 천설유는 입술을 깨물며 분해한다.
그리고 옆에 있는 테호종에게 말한다.
“소가한! 얼른 퇴각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으음… 그럽시다.”
그렇게 둘은 퇴각을 명령하는데 그 모습을 본 강이식 대장군이 명령한다.
“천 부장!”
“예! 대장군!”
“저 호실말갈 놈들과 저 공주 년이 퇴각을 할 낌새인 것 같으니 얼른 가서 저들을 막게! 저들이 퇴각을 하지 못하게 하고 퇴로를 막아! 그래야 호실말갈을 공격하러 간 대중상이 훨씬 수월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대장군! 군사들은 나를 따르라!”
“와! 와!”
천 부장은 군사들 중 일부를 이끌고 퇴각을 하려 하는 천설유와 테호종의 군대를 공격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가한의 군대인 천석우와 천마석을 공격하는데 그들도 역시 고구려 군의 공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해 당황해한다.
“어찌 이런 일이?”
“호천! 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 분명 고구려 군의 동태를 잘 살펴보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그렇습니다! 형님! 분명 제가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첩보 부대까지 따로 보냈었는데…….”
호운은 그 말에 바로 묻는다.
“혹시… 그 대호성이라는 자를 보낸 것이냐?”
“예? 그… 그렇습니다.”
“하아… 젠장! 속은 것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속았다 이 말이다! 그 자에게 말이다! 그 자는 분명 고구려 사람일 것이야!”
“예? 그럴 리가…….”
“아직도 모르겠느냐? 네가 군을 그 자에게 딸려 보냈는데 고구려 군이 이렇게 왔음에도 소식이 오지도 않았어! 설사 고구려 군의 진격로를 예측 못해서 보고가 늦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쯤은 꼭 보고를 위해 우리 앞에 나타났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 모습이 보이느냐?”
“그런…….”
“제기랄… 다 끝났다. 우리 불열말갈의 멸망이 눈앞에 보이는구나…….”
호운이 탄식을 하며 옆에 있는 가한 천석우에게 말한다.
“가한. 고구려 군의 기습으로 우리 불열말갈은 이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 할 것입니다.”
“그래… 나도 보고 있네. 완전히 당했어.”
“제가 어떻게든 목숨을 바쳐 가한을 어떻게든 살릴 것이니… 어디로든지 달아나십시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으셔서 복수를 해주십시오.”
호운의 말에 천석우는 고개를 흔든다.
“나는 한 나라를 이끄는 가한이다. 가한이 먼저 꽁무니를 보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부족을 어떻게든 살려서 명맥을 이으려면 가한은 반드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그것은 너무 구차한 것이다. 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가한!”
“더 이상 말마라! 난 내 수하들과 군사들을 버려놓고 달아날 만큼 못난 군주가 되고 싶지는 않다!”
천석우의 단호한 말에 호운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런 호운을 보며 천석우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런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 내 평생소원이었다. 명예로운 죽음이 아닌가? 우리 다 같이… 싸우다가 죽으세.”
“도중에 생포당할 수도 있습니다.”
“생포당하면 생포를 당하는 것이지. 그리고 그들에게 목이 쳐지며 참형을 당할 테고 말이야.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전쟁을 하다가 죽는 것은 명예로운 것이니 문제될 것 없다. 죽는 것은 매한가지니 말이야.”
천석우의 단호한 말에 호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호천에게 말한다.
“호천이 너는 이곳을 빠져나가라.”
“예?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도 싸우겠습니다!”
“안 돼! 너는 우리 가문을 살려야 한다! 만약… 가한과 우리 모두가 죽임을 당하면 네가 이 불열말갈을 다시 살려 내거라.”
“형님!”
“그래. 호운의 말에 맞다. 우리가 죽으면… 자네가 가한이 되는 것을 나도 허락한다.”
“가한!”
“얼른 가거라! 호천!”
천석우까지 나서서 말을 하자 호천의 양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흐흑… 가한…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이렇게 당했습니다.”
“되었다. 이미 지난 일…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면 된다. 알겠느냐?”
“예. 형님…….”
“명심 하거라. 호천아.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거라. 그 사람을 정말 믿고 싶은 자가 있거든 그 자의 행동과 말, 즉 언행이 일치하는지 눈여겨보도록 해라. 그리고 그 자가 어떤 속셈을 지녔는지도 잘 간파해야 해. 내 말 명심해라. 알겠느냐?”
“예. 형님…….”
“자… 저 뒤에는 아직 고구려 군이 오지 않았다. 저 뒤에 있는 산을 타고 돌아서 나가거라. 저기에 보아둔 샛길이 있는데 말을 타고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이더군. 얼른 가!”
“형님… 가한… 죄송합니다.”
그렇게 호천은 눈물을 흘리며 절을 한 번 하고는 자신의 말을 타고 뒤에 있는 산으로 말을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