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화 불열말갈의 내분이 시작되다
호천은 다급하게 호운의 막사로 향한다.
그리고 잠시 후…….
“아니?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냐? 지금은 일을 하느라 바쁠 시간일 텐데?”
“형님… 지금 그 일 때문에 잠시 왔습니다.”
“뭐라?”
“여… 역모입니다.”
“뭐?!”
“역모라고 하였습니다! 고… 공주님이! 반역의 뜻을 품었다 이 말입니다!”
호천의 말에 호운이 놀라며 묻는다.
“그걸 어찌 알았느냐?”
“최근에 공주님의 동태가 워낙 수상해서 대호성에게 말하여 철저하게 감시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대호성을 공주님의 수하처럼 위장을 해서 공주님을 따르는 척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런 엄청난 말을 직접 들었다고 대호성에게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게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대호성 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심어둔 세작들도 그런 기미를 포착하고 속속 보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찌 이럴 수가…….”
“조만간 가한의 생신 때 사냥을 핑계로 거사를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합니다.”
“가한의 생신 때?”
“예. 형님!”
호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았다. 내가 충분히 대비를 해두마.”
“가한께 보고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안 된다. 가한께서는 분명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것이니 말이다.”
“저도 동감입니다. 그러니 가한 모르게 군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건 걱정마라. 가한의 생신 때 많은 음식과 악공 등을 시켜서 가한을 유난히 정신없게 만든 다음 군을 움직이도록 할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형님만 믿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소가한의 군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그래. 알겠다.”
그렇게 말을 한 호천은 다시 소가한 천마석의 막사로 향한다.
그 모습을 본 호운은 바로 자신의 수하를 시켜 말한다.
“가한의 생신 때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하명만 하십시오. 군사님.”
그렇게 호운도 동생 호천의 말을 듣고 준비에 들어갔다.
대중상은 이 과정을 곁에서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천웅에게 말을 하여 소식을 강이식 대장군에게 전하도록 했다.
“그래.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어간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제 두 부족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계책이 완성 직전입니다.”
“그래. 대중상이 아주 잘해주고 있구나.”
“대 부장님께서는 이 계책이 본래 동현이의 계책이며 자신은 그 계책에 따를 뿐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하하하하! 그리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계책을 실행하는 건 대중상이야. 위험 속에 뛰어든 그 용기는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아무튼 대중상이 그렇게 말을 했다니 알겠다. 군을 언제든지 출동시킬 수 있도록 준비시켜 놓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소장은 바로 가겠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대 부장 옆을 비우면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래. 얼른 가게!”
그렇게 천웅은 바로 막사를 나와 대중상의 옆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동현에게 강이식 대장군이 묻는다.
“동현아. 너는 다음 일이 어찌 될 것이라 보느냐?”
“분명 성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
“예. 대 부장님이 일을 아주 잘 진행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고구려의 빠른 군사 행동이 중요할 뿐입니다. 때에 잘 맞춰서 그들을 치는 것 말입니다.”
“맞아. 아주 옳은 말이야.”
“그들을 바로 치지 말고 오랫동안 둘이 싸우도록 만들어 지치게 만든 후 그 때 우리 개마무사들로 치는 것이 옳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을 완전히 파김치가 되게 만든 후 쳐서 다 무너뜨리자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별 피해도 없을 것이며 손쉽게 두 부족을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좋은 계책이다. 네 말대로 하마.”
“감사합니다. 대장군.”
“다들 잘 들어!”
“예!”
강이식 대장군은 장수들을 둘러보며 큰 목소리로 외친다.
“이제 우리 고구려가 본격적인 영토를 넓힐 때가 왔다! 나는 태왕 폐하의 황명을 받들어 저들을 완전히 섬멸시키고 그 영토를 우리 고구려의 것으로 만들 것이다! 그러니 다들!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를 갖추고 있으라!”
“예! 대장군!”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은 장수들에게 언제든지 군을 움직일 수 있도록 단단히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보고를 받고 난 뒤 시간은 어느새 흐르고 흘러… 불열말갈의 천석우 생일이 되었다.
천석우의 생일이 되자 불열말갈은 잔치 분위기였고 아침 일찍부터 먹을 것들과 함께 연회를 크게 열었다.
호운은 호천에게 말한 대로 모든 조치를 취하며 가한 천석우 몰래 군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을 모르는 천설유는 사냥터에서 장수들과 회합을 가졌고 그곳에서 대중상을 만나고 있었다.
“대호성. 이들이 우리와 뜻을 같이 한 자들일세.”
“그렇군요. 다들 잘 부탁드립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첩보대장과 함께한다면! 이 거사는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첩보대장! 많이 도와주십시오!”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 그럼 저는 저들의 동태를 먼저 살펴볼 테니… 여기 있는 여러분들은 유시(오후 5시 ~ 저녁 7시)가 되면 바로 본거지를 치십시오. 만약 제가 그 전에 온다면 무언가 변경할 작전이 있는 것으로 아시고… 만약 제가 아무 연락도 없다면 예정대로 거사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첩보대장.”
“공주님. 그럼 소장은 이만 저들의 동태를 살펴보러 가겠습니다. 특별한 움직임이 있을 때만 보고를 드리러 오겠습니다.”
“알겠네. 부탁하지.”
“아… 참! 호실말갈의 테호종 소가한의 소식은 어떻게 됐습니까?”
“시간에 맞춰서 이곳에 당도하기로 했네.”
“잘 되었군요. 이제 모든 일은 잘 풀릴 것입니다. 그럼 소장은 먼저 이만.”
그렇게 대호성은 천설유에게 말을 하고는 천마석의 막사로 향했다.
“그래! 어떻게 됐나?”
“예. 예정대로 유시에 본거지를 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
“예. 소가한.”
“좋아. 호천은 이 소식을 호운에게 알리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소가한.”
“그런데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우려가 되는 것?”
“예. 소가한. 저희가 내분이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되면 국경 근처에 있는 고구려 군이 바로 움직일까 염려가 됩니다.”
“허어… 그 생각을 못 했군. 어찌하면 좋겠나?”
“이 전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길입니다.”
“허어… 이런…….”
“제가 일단 고구려 군이 있는 곳으로 가 동태를 살피겠습니다. 동태를 살피고 무언가 문제가 있으면 바로 달려와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알겠네. 그럼 고구려 방면은 자네를 믿겠네. 자네 직속 수하들은 몇이나 있는가?”
“예. 3천여 명 정도가 됩니다.”
“전부 다 기병인가?”
“그렇습니다. 첩보 입수를 위해 전부 다 기병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만 적진 가까이나 적들의 도시에 다다랐을 때는 말을 한 곳에 묶어두거나 마방에 맡겨 두고 몸만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흠… 그 정도면 빠르게 움직이는데 충분하겠군. 전투를 하는데 적합하지는 않겠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첩보 소식을 전하는 데는 매우 좋겠어. 그리고 고구려 군이 오면 어느 정도 지연을 시켜줄 수 있는 수이군 그래.”
“그렇습니다. 소가한.”
“좋아. 그럼 지금 바로 움직이도록 하게. 자네를 믿겠네.”
“예! 소가한! 그럼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대중상은 천마석의 명령을 받고 자신의 직속으로 배정된 군사 3천여 명을 이끌고 바로 고구려 군이 근처에 있는 국경 근처로 군을 이동시킨다.
군을 이동하면서 대중상은 옆에 있는 천웅에게 명령한다.
“너는 지금 바로 고구려 군의 동태를 살피고 와라!”
“예! 대장!”
대중상은 천웅에게 명령하여 고구려 군의 동태를 살피게 했다.
실상은 동태를 살피는 것이 아닌 지금의 소식을 강이식 대장군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 직속 수하 3천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국경 지역으로 오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대장군.”
“흐음… 그럼 그 군을 먼저 제압해야겠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라면 쉽게 처리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좀 있다가 대 부장이 그 쪽 수하들에게 친히 고구려 진영을 한 번 살펴본다고 하면서 이 고구려로 넘어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에… 군사들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할 것이니 그 틈을 타 그들을 기습 공격하여 제압하면 될 듯 합니다.”
“알겠네. 그렇게 한 후에 바로 저들이 지치기를 기다려 군사를 휘몰아 본군을 치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대장군.”
“알겠네. 그럼 자네는 여기 있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저를 보냈는데 오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대 부장이 움직일 것이니 말입니다.”
“허허허. 정말 완벽하게 모든 계획을 짜놨구만. 그래. 그럼 우리는 대중상이 올 때까지 편히 휴식을 하며 기다리면 되겠구만.”
“그렇습니다. 대장군.”
“좋아. 그 동안 군을 배불리 먹이고 편히 휴식을 취하게 해야지!”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가는 것에 대해 미소를 짓는다.
* * *
그 무렵… 천설유가 있는 사냥터에서는…….
“공주님. 드디어 유시가 되었습니다.”
“벌써 그리됐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호실말갈의 소가한이 이제 올 때가 되었는데…….”
“어? 저기 옵니다!”
장수들의 말에 천설유는 한 군사가 오고 있는 것을 본다.
그 깃발에는 호실말갈의 소가한인 테호종의 깃발이 있었고 맨 앞에 테호종이 보였다.
천설유는 테호종을 보자마자 말을 타고 다가가 말한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가한.”
“아닙니다. 공주. 공주의 요청인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움직이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할 듯 합니다.”
“좋습니다. 바로 갑시다!”
호실말갈에서 테호종이 직접 원군으로 오자 천설유는 바로 같이 군을 휘몰아 본거지를 공격하러 군을 이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제 거의 다 왔군요. 공주님.”
“그렇습니다. 소가한. 아 참… 모두 피아를 식별할 수 있도록 팔에 띠를 모두 둘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은 이미 다 조치를 취해 놨습니다. 자… 이제 바로 기습적으로 공격을 하도록 하죠. 공주. 갑시다!”
“알겠습니다. 소가한! 불열말갈의 의군들은 모두 나를 따라라! 나 공주 천설유가! 우리 불열말갈의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고 이 불열말갈을 다시 새롭게 세울 것이니라! 전군! 공격!”
“와! 와! 와!”
천설유와 테호종은 군을 이끌고 본거지를 들이친다. 그런데…….
“응? 뭔가 이상합니다! 왜 아무 대응도…….”
“이… 이런! 우리의 거사가 발각된 모양입니다! 퇴각해야 합니다!”
“제… 제기랄!”
“공주님! 이 무슨 짓입니까?”
“너… 너는? 호운!”
천설유는 호운이 눈앞에 나타나자 기겁을 한다.
“제가 공주님이 이런 뜻을 품었음을 모르고 계실 줄 알았습니까?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가한께 용서를 비십시오!”
“흥! 그럴 수는 없다! 이미 이렇게 된 거… 내가 죽더라도 마지막 발악은 해 보아야겠다! 모두들 공격!”
천설유의 결정에 호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미리 매복시켜놓은 군사들을 출동시킨다.
그렇게 가한의 세력과 공주의 천설유, 그리고 호실말갈의 테호종의 세력이 한꺼번에 충돌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