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화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대중상의 계책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한 군사가 어디론가로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잠시 후.
“자. 이 옷이다. 이 옷으로 위장해서 불열말갈 본거지로 들어가라.”
“알겠습니다. 대장군.”
“들어갈 때 조심해야 한다. 알지?”
“물론입니다. 대장군.”
“그래. 무운을 비마.”
“소장 이천웅! 명을 받들어 수행하고 오겠나이다!”
그렇게 말을 한 천웅은 군례를 올리고는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 불열말갈 옷으로 변복을 한 후 불열말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흐음… 날이 어두워졌을 때 대 부장님의 막사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군…….’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불열말갈의 본거지로 들어간 천웅은 본거지 근처에서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좋아. 이제 들어가자.’
천웅은 주변을 유심히 살피며 군사들의 경계가 느슨한 쪽으로 하여 본거지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막사에 꽃힌 깃발들을 찾는다.
‘대라는 깃발이 어딨지? 음… 어? 저건가? 저거다! 틀림없어!’
천웅은 빠르게 대라는 깃발을 확인하고는 주변을 한 번 더 살피더니 몰래 막사 안을 살짝 들여다본다.
안을 들여다보니 대중상이 곧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천웅은 미소를 지었고 당당하게 대중상의 집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 앞으로 향한다.
“누구냐?!”
“첩보대장께서 부르셔서 왔다. 안에 고해 달라.”
“첩보대장님이?”
“그렇다.”
“으음… 잠시만 기다려라. 주무시지 않으면 바로 확인을 해주겠다.”
그렇게 한 문지기가 대중상이 있는 막사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이 부장 왔는가?”
“예. 대장!”
“하하하! 그래! 얼른 들어 와. 다들 잘 듣게. 앞으로 이 부장을 보면 의심할 것 없다. 내가 이번에 발탁한 내 부장이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장!”
“그래! 얼른 들어오게!”
“예! 대장!”
그렇게 대중상이 자신의 막사를 지키는 문지기에게 말을 하고는 천웅을 안으로 들인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온 천웅이 다시 한 번 대중상에게 군례를 올리며 말한다.
“대 부장님을 뵙습니다. 저는 이번에 부장이 된 이천웅이라 합니다.”
“그래. 내가 서찰을 보냈었는데 때 맞춰서 보내주셨구나. 대장군께서 보내신 것은 따로 없느냐?”
“여기… 서찰을 가지고 왔습니다.”
천웅은 바로 품에서 강이식 대장군의 서찰을 대중상에게 건네준다.
대중상은 서찰을 받아 빠르게 읽어본다.
[이보게 중상이.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자네의 서찰을 받는 순간 자네가 얼마나 열심히 이 계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줄 알았네.
지금까지 그 정도로 진척이 되었다는 것도 매우 놀라워. 그리고 자네의 서찰 내용에 따라 사람도 보내기로 했네. 이천웅이라고 이번에 부장이 된 자야.
천 부장이 추천을 했으니 믿을 만한 녀석일 것일세. 그러니 그 불열말갈에 있는 동안 그를 수족처럼 부리며 잘 쓰도록 해.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 계책이 완성되었으면 좋겠군. 자네가 늘 걱정 되서 말이야.
말이 너무 길었군… 이전에도 말했지만 몸조심하게! 이 서찰은 읽는 즉시 바로 태워버리고 말이야.
위험해지면 천웅이를 이용해서 소식을 빠르게 알리도록 하고! 그럼 이만 줄이겠네.]
대중상은 자신에게 애정이 가득 담긴 서찰을 다 본 후 호롱불에 서찰을 모두 태운다.
그렇게 증거를 인멸한 후 천웅에게 말한다.
“그래. 서찰을 잘 봤네. 앞으로 잘해 봄세.”
“에. 대 부장님.”
“밖에서는 대장이라고 부르게. 여기서 내 직책은 첩보대장이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장.”
“좋아. 그나저나… 묵을 곳은 있나?”
“아직입니다.”
“그래. 내가 수하들에게 시켜서 자네의 집을 따로 마련해 주도록 하겠네.”
대중상은 천웅에게 불열말갈 본거지 안에서 살 집을 마련해주었다.
그렇게 만난 둘은 틈이 날 때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천마석과 호천을 만남으로써 새롭게 안면도 트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움직일 때가 되었다.”
“드디어 천설유 그년을 충동질하는 겁니까?”
“그래. 곧 있으면 여기 천석우 가한의 생일이라는군… 그 때를 핑계 삼아 군을 일으키게 만들 것이야.”
“소장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일단 자네는 나와 함께 움직일 것이야. 내가 움직이는 도중… 결정적일 때 자네에게 역할을 맡길 것일세. 그러니 그 때 꼭 좀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대장.”
“그럼 같이 가도록 하지. 천설유에게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중상은 천설유에게로 향한다.
“공주님! 첩보대장이 왔습니다!”
“들이거라!”
천설유의 말에 같이 공주의 막사로 들어가게 된 대중상과 천웅.
천설유는 천웅을 처음 본지라 궁금해 한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예. 제가 이번에 새로 발탁한 천웅이라는 장수입니다. 제 부장이죠. 제 수족 같은 사람입니다.”
“그래? 흐음… 하기야 첩보대장도 자기 일을 수월하게 하려면 측근에 한 명 정도는 있어야지…….”
“맞습니다. 공주님. 그래서 발탁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아. 참! 그 전에… 저 장수가 들어도 상관없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제 수족 같은 자입니다. 그러니 염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흐음…….”
“영 내키지 않으시면 내보내도 되고 말입니다.”
대중상의 말에 한 동안 생각하던 천설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첩보대장의 눈이 정확하다고 믿겠네. 자네… 여기에서 들은 말은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네. 알겠는가?”
“염려 마십시오. 공주님.”
“좋아. 그대를 믿지. 그럼… 본론을 이야기 하겠네. 자네 말대로 나를 추종하는 장수들에 대한 설득을 성공했네. 사람을 다 모았어. 그래도 혹시 몰라서 자네 말대로 그들을 감시하는 자들도 보내어 두었네.”
“아주 잘 하셨습니다.”
“그래. 다음은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이제 거사 일을 잡아야지요.”
“거사 일을 잡는다라…….”
“예. 공주님. 제가 들으니 곧 있으면 가한의 생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네. 설마… 그 때 거사를?”
“그렇습니다. 공주님.”
대중상의 말에 천설유가 잠시 걱정한다.
“흐음… 그 때 모든 것이 다 내 의도대로 될까?”
“분명 될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속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나?”
“가한의 생신이라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사냥을 나갈 것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공주님은 사냥을 자주 다니시기에 사냥을 나간다면 아무도 의심을 안 할 테고 말입니다.”
“서… 설마… 사냥을 빙자해서 군을 모아 치자는 것이냐?”
“이해가 빠르시군요. 공주님. 맞습니다. 공주님이 사람을 모으는 것이야 늘상 사냥을 위해 사람을 많이 모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주변에서 전혀 의심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그렇게 하면 분명 성공을 거둘 수 있겠어.”
“그렇습니다. 그 때 우리의 거사를… 실현 시키는 것입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설유는 감탄한다.
“계책이 참으로 신묘하군… 그대의 계책에 따르겠네.”
“단…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현재 있는 장수들을 끝까지 감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여 놓치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우리의 거사를 망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고변이라도 하는 날에는…….”
“무슨 말인지 알겠네. 걱정 말게. 수하들에게 일러 철저하게 감시를 계속하라고 할 테니 말이야.”
“그리고 또 하나! 호실말갈의 테호종 소가한에게도 도움을 청하십시오.”
“호실말갈에?”
“예. 어차피 그 분과 공주님은 이번 거사가 성공하면 혼인을 할 것이 아닙니까?”
“그렇겠지.”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그의 도움을 받고 더욱 돈독해 지는 것이 낫습니다. 어차피 한 집안이 될 테니 말입니다. 현재 호실말갈의 가한인 테호천의 몸이 좋지 않아 실권은 테호종이 모두 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바로 공주님의 서찰을 써서 보내면 그도 분명 도와줄 것입니다. 그도 욕심이 있는 자니까요.”
대중상의 말에 천설유가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한다.
“자네 말 따라 욕심이 있는 자면 지금 끌어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내가 가한이 되어 우리 부족을 이끌고 싶은데…….”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공주님이 반드시 그렇게 되게 만들 것이니 말입니다. 그 일은 이번 일이 끝나고 제가 계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흐음… 좋아. 자네를 믿겠네. 연락을 취하도록 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호실말갈에 서찰을 보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알겠네.”
“이렇게 제가 말한 것만 다 선행이 된다면… 이번 거사는 반드시 성공합니다. 그러니 공주님. 그 때까지는 매사에 신중하고 몸조심 하십시오.”
“그래. 고맙네.”
“이제 제 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소가한이 눈치를 채면 안 되니까요.”
“그래. 알겠네. 자네도 조심하게.”
그렇게 대중상은 천설유에게 말을 하고는 천웅과 같이 막사를 나온다.
막사를 나온 천웅은 대중상의 모습을 옆에서 보며 감탄한다.
‘완벽하게 적을 속이고 있구나. 정말 대단하다… 내가 이 계책을 맡게 되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는 그 때… 대중상이 천웅에게 말한다.
“이제 나는 소가한과 호천에게도 천설유의 계책을 알려주어 둘이 피터지게 싸우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힘이 빠졌을 때… 우리는 이곳을 기습 공격하여 점령하고, 호실말갈도 비어 있을 때를 노려서 그 쪽도 점령하여 힘 들이지 않고 양쪽의 땅을 다 우리 고구려의 영토로 만들 것이야.”
“엄청난 계책입니다. 대장.”
“음… 누군가 우리 말을 들어선 안 되니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빨리 소가한의 막사로 들어가자.”
“예. 대장.”
그렇게 말을 한 대중상은 천웅과 함께 천마석의 막사에 들어왔다.
“왔는가? 호성이! 하하하!”
“소가한! 지금 그러고 웃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호천… 호천 군사님은 어디 있습니까?”
“지금 오고 있을 걸세. 그런데 왜?”
“바… 반역입니다.”
“뭐라? 반역?”
“예! 반역입니다! 처… 천설유 공주님이! 가한의 생신에 맞추어서 반역을 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뭐라?!”
천마석이 너무 놀라 탁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의자에서 일어난다.
그 때 호천도 막사 안으로 들어왔고 대중상은 천마석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한다.
“허어…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오늘 제가 공주님께 가보았는데 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더군요. 저보고 도와달라고 말입니다.”
“이런… 그런 일이라면 가한께 당장 고해야 할 것이 아닌가? 설유를 잡으라고…….”
“지금 가한께서 그 말을 믿으실 것 같습니까? 소가한? 오히려 저희에게 경을 치며 내쫓을 겁니다.”
호천의 말에 천마석은 머리를 감싸 쥔다.
“그럼… 어떻게 하지?”
“옆에 호운 군사님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형 말인가?”
“그렇습니다. 군사님. 호운 군사님은 가한의 명령을 대신할 수 있는 어느 정도 권한이 있으니 대처가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호운 군사의 말이라면 가한이 무시하지 않고 잘 듣는 만큼 호운 군사에게 반드시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흐음… 그래. 알았다. 그 이야기는 내가 하고 오마.”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참! 그 전에…….”
“……?”
“호운 군사님이라면 제가 왜 천설유 공주님의 막사에 갔는지 의심하실 수 있습니다. 저번에 말씀하셨듯이… 저를 감시하셨을 테니까요. 예전처럼 직접적인 감시는 아니더라도 분명 제 감시를 계속 하셨을 것입니다.”
대중상의 말에 호천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 하아… 그래. 내가 그 생각을 못 했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이렇게 말씀을 하십시오. 공주님의 동태가 최근 수상해서 저에게 시켰다고 말입니다. 제가 공주님에 대해 미리 눈치를 채고 감시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분명 의심할 테니 전적으로 군사님의 명령에 움직였다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심을 안 할 겁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그렇게 하겠네. 그럼 다녀오지.”
그렇게 호천은 소가한 천마석의 막사를 나가 호운의 막사로 향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