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화 호운의 의심과 대중상의 대처
호운이 대중상에게 감시를 붙였을 때… 대중상도 움직이는 도중 누군가 본능적으로 따라 붙는다고 느꼈다.
본래 그는 뛰어난 무장이었기에 그것을 금세 감지해낸 대중상.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런데 그 때… 호천이 자신의 막사를 찾아왔다고 군사가 들어와 말하자 대중상은 호천을 반갑게 맞이한다.
“오셨습니까?”
“그렇네. 지금 바쁜가?”
“아닙니다. 좀 전에 할 일을 다 끝내놓았습니다.”
“때를 맞춰서 잘 왔군.”
“저도 군사님께 여쭤볼 말이 있습니다.”
“나에게?”
“예. 군사님.”
“궁금하군. 자네가 나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니… 그래. 얼마든지 물어보게. 물어볼 것이 무엇인가?”
“제 말에… 정말 솔직하게 대답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응?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호천의 말에 대중상은 결심한 듯 묻는다.
“혹시… 제 근처에 감시를 붙이셨습니까?”
“응? 그게 무슨 말인가? 감시라니?”
“정말 모르시는 일입니까?”
“그렇네.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인가? 감시라니? 난 이해가 안 되는군…….”
“흐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게… 제 옆에 붙어 다니는 수하가 이틀 전부터 못 보던 사람이 계속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보고를 하더군요. 저도 그래서 어제 저를 따라다는 것 같다는 사람을 몰래 눈 여겨 봤습니다. 그런데 제 수하가 말한 것이 맞더군요.”
“그게 정말인가?”
“예. 제 일거수투일족을 감시하는 듯 보였습니다.”
대중상의 말에 호천은 잠시 생각을 한다.
그리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혹시…….”
“왜 그러십니까?”
“음… 의심 가는 곳이 한 곳 있어서 그러네. 만약 그곳이 아니라면… 내 생각엔 공주님이 자네에게 감시자를 붙인 것으로 보이는군.”
“의심 가는 곳이라면…….”
“알지 않는가? 나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아… 가한의 옆에 있는 부군사님의 형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내가 사흘 전 저녁 때쯤 우리 형님에게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네.”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데 형님은 자네를 의심하시더군. 아직 의심이 간다면서 말이야.”
“…….”
“물론 나는 괜한 걱정이라고 말을 했고 막사를 나왔지. 하지만 형님의 성격에 분명 감시자를 붙이셨을 것이네.”
대중상은 억울한 척 하며 대답한다.
“하아… 이거 정말… 제가 어떻게 해야 의심을 안 받는 겁니까? 저는 오로지 가한에 대한 충성으로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인데 말입니다.”
“그래. 나도 알아. 흐음… 일단 형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맞는지 내가 확인을 해보겠네.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군사님.”
그렇게 호천은 대중상과의 대화를 끝내고 호운을 바로 찾아간다.
“형님. 접니다.”
“응? 천이? 이 시간에 웬일이냐? 지금이면 일을 마치고 네 막사로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형님잠시 할 말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 거기 앉거라.”
호운이 자리를 권하자 호천은 맞은 편 자리에 앉는다. 호천이 자리에 앉자마자 호운이 바로 묻는다.
“그래. 나한테 할 말이 무엇인가?”
“형님. 제가 하는 말에 솔직히 말해 주십시오.”
“……?”
“혹시… 대호성에게 감시를 붙이셨습니까?”
“…….”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호천의 말에 호운은 앞에 있는 차를 마실 뿐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모습에 호천이 말한다.
“제 예상이 맞군요.”
“허허… 이상한 일이군… 이렇게 빨리 내가 붙인 감시를 눈치 채다니… 네가 발견한 것인가?”
“그것이 뭐가 중요합니까? 형님. 형님이 붙인 감시가 눈에 띄었고… 소가한의 사람과 저와 한 배를 탄 사람을 감시했다는 것이 문제지요.”
호천의 말에 호운은 어이없다는 듯 대답한다.
“허허… 그런 자를 한 배를 탄 자라… 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 그렇게 섣불리 단정 짓는 것 말이야. 아… 그래도 발전한 것이라면 이제 주변에 대한 정보를 빨리 얻게 된 것인가? 그래. 그거 하나는 칭찬해 주지.”
“형님! 형님은 크게 착각하고 있으십니다! 대호성은 소가한께서 철썩 같이 믿고 있으며 형님이 어찌 생각하시던 간에 공식적으로 대호성은 소가한을 구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생사를 헤매던 그 자를 직접 소가한과 함께 보았고 말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그 자를 믿습니다.”
“…….”
“설사 그 자가 저희를 속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제가 다 책임을 질 것입니다. 그러니 형님! 저희 소가한 쪽 사람의 일에는 관여치 말아주십시오.”
호운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후후후… 좋아. 네 안목을 믿어보지. 하지만… 그 자가 우리를 농락한 것이라는 것이 훗날 밝혀지면 너는 그 길로 목이 날아갈 것이다. 알겠느냐?”
“물론입니다. 형님.”
“…좋아. 네가 그토록 대호성이라는 자에 대해 믿으니 감시를 물려주지.”
“제 의견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훗… 네 의견을 들어줬다고? 천만에! 나는 네 의견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이런 마찰로 인해 우리 불열말갈의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뿐이다. 착각하지 마라.”
“…….”
“할 말을 다 했으면 나가 보거라.”
“예. 형님. 쉬십시오.”
그렇게 호천은 호운에게 인사를 하고는 막사를 나갔다.
호천이 나가자마자 호운은 감시를 붙였던 수하를 부른다.
“부르셨습니까? 군사님.”
“그래. 그 대호성이라는 자에게 붙어서 감시를 하던 것을 그만 두거라.”
“예? 그토록 걱정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내 동생이 자신의 사람이니 건드리지 말라더구나.”
“아…….”
“걱정은 된다만… 이번만큼은 내 동생의 안목을 믿고 싶다.”
“알겠습니다. 군사님.”
“대신… 소가한 진영을 전체적으로 감시하거라.”
“예? 전체적으로 말입니까?”
“그래. 소가한은 물론이고 내 동생과 대호성과 같이 말이야.”
“저 혼자 그 세 명에 대해 모든 감시를 하는 것은 조금 벅찹니다. 군사님.”
호운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래. 분명 그렇겠지.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대호성에게 붙어 있던 것처럼 딱 붙어서 감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여유를 두면서 감시를 하라는 뜻이야.”
“아…….”
“전체적인 동향이나 그런 것들은 어느 정도 움직임을 통해 파악이 가능하지 않느냐? 그런 것만이라도 일단 파악을 해 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군사님. 그런데… 정말 그런 것만으로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지금 내 동생이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상… 더 가까이 다가가면 분명히 눈치챈다. 그러니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이야.”
“알겠습니다. 군사님. 그럼 그리하겠습니다.”
“그래. 하루에 한 번씩 지금 이 시간에 보고를 하도록 해.”
“예. 군사님.”
“부탁한다. 너만 믿으마.”
호천의 말을 듣고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호운은 대중상에 대한 일대일 감시가 아닌 일대 다수의 감시를 맡긴다.
비록 느슨한 감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한 호운은 이렇게라도 감시를 해야 추후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어느 정도 대처를 할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시를 결정한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의 동생 호천 때문이었다.
호천의 크나큰 결점 중 하나는 자신이 옳다고 여긴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치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는데 과거에도 이런 일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는 했었다.
물론 이것이 때에 따라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호운의 경우 동생의 이런 점이 오히려 결정적인 단점이 된 경우를 보아왔기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이었다.
‘동생아… 미안하다. 아직 네 감을 나는 믿을 수가 없다. 안심할 수가 없구나…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내가 안심이 될 것 같다. 용서해라 동생아…….’
그렇게 어느 정도 조치를 취한 후에야 안심하는 호운이었다.
* * *
한편, 그 시기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과 그의 아들 우식과 함께 불열말갈 국경 근처에서 군사 행동을 같이 하고 있었다.
“천 부장, 대중상에게서 연락은 있었는가?”
“예. 대중상이 가끔 순찰을 도는 척하며 화살에다가 서신을 꽃아 정해진 시간마다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래? 뭐라고 하던가?”
“현재 이간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믿을 만한 자 한 명을 불열말갈의 복색으로 위장하여 잠입시켜 자신의 수하로 삼게 해달라고 합니다.”
“그래?”
“예. 자신이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혼자 모든 걸 하는 것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한 명을 꼭 보내줄 것을 청하고 있습니다.”
천 부장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고민한다.
“흐음… 누구를 보낸다? 담력도 좋고 지략도 꽤 뛰어난 자여야 하는데 말이야.”
강이식 대장군의 고민에 천 부장이 나선다.
“대장군. 제가 가겠습니다.”
“천 부장 자네가?”
“예. 대장군. 제가 대 부장의 심복 수하가 되어서 그를 돕겠습니다.”
“대중상은 내 오른팔이라면 천 부장 자네는 내 왼팔이야. 둘 다 내 곁에 없으면 명령체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음이야. 다른 자를 천거해보라.”
천 부장은 그 말에 잠시 고민하고는 말한다.
“그럼 제 후배인 이 부장이 어떻습니까?”
“이 부장? 이천웅! 그 녀석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대장군. 이 부장은 얼마 전에 부장이 된 터라 대장군께서도 잘 아실 겁니다. 담력이 대단하며 지략이 뛰어난 부장이니 대 부장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흐음… 좋아. 이 부장은 지금 어디 있느냐?”
“예. 지금 주변 순찰 시간이라 주변을 돌아보고 있을 겁니다. 이제 곧 돌아올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갑니다.”
“좋아. 순찰을 다 돌고 오는 대로 들어오라고 하게.”
“예. 대장군.”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은 천 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장군! 이 부장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같이 들어오게!”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천 부장은 옆에 천웅을 데리고 들어온다.
“자네 이름이 이천웅이지? 이번에 부장으로 임명된 자이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대장군!”
“그래. 실력은 자네가 이번에 부장에 임명될 때 보았으니 됐고… 그나저나 이야기는 천 부장에게 들었는가?”
“그렇습니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간단하게 들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자네가 꼭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불열 말갈 놈들의 옷으로 변복을 하고 들어가 대 부장님이 애초에 그곳에서 뽑은 부장인 것처럼 잘 행동하겠습니다.”
“자신 있나? 그들의 눈을 감쪽같이 속일 자신 말이야.”
“물론입니다. 대장군. 맡겨만 주십시오.”
“대장군. 이 부장은 제가 좀 전에도 말했다시피 담력이 대단하며 지략도 뛰어난 장수입니다. 그러니 믿어도 될 겁니다.”
강이식 대장군은 천 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자네가 천거한 자라면 믿을 만한 사람이겠지…. 좋아! 여봐라! 불열말갈 놈들이 입고 있던 옷을 가져오너라!”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한 군사가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