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화 천석우, 딸 천설유의 혼인을 포기시키다
호운은 천석우가 동의하자 바로 막사를 나와 천설유가 갇혀 있는 막사로 향한다.
“공주님. 저 호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공주님?!”
“들어오세요.”
천설유가 말을 하자 호운이 막사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를 한다.
그러자 천설유가 묻는다.
“가한께서 보내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자진해서 고하고 왔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저를 설득하러 오신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
“이제 그만 호실말갈의 테호종 소가한에 대한 마음을 접으시지요.”
천설유는 호운의 말에 벌컥 화를 낸다.
“나는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어째서 나와 그 분이 혼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까? 우리가 먼저 제안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처음에 그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왔다가 그 쪽에서 파토를 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제안을 한다고 해보십시오. 그것은 그 나라의 자존심에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중요한 겁니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것 하나에도 나라의 위신이 달려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굽히고 들어가면 호실말갈 사람들은 우리를 더욱 얕보고 함부로 대할 것입니다. 그 이유를 왜 모르십니까?”
“저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우리가 한 번만 더 굽히고 들어가 우리를 얕본다고 생각하면 그 때 또 생각하면 되는 일을 말입니다.”
“공주님. 그 나라의 자존심과 위신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나라의 위신과 자존심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것을 다시 세우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호운의 말에 천설유는 여전히 노기를 풀지 못하며 말한다.
“그 위신이라는 것은 전쟁이나 다른 것으로 세우면 될 일을 그렇게 복잡하게 푸십니까? 저는 이해를 못 하겠군요. 이제 할 말을 다하셨으면 나가 보세요.”
“…….”
“안 나가십니까?”
천설유의 말에 호운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어쩔 수 없군요. 결국 가한께서 칼을 쓰시게 만들고 말입니다.”
호운의 말에 천설유는 깜짝 놀란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오늘 공주님을 설득하지 못하면 가한께서는 자객을 보내 테호종 소가한을 죽이기로 했습니다.”
호운의 말에 천설유는 깜짝 놀라더니 탁자를 치며 일어나 말한다.
“누… 누구 맘대로?! 그… 그럴 수 없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마음을 돌리지 못했으니… 가한께 그대로 고하겠습니다.”
호운이 그렇게 말을 하며 막사를 나가려 하자 천설유가 다급하게 호운을 붙잡으려 한다.
그런 천설유를 보며 호운이 냉정한 표정으로 말한다.
“뭣들 하는가? 공주님이 날 못 따라오게 막게!”
“예!”
호운의 명령에 막사 앞을 지키던 군사들은 필사적으로 천설유를 막는다.
그런 호운의 말에 천설유가 소리친다.
“호운 네 이놈! 만약 테호종 소가한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네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호운에게 그렇게 천설유가 소리치는데 호운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다시 천석우가 있는 막사로 향해 모든 것을 고한다.
“그래? 설유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단 말이지?”
“예. 본의 아니게 거짓을 고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가한.”
“아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만 둘 테니… 내가 직접 가서 한 마디를 해줘야겠군.”
“어떻게 하시려고 하십니까?”
“자객은 두 시진 후에 보낼 것이니 지금이라도 그 녀석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말을 해줘야겠지.”
“그 말을 듣겠습니까?”
“내 뒤에 바로 자객들로 분장한 군사들을 데리고 가면 정말이구나 하고 믿을 것이야. 그렇게 압박을 해서라도 포기하게 만들어야지.”
호운은 천석우의 말에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후우… 방법은 그거 하나뿐이군요.”
“그래. 어쩔 수 없이 나도 내 최후의 수단을 쓰는 것이네.”
“음… 그렇다면 가한을 따라가는 자객들로 변장한 군사들은 제가 뽑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자네가 나보다 더 보는 눈이 있으니 부탁 좀 함세.”
“염려 마십시오. 가한.”
그렇게 호운은 다시 천석우가 있는 막사를 나가 군사들을 연병장에 소집시킨 후 도열시킨다.
그리고는 그 사이를 돌며 다섯 명의 군사를 고른다.
그리고는 자신의 막사로 데려와 모든 내용을 설명해 준 후 자객들로 변장할 옷으로 갈아입게 한다.
그리고 천석우의 막사로 향하는 호운.
“그래. 이들이 자네가 뽑은 이들인가?”
“그렇습니다. 가한.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해. 그럼… 바로 다녀오지.”
“지금 바로 가시려 하십니까?”
“그렇네. 자네도 같이 따라오겠는가?”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천석우는 자객들로 분장한 군사들과 호운을 데리고 천설유가 감금된 막사로 향했다.
막사 안에 들어가자 천설유는 천석우를 보며 바로 말한다.
“가한… 어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그저 혼인을 하려 한 것이 잘못입니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구나. 여기 내 뒤에 자객들이 보이느냐?!”
“……!”
“호운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내가 명령만 내리면 바로 네가 원하는 그 자에게 향해 목을 따겠지.”
“가… 가한! 아… 아버지!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그 자와의 혼인을 포기한단다고 말 한 마디만 하면 끝나는 일이다.”
“왜… 왜 그토록 제가 원하는 사람과의 혼인을 막는 것입니까?!”
“그것은 내가 예전에 말했듯이 말해줄 수 없다 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내가 이러는 것이니 말이야.”
“가한!”
“아니 되겠다! 애들아!”
“예!”
“너희들은 지금 당장 호실말갈로 가서! 그 테호종이라는 소가한의 목을 따오거라!”
“예! 가한!”
그렇게 천석우가 명령을 내리자 천설유가 눈물까지 흘리며 다급하게 대답한다.
“가… 가한! 그… 그 사람의 목숨만은… 목숨만은 거두지 마시옵소서! 가한!”
“그래. 그렇다면 네 입으로 말해라! 그 자와의 혼인을 포기하겠다고!”
천석우의 말에 천설유는 울며 어렵사리 대답한다.
“흐흐흑… 호… 혼인을… 포기하겠습니다…….”
천설유의 말에 천석우가 말한다.
“그래. 아주 잘 생각했다. 흐음… 네 마음이 꽤 심란할 터이니 이곳에서 며칠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겠다! 마음을 추스르면 막사에서 나와라. 크흠… 자! 다들 나가자!”
“예! 가한!”
그렇게 천석우는 천설유를 협박해 원하는 답을 들은 후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호운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이 해결이 되었군요. 좋지 않은 방법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래. 나도 기분이 좋지 않네. 자식을 협박한 것이니 말이야. 하아… 나도 설유가 원하는 사람과 혼인을 꼭 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어찌하겠는가? 으음… 자네가 당분간 설유의 동태를 잘 살펴보도록 하게. 알겠는가?”
“예. 가한.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호운은 천석우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한편, 치료 막사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대중상은 자신의 충실한 수하라고 믿고 있는 천마석에게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가한께서 자객들을 보낸다고 말씀하시니 그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어찌 하겠는가?”
“그렇군요.”
“역사 설유는 그냥 여자일 뿐인 건가? 후계자 자리를 탐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대중상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건 아닐 겁니다.”
“어째서?”
“지금 그 혼인 계획도 계획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뭐? 이게 설유의 계획이라고?”
“그렇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공주님과 호실말갈의 소가한과 혼인이 예정되어 있었다가 파토가 나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현재도 여전히 교류를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이 시점에 공주님께서 또 혼인을 하겠다며 가한께 말을 하다가 가한께 크게 혼이 났습니다. 이것을 보면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상하다… 흐음… 잘 모르겠군. 좀 알려주겠나?”
대중상은 천마석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좀 전에 소가한께서 말씀하시길 공주님을 따르는 장수들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분명 그랬지.”
“그들은 분명 공주님에게 다음 후계자 경쟁에 공주님을 밀어 넣으려고 했고 공주님은 분명 그것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것도… 소가한의 지금까지 실책을 거론하면서 말입니다.”
“으음…….”
“소가한이 하는 것이 다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장수들이 말입니다. 송구한 말입니다만… 소가한께서는 전투에 나가 특별한 성과를 얻은 적이 없으십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특별한 성과가 전혀 없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인정을 하시니 앞으로 큰 주인이 되실 겁니다.”
“아닐세. 그것은 사실이니까… 그나저나 빨리 본론을 이야기 해주었으면 좋겠군.”
“죄송합니다. 너무 서두가 길었군요. 그럼 본론만 계속 말하겠습니다. 장수들이 공주님에게 그렇게 바람을 넣었을 것이고 공주님은 그것을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세력을 더욱 더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더 큰 우호세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호실말갈입니다.”
“그래서… 공주가 혼인 문제를 무리해서라도 들고 나온 것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현재 군에 대한 문제, 즉 장수들에게 만큼은 신망을 얻고 있는 공주님이라도 그 쪽을 제외한 관리들, 즉 문관들의 경우에는 공주님을 지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자인데 좀 조신해야지 제발 그만 좀 설치라는 의견이 대다수죠.”
“그래. 맞아. 자네 정말 족집게가 따로 없군. 나도 관리들한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렇습니다. 아무리 무관 쪽의 신망을 자신이 많이 받고 있다고 해도 문관들의 지지가 없으면 자신의 후계자를 이어받는 작업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죠. 그렇기에 공주님은 혼인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입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이해했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이해가 가는군. 그럼 나는 어찌하면 좋겠는가?”
“일단은 가한께서 좋아하는 행동을 많이 보이도록 하십시오. 책과 친하지 않으시겠지만… 최소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라도 보이시고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백성들과 군사들을 위무하십시오.”
“그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
“소가한께서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이 가한께 들리면, 분명 점점 마음이 변할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
“그렇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소가한.”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자네를 믿어야지. 안 믿으면 누구를 믿겠는가?”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응?”
“소가한의 옆에 항상 같이 다니던 호천이라는 분은 어디 계십니까?”
“아… 호천은 우리 가한을 보좌하는 호운과는 형제가 되는 사이지. 아마 그는 현재 본인의 맡은 직무를 하고 있을 것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갑자기 그것을 왜 묻는 것인가?”
“호천이라는 분이 소가한께 무척이나 충성스러운 분 같아 보여서 말입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크게 웃는다.
“하하하! 바로 봤네! 맞아! 그 자는 내 심복이야! 내가 자네 외에 믿고 의지하는 사람 중 하나지. 언제 한 번 자네도 같이 보세!”
“예. 소가한.”
대중상은 호천에 대한 정보를 들은 뒤 또 한 번 생각이 번뜩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