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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여 수나라 정벌하자!-17화 (17/400)

017화 천마석과 천설유의 보이지 않는 충돌

천마석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중상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요즘 들어 가한께서 공주님을 만나는 횟수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말씀하시길 네가 다른 여자들처럼 되면 좋으나 남자들처럼 장수들이 너를 따르고 무예도 웬만한 남자를 압도하니 나는 만족스럽다. 네가 남자였으면 바로 후계로 밀었을 것이다… 이런 말을 못 들어 보셨습니까?”

“그 말은… 여자라 현재 후계로 못 밀 것 같다는 것 아니냐? 그럼 안심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건 그렇지가 않습니다. 소가한. 지금 공주님 밑에 있는 장수들도 성별에 상관없이 공주님을 훨씬 잘 따르는 자들이 많으니 가한께 바람을 넣는 중입니다. 후계에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더 능력 있는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본래 가한이라는 자리는 남자들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그리고 내가 맏이야!”

“저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소가한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소가한. 현재 소가한께서 뒤를 이어야 하는 가장 최우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천마석. 그러다가 생각을 정리했는지 대중상에게 천천히 말한다.

“이보게. 대호성.”

“예. 소가한.”

“그럼… 나는 어찌하면 되겠나?”

“별 거 없습니다. 평소대로 하시되 가한께서 좋아하시는 행동을 골라서 하십시오.”

“가한께서 좋아하는 행동을 골라서 하라?”

“예. 소가한. 마침 이번이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위기이자 기회라?”

“예. 수시로 가한께 이번 전투로 죽은 군사들의 유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외 살기 어려운 백성들을 도와주어 위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음?”

“제가 알기로 소가한께서는 군사들에 관련된 일에 관해서는 직접적으로 잘 관여를 하려고 노력하시면서도 백성들에 대한 일에는 소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가한의 뒤를 이을 소가한이시라면 그래서는 안 됩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실제로 내가 군사들 쪽에만 많은 신경을 쓰긴 했지.”

“이제부터는 군사는 물론이고 백성들도 잘 보살피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가한께서 그 모습을 눈 여겨 보실 것입니다.”

“조언을 받아들이겠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지금부터 공주님에 대한 일에 대해서는 절대 관여하지 마십시오.”

“응? 그것은 왜?”

“공주님이 현재 왜 가한에게 시선을 끌고 계시는지 아십니까?”

“음… 잘 모르겠군. 자네는 아는가?”

“조금은 알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공주님이 가한의 시선을 끄는 것은 공주님의 무력은 물론이고 군사들을 이끄는 통솔력 때문입니다. 공주님은 앞서 제가 말했듯이 여느 남자들보다 무력이 뛰어나십니다. 그리고 군을 이끄는 통솔력이 뛰어나시지요. 가한은 이것을 소가한보다 더 눈여겨보고 계시는 것입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이 바로 대답한다.

“내가 현재 설유보다 가한께 군을 이끄는 통솔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계시는 것인가?”

“냉정하게 말해서… 그렇습니다.”

“…….”

“그래도 가한께서 소가한께 계속 병력을 맡기고 전투를 치르게 한 것은 소가한이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어떻게든 소가한을 자신의 뒤를 잇게 하려고 갈고 닦게 하려는 것이지요.”

“…….”

“하지만 소가한이 결정적일 때 패배를 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를 내게 되어서 가한께서는 지금 계속 변하고 있으며 소가한께 못마땅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구만…….”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을 하십시오. 군을 훈련시키는 것부터 백성들을 위무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 그리하지.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어 고맙네.”

“저는 소가한의 사람입니다. 이건 당연한 것이죠.”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대중상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빨리 상처가 나았으면 좋겠군. 나를 빨리 옆에서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그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무예실력이 모자라긴 하지만… 머리는 조금 씁니다. 제 머리로 소가한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 정말 고마워. 너무 이야기가 길어졌군. 자네가 푹 쉬어야 하는데… 이만 가보겠네.”

“살펴 가십시오.”

“일어나지 않아도 되네. 푹 쉬어. 이만 가지. 아… 그리고 고구려 군이 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가한께 바로 보고를 하고 대비를 해야겠어.”

“그리하십시오. 소가한.”

천마석은 그렇게 대중상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막사를 빠져나갔다.

대중상은 천마석이 자신의 말을 유심히 귀담아 듣는 모습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후후… 완전히 속아 넘어간 모습이군. 일단 처음엔 그 여동생과 가한에 관련된 일과 연관 지어서 천마석을 흔드는 거야. 의심의 싹을 틔우도록 말이지. 그리고 이제 그런 의심을 천천히 키워주면 된다. 음… 하지만 이런 일이 잘 되려면 공주랑도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데… 빨리 이 상처가 나았으면 좋겠군.’

그렇게 대중상은 자신의 계획이 잘 되고 있는 것에 기뻐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그 시기 동현은 여러 장수들과 함께 강이식 대장군이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음… 이제 불열말갈 놈들의 국경 지역으로 군을 진격시켜야겠군.”

“그렇습니다. 대중상에게서 연락이 오면 바로 시작해야 하니까요.”

“의도적으로 우리가 오는 것을 알린다고 했었지?”

“예. 얼마 전 돌아가기 직전에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으음… 그래. 그나저나 대중상의 상처가 걱정 되는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자네들 말이 맞아. 일단 지금 바로 군을 진격시키도록 하자. 불열말갈 놈들의 국경지역으로 군을 진격시키도록 해라.”

“예! 대장군!”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은 사전에 대중상이 이야기한대로 군을 불열말갈의 국경지역까지 진격시키기 시작했다.

그 때 불열말갈의 가한인 천석우는 아들인 천마석에게 이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란다.

“뭐라? 그렇게 말을 했어?”

“예. 가한.”

“허… 이거 예삿일이 아니군.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풀어놓은 세작에게서 보고가 올 것이야. 조금만 기다려보자.”

“예. 가한!”

그렇게 천석우가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군사가 천석우가 있는 곳으로 와 보고를 한다.

“가한! 보고 드립니다!”

“무슨 일이냐?”

“고… 고구려 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국경지역으로 군사들이 진군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느냐?”

“1만이라 합니다.”

“1만?!”

“예! 가한!”

“…알았다. 계속해서 적정을 살피고 보고하라! 그리고 나가면서 전 장수들에게 바로 소집명령을 내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군사에게 명령을 내린 천석우는 아들 천마석을 부른 후 말한다.

“네 말이 맞았구나.”

“그렇습니다. 대호성이 제 목숨을 지켜준 대호성이 말한 정보이니 확실할 겁니다.”

“그래. 그럴 듯해 보이는군.”

“이제 어찌하실 겁니까?”

“지금으로썬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가한께서도 아시다시피 지금 저희 군사력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소인의 불찰로 인해 군사가 그리 줄었으니 말입니다.”

“그래. 맞다. 그러니 네가 좀 잘했으면 이런 위기는 없지 않았겠느냐?”

“송구합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 때… 공주인 천설유가 들어온다.

“가한!”

“오! 설유 왔느냐?!”

“예. 가한!”

“오늘도 사냥을 하고 온 것이냐?”

“예. 사냥도 하고… 장수들과 대련도 했으며! 군사들의 훈련을 봐주고 오는 길입니다!”

“그랬군. 요즘도 병법서를 읽고 그러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역시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제 막 입문을 한 터라 말입니다.”

“허허허. 그렇겠지. 그래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다고 하니 기쁘구나. 무슨 병법서를 읽고 있었느냐?”

“예. 손자병법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열심히 읽거라. 모르는 것이 있거든 나한테 물어보고.”

“예. 가한!”

“쯧쯧… 마석이 네 녀석도 무예만 익히지 말고 병법서도 읽고 하거라! 설유가 하는 것 반만 따라가 봐라. 오죽하면 내 입에서 설유에게 가한자리를 물려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장수들에게 하겠느냐?!”

천석우의 말에 천마석은 속으로 흠칫 놀란다.

‘대… 대호성의 말이 맞았어. 거짓이길 바랐는데… 역시 아버지는 나보다 설유를 더 생각하고 있었어.’

“네 이놈!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

“아… 아닙니다. 가한.”

“너도 이제부터 공부를 하도록 해! 알겠느냐?!”

“예…. 가한…….”

그렇게 천마석은 천우석이 있는 막사를 나와 자신의 막사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탁자를 주먹으로 쾅하고 내리치며 생각에 잠긴다.

‘아버님께서… 정말 설유를 후계로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그건 아니 되지! 아버지 다음은 반드시 나… 천마석이 되어야 해!’

그렇게 잠시 생각을 마친 천마석은 다시 막사를 나와 어디론가로 발길을 재촉한다.

한편, 아버지 천석우를 본 천설유도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 같이 사냥을 나간 장수들과 술잔을 기울인다.

“역시 공주님은 대단하십니다! 오늘도 멧돼지 한 마리에! 노루 두 마리를 잡으셨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게 다 제 덕만 있는 것이겠습니까? 다 몰이꾼들이 잘 해줘서 그런 것이지요.”

“공주님은 참으로 겸손하십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그러니 가한께서 훗날 자신의 자리를 공주님께 물려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천설유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말한다.

“쉿!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이 듣게 될까 두렵습니다.”

“엄연한 사실인데 뭘 그러십니까?”

“그렇습니다. 공주님. 가한이 공주님을 후계로 생각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여자입니다.”

“여자이지만 남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무력을 지니셨고 군사를 잘 이끄십니다. 저희는 힘 있는 자를 좋아하지 힘없는 소가한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라버니도 무력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대신에 머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 고구려에 그렇게 깨졌어요! 그리고 예전에 다른 전투에서도 그렇게 좋은 결과를 낸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

“그래서 가한이 소가한을 보실 때마다 한숨을 쉬시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가끔가다가 제가 봐도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천설유의 말에 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공주님 생각이 옳습니다.”

“공주님이 여자이시긴 하나… 만약 소가한보다 일찍 태어났다면 분명 후계가 되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소가한의 입지가 약합니다. 거기다 소가한은 장자라고는 하지만 가한의 첩이 아닙니까?”

“으음… 첩이 아니라 병에 걸려 죽은 것이 아닙니까? 가한께서 먼저 혼인한 것은 그 사람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현재가 중요합니다. 이미 그 사람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며 지금의 부인께서 정실로 있으시니 말입니다.”

“으음…….”

“공주님은 웬만한 남자를 대적할만한 힘을 지니고 계십니다. 그러니 가한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충분히 되십니다.”

천설유는 여자이긴 하나 남자같이 털털한 성격을 가졌고 웬만한 남자들보다 뛰어난 무력을 지녔으며 군을 이끄는 통솔력 또한 뛰어났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마음속에도 슬슬 야망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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