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화 대중상, 천마석을 흔들어놓다
천마석은 허겁지겁 대중상이 있는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는 막사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 후.
“오! 정신이 좀 드는가?”
“으윽… 소가한.”
“일어나지 않아도 되네! 누워 있어!”
“그… 그래도 소가한께 무례를…….”
“무슨?! 내 목숨을 구해준 것인데 무례라니?! 그런 소리 하지도 말게! 누워 있어! 이건 명령이야!”
“감사합니다. 소가한…….”
“살아줘서 정말 고맙네. 고마워…….”
천마석은 그렇게 말을 하며 눈물까지 보인다. 대중상은 그런 모습에 속으로 매우 놀란다.
‘흐음… 천마석이 이렇게 자신의 부하를 아끼는 사람이었나? 이런 자를 내가 속이는 것이라니… 조금은 미안하군.’
대중상은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는 말한다.
“저는 마땅히 소가한이 사셔야 했기에 그런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생각은 그럴 수 있어도 실천은 제대로 하지 못 하네. 자네는 세작을 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야! 내가 반드시… 자네를 크게 쓰도록 하겠네! 얼른 낫기만 하게!”
“감사합니다. 소가한.”
“이보게 의원.”
“예. 소가한.”
“이제 우리는 회군 준비가 모두 끝났네. 그런데 여기 부상병들을 비롯해서 호성이 찬바람에 몸이 안 좋아질까 두려워. 그러니 회군할 때 최대한 부상병들을 따뜻하게 하여 회군할 수 있도록 수레에 이불을 넣어서 덮고 갈 수 있도록 해. 알겠나?”
“알겠습니다. 소가한.”
“그리고 여기 호성은 마차 안에 따로 따뜻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게.”
“예.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천마석의 말에 대중상이 말한다.
“소가한. 저만 너무 잘 해주시면…….”
“아니! 이건 자네에게 마땅한 조치일세! 내 목숨을 구해주지 않았는가?”
“하… 하지만…….”
“신경 쓰지 말게. 이건 내 호의야! 난 자네에게 목숨을 빚졌네. 그리고 자네에게 평생 은혜를 갚을 것이야! 회군해서 가한께 가면 반드시 자네에 대해 말씀드려서 크게 쓸 것이며 많은 재물까지 하사받도록 해줄 것이다! 그러니 내 말 들어!”
천마석의 말에 대중상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한다.
그런데 그 때… 막사 안으로 책사 호천이 들어온다.
“소가한. 회군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래? 음… 부상병들을 위한 이불도 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제가 미리 조치해 두었습니다. 그러니 바로 출발하면 됩니다.”
“그래? 알겠다. 이제 이 막사도 걷고 바로 출발하도록 하자!”
“예! 소가한!”
그렇게 천마석은 남은 군사들과 함께 회군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얼마 후 회군을 시작하는데, 대중상은 마차 안에 누워 편하게 불열말갈의 본거지로 향했다.
이 안에서 대중상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허허… 생각보다 천마석이 괜찮은 인물이긴 하다만… 그래도 내 본분을 다해야겠지. 나중에 천마석을 속이고 나서 내 정체를 밝히고 승리를 거두었을 때 천마석만큼은 어떻게든 살리라고 청을 해야겠다.’
그렇게 대중상이 이것저것 생각하는 사이 며칠이 흘렀다.
어느새 남은 군사들은 불열말갈의 본거지에 이르렀다.
천마석은 본거지에 도착하자마자 가한인 천석우에게 보고를 한다.
“대패를 했다고?”
“예… 가한. 죄송합니다. 소자를 죽여주십시오.”
“하아… 네 녀석. 내가 급히 움직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느냐?”
“송구합니다. 가한…….”
“꼴도 보기 싫다! 내 눈 앞에서 사라져라!”
“예. 가한… 그런데… 저…….”
“빨리 안 사라지고 뭐하나?!”
“그… 그게 가한. 제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만큼은 포상을 받게 해달라고 청을 하고 싶어서…….”
“전투에 줬는데 포상이라니? 말이 되느냐?!”
“소… 소자가 아예 그곳을 벗어나지 못해서 죽을 뻔 했습니다. 그 자로 인해 간신히 벗어낫지요. 자… 잘못하면 대가 끊길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그 자 때문에 제가 살 수 있었습니다.”
천마석의 말에 천석우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말한다.
“그 자가 누구냐?”
“예. 대호성이라는 자입니다. 지금 저 때문에 부상을 입어서 치료 중에 있습니다.”
“내가 나중에 따로 보지. 이만 나가 봐라!”
“예. 가한…….”
그렇게 천마석은 막사를 나가는데 천석우는 한숨을 쉰다.
“그 많은 군사를 다 죽이다니… 하아…….”
“그러길래 제가 고구려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흑수 말갈의 압력 때문에 그게 가능했겠는가? 우리가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쳐들어 올텐데…….”
“고구려보다 차라리 흑수말갈을 막는 것이 낫습니다.”
“후우… 호운 자네 또 그 소리를 하는군.”
“고구려 군이 흑수말갈보다 훨씬 강하기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일단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지. 우선… 우리 군사를 다시 어떻게 키울지도 논의를 해봐야 한다. 많은 군사를 잃어 우리 군사력이 형편없게 되어버렸으니 말이야. 우선… 이번에 살아 돌아 온 군사들부터 보러가지. 그 내 아들 놈 천마석을 구했다는 놈부터 보러가도록 하자.”
천석우는 그렇게 대중상이 있는 막사로 향한다. 그리고 잠시 후.
“이 자인가?”
“그렇습니다. 가한.”
“자네가 내 아들을 구해준 사람인가?”
“그… 그렇습니다. 가한. 대호성이라 합니다.”
“아… 괜찮아. 그냥 누워 있어. 내 아들을 구해줬는데…….”
“감사합니다. 가한.”
“음… 상처가 꽤 심했나보군?”
“예. 피를 많이 흘렸었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목숨이 위태로웠을 겁니다.”
“흐음… 그래. 내가 너에게 꼭 보상은 하도록 하마. 내 아들의 부탁도 있고 하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가한.”
대중상이 인사를 하기 무섭게 가한 천석우는 군사들이 치료를 받는 막사를 나온 뒤 모든 장수들을 소집한다.
“우리 군사가 이번 패배로 인해 형편없이 줄어들었소.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겠소?”
“당분간 고구려는 물론이고 주변 국가에 절대 침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으음… 그것뿐인가?”
“혹시 모르니 남은 군사들로 하여금 경계를 철저히 서도록 해야 합니다.”
“좋아. 다른 사람들은?”
“…….”
“의견은 다들 그것뿐인가?”
“그런 듯 합니다.”
“지금으로썬 그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고구려는 우리가 처참하게 깨졌으니 이 정도로 되었다고 생각하고 우리 본거지를 치지는 않을 것이나, 혹시 모르니 대비를 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흑수말갈족 놈들 문제는?”
“어떻게든 핑계를 대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대패를 보고 하도록 해야죠. 그래야 아무 소리를 안 할 것입니다.”
한 장수의 말에 천석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그것이 내 생각에도 최선의 방법인 듯 하군. 좋아. 그럼 다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더 의견 없나?”
“예. 가한.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이만 회의를 파하지.”
그렇게 천석우는 회의를 파하고는 잠시 막사 안에서 생각에 잠긴다.
‘하아… 흑수말갈 놈들은 수나라의 보호를 받고 우리에게 설쳐댄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흑수말갈의 보호를 받고 말이야. 수나라는 거리가 멀어서 그래도 큰 문제가 안 되나… 흑수말갈은 문제다. 거기에 고구려까지 더해지면 우리 불열말갈의 먼 훗날은 없을지도 모른다.’
석우는 불열말갈의 미래를 걱정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 *
한편, 그 때 천마석은 대중상이 있는 곳에 또 병문안을 갔다.
천마석은 대중상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생각을 하고 밑에 사람들에게 말하여 집까지 구해줬다.
“소가한. 오셨습니까?”
“그래. 몸은 좀 어떤가?”
“괜찮습니다. 소가한.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행이군. 그래도 상처가 전부 다 아물 때까지는 절대 안정을 취하도록 해. 알겠나?”
“예. 소가한.”
“자네가 괜찮나 싶어서 한 번 들렀네.”
“이리 신경을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별 말을… 저번에도 말했지만 자네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뭐든지 다 해 줄 수 있네.”
“감사합니다.”
“이만 쉬도록 하게. 상태를 확인했으니 이제 가보겠네.”
그렇게 천마석이 밖으로 나가려 할 때 대중상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이 기회다. 소가한은 다혈질인 성격… 그를 흔들어 놓는다면 분명 불열말갈에 혼란을 야기 할 수 있어. 좋아. 지금 해보자! 지르는 거야!’
대중상은 그렇게 결심을 한 듯 천마석이 집을 나가려 할 때 천마석을 부른다.
“저… 소가한.”
“응?”
“저… 잠시 주위를 물러주시겠습니까? 소가한에게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둘이서만?”
“예. 소가한.”
천마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따라 온 호위를 잠시 물린다.
호위들은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 위험이 되겠냐면서 물러나게 만든다.
그렇게 둘만 남게 되자 천마석이 묻는다.
“그래. 나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는가보군. 주변까지 물리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그렇습니다. 소가한.”
“궁금하군. 할 말이 무엇인가?”
“소가한… 절대 놀라시면 안 됩니다?”
“난 웬만한 것에 놀라지 않으니 걱정 말게. 무슨 이야기인데?”
대중상은 천마석의 말에 자신이 할 말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리한 후 말한다.
“저… 제가 고구려 군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고 난 뒤… 어떻게든 고구려 군 주변을 벗어나기 위해 숨어서 도망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충격적인 말을 엿들었습니다.”
“그게 뭔데?”
“고구려 군이… 곧 대대적으로 우리 불열말갈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 말입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이 깜짝 놀란다.
“뭐라? 그게 사실이냐?”
“예. 군사들에게도 이미 그 사실이 전해진 듯… 전장을 정리하고 군량 등을 요동성에서 좀 더 보충한 뒤 이곳으로 올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죄송합니다. 바로 보고를 했어야 하는데…….”
“아니다. 이제라도 잘 말해 주었다.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어서 고맙구나. 더 할 말이 있느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그… 우리 부족에 천설유 공주님과 소가한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뭐라?”
“이것은 제가 고구려 군과 전투가 일어나기 전 입수한 정보인데… 가한께서 소가한을 뒤를 이을 가한으로 임명하지 않고 오히려 천설유 공주님을 후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것은 말이 안 된다! 동생인 설유가 그럴 리가 없어!”
“소가한. 정신을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천설유 공주님은 장수들과도 잘 어울리며 여느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성정을 지니셨습니다. 완전 남자와 같은 성격에 무예 실력이 뛰어나 웬만한 남자 2~3명 이상은 거뜬하게 물리치는 분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다만… 그것만 가지고 그걸 어찌 판단해?”
“소가한께서는 평소 잘 해오긴 하셨으나 고구려만 만나면 패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뿐 아니라 결정적일 때 다른 전투에서도 석연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서 가한께 많은 꾸지람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 그건 사실이다.”
“가한은 그 이후… 소가한님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계십니다. 제가 추측하건데 이번 전투의 패배로 분명 가한께 한 소리를 들으셨을 겁니다.”
대중상의 말에 천마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그건 전투에 졌으니 당연하지.”
“하지만 이번 전투는 물론이고 석연치 않은 결과를 냈던 전투, 또 예전에 고구려 군과의 패배에 대한 전투에 대한 생각을 배제하고 평소 가한의 모습을 생각해보십시오. 소가한을 어찌 대하셨습니까?”
“…….”
천마석은 대중상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