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화 동현, 불열말갈의 야습을 예측하여 섬멸시키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과 그의 아들 우식과 함께 개마무사들과 함께 요동성 외곽에 있는 마을에 말을 달려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장군! 이미 불열말갈 놈들이 군을 물린 모양입니다!”
“제길… 한 발 늦었군!”
“일단 여기에 진영을 구축하고 저들의 추가 약탈에 대해 잠시 대비를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대장군!”
“그래. 그래야 할 것 같군! 모두 이곳에 진지를 구축하라!”
“예! 대장군!”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에 군사들은 진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진지를 만들 동안 동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지형을 살펴본다.
그 모습을 본 강이식 대장군이 묻는다.
“왜 그러느냐? 동현아.”
“음… 저 앞에 망루를 세우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매복군을 두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저곳에? 저 곳은 군을 매복시키기 쉬운 곳이긴 하나 적도 그것을 알고 통과하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그 근처에 망루를 세워두면 적이 올 때를 금방 알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불열말갈족은 필시 이 마을을 기습할 때 빠르게 치고 빠지는 것을 원했을 겁니다. 그러려면 빠른 길을 찾아야 하는데 이곳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이곳으로 들어오면 이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길도 확연히 줄어들죠.”
“흐음… 네 말은 불열말갈 놈들이 이 길목으로 다시 들어올 것이란 말이냐?”
“예. 제 생각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강이식 대장군은 동현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옆에 있던 천 부장을 불러서 말한다.
“이보게 천 부장.”
“예! 대장군!”
“저 길목에 군사들을 양쪽으로 나누어서 5백 명씩 매복을 시키게.”
“알겠습니다! 대장군!”
“제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네 말을 들으니 가능성이 있는 듯 보여서 수용한 것일 뿐이니라. 자… 진지를 다 구축하면 바로 작전 회의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좀 쉬고 있도록 해라.”
“예. 대장군.”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게 말을 하며 군사들을 둘러본다.
그 때 우식이 동현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저기… 고맙다. 네 덕분에 나도 참전할 수 있게 됐어.”
“아닙니다. 공자님. 큰일도 아닌데요.”
“나한테 그렇게 존대를 안 해도 돼. 본래 평양성 김씨 가문이라며? 그럼 동등한데 뭘 존대를 해? 그냥 편하게 해.”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나이도 같으니 편하게 하자고!”
동현은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워. 그렇게 할게.”
“그래. 그렇게 말하니 나도 편하다.”
그렇게 동현은 우식과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눈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진지가 다 구축이 되자 강이식 대장군은 여러 장수들을 막사로 들여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그래서? 천 부장은 일단 이대로 지켜보자는 의견인가?”
“그렇습니다. 지금 대 부장이 불열말갈 놈들의 진영에 가 천마석의 눈을 속이려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 계략이 성공한 뒤에 움직여도 늦지 않으리라 봅니다.”
“음… 이 부장은?”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흐음… 동현이 네 생각은 어떠냐?”
“소인은 그저 임시로 이번에 합류한 사람입니다. 어찌 제가 여기에 끼어들겠습니까?”
“아니야. 이번에 대중상이 간 계책도 너의 계책이니 만큼 너에게도 발언권이 있다. 말해도 좋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래. 얼른 말해보거라.”
“제가 들으니 천마석은 성격이 다혈질이면서 급한 본성을 지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분명히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많이 유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대중상이 걱정이다. 그래서 내가 보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야.”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저도 그런 대장군의 걱정은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 천마석이라는 자가 예전과 성격이 달라졌는지 비교해 볼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천마석의 성격이 변하지 않았다면… 분명 그들은 오늘 야습을 가할 것입니다.”
“뭐라? 야습?”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말을 하는가?”
“좀 전에 말했듯이 그 자의 성격이 변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의한 것이 첫째이고… 두 번째는 그 성격이 변하지 않았다면 그는 한 번에 고구려 군을 격파함으로써 더 많은 곳의 마을을 약탈하고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가고 싶을 겁니다. 그것이 본래 그들의 습성이니까요.”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잠시 고민하고는 묻는다.
“그럼 만약 야습이 온다는 가정 하에 어떻게 대비를 하면 좋겠는가?”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자신의 품에 있던 지도를 꺼내며 야습에 대한 계책을 털어놓는다.
“허어… 정말 오기만 한다면 그들은 이 지역을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천마석을 잡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 생각엔 천마석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아니? 그건 왜?”
“지금 대 부장님의 계책은 불열말갈 안으로 섞여 들어가서 천마석이 대 부장님을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에 대 부장이 그의 앞에서 직접 그를 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에게 전폭전임 신임을 얻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요.”
“아…….”
“그러니 천마석에게 달려드는 척을 하며 대 부장이 그를 막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천마석은 이제 대 부장을 자신의 수족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믿을 것이고 오히려 신분을 승격시켜 줄 겁니다.”
“음.”
“그리고 대 부장이 천마석과 같이 불열말갈족 본거지로 돌아갔을 때가 본격적인 작전의 시작이죠. 제가 들으니 내부에 보이지 않는 권력 싸움이 있다고 하니… 그것을 잘만 부추긴다면 불열말갈을 멸하고 그곳을 우리 발아래 둘 수 있습니다.”
동현의 말에 다들 감탄한다.
강이식 대장군도 동현의 계책에 감탄하며 말한다.
“좋다! 동현의 계책을 받아들이겠다! 그러니 모두 여기 나온 작전대로 시행하라! 대 부장에게는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서 이 소식을 전하도록 하고!”
“예! 대장군!”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의 승인 아래 동현의 작전이 승인 되었다.
동현도 이번 작전이 자신이 세운 작전인 만큼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랐다.
어느덧 시간은 사경(새벽1시 ~ 3시)무렵이 되자 동현이 말한 길목 쪽에서 누군가 오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매복해 있던 몇몇 군사들이 그들을 보았다.
“천 부장님! 불열말갈 놈들입니다.”
“동현이의 예상이 맞았구나. 일단 저들을 지나치게 만들고 우리 진영을 기습하게 만든다. 그리고 저들이 퇴각할 때를 노려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예! 천 부장님!”
동현의 예상대로 불열말갈의 수장인 천마석은 바로 야습을 하러 고구려 진영으로 가고 있었다.
말발굽 소리와 말이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발싸개와 함매까지 했지만 미리 예측한 동현에 의해 다 간파되었다.
그렇게 천마석은 고구려 진영 앞에 이르자 큰 소리를 쳐 명령을 내렸다.
“모두 공격하라!”
“와! 와! 와!”
앞에 진영의 문을 부수고 고구려 진영 안으로 들어가는 불열말갈 군사들.
그런데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모습에 천마석은 기겁하며 다급하게 외친다.
“제… 제길! 하… 함정이다! 퇴각!”
천마석이 그렇게 명령을 내리는데 진영 좌우측 어딘가에서 불화살이 날아온다.
시이이익!
쉬이이이익!
퍽!
퍽! 퍽!
“으아아악!”
“크아악! 내 눈!”
“전원 불화살을 쏴라! 불열말갈 놈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다 죽여라!”
“와! 와!”
“이런… 퇴각! 퇴각하라!”
“소가한! 우리가 들어온 입구도 이미 차단당했습니다!”
“뭐라?”
“고구려의 개마무사들이 입구를 막고 있습니다!”
“크윽… 어떻게든 뚫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그 때 천마석의 세작으로 위장해 있던 대중상이 나선다.
“소가한! 제가…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혈로를 뚫겠습니다! 그러니 이곳을 탈출하십시오!”
“뭐라? 자네는 고작 세작이야. 그럴 만한 무예실력이…….”
“지금 무예실력이 중요합니까? 소가한이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목숨은 없어도 됩니다!”
“자네…….”
“얼른 가십시오!”
“자네 이름이 뭔가? 자네가 죽으면… 내가 반드시 자네를 기리고 크게 추증하겠네… 내 세작들을 일일이 살피지 못해 이름을 알지 못하니 말이야.”
대중상은 그 말에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소인은 대호성이라 합니다. 얼른 가십시오!”
“그래… 알았네. 미안하네. 그리고… 되도록이면 살게!”
그렇게 말을 하고는 천마석은 수하들을 이끌고 달아나려 한다.
그 모습에 대중상은 고구려 군사들을 향해 연기를 하며 외친다.
“이놈들! 나 대호성이 여기 있다! 내가 있는 이상! 우리 소가한을 해치치 못한다!”
우렁찬 외침. 천마석은 그 외침을 듣고는 뒤를 돌아보며 말을 달린다.
그렇게 겨우겨우 고구려 진영을 벗어나는데 길목에서 천 부장이 미리 매복시켜 놓은 군사들이 또 양쪽에서 불화살을 쏜다.
그 화살에 천마석은 어깨에 활을 맞았고 말도 활에 맞아 쓰러진다.
그리고 낙마를 하게 된 천마석.
하지만 충성스러운 수하 장수들로 인해 어떻게든 그 곳을 탈출한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진영으로 돌아와 군사를 점검했다.
“군사가 얼마나 남았느냐?”
“불과… 1천여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마저도 5백여 명은… 중상자라 싸울 수도 없습니다. 소가한!”
“제길… 제길… 흐흐흑! 이런 수모를 당할 줄이야!”
“완전히 당했습니다! 당연히 야습이 성공할 줄 알았는데…….”
“강이식 그 놈은 우리가 기습할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야. 어떻게 알았던 것인가?!”
그때 책사로 보이는 호천이라는 자가 나서서 말한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제가 야습을 하자고 했으니 말입니다…….”
“아니야. 결국 최종 결정은 내가 한 것이니 말이야. 하아… 그나저나 그 대호성이라는 자… 정말 괜찮은 세작이었던 것 같은데…….”
“저도 놀라웠습니다. 그런 용감한 세작이 우리 옆에 있을 줄은 말입니다. 세작으로 있기엔 너무 아까운 자였습니다.”
“그런 자를 내가 죽인 것이야. 나 혼자 살자고 이리 빠져나왔으니…….”
“소가한은 가한의 뒤를 이을 유력한 분이십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래… 알았네. 그나저나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회군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방법은 그것뿐인가?”
“예. 소가한…….”
“그래. 하아… 우리가 약탈한 것들이 다 잃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겠지. 회군을 하도록 하세.”
“예. 소가한. 회군 준비를 하겠습니다.”
천마석은 그렇게 불열말갈의 본거지로 돌아갈 회군 준비를 한다.
그때 천마석에게 충성스러운 척 하며 연기를 한 대중상은 은밀히 강이식 대장군이 있는 막사를 찾아 들어갔다.
“그래? 완전히 믿는 눈치였다고?”
“예. 이제 제 몸에 어느 정도 상처를 내고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돌아가면 분명 그는 저를 살리려고 노력을 할 것이고 제가 정신을 차리면 제가 하는 말은 무조건 다 믿어줄 것입니다.”
“으하하하! 그래. 그나저나… 몸에 상처하나 입은 것이 없으니 어찌한다?”
그 말에 대중상은 태연하게 말한다.
“어느 정도 몸에 고의로 상처를 내야겠지요.”
“으음… 그래도 그건 너무 위험하네.”
“어쩔 수 없습니다. 어깨와 다리에 화살을 맞은 것으로 하여 돌아가면 되겠군요.”
대중상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자신이 매고 있던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낸다.
그러더니 자신의 어깨와 다리에 화살을 고의적으로 찌른다.
그 모습에 모두가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