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화 동현, 강이식 대장군을 만나다
동현은 그렇게 근혁의 안내를 받아 노비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연병장으로 향했다.
“음… 본래 군사 포로들이어서 그런지 훈련은 제법 잘 되는구만.”
“그렇습니다. 형님.”
동현이 그렇게 군사들을 살피는데 갑자기 누군가 달려오며 고한다.
“주인어른!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예! 강이식 대장군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동현은 그 말에 놀란다.
‘강이식 대장군이라면… 수나라를 벌벌 떨게 했던 장군님이 아니신가? 그래! 분명해! 내 기억이라면…….’
동현은 그렇게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다.
강이식 대장군이 누구인가? 수나라가 무례한 국서를 보내오자 이런 오만무례한 국서는 붓으로 답할 것이 아니라 칼로 대답해야 한다면서 수나라와의 전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장수가 아니던가.
그러면서 정병 5만을 이끌고 출전하여 수나라의 요서 지역과 영주, 그리고 임유관을 공략했다고 기록에 나와 있던 장수였다.
그에 수나라 문제가 군사 30만을 이끌고 쳐들어오는데 그들 중 수나라의 수군 총관 주라후를 강이식 대장군이 나서서 그들을 막는다.
주라후의 군량선을 격파하고 난 뒤 성에서 출전하지 않고 그곳을 굳게 지키니 수나라 군사들의 군량은 떨어졌고 장마철까지 겹쳐서 수나라 군의 사기는 급격히 저하되었다.
이 기회를 틈타 강이식 대장군은 총공격을 감행하니 수나라 군사들은 거의 전멸당하다 시피 했고 그에 따른 많은 군수물자들을 노획하는 큰 전과를 올렸다.
이 기록이 17세기 이후 작성된 문집과 일부 족보, 그리고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 있었던 것을 떠올린 동현이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해서 그런지 정확한 기록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조선상고사 기록만 보면 분명 대단한 장수임은 틀림없을 거야. 문제는 이것이 정사기록이 아닌 야사기록이었지만… 강이식 대장군이 등장했다는 것은 야사의 기록이 어느 정도 맞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 이건 기회다!’
동현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지 보고를 하러온 노비에게 말한다.
“얼른 안으로 모셔라!”
“예! 주인어른!”
동현의 말에 그 노비는 대문을 연다. 그러자 덩치 큰 장수가 모습을 보였다.
“김동현이라는 분이 누구시오?”
“예. 접니다.”
“허어… 정말 어리군. 올해 성인이 되었다는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저는 강이식 대장군의 명령을 받고 온 대중상이라고 합니다.”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 밑에 있는 장수가 대중상이란 말에 또 놀란다.
대중상. 그가 누구인가? 훗날 발해를 세우는 대조영의 아버지가 아닌가.
고구려가 멸망 후 고구려의 유민들을 이끌고 나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자신의 아들이 새로운 국가 발해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 아닙니다. 워낙 기골이 장대하시고 장수다운 풍모가 느껴져서 말입니다.”
“하하하! 칭찬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강이식 대장군께서 저를 왜…….”
“최근에 김공께서 희한한 물건을 파셔서 많은 이문을 거두었다는 소식에 대장군께서 흥미를 느끼신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비누라는 것을 써보셨지요. 과연 그 효능이 너무 뛰어나서 이런 것을 만들 정도라면 매우 뛰어난 인물일 것 같다며 이 비누를 만든 사람을 수소문해서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 그래서…….”
“예. 대장군께서 찾으시는데…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동현은 의형제인 근혁과 함께 대중상을 따라 강이식 대장군이 있는 요동성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후, 강이식 대장군이 요동성의 군부 집무실 방문 앞에 이르렀다.
“대장군! 비누를 만들었다는 김동현이라는 분을 모셔왔습니다.”
“그래! 들이거라!”
강이식 대장군이 말에 방문이 열렸다.
방문이 열리자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외모를 보는데 기골이 장대하고 키도 꽤 컸으며 역시 호걸이라는 인상을 확 풍겼다.
“인사드리겠습니다. 평양성 김씨 가문의 김동현이라 합니다.”
“평양성 김씨라면… 광개토태왕 폐하의 측근에 있었던 가문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대장군.”
“허어…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반갑네 그려!”
“저도 대장군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거기 자리에 앉게.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은…….”
“예. 제 의형제입니다. 뭐하나? 근혁이. 인사를 드리지 않고.”
“대장군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국내성 이씨 가문의 자제 이근혁이라 합니다.”
“국내성 이씨라면… 장수태왕폐하 측근에 있던 가문인데?”
“그렇습니다. 대장군.”
근혁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이 기뻐한다.
“으하하! 두 명문가 자손들이 이 요동성에서 살 줄이야… 몰랐구만. 모든 것이 내 불찰이네.”
“아닙니다. 대장군. 저희 두 가문은 벼슬에서 떠난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잠시 생각을 하고는 바로 본론을 꺼낸다.
“내가 사실… 비누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써봐서 말이야. 그것이 참으로 신기하더군.”
“예. 대장군. 맞습니다. 그 비누라는 것은 우리 사람들의 몸을 청결하게 하기 위해 제가 만든 것입니다.”
“그래. 그래보였네. 그래서 말인데…….”
“……?”
“내가 그 비누를 다 살 수 있겠나?”
“예? 그 많은 비누를 다 말입니까?”
“그래. 그 비누를 사서 우리 장수들에게 좀 나누어 주고 난 뒤… 백성들에게도 무상으로 나누어주려 하네.”
“아…….”
“자네도 알다시피 전쟁이 벌어지면 위생이 엄청나게 중요하네. 아니… 전시가 아닐 때도 마찬가지지. 그래야 큰 병이 들어오지 않을 테니 말이야.”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놀랐다.
이 삼국 시대 같은 시기에는 자신이 역사적 기록을 보기로 위생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강이식 대장군은 그 위생의 개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 보이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 백성들은 너무 위생적인 개념이 없네. 그래서 이 비누라도 나누어주면서 몸을 깨끗이 씻게 하면 병이 들어오는 것이 그나마 적지 않겠는가?”
“대장군께서는 위생에 대해 정말 잘 알고 계시는 듯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깊이 알지는 못 하네. 하지만 몸이 너무 더러우면 병이 들어오는 것 정도는 알지. 역병이 돌거나… 그도 아니라면 정체모를 병이 퍼져 밑으로만 내리는 병도 생기고 말이야.”
“아…….”
“그래서 난 장수들에게는 물 같은 것들은 항상 끓여먹으라고 말을 하고 옷 같은 것들은 아무리 안 빨아도 2~3일에 한 번은 꼭 빨아서 입으라고 지시를 하네. 내가 예전에 시험을 해 본 결과 고뿔에 걸리는 것도 더러운 사람이 많이 걸리는 것을 확인했거든.”
“그렇군요.”
“그래서 하는 말이야. 그 비누… 나에게 다 팔지 않겠는가?”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을 흔쾌히 승낙한다.
“대장군께서 백성들을 위해 비누를 쓰시겠다니…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장군께 비누를 다 팔겠습니다.”
“오! 고맙네. 다만… 시중에 파는 것보다 조금은 싸게 팔아주게. 가능하겠나?”
“물론입니다. 대장군. 그리하겠습니다.”
“으하하하! 고맙네!”
“하지만 대장군.”
“응?”
“대장군께서 그렇게 비누를 나누어준다고 해도 일을 하느라 바쁜 백성들은 받아놓고도 쓰기 귀찮아서 안 쓸지도 모릅니다. 위생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
“흐음… 그것도 그렇군… 그럼 자네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가? 한 번 말해보게.”
동현은 갑작스러운 강이식 대장군이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잠시 후… 정리가 다 된 듯 천천히 말을 꺼냈다.
“방법이야 단 하나 뿐입니다.”
“그래? 그게 무엇인가?”
“백성들을 모아놓고 일정 시간마다 위생 교육을 하는 겁니다.”
“위생 교육이라…….”
“예. 그렇게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야지 백성들도 위생에 대한 중요성을 알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군. 하지만 그것을 교육 할 사람이… 아! 한 사람 있구만?!”
“……?”
“바로 자네가 있지 않은가?”
“예? 제…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위생 교육에 대해 잘 아는 듯 하니 이 요동성 백성들의 위생 교육을 맡아서 해주게!”
“하… 하지만 소인은 부족한 것이…….”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무슨 소리? 자네가 이런 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을 지니었다는 것을 아네!”
“…….”
“좀 부탁 좀 하네. 백성들에게 위생 교육을 좀 해줘!”
“하지만… 저 하나만으로는 어려울 겁니다. 백성들이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는데… 백성들이 모여서 제 교육을 듣겠습니까?”
동현의 말에 강이식 대장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걱정하지 말게. 내가 방을 붙여서 백성들에게 말을 하지.”
“…….”
“자네가 교육 하는 시간을 정해주면 그 방을 붙여서 백성들이 모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네. 필수적으로 말이야.”
동현은 졸지에 위생 교육까지 떠안게 되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러라고 비누를 만든 것이 아닌데… 하지만 강이식 대장군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면… 알겠습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오! 부탁하네! 앞으로 이 군부는 물론이고! 요동성 안의 관청에 자네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임시 관리 패를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대장군.”
“자네를 이 요동성의 임시 관리차원에서 위생관리관으로 임명할 테니 잘 부탁하네.”
그렇게 동현은 임시 관리 직책까지 맡게 되었다.
동현은 의도치 않은 일을 떠안게 되어 속이 말이 아니었지만 내색할 수는 없는 노릇.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과 좀 더 대화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돌아가자마자 비누를 노비들을 많이 시켜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같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데 동현은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쉰다.
“하아…….”
“아니. 형님. 왜 그렇게 한숨을 쉬십니까?”
“갑작스럽게 관리가 되었잖는가? 나는 그저 우리 가문의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 한 일인데 말이야.”
“하하하! 형님! 그거 가지고 그런 것이었습니까?”
“그래. 벌써부터 관리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형님. 임시 관리가 아닙니까? 그러니 괜찮을 겁니다. 오히려 잘 되었네요. 벌써부터 일을 경험도 하고 말입니다.”
“녀석… 날 놀리는 거냐?”
“아… 아닙니다. 형님. 제가 감히 형님을 놀리겠습니까?”
근혁의 말에 동현은 그제야 약간 찡그린 표정을 고치며 말한다.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인데 이 일을 맡게 되었다. 하아… 백성들을 교육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야겠군. 근혁이 너도 나 좀 도와.”
“그리하겠습니다. 형님.”
동현은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이 명령한 백성들 위생 교육에 대한 내용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필묵을 가져와 동현은 위생 교육에 대해 중요한 것들을 써 넣었고 근혁도 쓰는 것을 돕게 함으로써 며칠간 시간을 보낸다.
동현과 근혁은 며칠 동안 위생에 관련된 교육 자료를 근혁과 만드느라 외부 활동도 자제하며 열심히 자료들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