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화 이게 현실이야?
근혁은 동현에게로 가 군사 포로 노비상에게 들었던 정보를 모두 말하기 시작했다.
“으음… 확실히 속말말갈(대표적인 말갈 7부의 하나인 말갈족)이나 돌궐 포로들은 싸구나.”
“그렇습니다. 요즘 정벌을 해서 많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음…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속말말갈이나 돌궐 포로들은 있느냐?”
“물어보긴 했사오나 따로 분류를 해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 무작위로 우리가 고르면 그 중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
동현이 잠시 고민하자 근혁이 묻는다.
“주인어른. 우리말을 못 해서 마음이 걸리신 겁니까?”
“음… 그렇지. 아무래도 우리말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럼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가 노비들을 고를 수 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말을 할 줄 아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지금 저들은 군사였다가 포로로 잡힌 사람들이야. 순순히 대답하겠는가?”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요.”
“음… 그럼 이렇게 하게 근혁이. 백제 군사 포로들 10명, 신라 군사 포로 10명, 그리고 나머지 80명은 속말 말갈이나 돌궐족 군사 포로들로 사게.”
“그렇게 사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동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당연히 있지. 일단 첫 번째, 행여 돌궐족이나 속말 말갈 군사 포로들만 샀다가 전부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라면 낭패야. 그러니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는 저들을 우리가 배불리 먹이고 군사로만 잘 훈련시켜서 나에게 충성하는 집단으로 만들려면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좀 있어야 하네. 그 역할을 백제 군사 포로들이나 신라 군사 포로들이 해줘야 해. 그래야 병력에 대한 통제가 될 것이니 말일세.”
“하지만 주인어른. 그러려면 백제 군사 포로나 신라 군사 포로 중에서 정말 무예가 뛰어난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 그거는 자네 안목을 믿을 거야. 사람 하나는 잘 보는 자네가 아닌가?”
“주인어른…….”
“하하하! 그만큼 자네를 믿는다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게 가장 중요하지!”
“……?”
동현의 말에 근혁이 동현의 입만 쳐다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들을 호위무사로 키울 것이니 만큼 우리나라 말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해. 그러려면 우리말을 가르쳐 줄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아…! 그 군사 포로들로 우리말을 모르는 포로들을 가르치게 하시려는?”
“맞네. 그렇게 해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되면 본격적인 상행을 떠날 것이야. 기본적인 명령어 정도는 가르쳐줘야 하지 않겠는가?”
“음… 알겠습니다!”
“아! 백제나 신라인 중 고를 때 속말 말갈이나 돌궐족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뽑도록 하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주인어른.”
“그리고 우리가 먹을 쌀이나 비단 등 생필품들을 넉넉하게 구입하도록 해. 그래야 이들을 먹여 살릴 것이 아닌가?”
“지금 돈을 다 쓰란 말씀이십니까?”
동현은 그 말에 고개를 젓는다.
“아니지. 유사시에 이 돈을 써야 하니 어느 정도는 남겨둬야지. 금자 200냥은 최소 남겨둬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그 한도 내에서 다 구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또 문제가 생깁니다.”
“응? 무슨 문제?”
“쌀과 비단을 쌓아놓으려면 창고가 필요한데 저희 집에는 창고가 많이 없습니다.”
“흐음… 어쩐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동현의 뒤에 있던 면천을 시켜준 노비 출신 수하인 막동이가 말한다.
“주인어른.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오! 그래? 얼른 말해 보거라!”
“저희 옆집을 보셨습니까?”
“옆집?”
“예. 옆집 말입니다.”
“음… 근래에는 본 적이 없다. 근데 옆집이 왜?”
“옆집이 제가 얼마 전 문도 열려 있고 해서 잠시 안을 살펴봤었습니다. 그런데…….”
“……?”
“안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안에 아무도 없었다면 저희가 써도 되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그 말에 놀란다.
“그게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집도 꽤 규모가 있고… 충분히 창고로 쓸 만한 집이었습니다.”
“흐음… 그래도 함부로 써서는 안 되지. 그리고 우리가 있는 집 마을은 우리 마을 사람들 말고는 대부분이 모르지 않는가? 우리가 있는 곳은 요동성 외곽이면서도 정말 완전 숲 속에 있는 마을이니 말이야.”
“음. 네.”
“그래서 우리가 요동성 안으로 수레를 끌고 들어갈 때 고생도 하고 말이지. 더구나 옆집은 내가 알기로 어렸을 적에 사람이 살았던 곳이야. 그럼 관청에도 신고가 되어 있을 텐데…….”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건 혹여 그 집 주인들이 돌아오는 날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네. 문제가 커지면 그 주인은 관청에 보고를 할 테고… 그럼 우리가 피해를 받을 수 있어.”
동현의 말에 막동이 몸을 굽히며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그 생각은 못 했습니다.”
“아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 했던 것이 아니냐? 네 잘못이 아니다.”
“그리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주인어른.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으음… 그럼 일단 이렇게 하자꾸나. 일단 우리 집에 있는 창고를 채울 만큼만 구입을 해서 그 양식이 떨어질 때쯤 다시 구입을 하는 걸로. 그리고 그 사이에 군사 포로들을 시켜서 창고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마을에는 지천에 널린 것이 나무이니 창고를 금방 만들 수 있을 것이야.”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창고가 지어지면 더 구입해도 좋구요.”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이제 이 외곽이 아닌 요동성 안에 집을 구해보도록 해라.”
“요동성 안에서 말입니까?”
“그래. 요동성 안에 집을 구해서 그곳을 우리 상단 겸 집으로 사용하고 여기 이곳은 우리 재물을 쌓아두는 창고처럼 사용하는 것이지. 물론 이곳에도 머물긴 할 거다. 다시 이야기 하면… 요동성 안은 제 1의 집, 이곳은 제 2의 집으로 삼는다고 할까?”
“예. 주인어른. 주인어른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동현의 명을 받은 노비 출신 수하들은 근혁의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근혁은 수하들이 옆에 오자 그제야 군사 포로상에게로 갔다.
그리고 동현이 말한 대로 대금을 지불하자 군사 포로상은 근혁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감사해한다.
“아이고! 이렇게 감사할 때가…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와주십시오!”
그렇게 근혁은 수하들과 함께 군사 포로들을 끌고 나오는데 근혁은 나오자마자 묶여 있는 군사 포로들에게 외친다.
“너희들이 앞으로 모셔야 할 주인어른이시다! 이제부터 다들 예를 갖춰라! 만약 여기서 도망친다면 너희들은 모두 무시치 못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여기는 우리 고구려의 수도 요동성 외곽인 만큼, 모두 북쪽이나 남쪽으로 가기 위해선 한참이나 걸린다! 그러니 모두 탈출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주인어른을 모셔라! 알겠느냐?”
근혁의 말에 말을 알아들은 백제와 신라 군사 포로들은 연신 예예 거렸다.
반면 속말말갈이나 돌궐족 포로들은 알아듣는 사람에 의해 통역을 해주어서 반응이 조금은 늦었지만 모두 알아들은 듯 했다.
그러자 동현은 바로 근혁에게 말한다.
“이제 바로 쌀이나 비단 등 생필품들을 사서 창고에 넣어놓도록 하지. 우리 창고 크기만큼만 말이야.”
“알겠습니다.”
“옮기는데 이 인원이 다 필요한가?”
“그렇진 않습니다. 20명 정도면 모두 다 옮길 것입니다.”
“음… 그럼 백제와 신라인들만 풀어줘서 옮기도록 해. 나머지는 막동이! 네가 근혁이를 제외하고 제일 선임이니, 잘 이끌고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거라. 할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그래. 근혁이는 막수랑 동주를 데리고 20명을 인솔하도록 하고. 종화는 막동이를 돕도록 해.”
“알겠습니다. 주인어른.”
“그럼 막동아. 인솔 잘해서 따라와라. 가자!”
그렇게 동현은 속말말갈과 돌궐족 포로들을 이끌고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동현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음… 근데 나한테 무슨 서비스가 있다고 했는데… 무슨 게임 스탯 창 같은 건가?’
그런데 그 때.
[띠링! 시스템 작동 언어를 말씀하셔서 스탯 창이 적용됩니다.]
‘응… 뭐… 뭐라고? 이게 진짜였어? 헉!’
[앞으로는 스탯 창이라고 속으로만 외쳐도 본인의 스탯 창이 뜨게 되면 타인의 스탯들도 자신보다 낮은 능력치일 경우 볼 수 있게 됩니다.]
‘대박… 와… 이게 현실이냐? 좋아. 스탯 창!’
동현이 속으로 스탯 창을 외치자 눈앞에 스탯 창이 떠오른다.
[레벨 : 1
이름 : 김동현
성장 타입 : 신동
나이 : 20살
무력 : 70
지력 : 60
정치 : 60
통솔 : 70
매력 : 70
특기 : -
전법 : -]
‘내 무력이 생각보다 높네. 이제 겨우 20살인데… 그럼 게임 시스템처럼 나이가 먹으면 이 능력들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 높아지는 건가?’
동현의 말에 귀에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습니다. 주인님은 현재 성장타입이 신동이라고 설정되어 있으며 수련을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능력들이 오르게 됩니다. 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매해 능력치가 5씩 오르게 되어있습니다.]
‘오! 대박! 말까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궁금한 거 다 물어보자! 그럼 최대능력치는 게임 시스템처럼 100이 최대야?’
[아닙니다. 능력치는 제한 없이 계속 올라갑니다.]
동현은 매우 놀랐다.
보통 이런 게임을 할 때는 최대 능력치를 100으로 설정을 해 놓고 보물을 끼면 100 능력치를 넘길 수 있게 설정을 해놓는데, 자신의 눈앞에 뜬 스탯 창은 모든 능력치 수치가 제한 없이 올라간다니 매우 놀란 것이었다.
‘그럼… 몸 관리가 부실하면 능력치는 더 이상 안 오르는 거야?’
[젊을 때는 잘 오르겠죠. 하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상승 폭이 줄거나 오르지 않게 됩니다. 퇴보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으음… 그렇구나. 무력은 그럼 내가 많이 무예를 익히면 되는 거고… 지력은 경서나 논문을 많이 읽으면 오를 테고… 통솔은 병법서를 읽으면 지력과 같이 올라가겠지? 그리고 정치력은 사서를 많이 읽으면 오를 테고… 매력은 수련을 어떻게 해서 올려?’
동현의 말에 시스템이 대답한다.
[현재 주인님이 보유하고 있는 노비들이 충성을 다해 주인님을 따른다거나 군사들이 진심으로 주인님을 따르는 상황이 생긴다면 저절로 매력과 함께 통솔력도 같이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재야 장수들을 등용하시거나 상대 적군을 설득해서 전향시키는 등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 다음 주인님의 수하로 두게 되면 매력이 또 오르게 됩니다.]
‘음… 매력이 높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등용될 확률이 높은 거야?’
[그렇습니다. 다만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라…….’
[남의 밑에 있지 않을 것 같은 자나 다른 대상에게 충성심이 대단한 경우는 주인님에 대해 매력을 느껴도 이미 모신 주인이 있기 때문에 주인님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동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한다.
‘음… 예전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나 관우, 장비, 조조나 하후돈 같은 자들을 예로 들 수 있겠군. 이들은 남의 밑에 있을 사람이 아니거나 다른 사람에게 충성할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야. 내가 먼저 찜하면 그 사람에게 절대 충성을 한다는 뜻이니…….’
[그렇습니다.]
‘그럼 특기나 전법은 어떻게 얻어?’
[지금 처음 시스템을 켜신 만큼 제일 처음에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게 해드릴 겁니다. 일단 먼저 특기 화면을 띄울 테니 10가지 특기 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오! 오케이!’
동현이 그렇게 생각을 마치자 동현의 눈앞에 바로 특기 화면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