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화 동현, 세상을 떠나다
2021년 1월의 어느 날… 한 환자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흐흑…! 도… 동현아…! 정신 좀 차려 봐!”
“진짜… 절대 용서 안 해…! 내 동생을 이렇게 만든 개XX!”
한 고등학생의 남자 아이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중환자실 병상에 누워있었다.
이름은 김동현. 몇 시간 전에 차도에 뛰어든 아이를 구하다 다친 학생이었다.
아이를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행동 덕분인지 아이는 무사히 구했지만 정작 자신은 크게 다쳤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동현을 친 차량은 차에 친 동현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주를 해버렸다.
동현이 구해 준 아이의 부모는 그 모습을 보고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일단 차에 친 동현에 대한 조치가 먼저였다.
아이의 부모는 재빨리 119에 신고를 하여 동현을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했다.
동현이 그렇게 병원으로 실려 오고 난 뒤 의사들은 동현의 상태를 급히 확인했다.
의사들은 동현의 상태를 보더니 워낙 크게 다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뇌사 상태에 까지 이른 상황.
그런 모든 설명을 들은 아이의 부모는 큰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자신이 잠시 시선을 돌리고 부주의한 탓에 자신의 아이가 차도에 뛰어 들었고 그로 인해 동현이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며 자책했다.
아이의 부모는 그렇게 죄책감을 느끼면서 동현의 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가며 연신 사과를 했다.
하지만 동현의 가족들은 동현의 상태를 확인한 후 그런 사과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 아이 죽으면 다 당신들 탓이야…! 애를 꼭 손을 잡고 다녀야지! 왜 한눈을 판 거냐고?!”
“죄송합니다… 흐흑…! 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렇게 절규 섞인 말로 외치는 동현의 부모에게 연신 사과를 하는 그 때.
“엄마! 동현이 이상해! 의사 불러!”
“뭐? 그… 그래!”
동현의 맥박이 갑자기 급격히 떨어지며 심장 박동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급하게 호출을 받고 온 의사는 심장 박동과 맥박을 확인했다.
“이봐! 약물 투여하고 CPR(심폐소생술)부터 시행해!”
“예!”
의사의 말에 레지던트로 보이는 한 남자가 빠르게 CPR을 시행했다. 하지만.
“심박 수가 계속 떨어집니다!”
“제세동기 가지고 와!”
“예!”
“간다! 200줄!”
위이이잉!
“샷!”
쿠우웅!
심박 수가 점점 떨어지자 결국 의사는 제세동기를 가지고 와 동현의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동현의 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며 동현이가 제발 살아나게 해달라고 두 손을 모으며 기도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잠시 후 의사의 말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삐이이익…….
“죄송합니다. 보호자님… 전기 충격기로도 반응이 더 이상 없습니다. 2021년 1월 11일… 밤 10시 22분부로 운명하셨습니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제…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더 해주세요! 예? 전기 충격기 한 번 만요! 제발… 부탁입니다!”
동현의 어머니는 절규하며 소리쳤다.
자기 자식을 살려보겠다는 몸부림.
하지만 의사는 이미 할 조치는 다 했다는 듯 동현의 어머니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말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린 뒤 간호사들이 들어와 동현의 시신을 처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에 어머니는 또 다시 절규했다.
그 때 한 간호사가 침착한 어조로 말한다.
“어머님, 잠시 동안이라도 눈물을 멈추고 자식 손을 잡아주세요. 그리고 좋은 곳에 가라고 빌어주세요.”
“…….”
“어린 생명을 구하고 하늘나라로 간 거잖아요. 그러니 잠시 눈물을 멈추고 마지막으로 자식 손잡고 좋은 곳에 가라고 빌어주세요. 이제 다시는 못 볼 테니까요.”
간호사의 말에 동현의 어머니는 간신히 정신을 정리한다.
그리고는 동현의 누나와 함께 동현의 양손을 붙잡고는 울음이 가득찬 목소리로 말한다.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을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들… 그 동안 내 아들이어서 정말… 고마웠다… 그곳에서는 행복하게 살아… 아프지 말고… 아이고 내 자식… 얼마나 아팠을꼬… 흐흑……!”
“내 동생아. 넌 나한테 최고의 동생이었어. 그리고 미안해… 정말 후회된다. 네가 이렇게 갈 줄은… 흐흑… 이럴 줄 알았으면 너랑 싸우는 게 아니었는데…….”
동현의 누나는 동현과 자주 투닥거리면서도 우애 깊은 남매로 통했다.
하지만 동현이 먼저 가버리자 가장 먼저 동현과 다투던 것이 떠오르는 동현의 누나였다.
그렇게 동현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며칠 후… 두 사람은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동현의 방에서 유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 역사책들을 다 어떻게 하지? 다 버려야 하나?”
“버리긴? 나중에 너 결혼하면 자식들한테 물려줘야지. 네 동생이 그렇게 좋아하던 역사책인데.”
“으음… 알았어. 그나저나 엄마.”
“응?”
“그 녀석이 자주 하던 말 기억나?”
“어떤 말?”
“엄마랑 나한테 자기는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고구려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밥 먹듯이 말했었잖아. 고구려 사람으로 태어나서 역사를 바꾸고 싶다고.”
“당연히 기억나지. 그 녀석은 특히 고구려와 수나라와의 전쟁에 관심이 많았잖아?”
“맞아. 그 녀석… 좋은 곳에 갔겠지? 나쁜 자식! 어떻게 이렇게 가버릴 수 있어… 훌쩍!”
동현의 어머니와 동현의 누나가 생전에 동현이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한 번 슬퍼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어디선가 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어때? 네가 죽고 엄마랑 누나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요. 저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것이 아닐지 걱정 됩니다…….”
“부모니까 저런 마음은 당연한 거야. 거기다 누나도 너를 정말 아끼더만.”
“저랑 자주 다퉜는데요.”
“그래도 금방 화해하고 잘 지냈잖아. 솔직히 너희 둘만큼 우애 깊은 남매도 없었을 거다.”
“근데 저승사자님. 이걸 왜 저한테 보여주시는 거예요?”
“왜 보여 주냐고?”
“예. 전 죽었기에 이렇게 영혼이 나온 거고… 저승으로 가는 게 맞잖아요.”
저승사자는 동현의 말이 맞다는 듯 웃으며 대답한다.
“맞아. 원래대로라면 그렇지. 근데 넌 케이스가 달라.”
“예? 제가 왜요?”
“아주 높으신 분의 명령이 있기 때문이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동현의 의문스러운 표정에 저승사자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하게 바뀐다.
“옥황상제님께서 따로 황명을 내리셨다.”
“황명이요?”
“그래. 황명. 그 황명인 즉 너를 살리고 환생 시키라는 황명이었어.”
“예? 왜요?”
저승사자는 동현의 반응에 어이없어 한다.
“야. 좀 전에 내가 보여줬잖아? 너네 가족들의 현재 모습. 그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도 답이 안 나와?”
“설마…….”
“그래. 그 설마다. 네가 역사를 바꾸고 싶다고 밥 먹듯이 말했다는 것을 보고 너를 택하신 거지. 과거 환생을 통해서 말이야. 이런 기회 진짜 없다. 넌 최고의 기회를 잡은 거야.”
동현은 저승사자의 말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너무나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런 동현을 앞에 두고 저승사자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옥황상제님께서는 지금 중국과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하고 계신다. 그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대부분 해를 끼치는 행동이라서 말이지.”
“…….”
“옥황상제님께서 보위에 오르기 전 대한민국을 관장하던 신이셨긴 했지만, 보위에 오르면서 모든 국가를 차별 없이 보려고 하신다. 그런데 이건 정말 개판이야.”
“…….”
“그래서 옥황상제님께서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시다가 역사를 바꾸는 것이 좋다고 결정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으로 대한민국 사람을 찾았지.”
“그게 바로 저고요?”
“그래. 옥황상제님께서는 한국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대부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에 대해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 중 역사를 바꿀 사람을 찾으신 거지.”
“그렇군요…….”
“대답이 시원찮군. 역사를 바꿀 자신이 없는 거야?”
“아… 아뇨. 단지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저승사자는 동현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아까 너희 엄마와 누나 말을 들어보니 고구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그… 그렇죠!”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왜 한 것 같아?”
“그때쯤으로 가서 역사를 바꾸라는 거잖아요.”
“맞아. 이제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먹는구만. 그 시기 이야기를 하자면 김춘추와 김유신이 나타나던 시기다.”
“저도 알고 있어요. 그 둘의 대계로 인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잖아요.”
동현의 말에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잘 알고 있군.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어. 옥황상제님은 거기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보신다. 한국이 그 당시에 잘 대처만 했더라면 오늘날 같지 않았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네가 그 시대 전으로 가서 대한민국 역사를 바꾸라는 거야. 고구려가 강해져야 오늘날의 중국과 일본이 없을 테니 말이야.”
“음… 김유신이 있었던 시기 전이요?”
“그렇지.”
“그럼 환생할 때 신분은 어떻게 돼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정말요?”
“그래. 거기다 네가 원하는 시대는 물론이고, 신분도 가지게 해줄 거야. 단…! 김유신 이전이어야지.”
동현은 저승사자의 말에 놀라며 대답한다.
“예? 그럼 나라를 세웠을 때로 가거나 광개토태왕 때 같은 시기로 가서 역사를 바꿔도 된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런데 그 시기 말고 고조선도 있잖아?”
“고조선은 제가 알고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도요. 잘 아시잖아요.”
“흠…….”
“김유신 이후에도 충분히 역사를 바꿀 수 있는데… 아니… 동시대에 떨어뜨려줘도 충분히 바꿀 수 있어요.”
“그래? 그렇게 자신 있어?”
동현은 저승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 있습니다. 근데 김유신은 그 때쯤이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겠네요.”
“음… 뭐 상관없겠지. 하지만 혹시 모르니 옥황상제님한테 허락을 맡고 올게.”
저승사자는 그렇게 잠시 동안 동현의 곁을 떴다.
그리고 잠시 후…….
“허락하셨다. 동시대까지는 말이야. 정말 자신 있지?”
“그럼요! 단… 제가 환생할 때 신분은 확실히 만들어주세요.”
“걱정마라. 그건 내가 확실히 해줄 거야. 그래. 어떤 신분을 원해?”
동현은 저승사자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고구려에 있는 현자들에게 유명한 사람이요. 다시 말하면 저 중국에 제갈공명 같은?”
“음? 융중에서 유비한테 등용될 때처럼 그런 신분 말이냐?”
“예. 제갈공명도 서서라는 사람한테 추천으로 등용되었잖아요. 아주 유명하진 않았지만 그 지방의 책사나 모사들은 저를 많이 알 수 있게 해주세요.”
“그래.”
“그리고… 가문은 오래 전 광개토태왕을 보좌하던 장군이나 책사로 뼈대 있는 집안이었는데 그 후 대대로 벼슬을 하다가 아버지께서 몸이 좋지 않아 낙향 하시고 난 뒤 출사를 하지 않아 저도 그 이후 학문과 무예만을 닦으며 숨어서 지내는 식으로 말입니다.”
“참 요구사항도 많다. 하지만 옥황상제님이 들어주라고 하셨으니 들어줘야겠지. 단! 네가 말한 정도면 아주 유명한 정도는 아닐 거야. 그저 명성 중 있는 사람들 입에서만 오르내리는 정도다. 그 이후의 일은 네가 해야 하는 일이야.”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저 590년으로 가게 해주세요.”
동현의 요구에 저승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수나라 때로 가려고? 고수 전쟁 시기?”
“맞아요. 그때가 제일 좋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을 실행하려면요. 현대에서 공부한 게 그 시기라, 아는 게 많아서 말입니다.”
“음… 알았다. 알았다. 590년에 20살이 되도록 해줄게. 더 요구할 사항은 없지?”
“그럼요! 환생시켜줘서 그 시대에 살게 해주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후후. 그래. 그럼 그 시대로 보내주지. 아… 장소는 요동성의 외진 곳이다. 괜찮지?”
“물론입니다.”
“이리 와. 그 시대로 보내줄게. 아! 그리고 깜빡하고 말을 안 했는데, 네가 앞으로의 일을 헤쳐 나가는데 수월하도록 몇 가지 서비스를 추가해 줬어. 이건 네가 보면 놀랄 거야!”
“뭔지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저승사자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자신의 큼지막한 손을 동현의 머리에 올리고는 무언가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잠시 후… 동현은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