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가왕-234화 (234/280)

제234화

부가티라니.

한 20억 원 한다고 하지 않았나?

대충 15~30억 사이에 어떤 금액이었던 것 같다.

너무 현실감이 없던 금액이라 대충 들었는데도 정확하게 기억이 났다.

“자! 받으세요. 다만 차는 나눌 수 없으므로, 셋 중 한 명에게만 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네사와 나의 시선이 교차했다.

바네사가 바로 손짓하자, 우리에게 논의로 주어진 시간인 단 1분이 스톱워치에 표시되었다.

시간이 순식간에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 바로 중앙에 모였다,

재호와 환희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왜 날 봐?”

하늘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됐어요.”

“왜?”

“차 있으면 사고 칠 거 같아요.”

‘…….’

환희 말, 부정할 수 없었다.

연예인이 연애하기에, 자동차만큼 편리한 게 없다.

심지어 그게 전 세계 최고의 고급 차라면 더더욱.

김지태 선배의 차에서 봤던 여성 팬티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래, 너는 차 없는 게 낫겠다.”

바로 이번에는 재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의외로 재호는 갈등 중이었다.

“의외다, 너 차 좋아하는 그런 타입이었냐?”

“그건 아닌데… 갖고 싶은데.”

“그래?”

잠깐 고민해보다 바로 대답했다.

“그럼 너 가져.”

“뭐?”

하늘이까지 되물었다.

“그냥 그렇게 주게요? 25억 원짜린데?”

조금 전 나는 살짝 머리를 굴려 봤다.

사실 나는 운전이라면 질색이었다.

원생에서 운전하다 죽어서 그런가, 이상하게 자동차 핸들을 잡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내게 부가티는 그저 매우 비싼 고철일 따름이었다.

게다가 대회에서 포상으로 준 선물을 바로 팔아서 현금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기껏 받은 포상을 바로 팔아넘기는 사람을 비춰질 테니 말이었다.

어차피 줘야 한다면, 부채감을 살짝 쥐어주면서 주는 게 좋아 보였다.

“뭐 누군가 한 명은 가져야지. 주최 측 입장에서 기껏 자기들이 준비한 차를 팔아서 돈을 나눠 가지는 걸 바라겠어? 스폰서 광고하려고 특별히 튜닝한 차를? 재호 너 가지고. 대신 네가 우리한테 소원 하나씩 들어줘.”

“무슨 소원을 들어줘?”

“그건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재호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환희 또한 동의했다.

바로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재호에게 주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

시원시원한 대답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재호가 우리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

‘괜찮겠어?’라는 표정이었다.

‘당연히 괜찮지. 우리는 이제 월드 스타가 될 건데, 그깟 차가 대수냐?’

* * *

다음 날.

“끄으응~.”

눈 떠 보니 어느새 11시였다.

어제는 우승 후, 아침까지 꼬박 밤을 새우며 축하 파티를 했었다.

하우스 밴드는 물론, 회사 직원들과 천채왕 프로듀서, TOP4까지 모두 모였던 성대한 연회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글로벌 비전에 한국 대표로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되었다.

‘아니, 정말 맞나? 그냥 꿈 아냐? 이게 꿈인지 아닌지 가물가물한대….’

정신도 차릴 겸 물 마시려 숙소 거실로 나왔다.

“헉!”

무심코 물을 잔에 따르며 창문을 보다 헉 소리를 냈다.

숙소 마당에 으리으리한 민트색 부가티가 주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꿈이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정말로 내가 글로벌 비전 지역 예선에 우승했다는 뜻이었다.

과연, 거실에 올려져 있는 오늘 자 신문 1면에도 ‘비원더 글로벌 비전 대한민국 대표로 선출!’이라는 헤드라인이 떡하니 보였다.

기쁨도 잠시, 이제는 정말 ‘세계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사실, 지금껏 했던 대회는 국가별 지역 예선에 불과했다.

이제는 각국의 대표들과 경쟁하는 처절한 ‘본선’이 남아 있었다.

아마,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적들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한국 예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늦게 끝나는 편이었다고 했지?’

계산해보니 본선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달 정도였다.

남은 기간 뭘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비원더 3인이 각각으로는 거의 완성형이지만. 팀워크는 아니야.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호흡이 필요해.’

일전에 봤던, 미국 글로벌 비전 대표인 팀 ‘루비아이’를 떠올렸다.

4인 중 나와 비슷한 체급의 보컬리스트는 메인 보컬 데스티니뿐이었지만, ‘루비아이’의 무대는 비원더보다 훨씬 더 훌륭했다.

4인의 자매들로 이루어진 끈끈한 팀워크와 4색의 서로 다른 개성을 적절하게 조화한 전략 덕분이었다.

비원더는 개개인으로는 루비아이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팀워크는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제부터는 팀 단위로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이겨낼 수 있는 작전을 짜야 할 차례였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도중, 무심코 창밖을 다시 쳐다봤다.

“어랍쇼?”

그 사이에 부가티가… 두 대로 늘어나 있었다!

게다가 민트색 옆에 부가티는 빤짝빤짝 윤기가 나는 붉은색 차는 본 기억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차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차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김지태 선배였다.

서둘러 주차장으로 나가 김지태를 맞이했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후배 보러 오는 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그냥 왔죠.”

“재호랑 환희는 자고 있습니다. 데려올까요?”

심지어 배영웅 매니저도 어제는 너무 기분이 좋았는지, 긴장을 풀고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아아 됐습니다! 피곤할 텐데. 어차피 후배님 보러 온 겁니다.”

“저요? 어떤 일로?”

김지태가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말을 이었다.

“예정 엔터랑, 예정대로 결별했습니다.”

이런 심각한 분위기에 라임을 때려 박다니, 역시 힙합 댄서 출신다웠다.

“아… 결국 그렇게 되셨군요. 안타깝습니다.”

“안타깝긴요. 그냥 같이 가는 길이 이제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거죠. 아마 당분간은 제가 하는 활동이란 활동은 다 훼방 놓으려 할 겁니다. 실제로, 계약 파기가 예정되어 있던 김종윤과 갑자기 재계약했다 하네요. 아마 내 대체재로 쓸 속셈이겠죠.”

덕분에 낙동강 오리 알 신세였던 김종윤도 숨통이 트인 셈이었다.

“그런 식으로 해도 되나요? 너무 깡패 같은 매니지먼트 같은데.”

“아아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도 당분간 쉬려 했어요. 어제 제 영상 봤어요?”

“봤습니다.”

본인이 직접 자신의 열애를 절절하게 고백했던, 그 내용의 영상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영상에서도 이야기했듯. 제가 사랑하는 여인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당분간은 그 사람을 지켜 주려 했습니다. 아이나 키우고 살아야지요.”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상황이었다.

다만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냥, 응원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은 있었다.

“응원하겠습니다.”

“응원받으려고 온 것 아닙니다.”

“그러면?”

“약속을 지켜야지요. 내기했잖습니까. 우승한 사람 소원 들어주기.”

“아…!”

그러고 보니, 김지태가 먼저 내게 ‘부가티’를 걸고 내기를 제안 걸어서, 내가 그걸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로 바꿨던 기억이 있었다.

“어때요? 제 부가티 드릴까요?”

“아 됐습니다!”

조금 전, 글로벌 비전 본선을 준비하며 계획을 세웠던 덕분에, 김지태에게 얻고 싶은 것이 생겼다.

“사실, 제가 하나 도와주셨으면 하는 게 있는데요.”

“오, 뭐지요? 뭐든 도와드려야지요.”

“제 보컬 트레이너가 돼주세요.”

내 제안을 들은 김지태의 눈썹이 이마 끝까지 한껏 올라갔다.

“권노을 후배예요…!”

“앞으로 저는 전 세계 방방곡곡을 돌며 오디션에 참여할 겁니다. 경연 난이도도 엄청나게 높아질 거 같고요. 당연히 컨디션 조절도 어려워지겠죠, 여러모로 영점 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누군가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제 노래를 듣고 상황 분석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권노을 군이면 지금도 노래 실력이 차고 넘치는데요. 굳이 보컬 트레이너를 둘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고개를 저었다.

“과찬이십니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제 노래를 수시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는 김지태만큼 유용한 인물이 없었다.

그는 나와 기본적으로 비슷한 스타일의 가수였다.

코러스 출신으로서, 알앤비를 베이스로 모든 장르를 고음부터 저음까지, 흉성부터 가성까지 다 활용해서 소화하는 타입.

나와 같았다.

게다가 그는 풍부한 공연 경험까지 있었다.

인생 2회차 가수라서일까, 엔간한 사람은 내가 보컬 트레이너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김지태야말로 내가 보컬 트레이너로 삼고 싶은 사람이었다.

김지태가 서서히 입을 뗐다.

“뭐 좋습니다만. 한국을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무대 보시고, 통화로라도 알려주세요.”

“그래도 좋다면 그러시죠. 보수는….”

“아, 드려야죠. 최고의 가수신데요.”

사실, 이미 대한민국 순위권 가수인 김지태를 보컬 트레이너로 쓴다는 것 자체가 초호화판이었다.

돈을 아낄 일은 아니었다.

김지태가 헛웃음을 날리며 나를 제지했다.

“후배님. 제가 돈 보고 하겠습니까. 거마비 정도라고 해도 돈 받으면 제가 불편해요. 아름답지 않아요. 대신 값을 치러야죠.”

“값이요? 뭘까요?”

“글로벌 비전 우승 트로피를 대한민국에 가져오세요. 그게 값입니다.”

“!”

이러니저러니 해도, 김지태는 좋은 선배였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조심하세요. 예정 엔터는 아직 글로벌 비전 노리고 있습니다.”

“아직도요?”

“거기에 일본회사랑 합작해서 제작한 밴드 하나 있는데요. 그 팀이 일본 글로벌 비전 대표라 하네요. 저도 방금 알았습니다.”

정말 질긴 악연이었다.

사실, 이번에 수상한 짓을 한 주범은 김지태가 아니라 예정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리고 김지태와는 달리, 예정 엔터와의 대결은 이제 시작이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심하세요. 잘 아시겠지만 이 회사 사람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립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말은 이리했지만 후배님 잘할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김지태의 부가티가 부아아앙 굉음을 내며 우리 숙소를 떠났다.

‘앞으로는 기저귀 사러 마트에 가실 때마다 부가티를 타러 가실 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배영웅 매니저가 통화를 받고 있었다.

“네네. 네네. 알겠습니다.”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수영복 있으세요?”

“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왔네요.”

* * *

B모 호텔 풀 앞 파티장.

나는 배영웅 매니저와 단둘이 풀파티가 열리는 호텔에 왔다.

물론, 나름대로 정체를 숨기기 위해 모자와 선글라스, 스카프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수영복 차림에, 얼굴은 가리니 좀 우스꽝스러웠지만, 다행히 파티장이라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다.

둥둥거리는 베이스 음이 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큰 음악 소리가 들렸다.

DJ의 축하 공연 중이었다.

내가 배영웅 실장에게 속삭였다.

‘대체 여긴 왜 온 거죠?’

‘글로벌 비전 스폰서인 민티가 본인들이 주최한 행사에 와 달라고 해서요.’

‘근데 왜 다른 멤버는 없이 저만?’

‘권노을 아티스트만 초대하더군요.’

‘저만요?’

왜?

그때였다, DJ의 공연 무대 위에 게스트가 등장했다.

주변으로 관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게스트는 어딘가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저 사람은…!’

자세히 확인해보니 안무가 노자경이 댄서로 이 파티의 DJ 무대에 참여했다.

노자경은 화려한 댄스로 무대를 들었다 놨다 했다.

“꺄아아아아!”

자연스럽게 나는 풀장 쪽으로 밀려 나갔다.

“아이구야!”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목소리는… 설마?”

“얼굴을 가리고 있어?”

“설마 권. 노. 을??”

‘어?’

나는 크게 당황했다.

딱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목소리만으로 내 정체를 들켜 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아!”

흥분한 관객들이 무대가 아닌 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파에게 깔릴 것 같았다.

인파가 없는 곳은 단 하나, 수영장뿐이었다.

체념한 배영웅 매니저가 나를 잡고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켁!”

첨벙!

순식간에 배영웅은 나를 집어 올리고는 빠르게 건물로 들어가 버렸다.

배영웅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단둘이 나오지 말죠.”

“실장님이 정도껏 가리면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설마 목소리만으로 알아볼 줄이야… 방심했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경보 단계를 올릴 필요가 있겠어요.”

어푸어푸 수영장 바깥으로 나와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검은 양복의 수행원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안전을 위해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옷차림이나,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보니 주최 측인 모양이었다.

수행원이 나를 데려간 곳은, VIP만 묵을 것만 같은 파티룸이었다.

그곳에서는, 전혀 의외의 인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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